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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에서 원정 경기를 마치고 지금 방금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서부에서 동부로 넘어오는 시간이 5시간은 되는 것 같네요. 비행기 안에서 오랜만에 푹 자고 내려 비몽사몽 상태였는데 선수단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유리베랑 푸이그가 버스 안을 점령(?)해 버리는 바람에 잠이 확 깼습니다. 음악을 틀어 놓고 마이크로 소리를 지르고…, 뭐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지만 진짜 시끄럽네요^^.

이번 동부 원정은 부상 후 24일만의 등판이 예정돼 있어서 그런지 느낌이 살짝 다릅니다. 어깨 근육 염증으로 인해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재활을 통한 부상 회복에 집중하면서 팀이 정한 스케줄대로 움직여갔던 과정들은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경험이었던 만큼 그 시간들이 저한테는 아주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었습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더라고요. 팀이 이기면 부상으로 인한 부담이 약간 덜한 반면에 팀이 패하기라도 하면 제 부상이 더 부각되는 것만 같아 자꾸 미안한 마음이 커지는 겁니다. 어느 누구도 저한테 눈치 주는 사람도 없고, 팀에서는 가급적 완벽하게 몸을 만든 후에 올려보내려고 최선을 다해 신경 쓰고 배려하는데도 제 마음은 팀의 성적과 함께 자꾸 혼자만의 희비를 맛본 것 같습니다.

지난 17일(한국시간), 스프링캠프 때나 가보는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를 방문했습니다. 우리 팀 선수들 한 명 없는 그곳에서 루키 선수들을 상대로 4이닝 동안 60개의 공을 던지며 시뮬레이션 피칭을 하는데, 전 제 공의 위력이나 제구보다 제 어깨가 과연 어떤 신호를 보내올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마운드에 올라야 했습니다. 전력을 다한 피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60개에다 불펜에서 15개의 공을 더 던진 후에도 제 어깨는 말짱했습니다. 아프다는 신호도 보내지 않았고, 연거푸 스트라이크가 꽂히면서 제구에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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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명단에서 해제된 지난 14일, 45개의 불펜피칭을 마쳤을 때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은 시뮬레이션 피칭이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트레이너와 불펜 코치님이 계셨는데, 그분들도 제 공에 대해 만족하셨는지, 매팅리 감독님께 좋은 내용의 리포트가 전달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분들이 좀 더 이른 시기에 복귀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신 듯 합니다. 몸 상태대로라면 애리조나 원정 경기 때도 가능했겠지만, 매팅리 감독님과 허니컷 투수코치로서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마홀름 선수의 순서를 눈여겨보셨던 것 같습니다. 다른 선수의 자리보다는 마홀름을 불펜으로 내려보내고 그 자리에 절 집어넣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즌 초 구상했던 다저스의 선발진을 완성시키려 했던 것이겠죠. 그래서 14일 불펜피칭 후 17일 시뮬레이션 피칭과 복귀까지가 예상보다 좀 더 긴 시간이 걸렸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19일) 애리조나 체이스필드에서는 경기 전 ‘그 분’이 등장하셨습니다. 10년 전 자신이 달성한 퍼펙트 게임을 기념하기 위해 시구자로 나선 랜디 존슨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랜디 존슨은 저를 메이저리그로 이끈 주인공입니다. 한국에서 인터뷰할 때마다 롤 모델로 랜디 존슨을 꼽았을 만큼 ‘광속구 투수’ 랜디 존슨은 저의 우상이었습니다. 그런 그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가 시구할 때는 운동장에 나가기 직전이라 만나서 악수조차 나누지 못했습니다. 아마 볼 기회가 있었더라면 악수보다 공에 사인부터 받았을 겁니다. 그런 공을 갖게 된다는 건 한 마디로 가문의 영광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랜디 존슨하면 생각나는 게 그의 공을 맞고 즉사한 ‘비둘기’와 (김)병현이 형입니다. 애리조나가 우승할 때 최고의 선발과 마무리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의 마운드는 감히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철옹성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22일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 마운드. 과연 제가 그 자리를 더욱 견고히 쌓고 내려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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