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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또는 피트니스 센터 광고를 보면 하나같이 "호텔급 시설"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내부에 들어가보면 이름 있는 라이프나 사이벡스, 테크노짐 등 고가의 장비를 들여놓고 카페나 호텔 로비에 온듯한 인테리어, 깨끗하고 독립된 샤워장 등 정말 이게 헬스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좋은 시설을 자랑한다. 행복한 마음에 1년권을 끊고 운동을 하기로 했다.


락카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와서 몸을 풀고 운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왠지 내 몸이 좌우 높낮이 혹은 앞뒤가 잘 안맞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여러 차례 갈수록 점점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운동하는 것을 유심히 본다. 머신에 앉아서 운동을 하는데 운동하고 있는 사람이 비틀어져 보인다. 속으로 "저 사람이 자세가 좋지 못해서 몸이 비틀어진 거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 이후에 다른 사람이 해도 똑같고 심지어 직접 해도 그런 느낌이 든다.


안되겠다 싶어 프리웨이트를 한다. 근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왠지 비틀어져 있다. 어깨 높이도 다르고 왠지 오른쪽이 왼쪽보다 앞으로 나온거 같다. 이 순간부터 딜레마는 시작된다. 이런 느낌 때문에 운동에 집중하지 못할 뿐더러 운동을 하고 나면 왠지 한쪽만 자극이 더 오는 듯한 느낌이 난다. 그리고 반년쯤 지난 어느 순간부터 한쪽에만 스트레스가 나타난다.


내 자세가 잘못되었나 싶지만 사실은 헬스장 바닥과 벽면의 기울기가 다른 것이다. 이미 [헬스장/피트니스 시설 고를 때 고려해야 하는 5가지]를 통해 언급한 바 있지만 사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다. "그게 뭐가 문제가 되겠어? 내가 기울어진데로 맞추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러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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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다리가 길어보이기 위해 자주 신는 힐(heel)의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물론 헬스장 바닥이 그렇게 기울어져 있지는 않겠지만, 스쿼트를 할 때 후방 사슬이 짧거나 긴장상태라서 가동범위가 나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발 뒷꿈치에 원판 등을 받쳐서 자세가 나오게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약 3˚정도의 각도 차이도 몸에 엄청난 차이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기울어진 곳에 앉거나 서서 운동을 하지만 당신의 시선은 수평선을 보고 있다. 수평선상에 들고 있는 덤벨이나 바벨의 높이, 어깨의 높이 골반의 위치, 무릎의 높이가 다를 수 있다. 정확하게 맞출려면 몸이 바닥 기울기에 맞춰서 몇 ˚정도 기울어지면 되지만, 약간의 기울기 차이로 발생하는 척추 등의 부담, 그리고 수평선을 지키려는 눈높이에 우리 몸은 반응한다. 시신경은 눈에 들어오는 수평/평형에 대한 정보를 뇌로 보내고 뇌는 근육을 이동시켜 뼈와 근육의 자세에 변화를 준다. 이런 반응들은 균형과 안정감을 유지하려는우리 몸의 자기보호기전이라고 할 수 있다.


헬스장/피트니스 시설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게 벽면 거울이다. 우리는 자주 거울을 보고 내 몸의 균형이 맞는지 살펴본다. 만약 그 벽면 거울의 기울기가 평행하지 않다면? 당신은 그 거울에 맞춰 몸을 맞출 것이다. 개인적으로 살펴봤을 때 그런 곳에서 운동하면 발은 정면을 보고 시작했는데 몸통(시선)은 거울에 맞춰 수평을 찾게 되고 계속 비틀어진 상태에서 운동하거나 한쪽 발이나 양쪽 발이 몸통을 따라 이동한다. 


다행히도 양쪽 발이 몸통(시선)을 따라 이동해서 평형을 맞추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한쪽만 이동하거나 시간이 지나서 계속적으로 그렇게 하다보면 발은 정면을 몸통은 거울의 기울기대로 수평을 맞춰 운동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우리 몸은 바닥 기울기나 벽면 거울 기울기에 따라서 수평을 맞추려 노력하지만, 그 보상 유무에 관계없이 몸은 데미지를 입게 된다.


그나마 전체적으로 바닥에 맞춰 기울어진 머신을 사용하고 그에 따라 각도를 유지한다면 양쪽 밸런스에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아쉽게도 머신마저도 사람이 사용함에 따라 틀어지게 된다(머신이 기울어짐과 관계없이 사람은 수평에 맞춰서 운동하려고 하기 때문에). 


옛말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속담이 있다. 중국말로 "이란격석"이라고 하는데 이 사자성어는 중국 순자에 말에서 출전된 것이다. 이 말의 뜻은 "못 올라갈 나무는 처다도 보지 마라"가 아니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과 같은 뜻이다. 노력하면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된다라는 뜻으로 그 튼튼한 프레임을 가진 머신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수평을 찾으려는 사람이 운동을 하고 중량을 이동시키니 기울어지고 비틀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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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고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를 뒷받침할 연구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래도 마이너한 스포츠이다보니 연구가 잘 안되어있는데 유사연구로 기울어진 테이블에서 업무를 보거나 학습할 때 척추에 미치는 영향이나 기울어진 바닥에서 점프 훈련을 하는 댄서들에게 오는 영향과 관련된 연구는 다양하게 발표되고 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해당 기울어짐이 자세나 근육에 유의적인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척추나 하지 근육에 손상을 입거나 오히려 +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입장은 기울기로 인해 자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쉽게도 바닥이나 벽면거울이 기울어지지 않은 헬스장/피트니스 시설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머신 운동을 할때는 되도록 그 기울기에 순응해서 해야하고(자세를 잡은 후 눈을 감거나 하는 등), 프리 웨이트를 할 때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바닥에 패드 같은 것을 깔아서 높이를 맞추는 것을 추천한다. 


운동을 할 때는 일상적으로 맨몸으로 걷는 걷과 다르게 중량에 대한 부하가 상당히 가해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인체의 자세나 여러가지 부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MONSTERZYM SPORTS SCIENCE TEAM

글 작성 : 이호욱


REFERENCE

1. The effect of an inclined landing surface on biomechanical variables during a jumping task. 

2. Effect of table top slope and height on body posture and muscular activity patt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