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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트=강민성 칼럼니스트] UFC 206의 메인카드 첫 경기에 에밀 ‘발할라’ 맥이라는 노르웨이 출신 파이터가 UFC 데뷔전을 가졌다. 그의 별명인 발할라는 북구 신화 라그나로크에 등장하는 건물이다. 

신화에 따르면 오딘을 따르는 전사들 중 선택된 반수는 전장에서 사망 한 후 예인헤야르라는 영적 상태로 육체에서 분리된 후 발키리에 의해 아스가르드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발할라로 인도된다. 그곳에서 예인헤야르들은 오딘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후의 전쟁인 라그나로크에서 펜릴을 상대로할 최후의 전투를 대비해 훈련을 한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이 전투 훈련에서 많은 예인헤야르들이 처참하게 토막 나고 짓뭉개진다. 하지만 저녁만 되면 모두 되살아나 성대한 연회를 즐기는 날이 계속된다. 지휘관 토르의 거처도 이 건물 안에 있다. 

예인헤야르들은 해질 무렵 부활하고 즐거운 파티가 기다리기에 고통을 참아낼 수 있다. 목숨을 거는 것에 부담이나 두려움은 없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오딘의 선택을 받아 발할라에 든 예인헤야르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다. 미드가르드 전사들의 목숨은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MA의 케이지 안에서는 발할라급의 격투가 벌어진다. 정찬성과 레너드 가르시아, 쇼군과 댄 핸더슨, 케인 벨라스케즈와 주니어 도스 산토스, 마크 헌트와 안토니오 실바, 로비 라울러와 로리 맥도날드까지. 모두 토르가 영입대상 최고 순위로 꼽을만한 전사들이다. 

12월 11일, 이 명단에 두명의 이름이 추가되었다. 컵 스완슨과 최두호. 조 로건이 미쳤다는 말을 다섯 번이나 반복했고, 마이크 골드버그는 지금까지 본인이 지켜본 모든 경기와 달랐다는 평을 남겼다. 데이나 화이트는 트위터에, “오늘의 경기? 닥쳐라, 이건 올해의 경기다!”라는 멘션을 남겼다. 

경기 말미에 나온 골드버그의 언급처럼 이 경기에 패자는 없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서의 준비 부분에서의 교훈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보기 어려울 만큼 안타까운 장면이 많았지만, 꾹 참고 여러 차례 돌려보면서 몇 가지 주요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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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두호 vs 스완슨 핵심은? 스완슨을 각성케 한 그렉 잭슨과 조엘 디아즈의 경기 구조 혁신

본지의 경기 전 심층 분석에서 스완슨이 통상 간격의 타격전을 중심으로 무기고에 쇼트펀치와 니킥을 추가한다면 종합적이 전투력이 향상될 것이라 예상했다. 바로 특유의 먼 간격과 과도한 오버 익스텐션을 동반하는 라이트 스트레이트, 오버핸드 및 멀리서 구사되어 발목으로 떨어지는 레그킥을 정리하는 문제였다.

그런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연령이 30대 중반에 접어든 스완슨이 10월 중순부터 2개월이 채 안 되는 사이에 경기구조의 핵심적인 영역에 메스를 대고 스킬세트를 재배치하는 모험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하긴 힘들었다.

그러나 경기에서 스완슨은 통상거리에서 앞으로 전진하며 싸웠다. 레그킥은 최두호의 허벅지를 향했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지금까지의 경기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짧은 펀치들이 쏟아졌다. 오버 익스텐션의 문제는 사실상 사라졌다. 

이날 최두호가 대면했던 선수는 챔피언급 신체능력을 거의 완벽하게 발휘했다. 지난 8월 카와지리 타츠야와 싸웠던 스완슨에 비해 훨씬 강했다. 최두호에게 딱 맞게 오버홀을 마치고 1차 완성형에 도달한 상태였기 때문에, 기존의 스완슨을 상정하여 준비한 게임 플랜이 통하지 않았다.

