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짐=조형규 기자] '코리안슈퍼보이' 최두호(25, 부산팀매드/사랑모아통증의학과)가 일을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3년 UFC에 진출한 이래, 최두호는 가장 싸우고 싶은 페더급 콘텐더 중 하나로 컵 스완슨(32, 미국)을 꾸준히 지목해왔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뜻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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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열린 디 얼티밋 파이터(The Ultimate Fighter, 이하 TUF) 23 피날레에서 티아고 타바레스(31, 브라질)를 쓰러뜨린 최두호는 옥타곤 인터뷰에서 기어이 "컵 스완슨과 싸우고 싶다"며 전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다. 이에 스완슨 또한 "급부상하는 유망주 중에 최두호가 괜찮아 보인다. 요즘 젊은 파이터들이 자꾸 내 이름을 언급하는데, 날 원하나? 그렇다면 한번 와서 해봐라"라는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스완슨은 페더급 랭킹 5위에 올라있는 강자다. 따라서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최두호의 도전을 쉽게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UFC 측에서 최두호와 스완슨의 대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스완슨의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무엇보다도 최두호는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 정말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보여준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동안 스완슨과의 대결을 지속적으로 어필해온 최두호의 행보를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이다. 단순히 루머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UFC 측에서 경기 추진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확정된 것은 없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루머와 최두호 본인의 SNS를 통해 유추할 뿐이다. 그러나 굳이 스완슨과의 대결이 아니더라도 최두호는 이미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빠른 기세로 전진하고 있다. 격투 팬들도 UFC에 진출한 역대 한국인 파이터들 중 가장 높은 챔피언 등극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최두호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머리속으로 되뇌고 있어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고민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가 더 높이 성장하기 위한 가장 큰 전제조건이 바로 초심이거든요"라며 한결같은 자세를 강조했다. 자신감과 자만의 미묘한 경계선에서 결코 선을 넘지 않는 줄타기를 하며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었다.

한 여름의 무더위가 모두 가신 부산에서 대한민국 UFC 페더급 파이터 최두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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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핑의 조언은 고맙지만···"선을 넘지는 않을 것"

인터뷰를 진행하던 시점은 9월인데, 당시 유튜브에서는 최두호와 관련된 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최두호가 스완슨과의 대결을 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짤막한 영상이 바로 그것.

UFC 내의 많은 파이터들에게도 이 영상을 봤다. 특히 이를 본 현 UFC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37, 영국)은 최두호를 향해 "여태까지 본 것 중 가장 존중심 가득한 예의 바른 도전이다"라고 평했다. 그리고 뒤이어 "하지만 이런 겸손한 프로모션은 UFC로부터 기회를 잡기 어렵다. 조금 더 강하게 나가도 된다. 내가 제대로 된 프로모션 노하우를 알려주겠다. 내 말을 믿고 따라해봐라"라며 조언까지 던졌다.

과연 최두호는 현 챔피언의 이러한 조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단 현 챔피언이 절 알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은 좋죠. 솔직히 한국말로 해보라고 시켜만 주면 비스핑보다 더 잘 할 자신도 있어요. 하지만 이게 또 한국 정서랑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양권 파이터들처럼 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최두호 건방지다'는 댓글 달리고 난리가 나던데요 뭐."

이렇게 말하며 최두호는 한차례 웃었다. 하지만 최두호는 "앞으로도 딱 이 정도의 선을 지키려고 해요. 대신 그 이상 넘어가면 안될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마음껏 자신감을 표출하되, 쓸 데 없이 상대방을 도발하거나 도를 넘는 트래시토크를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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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자신이 가장 잘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바로 '초심'

이미 UFC 챔피언이 알아볼 정도로 인지도가 올라간 그에게 이러한 점들을 실감하냐고 물었다. 특히 인터뷰를 진행하던 시점의 최두호는 유명 남성지 및 패션지에서 화보 촬영을 마친 직후 상황. 하지만 최두호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지나가면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지긴 했어요. 그런데 대부분 남자분들이라 아마 격투기를 보는 팬들이 알아보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격투기를 모르는 분들도 저를 알아보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저를 통해서 하나 둘 끌어들이다보면 국내에서 격투기의 인기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지금보다 더 많은 대중이 찾는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두호는 이러한 말을 던지면서 동시에 '초심'을 강조했다. 아마추어 선수로 데뷔해서 내리 3연패를 하던 때부터 UFC 페더급의 상위권 파이터로 발돋움 하기까지, 그가 오랜 시간을 보낸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종합격투기를 시작하고 나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봤어요. 그런데 선수로서 자기관리 같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에게 대하는 자세까지, 이 모든 면에서 초심을 잃고 잘 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타인이나 미디어를 통해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제 스스로 잘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바로 초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 마루야마 쇼지戰 통해 배웠다

