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에서는 플레이가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자책하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표출하기도 한다.

많은 선수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화를 푼다. 속으로 화를 삭히는 선수도 있고, 몸부림치며 자신의 감정으로 표출하는 선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흥국생명의 에이스 김연경의 방식은 남다르다.

자신의 공격이 상대에게 걸리면 그물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배구공을 패대기 치기도 한다. 이따금 상대를 도발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상대팀의 항의를 받기도 하고, 이전에 비해서는 표현의 강도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24일 펼쳐졌던 정관장과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4세트 10대8로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김연경은 도수빈의 토스를 받아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렸다. 하지만, 공은 상대 블로커 메가에 막혔고, 맞고 튀어나온 공을 잡은 김연경은 공을 강하게 바닥에 치며 소리쳤다.

이에 전영아 주심이 제지했고, 김연경은 액션을 멈추고 다음 플레이를 준비했다. 김연경의 포효가 힘을 발휘한 것일까? 살얼음판을 걷던 4세트의 추가 흥국생명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포효 이후 김연경은 연속 오픈 공격으로 점수차를 13대9로 벌렸고, 이 차이를 끝까지 유지하며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김연경이 포효를 한 이유는 무엿일까? 먼저 김연경은 "상
대를 도발할 의도는 없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국내에서는 자기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잘못되게 볼 수 있고 안좋게 볼 수 있지만, 오히려 감정적인 표현들을 카드가 나오지 않는 선에서 화를 표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지론을 이야기했다. 속에 담아두는 것보다 화를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 플레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김연경은 "계속해서 화를 표출하면 그렇겠지만, 화를 내면서 빠르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고,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집중하고 단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속에 감추는 것 보다는 다같이 표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표현을 크게 하면 이에 대해서 말이 많다. 하지만, 나는 감정에 충실하면서 경기를 열정적으로 하고 앞으로도 더욱 열정적으로 경기를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철학을 지켜나가겠다고 답했다.

그의 포효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자기자신 뿐만 아니라 팀 전체를 깨우는 하나의 시그널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때문에 그는 현재까지 대한민국 배구에서는 없어서 안될 중요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제품 랭킹 TOP 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