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쌀쌀한 날씨의 빅버드, 하지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은 그야말로 뜨거운 용광로로 변했다. 양팀의 선수들은 치열하게 부딫혔다. 1위와 최하위 울산과 수원삼성의 맞대결의 이야기였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울산 현대 호랑이는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2023 14라운드 맞대결을 펼쳤다. 울산은 1위, 그것도 압도적인 1위 반면 수원삼성은 최하위였다.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너무나 명확한 싸움이었다.

골리앗이 먼저 선제 펀치를 날렸다. 전반 5분 설영우의 크로스 날아들자 루빅손은 지체없이 왼발 발리슛으로 수원의 그물을 출렁였다. 울산팬들은 환호했고 수원은 이대로 무력하게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김병수 감독의 수원은 예전의 수원이 아니었다.선제골을 내준지 3분 후 염기훈이 얻어낸 프리킥 상황에서 이기제의 킥이 절묘하게 날아갔고, 공간을 파고든 안병준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오프사이드 여부에 대한 VAR이 있었지만 골은 그대로 인정되었다.

동점이 되자 울산이 바로 움직였다. 전반 20분 황재환을 빼고 올 시즌 폼이 절정에 오른 바코를 집어넣으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맞서 수원 역시 손호준 빼고 정승원을 투입하며 기동성을 높였다.

전반 중반부터 울산의 공격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전반 25분 설영우의 슈팅이 골대 모서리를 맞고 튀어나오는 등 쉴 새 없는 공격으로 수원 수비수들을 바쁘게 했다. 결정력만 좋았다면 두 골 정도는 더 만들어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수원은 계속해서 버텼다. 박대원과 한호강, 장호익의 수비 라인에 미드필더진까지 모두 수비에 가담하며 한방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방은 느닷없이 울산에서 터졌다. 전반 39분 루빅손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온 후, 울산 수비진영에서 볼을 잡고 올라오던 김영권이 느닷없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공은 양형모 골키퍼를 넘어 그물에 꽂혔다. 2대1 추가골, 김영권의 K리그 데뷔골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우세 속에 전반을 마친 울산은 추가골을 따내기 위해 계속해서 수원을 몰아쳤다. 하지만, 울산의 지긋지긋한 빅버드 징크스가 되살아난 것은 후반 16분, 이기제의 환상적인 프리킥이 조현우를 뚫고 박힌 것이었다. 2대2,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급해진 울산은 거세게 몰아쳤다. 아껴두었던 엄원상과 마틴 아담, 김민혁 등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모두 썼다. 하지만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수원의 악착같은 수비진은 좀처럼 울산에게 골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초조한 시간은 후반 막판까지 흘러갔다.

그 순간 스무 살 신인의 실수가 나왔다. 이상민의 클리어가 허공을 갈랐고, 설영우가 그 볼을 낚아채자 당황한 나머지 다리를 걸었다. 지체없는 페널티 킥, 마틴 아담은 침착하게 결승골을 성공시켰고 포효했다. 명승부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비록 승부는 정해졌지만, 모두가 승자였다. 최강 골리앗에 맞선 다윗, 비록 마지막 순간을 가른 것은 자그마한 실수였지만 절대 1강을 상대로 눌리지 않았던 패기, 그리고 숱한 공격을 막아낸 투지에 수원팬들은 모두 기립박수로 혈투를 보여준 선수들을 맞이했고, 그 질긴 수비를 뚫고 빅버드 징크스를 날려버림과 동시에 승점 3점을 챙긴 울산 선수들에게도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12,639명 모두가 승자였던 명승부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품 랭킹 TOP 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