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이트=반재민 기자] 승리의 목전까지 와 있었다. 하지만, 그 승리 앞에서 2퍼센트의 부족함이 발목을 잡았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11일(한국 시간) 미국 콜로라도 펩시 센터에서 펼쳐진 UFC 파이트 나이트 139 야이르 로드리게스와의 메인이벤트 경기에서 5라운드 1초를 남겨두고 야이르의 엘보우 공격에 KO패했다.

이로써 정찬성은 유리하게 경기 운영을 펼치고도 판정승의 문턱에서 로드리게스의 한방을 넘지 못하며 패매, 지난해 2월 데니스 버뮤데즈를 상대로 따낸 승리의 기운을 이 경기까지 이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UFC 전적은 4승 2패가 되었다.

1초만 버텼다면, 판정승을 거둘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이었다. 정찬성은 로드리게스를 맞아 5라운드 내내 타격횟수, 유효타에서 우세를 점했다. 심판들도 이러한 정찬성의 경기운영을 알고 있었다. UFC의 채점방식은 라운드별 채점으로 우세한 선수에게는 10점, 열세인 선수에게는 8점 또는 9점을 준다. 

세 명의 부심 중 샐 다마토는 1,3,4라운드에서 정찬성이 우세, 데릭 클리어리 역시 2~4라운드 정찬성의 우세, 마크 밴 타인은 1·4라운드는 정찬성이, 2·3라운드를 로드리게스의 승리로 동률로 평가했다. 5라운드에서 서로의 체력이 떨어져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정찬성의 승리로 끝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5라운드 종료 1초전 둘의 희비를 가른 것은 2퍼센트의 차이였다. 두 선수에게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정찬성은 십자인대 부상, 어꺠 부상 등 큰 부상을 두 번이나 겪었고, 이날 경기에서는 1라운드 도중 로드리게스의 펀지에 맞아 얼굴을 다치는 등 악조건 속에서 싸워야만 했다.

야이르 로드리게스 역시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회 2주전 갑자기 일정이 잡히면서 급하게 몸을 만든데다가 이날 경기에서는 1라운드에서 발을 다쳐 제대로 된 킥을 구사하지 못했다. 경기 후 장내 아나운서가 “발을 다친 것 같다.“라고 물음을 던지자, 로드리게스는 ”1라운드에 정찬성의 무릎을 공격하다 발을 다쳤다.“라고 이야기 했을 정도로 로드리게스의 몸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다.

로드리게스의 세컨은 이미 로드리게스의 부상 상황을 알고 움츠러들어 한방을 노리려는 전략을 폈다. 로드리게스 역시 이 작전을 잘 수행해냈다. 라운드 도중 정찬성에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관중들에게 환호를 유도하는 등 퍼포먼스를 통한 수싸움으로 정찬성의 얼마없는 약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경기 종료 1초전 그 순간을 찾아 본능적인 한방으로 일격을 가했다. 

물론 정찬성 역시 로드리게스의 약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갑자기 바뀐 상대로 분석을 할 시간이 빠듯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공격으로 로드리게스를 괴롭혔지만, 로드리게스의 발 부상을 세컨이 일찍 캐치해 전략을 수정했다면, 그리고 지난 알도와 펼쳤던 타이틀전에서도 알도의 부상을 일찍 캐치하지 못해 타이틀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것처럼 이번 경기에서도 이러한 약점을 캐치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본다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정찬성은 링러스트는 없다는 듯 좋은 경기를 펼쳤다. 사실 그 어떤 스포츠보다 과격하고 피 보기를 밥 먹듯이 하는 격투기 선수에게 있어서 어깨 탈골과 십자인대 파열 부상은 치명적이다. 특히 정찬성의 경우에는 십자인대 파열 당시 부상정도가 심해 선수생활의 기로에 서야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찬성은 1년만에 아무렇지 않은 듯 옥타곤으로 돌아와 용맹하게 싸웠다. 비록 마지막 한방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했지만, 그기 보여준 싸움은 당당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UFC도 이 둘의 싸움에 경의를 표하며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의 경기에 선정했다.

2퍼센트의 차이로 갈린 둘의 싸움,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둘이 펼쳤던 싸움은 아름다웠다.

사진=ZUFFA LLC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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