스완슨은 잭슨-윙클존 아카데미 소속이다. 월드 MMA 어워드에서 올해의 코치상을 3년 연속으로 수상한 유일한 인물인 그렉 잭슨이 있고, 에어로빅을 하러 체육관을 찾은 홀리 홈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복서 5~6위권으로 성장시키고 UFC 벨트를 감게 만들었으며 지금까지도 코너를 맡고 있는 마이크 윙클존이 동반자의 위치에 있다. 한 달간 소속 파이터 네 명의 코너를 맡기 위해 남북반구 3개국을 종횡해야 하는 팀매드 양성훈 감독으로서는 이들을 모두 상대하기에 벅찬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스완슨에게는 복싱 코치가 따로 있다. 티모시 브래들리의 헤드 트레이너인 조엘 디아즈다. 그는 오래전부터 스완슨에게 복싱을 가르쳤고, 최두호와의 경기에서도 코너를 맡았다. 디아즈는 복싱계에서 최고의 트레이너 중 한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의 코칭은 스완슨의 경기 구조를 혁신하는 가이드가 되었을 것이다. 

올스타급 트레이너진의 충격적인 존재감, 그들이 산출한 놀라운 결과, 이를 분석하고 스완슨의 변화점을 체크하여 이를 통해 앞으로 최두호가 발전해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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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두호를 상대하기 위해 군더더기를 버린 컵 스완슨

앞서 요약한 바와 같다. 멀리서 과도한 스텝인(타격을 위해 앞발을 앞으로 디디는 스텝)으로 양발이 벌어진 만큼 머리와 뒷발을 잇는 연장선이 지면과 만나는 지점이 날카로운 각도를 형성하면서 얼굴이 무릎보다 한참 앞으로 나오게 되는 형태인 스완슨 특유의 라이트는 최두호를 상대로 구사해선 안 될 일이다. 통상거리에서 내는 공격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밀하게 카운터 하는 최두호에게 멀리서 나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공격은 자살행위다. 

따라서 스완슨 진영은 위의 테크닉을 사용할 일이 없었고, 스완슨은 통상거리에서 최두호와 대치했다. 덕분에 레그킥을 냈을 때 타점은 허벅지로 바뀌었다. 커버링도 항상 일정이상의 높이를 유지했다. 다이나믹한 자기류의 무술을 추구하던 스완슨은 사라졌고, 극도로 수준 높은 복싱을 베이스로 싸우는 종합격투가 스완슨이 나타난 것이다.

■ 최두호를 잡기 위한 컵 스완슨의 대두호 스페셜

최두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라이트 카운터 일격이다. 불시에 맞을 시 게임오버다. 그러나 이것을 대비한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끌어낸 뒤 맞는다면 한방에 쓰러지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단단한 맷집을 가진 선수들에게만 통용되는 이야기다. 물론 스완슨은 금속성 턱을 보유했고, 그는 최두호를 위해 최소 3~4 가지 특수한 테크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두 가지를 체크해 보자.

1. 왼손 드로우로 최두호의 라이트 카운터 끌어내고 오버핸드 아웃사이드 크로스카운터

이 장면은 1라운드에 두 번, 2라운드에 한 번, 3라운드에 한 번 나왔다. 상대의 왼손에 최두호는 매우 빠르고 정확한 라이트 카운터를 낸다. 그리고 라이트 하나로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레프트로 연결한다. 문제는 카운터 파이터들의 상징 같은 이 테크닉을 스완슨 진영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스완슨은 레프트 잽이나 훅을 던져 최두호의 라이트를 끌어낸다. 이 레프트는 일종의 미끼인 셈이고, 스완슨은 던지는 순간 진짜인 것처럼 연기를 한다. 하지만 절제된 체중이동으로 곧 자신에게 날아올 최두호의 면도날 라이트에 대비해 몸통을 시계방향으로 틀어준다. 즉 레프트를 롤링을 준비하면서 내는 것이다. 페인트로 보기에는 아카데미감의 연기력이었다. 

