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짐=조형규 기자] 데뷔 후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기까지, 보디빌더 김선영의 굴곡진 도전은 정확히 5년이 걸렸다. 보통은 3년 차에 국가대표를 다는 선수들도 많은 것에 비하면 다소 먼 길을 돌아간 셈이다. 김선영은 인터뷰 도중 이 대목에서 울먹거리며 다시 그때의 감격에 젖기도 했다.

다행히 5년 만에 국가대표에 선발된 그녀는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2016 올림피아 아마추어 아시아 대회에서 보디피트니스 부문 –163cm 체급에서 1위를 기록하며 멋진 결과를 만들어냈다. 순위가 결정되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환희에 찬 당시를 회상하던 김선영은 “하지만 아직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고 한번 더 시합을 뛰고 싶어요”라며 여전히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2016 올림피아 보디피트니스 쇼트클래스 챔피언에 빛나는 국가대표 보디빌더 김선영을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맥스바디스튜디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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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깎이 국가대표, 김선영의 2016 올림피아 도전기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웃음). 지난해 올림피아 보디피트니스 -163cm급 국가대표 김선영입니다.

지난해 올림피아 이후로 꼬박 3개월이 지났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시합 준비에 한창입니다. 물론 저는 아니고요(웃음). 이제 2017년 시즌이 시작돼서 제자들의 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각종 대회들에서 선수들뿐 아니라 일반인이나 직장인들도 많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이 시합에 무사히 오를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후학 양성에 열중하고 계시는군요(웃음). 어떤가요?
일단 무엇보다도 피트니스 시장이 굉장히 보편화가 됐다는 것을 느껴요. 예전에는 선수들이 하나의 특별한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일종의 버킷리스트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여성분들에게는 그런 측면이 더욱 강한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요?
비키니, 피지크 같은 종목이 활성화되면서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것 같아요. 운동 기간이 오래되진 않아도 1~2년 정도 열심히 땀 흘리면서 출전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만큼 올바른 운동법, 마음가짐 등에 대한 중요성도 더 커져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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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부분에서 혹시 강조하는 점이 있나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어요. 관심도가 대부분 비키니 종목으로만 쏠리면서 본인이 하는 운동만 하는 분들이 종종 있거든요. 하지만 이 운동을 더 재미있고 마니악하게 빠지게끔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목의 선배 선수들, 그리고 우리나라 보디빌딩의 역사들을 조금씩 알려주면서 스스로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는지 그것을 알게끔 하는 것이 제 목표 중 하나예요(웃음).

그렇군요(웃음). 그 부분은 이따가 더 본격적으로 물어볼게요. 일단 2016 올림피아 이야기를 먼저 해보고 싶어요.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올림피아 보디피트니스 부문에 출전해서 -163cm체급 1위를 기록하셨잖아요. 어떠셨나요?
저에겐 정말 뜻 깊은 시합이었어요. 사실 전 딱히 라인이라고 할 만한 인맥도 없고,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몸 하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도 그 고집만으로 계속 지금까지 해왔고, 결국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에 굉장히 의미가 있었던 도전이었어요.

지금도 이야기를 하니깐 벌써 울먹거리시네요. 첫 국가대표였죠?
네. 2011년에 데뷔해서 지난해 처음 국가대표를 달았어요. 다른 선수들은 3~4년 만에 달기도 하는데 전 늦깎이인 편이었죠. 

작년에 참가했던 대회 중 가장 큰 대회였잖아요. 준비하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모든 시합준비는 항상 비슷하죠 뭐. 식단 조절하고 운동하고 이런 부분이야 똑같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저도 사람이고 또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재작년에 혼자가 되는 상황에 처하면서 인간관계에 자신감을 많이 잃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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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의 자신감이라면 어떤 부분일까요?
특히 지난해에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또 혼자서 티칭까지 병행하다보니 힘든 부분이 많이 티가 났나봐요. 저는 최대한 표현을 안 하려고 신경썼는데(웃음). 회원들은 제가 대회를 준비하면서 교육까지 병행하는게 힘들까봐 조용히 관두는 분들도 있었는데, 정작 저는 그렇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통을 하면서 힐링을 받거든요. 그런 부분이 조금 힘들긴 했는데, 운동이나 시합 준비 자체에 있어서는 큰 문제는 없었어요.

그런 부분 때문이었을까요? 당시 1위가 확정되는 순간 눈물을 흘리셨잖아요. 그때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정말 감격적이었어요. 제가 2013년부터 국가대표 선발전을 계속 뛰었는데, 매년 미끄러졌거든요. 다른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모습을 보기만 하고... 그런 상황이 계속 되다보니 국가대표에 대한 갈망이 정말 컸어요. 그렇게 갈망했던 국가대표에 뽑힌 것도 너무 좋았는데, 올림피아라는 무대에서 1위까지 했으니 감격적인 순간이었죠.

올림피아가 끝난 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딱히 특별한 건 없었어요(웃음). 그래도 대한보디빌딩협회에서 우수선수상을 수상한 건 정말 저에게 큰 칭찬이었어요. 올림피아의 영향이 컸는데, 정말 기뻤죠.