최두호가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가 처음부터 잘 하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종합격투기를 시작하고 첫 아마추어 경기에 나선 당시 최두호는 처절한 패배를 맛봤다. 아마추어 경기에서 내리 3연패를 하던 시점에서 그는 종합격투기를 관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엄청 자존심 상했죠. 너무 어린 나이이기도 했고요. 사실 한창 놀 나이인데 운동만 하다 보니 관두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거든요. '만화 주인공들은 처음부터 엄청 잘 하던데 왜 난 안되지?' 싶기도 하고. 3연패 했을 때 '다음 경기에서도 지면 그냥 관둬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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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최두호는 이후 4전 째부터 거짓말처럼 내리 10연승을 이어갔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40전 가까이 경기경험을 쌓고 프로무대로 데뷔한 그는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UFC에 데뷔하기까지 총 11승 1패의 압도적인 전적을 쌓았다.

그렇다고 마냥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이시다 미츠히로, 마루야마 쇼지戰의 아찔했던 경험을 지금도 잊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시다 때는 허리, 쇼지 때는 어깨 부상이 너무 심했어요. 특히 쇼지와 싸울 땐 양치질도 못할 정도로 왼손을 들기 어려웠거든요. 지금 그 경기를 다시 보신다면 확실히 그동안 제 경기 스타일이랑 많이 틀린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왼손을 못 쓰니 앞손 거리싸움을 포기하고 거의 한 손으로 싸웠어요. 자연히 경기도 난타전이 됐죠.”

하지만 최두호는 이 경기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배웠다고 했다. 사실 잦은 부상으로 동기부여도 실종된 상태에서, 오로지 ‘이 한 경기만 이기면 UFC로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그는 왼손을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거짓말처럼 쇼지를 꺾고 UFC로 진출을 확정지었다.

■ 검증? 나야말로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았다
 
현재까지 UFC에서 3연승을 달리고 있는 최두호는 모든 경기를 1라운드 KO로 끝냈다. UFC가 15위까지 제공하는 체급 내 공식 랭킹에도 빠르게 이름을 올렸다. 자연히 다음 상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최근 스완슨과의 대결이 UFC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거론됐다. 해당 루머도 발 빠르게 퍼졌다. 

특히 최두호는 이전부터 다수의 매체 인터뷰에서 “모든 선수와 싸워도 자신이 있지만 그 중 스완슨과 가장 싸워보고 싶다.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이처럼 최두호가 강한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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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흔한 말이지만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같이’는 제 격투 철학과도 같은 문장이에요. 물론 이게 말 한 대로 쉽게 되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긴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옥타곤에 오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타이틀전을 치르게 되더라도 그렇게 입장할 것 같아요. 그러니깐 나중에 제 경기를 보실 때 입장하는 장면에서 제 표정이 평소와 다르거나 진지하다면 ‘지금 최두호가 컨트롤이 안 돼서 긴장하고 있구나, 질 것 같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자신의 입장 장면을 유심히 관찰해보라며 조언을 남긴 최두호는 마지막으로 자신감에 찬 포부를 남겼다.

“항상 제가 누구 이기면 검증이 필요하다고 하고, 그 선수를 또 이기면 이번엔 다른 선수랑 검증해봐야 하고···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전 오히려 검증이 아니라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아직 다 보여주지도 못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그 기회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어요. 올해가 가기 전 연말에 꼭 한 경기를 더 치를 겁니다.”

과연 최두호가 말 하고 생각한 대로 이루어질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최두호의 얼굴을 봤다. 두 눈동자에서 그가 내뿜던 강한 자신감은 ‘그것이 곧 현실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사진 촬영 및 보정] 최웅재 작가
[장소제공] 영도 GTO 크로스핏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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