최두호의 라이트가 빗나가자마자 스완슨은 머리를 반대쪽으로 움직이며 라이트 오버핸드로 최두호의 레프트 훅을 덮어씌우는 크로스카운터를 적중시켰다. 바로 이날 최두호의 첫 실점이었다. 여기서 최두호가 앞으로 신경써야할 포인트 1번이 나온다. 공수전환인데, 마지막에 묶어서 살펴본다.

1R 3:28 스완슨 3-최두호2-3-스완슨4 [패턴 A (LD-훅투-오버 CC)]클린히트 (1)
1R 2:58 스완슨 1-최두호2 -3-스완슨4 [패턴 A (LD-훅투-오버 CC)] 미스 (1)
2R 4:36 스완슨 3-최두호3-스완슨4 [패턴 A (LHD-훅 없이 투-오버 CC)] 미스 (2) 
3R 4:43 최두호 1-2-스완슨3-최두호3-스완슨4 [패턴 A 원투-스훅-훅-스오버 CC)] 클린히트 (2) *오프 셋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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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레프트 페인트로 라이트 끌어내고 라이트로 아웃사이드 크로스카운터

이것이 이날 경기에서 최두호에게 프로 첫 그로기와 다운을 안긴 통한의 기술이었다. 최두호의 정직함이 여기서는 독이 됐다. 최두호가 레프트에 대한 카운터를 내는 시점은 상대의 바디랭귀지가 레프트를 시사할 때다. 단지 손동작이 아니라 몸 전체의 사인을 보고 최두호의 라이트가 나오는데, 이 부분이 역이용 당했다. 

2라운드 종료를 4분 3초 남긴 시점에서 스완슨의 자세는 프론트 페이스였다. 몸통이 상대를 향해 열려있는 형태인데, 이 자세에서는 레프트 훅을 강하게 돌릴 수 있다. 타이슨의 피커뷰 자세를 떠올려 보면 간단하다. 그리고 반대편 자세로는 스티븐 톰슨의 사이드 페이스가 있다. 상대 코너에서도 레프트 훅이라고 아주 크게 외쳐 방송에서도 들린다. 

스완슨의 바디랭귀지와 부가정보 상 레프트훅이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스완슨이 체중을 낮추며 양팔을 벌리고 스텝인 할 때 최두호는 라이트를 던졌다. 이건 기가 막힌 속임수였다. 스완슨은 거기서 레프트가 아닌 라이트 오버핸드로 최두호를 그로기로 몰아넣었다.

최두호의 라이트가 터지면서 반전이 이루어졌지만, 2라운드 후반에 이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라이트 카운터를 성공시키면서 스완슨이 분위기를 재반전시켰다. 이는 3라운드에서 또 한 번 활용됐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으려면 테크닉의 다양화, 타이밍의 다각화라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 부분도 차후에 다시 언급하겠다.

4:02 스완슨 3F-최두호4-스완슨4 [패턴 B (LHF-4-4)] (1)
0:52 스완슨 3F-최두호BS-스완슨4 [패턴 B (LHF-BS-4)] (2)
스완슨 3F-최두호4-스완슨4 [패턴 B (LHF-BS-4)] (3)

3. Fight fire with fire

이 이외에도 스완슨은 다양한 타이밍과 스킬로 최두호를 공략했는데, 요점은 카운터였다. 

33초 최두호1-스완슨3-2, 최두호 잽에 스완슨 훅투 카운터

1라운드 종료 33초를 남긴 지점에 나온 장면은 최두호가 이날 무엇에 당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다. 최두호의 잽에 대해 스완슨은 훅투라는 기본 카운터 콤비네이션을 보여주었다. 상대의 왼손을 카운터 할 때 투훅에 비해서는 훅투가 쉬운 스킬이다. 기본기이기도 한데, 최두호는 대단히 어렵고 막강한 위력을 가진 몇 가지 스킬세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쉽고 잘 맞으며 위력도 나쁘지 않은 기본 세트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다음장에 이 부분도 짚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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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두호가 보완해야 할 점은? - ①공수전환

이것은 수년전부터 문제가 되리라 보고 있었던 부분이다. 공격은 수비의 전단계이고, 수비의 완료는 공격개시의 마크다. 그러나 최두호는 워낙 우수한 카운터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공수전환 흐름이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 대부분의 상대가 1~2합을 넘기지 못하고 떨어졌지만 스완슨은 달랐다. 그는 복싱의 깊은 영역을 탐사하며 맷집에 자신 있는 모험가다.

