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공자가 50세의 나이에 이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이 단어를 썼다. 이후 지천명은 50대를 대표하는 단어로 쓰였지만, 정작 최근 사회에서 50대는 정년을 얼마남겨두지 않았거나 회사를 나와 사업을 하며 사회의 쓴맛을 보는 세대로 바뀌어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보디빌딩에서 이 지천명이라는 단어를 바꿔버린 사람이 등장했다. 바로 대한민국 보디빌딩의 전설 김준호다. 김준호의 나이는 1969년생으로 만 51세, 아무리 뛰어난 보디빌더라도 이정도의 나이가 되면 은퇴를 하고 지도자를 하거나 개인사업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준호는 달랐다. 보디빌딩 가운데 가장 권위가 높은 IFBB 프로 무대에서 자신보다 10살 이상이나 어린 선수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50대의 나이에 보디빌딩, 그것도 프로 무대에 나서는 것도 쉽지가 않지만 김준호는 보디빌딩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몬스터짐 트레이닝'을 통해 IFBB 프로 트레이너 과정을 공개하고 있는 김준호의 영상은 전문적인 설명과 깊은 지식으로 구독자들과 피트니스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얻고 있으며 유튜브 개설 1년만에 16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크리에이터 겸 보디빌더로서 변모했다.

오는 3월 뉴질랜드에서 펼쳐지는 2020 IFBB 프로리그 뉴질랜드 프로를 통해 2020 시즌을 시작하는 김준호는 지난해 단 1점차이로 좌절해야했던 올림피아 무대 재진출과 함께 유튜브 크리에이터, IFBB 프로 마스터 트레이너, 그리고 IFBB 프로 리저널로 위상이 높아진 김준호클래식 호스트 등 네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피트니스 센터가 쉬는 날에도 홀로 문을 열고 운동하며,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운동루틴을 소화하는 프로 중의 프로, 대한민국에서 피트니스에 관계된 사람이라면 모두들 알고 존경하는 대한민국 보디빌딩의 전설 김준호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몬스터짐 광화문 교육센터에서 만나보았다.

'지천명의 전설' 김준호가 걸어가는 마이스터의 길 - ①
보디빌더가 아닌 '인간' 김준호가 말하는 인생, 그리고 가족 - ② 

■ 전설의 보디빌딩 인생을 바꾼 2014년의 '그날'

2010년대를 살아오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사건을 하나 꼽아본다면 무엇인가
2014년 올스타클래식이 2010년대의 나를 많이 바꿨던 것 같다. 2013년 NABBA로 다시 보디빌딩에 돌아온 후에 2014년 올스타클래식을 통해 프로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놓았다. 이후에 프로생활을 하면서 몬스터짐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몬스터짐과 함께 한국의 보디빌딩을 세계속으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난 10년은 몬스터짐과 함께 아주 중요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사실 2014년에 있던 올스타클래식이 다들 센세이션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사실 그 대회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올스타클래식을 만들었을 당시에 몬스터짐 대표님이 찾아와서 내가 출전하지 않는다면 대회를 열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 이야기가 나에게 있어서 큰 울림을 주었고, 보디빌딩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큰 모티브가 되었기 때문에 나는 2014년 그 만남을 잊을 수 없다.

그랬기 때문에 기분이 조금은 남달랐을 것 같다
아마추어 선수생활을 하다가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대회에는 나서지 못하고 코치로서만 활동했던 것이 15년이었는데 그 15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선수로서 정체성을 찾은 것이 바로 그때였기 때문에 아마도 죽을때까지는 잊지 못할 것 같다.

무대에 섰을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올스타클래식과 같은 무대를 연출할 수 있는 단체가 없었다. 그 기획력과 능력이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IFBB 프로 대회까지 프로모터를 하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본다면 대한민국 피트니스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기업이 된 것 같고, 선수들도 거기에 맞춰서 수준높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일 것이다.

사실 다른 IFBB 프로대회들도 많이 출전한 선수로서 무대면에서 어땠다고 생각하나
지난 프로쇼만 보더라도 다른 해외 IFBB 프로쇼와 비교해도 무대의 규모나 기획은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토론토 프로나 뉴욕프로나 역사가 있어서 권위는 있지만, 무대 연출과 기획력으로 따져본다면 어쩌면 올림피아에 버금가거나 뛰어넘을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을 한다.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도 IFBB 프로에서도 이 무대에 대해 주목을 하고 있다. 이전에 볼 수 없던 쇼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인정받고 앞으로 진행될 리저널 대회나 프로쇼에서도 역량을 발휘해서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프로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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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지탱해준 것은 가족의 힘