이렇게 큰 해외무대에 서면서 혹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외국에서 시합을 뛰다 보면 다이어트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빼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가장 많이 느껴요. 보통 우리나라는 근육량이 많은 여성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외국에서 시합을 치르다 보면 제가 절대 큰 편이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다이어트에만 치중된 풍토가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는 걸 느끼곤 해요. 어쨌든 저도 덕분에 국제적으로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기도 하고, 굉장히 뜻 깊었던 국가대표 도전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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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집안 내력이었던 미대생, 브라질에서 보디빌딩을 만나다

뭐랄까요, 이제 큰 능선을 하나 넘긴 느낌이에요. 혹시 그 후로 조금 풀어지거나 하진 않았나요(웃음)?
마음가짐의 변화는 전혀 없어요. 앞으로도 제가 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뛰고 싶어요. 아무래도 이제는 나이가 조금 있다 보니(웃음). 운동하는 것도 조금씩 힘들 때도 있는데, 절 믿고 따라오는 후배들과 제자들이 저에게 큰 힘이 돼요. 그들 덕분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 셈이죠.

과거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김선영 선수의 옛 시절이 궁금해요. 원래 처음에는 운동이 아니라 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저희 집안 내력이 예술계통이었어요. 특히 외가 쪽이 그랬거든요. 저도 중학교 때부터 예고를 준비했었고, 결국 대학교도 미대를 갔어요. 졸업하고 특별히 미술 관련 직업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미술 교사 일도 하고 했었죠.

그런데 미술에서 갑자기 운동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남편 일 때문에 주재원 와이프 자격으로 브라질에서 오래 머물렀었어요. 그런데 주재원들이 사는 동네가 한정돼있다 보니 계속 한국말만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이랑 친해지기 위해 체육관을 다니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죠.

어색하거나 어렵진 않으셨나요?
다행히 어렸을 때 수영도 했었고 꾸준히 운동을 좋아했어요. 마침 브라질이 또 피트니스 선수들 수준도 높고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그렇게 4년 동안 트레이너에게 말도 배우면서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본격적으로 시작 해야겠다’라고 마음먹게 됐죠.

그렇게 귀국하신 후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신 거군요?
맞아요. 한국에 오자마자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기억이 나요. 2010년 쯤이었나? 트레드밀을 뛰고 있는데 스크린에 이헌주 선수가 나오더라고요. 미즈 코리아 때 영상으로 기억하는데, 그걸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었죠. 그래서 목동 쪽에 있는 센터로 체육관을 옮기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2011년부터 본격적인 선수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선수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회는 무엇인지요?
세어보니깐 한 20회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 중에 역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2012년 미스터 코리아였어요. 당시 유산소를 거의 3시간씩 무식할 정도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막바지에는 감자 50g 정도만 섭취하고 그랬던 기억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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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움은 상호작용···운동부터 인간관계까지 모든 것의 기반은 ‘의리’

지난해 인터뷰를 보면 ‘앞으로는 후진양성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히셨잖아요. 교육을 시작하신지는 꽤 됐지만, 본인만의 샵을 운영하신지는 이제 딱 1년이에요. 이 시점에서 느끼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선수를 찾아 여러 가지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요. 다만 제 경험상 한 사람을 스승으로 삼으면 그에 대한 지속성 측면도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 운동은 한 시즌만 준비한다고 해서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한 시즌이 끝나도 그 다음시즌이 계속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새로 발전시키면서 이어나가야 하는 부분이 큽니다. 그리고 배우고 가르치면서 서로 상호작용으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지속성이 끊긴다면 조금 아쉽겠죠.

가르침을 통해 얻는 부분도 있군요. 김선영 선수도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의 발전이 있었나요?
물론이죠. 제게는 후배들이 스승이에요. 특히 주로 첫 시합을 준비하는 비기너 분들은 식단도 굉장히 잘 지키고, 다이어트도 수월하게 잘 되거든요. 가끔은 제가 그분들께 “조금 더 드셔도 돼요”라고 해도 정말 기계처럼 식단을 철저하게 지키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 가끔 꾀를 부릴 때도 있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초심을 배우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서로 의지도 되고 좋은 상호작용이 됩니다. 배울 점도 많죠.

그렇다면 선수 김선영이 아닌, 교육자 김선영으로서의 철학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일단 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정확히 운동 한 만큼 나오고, 먹는 만큼 보여요. 그게 정직하게 몸에 나타나기 때문에 저도 자연히 긍정적인 삶과 사고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운동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그걸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우울해하면 몸도 그걸 알아차리거든요.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살도 더 잘 빠진다고 생각해요(웃음). 아, 그리고 또 하나는 ‘의리’!

의리요? 어떤 점에서 의리를 꼽으셨는지요?
운동 자체보다는 제 스스로 최근에 많이 느끼게 된 부분이에요.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 의리랄까요? 내가 이 사람을 믿었을 때 그 믿음이 오랫동안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해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제 마음도 그렇고, 반대로 절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까지 모두 의리에 기반 하는 거잖아요. 지금은 떠난 제자들도 전 여전히 사랑하고 또 계속 지켜보면서 응원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도 모두 ‘의리’ 아닐까요(웃음).

그렇군요(웃음).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네요. 혹시 올해 계획 중인 대회는 무엇이 있나요?
사실 지난해에 국가대표에 선발됐지만, 만약 기회가 돼서 또 부름을 받는다면 국가대표로 한 번 더 시합을 뛰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역시 최종 목표는 미즈코리아죠.

올해도 꼭 다시 한 번 국가대표로 해외 무대를 누빌 수 있기를 기원할게요(웃음). 마지막으로 김선영 선수가 꿈꾸는 비전이 있다면요?
소박한 꿈이지만, 지금 이곳에서 저와 함께 하는 모든 분들과 즐겁게 운동하면서 서로 생각도 해주고,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오랫동안 제자들도 양성하고, 저 또한 선수로 최대한 많은 시합을 뛰고 싶습니다. 아, 돈도 조금 벌 수 있으면 일석이조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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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 크리스 제이/황채원 PD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장소제공] 맥스바디스튜디오(blog.naver.com/anain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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