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2018-19 V리그의 전초대회라고 할 수 있는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 대회와 2018 제천·KAL컵 남자프로배구대회가 각각 지난달 13일과 이달 16일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 되었다.

여자부에서는 대전 KGC인삼공사가 GS칼텍스 서울 KIXX를 3대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남자부에서는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의정무 KB손해보험 스타즈를 3대0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하며 대전 연고팀이 여자부와 남자부를 모두 휩쓸었다.

이 두 팀은 대전이라는 연고지뿐만 아니라 공통점도 갖고 있다. 전통의 강호였다가 최근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 그리고 FA로 데려온 신입생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MVP까지 차지했다는 점이다.

먼저 KGC인삼공사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IBK 기업은행과 더불어 V리그 우승횟수 3회로 최다우승을 마크하고 있다. 하지만, 2011-12 시즌 이후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 16-17시즌 서남원 감독이 새로이 부임하면서 패배의식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며 좀처럼 도약하지 못했다.

인삼공사는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올 시즌 전력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일단 멀티플레이어 한수지를 잔류시킨 인삼공사는 경북 김천 하이패스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최은지를 데려왔다. 도로공사에서 보조공격수 자리에 머물던 최은지는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가 없이 치른 컵대회에서 에이스 역할을 100퍼센트 수행해냈다.

최은지는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태국 EST와의 경기(18득점)와 현대건설과의 준결승전(16득점)을 제외하고 모두 20득점 이상을 기록하는 등 다섯 경기에서만 무려 113득점, 42.56%의 가공할만한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MVP에 선정되었다.

인삼공사에 최은지가 있었다면 삼성화재에는 송희채가 있었다. 안산 OK저축은행에서 FA로 팀을 옮긴 송희채는 수비형 레프트라는 기존의 롤을 버리고 에이스인 박철우를 보좌하며 OK저축은행 시절 송명근에게 가렸던 공격본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사실 삼성화재는 대회 전 우승을 하기에 힘든 전력이라 평가받았다. 아가메즈(우리카드) 파다르(현대캐피탈), 알렉스(KB손해보험) 등 외국인 선수들이 출전한 다른 팀들에 비해 에이스인 타이스 덜 호스트가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차출로 인해 뛰지 못하면서 온전히 박철우의 공격력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송희채는 에이스 박철우와 함께 팀의 득점을 나눠가지며 삼성화재의 공격력을 책임졌다. 송희채는 컵대회 동안 86득점 56%의 순도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했고, 리시브 성공률 역시 50%를 상회하며 삼성화재의 안정감을 책임지며 외국인 선수 없는 팀을 결승전까지 끌어올리는 주역이 되었다.

결승전에서도 송희채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송희채는 결승전에서 리시브성공률 50%를 기록한데 이어 공격에서는 17득점에 공격성공률은 무려 70%를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MVP에 선정되었다.

이번 컵대회의 우승은 삼성화재의 영광찾기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V리그 출범 당시인 2005년부터 2013-2014 시즌까지 현대캐피탈에 내준 두 번의 우승을 제외하고 모두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4년간 삼성화재가 기록한 성적은 처참했다.

2014-15 시즌 준우승으로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 삼성화재는 15-16시즌 플레이오프 패퇴, 16-17시즌에는 팀 창단 최초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는 등 최악의 시절을 겪으며 라이벌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컵대회를 기점으로 삼성화재는 외국인 몰아주기 배구의 기존 팀컬러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조직력의 배구를 장착시키며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아성을 위협할 강력한 팀으로 떠올랐다. 특히 현대캐피탈과의 준결승전에서 문성민, 파다르, 전광인 삼각편대가 포진한 현대캐피탈을 외국인 선수없이 3대1로 꺾은 모습을 본다면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 두 팀의 상승세가 시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인삼공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차출된 선수가 없어 온전한 전력으로 대회에 임했고, 다른 팀들은 강소휘(GS 칼텍스), 양효진(현대건설), 이효희, 박정아(이상 도로공사) 등이 국가대표 선수로 차출되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가게 된다면 알레나의 공격에 의존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하지만, 최은지가 컵대회와 같은 활약을 보인다면, 알레나에게 주어진 공격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고, 지난 시즌 지나친 공격편중으로 3라운드 이후 잔부상으로 고전했던 알레나의 퍼포먼스도 더욱 살아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삼성화재 역시 아직 타이스가 오기 전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서게 된다면 타이스에게 몰아주는 형식의 배구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리시브 라인이 안정감을 찾았고, 박철우의 공격력도 물이 오를대로 올라 국가대표 차출로 제대로 호흡을 맞춰보지 못한 타이스의 공격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지난시즌 좌절을 딛고 제2의 도약을 노리는 대전남매, 과연 본 시즌에서도 대전남매의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을까? 2018-19 시즌 V리그를 지켜볼 또 하나의 요소다.

사진=KOVO, 삼성화재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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