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어린이날,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1라운드가 펼쳐진 인천축구전용구장 올 시즌 개막 이후 2무 8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수원 삼성 선수들의 비장함은 라커룸 너머서도 느낄 수 있었다.

사전인터뷰를 마치고 기자석에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 세명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이종민 스카우터, 양상민 코치, 백송화 전력분석관이었다. 강등 위기의 수원삼성을 구하기 위해 그들은 바삐 노트북과 태블릿을 번갈아 보며 승리의 방법을 찾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된 후 셋은 더욱 바빠졌다. 상대 인천의 주포 천성훈이 빠지고 김보섭이 들어온 것도 파악하고 세부적인 경기 방향을 정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이날 수원은 박희준과 이상민, 전진우를 활용한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인천을 공략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오가던 전반 29분 수원 이기제가 왼발 인스탭으로 밀어버린 25m 장거리 프리킥이 그대로 뚝 떨어져 인천의 골문에 꽂혔다. 골이 들어간 순간 셋은 환호했다. 하지만, 이내 평정을 찾고 상대의 전술변화를 감지해내기 위해 다시 기나긴 대화를 나눴다.

게다가 전반 중반 전진우가 발목 부상으로 아웃되는 변수가 생겼고, 실점 이후 계속되는 인천의 반격을 막기 위해 수비를 안정화 하는데 집중했다. 전반전 종료 후 그동안 수집한 자료와 영상을 통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기 위해 라커룸으로 내려간 전력분석팀은 후반전을 앞두고 자리로 돌아와 더욱 적극적으로 전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후반 초반 인천이 에르난데스와 제르소를 내세워 공세를 펼쳤다. 특히 눈에 띄게 느려진 수원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데 집중했고, 수원은 여러 번의 위기를 맞이했다. 실점의 기운을 감지한 수원은 김태환을 빼고 장호익을 넣으며 쓰리백 변환에 대비함과 동시에 뒷공간 침투를 대비했고 후반 유제호의 움직임이 떨어지자 바사니를 투입해 미드필더의 활동량을 높이려 했다. 

경기가 물이 오른 후반 32분, 인천이 본격적으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동수와 함께 수비수 델브리지를 공격수로 전환시켜 투입했다. 지난해 수원 원정에서 이 작전으로 재미를 봤었던 인천의 선택이었다. 염기훈과 고명석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수원의 선택은 수비강화였다. 김보경을 빼고 고명석을 투입하며 쓰리백으로 변환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 전력분석팀은 선수들에게 세세한 포지셔닝 지시를 내리는 데 집중했다. 이따금 심판 판정에 책상을 치며 화내기도 했고, 선수의 실수에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마침내 기나긴 추가시간이 지나고 수원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드디어 해냈다는 안도감에 세 사람은 축하의 인사를 나눴다. 최성용 감독대행 역시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를 이끄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제 감독은 바뀌고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다. 수원이 만들어낸 1승은 단순한 1승이 아니며, 그라운드가 아닌 경기장 위,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한 이들도 함께 만들어낸 1승이라는 것이다. 

하나가 되어 승리한 수원 삼성, 과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수원은 하나가 되어 헤쳐나갈 수 있을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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