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선두 현대건설을 격파하며 선두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던 흥국생명, 하지만 새해 첫날부터 감독과 단장 동반 사퇴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고 말았다. 

흥국생명배구단 핑크스파이더스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여일 단장과 권순찬 감독의 동반 사퇴 결정을 알렸다. 
이로써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권순찬 감독과 흥국생명의 동행은 단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마무리되었다. 

흥국생명의 임형준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으며, 단장도 동반 사퇴키로 결정하였다. 핑크스파이더스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지금까지 팀을 이끌어온 권순찬 감독께는 감사하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배구팬들은 구단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흥국생명이 본격적으로 V리그에 입성했던 2005년을 시작으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감독을 바꾼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일례로 프로화 이후 초대 감독이었던 황현주 감독은 1위 독주를 이어나가던 2005-06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해임되었다. 이후 김철용 감독이 부임해 우승을 이뤄내긴 했지만, 김 감독 역시 선수단과의 불화로 인해 2006-07시즌 물러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김철용 감독 이후 세화여고로 물러나있던 황현주 감독이 다시 감독으로 부임하며 팀은 안정기를 찾는 듯 했지만, 2008-09 시즌 도중 다시 황 감독을 해임하고 세화여고 감독이었던 이승현 감독을 올렸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선수단 혹사였지만, 이 역시 팀과 감독의 '방향성'이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황현주 감독을 보내고 선임한 이승현 감독도 칼날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카리나-김연경-황연주로 이어지는 초호화급 라인업을 갖고도 부침을 거듭했고, 결국 남은 시즌을 끝내지 못하고 사퇴, 어창선 감독대행에게 자리를 넘겨야만 했다.

이후에도 흥국생명은 2012년 차해원 감독이 도중 경질을 당하는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감독을 물러나게 하는 일이 있었으며 이번 권순찬 감독의 사퇴 역시 구단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배구계의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권순찬 감독의 사퇴로 흥국생명은 당분간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권순찬 감독은 고문 형태로 계속 조언 등을 해줄 예정이라고 구단은 덧붙였다.

선두 현대건설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선두 탈환의 기회를 잡은 흥국생명, 하지만 선장의 갑작스러운 하선으로 2023년 V리그는 혼돈에 빠지게 되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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