사실 아내도 경기인 출신이다. 결혼 이후에는 내조에 전념했는데 미안함도 있을 것 같다
나를 뒤에서 내조해주는 마음이 가득하다. 사실 선수로 활동을 하다가 내조만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그러한 점에 대해서는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에게 헌신하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내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 생기면서 책임감도 남달라졌을 것 같은데
아이가 생기고 가족이 생기다보니 목표의식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아이가 생기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이 많은데 가족이 평화로우면 밖에서의 일도 잘풀리게 된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아내의 장점을 하나 꼽아준다면?
선수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아무리 생각을 달리해도 비즈니스 적인 마인드를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을 아내가 커버해준다는 것은 믿음이 가는 일이고 서로 만들어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김준호클래식도 어느덧 7번째 대회까지 이뤄낼 수 있지 않았나
처음에는 대회라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선수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선수를 위한 무대를 준비하고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프로와의 연을 맺고 리저널로 승격되고 다른 대회와 비교를 했을떄 더 나은 대회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다짐이라면 거기에 자만하지 말고 1회 김준호 클래식을 만들었을 때의 마음을 갖고 더욱 분발해서 거기에서 발굴되는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 그리고 그 선수들이 프로선수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만의 노력으로 하기엔 힘들기 때문에 많은 후원사들과의 유대관계를 잘 유지해야 될 것 같다.

올해 대회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일단 4월 26일에 여수에서 리저널 대회가 있고, 6월에 서울에서 리저널 대회가 있다. 하반기는 10월 정도가 될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해보겠다. 많이 달라지게끔 노력을 해야한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고 계시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에 주목하는 선수가 있다면?
시간을 두고 조금 지켜봐야할 것 같다. 아직 은퇴를 한 선수가 아니다보니 어떤 수준에서 어떤 선수가 유망한지 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만약에 이 다음에 현역을 은퇴하고 지도자의 위치에 있다면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현역 선수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경쟁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 지천명의 마이스터가 바라본 대한민국 보디빌딩

선수 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 호스트, 마스터 트레이너까지 몸이 열개라도 모자를 것 같다
그런 부분이 프로생활이 아닌가 싶다. 말 그대로 보디빌딩 대회만을 준비하는 것만이 프로의 삶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미디어나 스폰서쉽, 대회 등이 같이 어우러져서 팬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프로의 삶이라고 생각을 한다. 운동과 병행을 해서 다른 것들도 1등처럼 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프로라고 생각을 한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피트니스 선수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다. 1세대 보디빌더로서 후배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기가치를 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이 경기력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SNS를 살펴보면 유명한 IFBB 프로선수들도 팔로워가 100만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프로가 아닌 피트니스 셀러브리티들이 100만 팔로워를 넘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을 보다보면 항상 몸관리를 하면서 미디어나 이벤트로 자신을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 기회가 왔을 때 100퍼센트의 역량을 발휘해서 기회가 다시 그를 찾아오게끔 만든다는 이야기다.

대회는 단순히 대회일 뿐 기회가 아니다. 우선 프로선수라고 한다면 경기력은 기본이 되어야하고 그 기본 외에 다른 선수들이 갖고있지 않은 무언가를 갖추고 있어야 그 기회가 찾아오고 그 기회를 자신이 잡아야 진정한 프로선수라고 할 수 있다고 본다.

'진정한 프로'의 핵심은 무엇일까?
상품화가 되지 않는다면 그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다. 언어를 배우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 자신의 운동방법을 남들이 알 수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적 능력이 외국어와 병행된다면 좋은 것 같다.

요즘 국내에도 IFBB 프로선수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 IFBB 프로선수가 많아졌다고 해서 프로가 되는 것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아는 사람들은 장벽이 낮아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지만, 지금까지 받은 선수들은 받을 만한 조건을 되기 때문에 프로카드를 받은 것이다.

그 조건을 갖추기까지는 당연히 수년 간의 노력을 했으리라 생각을 한다. 그들이 IFBB 프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부터 꾸준히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그 카드를 딸 수 있었지 장벽이 낮아졌다고 딸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튜브에서도 김준호 선수의 강의를 영어로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영어자막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영어를 하는 것과 운동과 영어를 병행한다는 것은 힘들다. 10분짜리 영상을 준비해놓은 것이 있는데 10분 영상을 영어 자막으로 준비하는데 거의 하루가 가더라 3분 정도 자막을 만드는데 두시간이 들고 그러한 어려움이 있다.

이제 인터뷰를 슬슬 마무리해야할 것 같다. 김준호 선수의 최종 꿈을 알고 싶다
IFBB 프로로서 올림피아에 가는 것이 첫번째고 김준호 클래식을 키워서 다른 프로쇼에 손색없을 만큼 좋은 대회로 만드는 것이 두번째, 크리에이터로서 많은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활동을 해야하고 IFBB 프로 트레이너 자격증의 보급을 위해 더욱 공부하고 지식을 습득해서 좋은 정보가 전달되야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를 하는 기자에게 김준호는 이 한마디도 덧붙였다.

운동이라는 것은 매일해야 합니다. 저는 2019년 12월 31일도 운동을 했고, 2020년 1월 1일 헬스장이 문을 닫았지만, 혼자 문을 열고 운동을 한 후에 문을 닫고 집에 갔습니다. 저는 30년을 넘게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의 생활을 한번도 후회하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저는 매일 그렇게 쇠를 잡을겁니다.

사진=몬스터짐 DB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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