투 펀치 콤비네이션을 위주로 싸우고 공격이 끝난 후 뻣뻣하게 제자리에 있는 버릇을 먼저 손봐야 한다. 다행히 이는 복싱의 기본 스킬로, 훌륭한 미트잡이를 상대로 열심히 치다보면 재능에 관계 없이 노력하는 만큼 늘게 되는 부분이다.

투-훅-바빙 레프트, 훅-투- 바빙 라이트, 투-훅-정면 커버링, 덕 언더, 머리 좌우로 흔들며 스몰 스텝 포워드, 훅-투-정면 커버링, 덕 언더(더킹), 스몰스텝 포워드, 투-체크 훅(레프트훅을 피봇과 함께)-덕 언더, 훅-투-숙이며 인사이드 피봇, 이런 게 투 펀치 카운터 콤비네이션의 기본 공수 전환이다. 

시간을 투자해 이 부분을 몸에 익힌다면 신나는 다음 단계가 기다린다. 앞의 부분이 공에서 수로 이어지는 부분인 만큼, 이 다음에는 수에서 공으로 이어진다. 투 훅 바빙 레프트는 상대의 레프트훅을 미스 시키기에 좋다. 그리고 레프트 훅을 내는 꼬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다. 

만약 이 동작 중에 상대의 레프트 훅이 머리위로 지나간다면 그 다음에는 머리와 배를 골라잡아 강력한 응징을 가하면 된다. 덕킹 하며 커버링 굳히고 정면으로 머리 흔들며 잔걸음은 상대의 어퍼컷을 수비하겠다는 의도다. 만약 이 동작중 상대의 어퍼컷이 빗나갈 경우 녹다운 블로우를 성공시킬 절호의 찬스를 잡을 수 있다. 상대가 밀고 들어오면서 반격하는 스타일이라면 양방향 피봇으로 대응하면 측면을 잡을 수 있다. 

이 다음은 다시 수비로의 전환, 공수전환이 극도로 우수한 두 볼륨 펀처가 만나면 이런 식의 기나긴 공수전환 시퀀스가 4단계까지 진입하기도 하는데, 종합격투기에서는 이미 클린치로 전환되는 시점이 된다. 하지만 2단계까지는 시간 나는 대로 익혀두면 언젠가 크게 쓸모를 발휘할 날이 올 것이다.

참고로 최근 UFC 데뷔전에서 웨일즈 출신의 브렛 존스라는 암초를 만나 첫 패배를 당한 곽관호도 극도로 우수한 신체적-정신적 자질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군필이라는 엄청난 장점까지 있는 미래의 챔피언이다. 종합격투기를 단련한 시간대비 경기력 면에서 세계적으로 이런 선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브렛 존스전의 패배는 오히려 이 선수에게 잔소리를 퍼부어줄 좋은 타이밍을 만난 것으로, 지금부터 곽관호가 성장하는 모습에 대해 기대를 가질 만하다. 존스 전에서 3라운드의 스트롱 피니시는 매우 믿음직한 장면이었다.

최두호와 달리 곽관호는 콤비네이션 스트라이커로 발전하고 있는데, 역시 문제는 공수전환이다. 좋은 것을 두세 개 넣은 뒤 빠져나오지 못하고 반격을 허용하는데, 곽관호에게도 필요한 것은 똑같다. 두 선수가 함께 복싱 트레이닝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곽관호는 큰 선수에 대한 저항력을, 최두호는 빠른 상대에 대한 대응을 강화시킬 수 있어 서로에게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물론 워낙 거리 멀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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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두호가 보완해야 할 점은? - ②카운터 메뉴와 타이밍의 다변화

카운터에는 대략 세 가지의 기본 타이밍이 있다. 방어 후 따라가며 받아치기, 상대의 공격이 나올 때 맞받아치기, 상대의 공격이 나올 때 빠른 공격을 감행해 먼저 때리기다.

최두호가 결정적인 위기를 맞은 이유는 가장 어려운 세 번째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롤디스 채프만이 170km짜리 속구만을 스트라이크 존으로 계속 던지는 셈이다. 필살기는 아껴 쓰는 게 좋다. 굳이 상대에게 자주 보여줄 필요는 없으며, 적중률 높고 부담 없는 기술로 상대의 마음을 먼저 꺾어버린다면 육체의 KO는 금방이다.

세 가지 타이밍이 있고 펀칭 궤적은 뻗어 치고 휘어 치고 올려 치고 찍어 치는 네 가지에, 그리고 길게 치고 짧게 치는 요령을 조합하면 종류는 무한하다. 잽에 대한 일반적 카운터만 해도 8종에 달한다. 세분하면 12종, 더 나누면 수십 가지의 바리에이션이 있다.

감각을 타고나는 건 본인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테크닉의 습득과 강화는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종합격투기에는 복싱 수련의 중요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복싱보다 급한 건 레슬링이고, 또한 선결조건으로 주짓수 방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충분히 갖추고 나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 데는 복싱만큼 훌륭한 무술도 없다.

■ 최두호가 보완해야 할 점은? - ③건드리면 좋은 놈, 안 되는 놈, 똑같은 놈

경기력 수준이 비슷해도 심리 구조는 모두 다르다. 외부 자극을 받아 강해지는 심리가 있는 반면 그와 반대인 경우가 있고, 전혀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다. 트래시 토크로 긁어줄 상대, 립 서비스로 띄워줄 상대, 신경 꺼도 좋은 상대, 사이콜로지컬 워페어라는, 맥그리거가 너무나 사랑하는 특수병기의 활용법은 상대를 세 가지로 구분해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 

최두호에게 적당한건 2번의 활용이다. 1번은 맥그리거의 모방처럼 보일 수 있어 큰 매력은 없다. 2번의 경우는 최두호의 외모와 함께 잘 어우러져 상대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성격에 따라서는 적의 캠프를 망치게 만들 수도 있다. 경기 대비 캠프에서는 본인을 극한까지 밀어붙여야 하는데, 약해보이는 상대방이 자신에 대한 칭찬만을 늘어놓는다면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스완슨의 경우는 성격 자체가 호감형일 것으로 추정된다. 수많은 인터뷰와 경기 중 드러나는 행동들을 보면 그는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이번 최두호전에서도 3라운드에 돌입하며 그는 팀매드 코너에 고개 숙여 인사했다. 

스완슨은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암으로 아버지를 잃었고, 매우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며 비행청소년이 됐다. 17~19세까지는 소년원 수감생활을 했는데, 이런 성격의 사람들은 무시당하는 걸 참지 못한다. 

성실하고 머리 좋고, 챔피언급 신체능력 보유자인 스완슨의 약점은 스타일에 대한 집착이다. 즉 어릴 때 소위 좀 ‘놀았던’ 사람 특유의 허세인지, 혹은 다른 이유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고도로 화려한 플레이에 집착했고, 그것이 그의 전체 경기력에 수많은 구멍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최두호가 그를 ‘킬러가 아니다’, ‘1라운드에 끝내겠다’고 말했을 때, 스완슨은 본인의 존재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두고 트레이너들과 진지한 대화를 통해 향후를 모색했을 것이다. 

보지 못했고 들은 것도 없지만, 두 달이 채 안 되는 사이에 그 정도로 변했다는 건 그만큼 심리적 자극을 강하게 받았으며, 그것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증거다. 따라서 다음부터는 상대에 대한 과격한 립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좋다. 그것도 단순 립 서비스가 아니라 디테일 살려서 한다면 효과를 꽤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경기가 잡히면 미디어의 이목이 집중될 텐데, 그때는 꼭 역심리전으로 상대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며 동시에 새롭게 장착한 공수전환의 기본기를 과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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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Zuffa, LLC/컵 스완슨 인스타그램
[기사] 강민성 칼럼니스트(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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