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다 히로키 스페셜 보이스 "인상에 남지 않는 구종은 의미가 없다' 


본 인터뷰는 일본의 야구 전문지 '슈칸 베이스볼(週刊ベースボール)' 2012년 6월 25일자호에 실린 인터뷰를 임의 번역한 것입니다. 모든 저작권은 일본의 (주)베이스볼 매거진社에 있습니다.



히로시마 시대와는 투구 스타일을 확 바꾼 양키스의 쿠로다 히로키. 울부짖는듯한 강속구가 아니라, 움직임이 심한 패스트볼, 변화구로 스트라이크 존의 4 구석을 절묘하게 활용해 타자와의 두뇌싸움을 제압하는 투수가 되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모든 구단이 탐낼만한, 시합을 만들 줄 아는 투수로써 평가받으며, 야구계의 강호 양키스의 어엿한 일원이 되었다. 메이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타자들을 막아 내기 위해 습득한 변화구와, 그 변화구를 유효하게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얘기를 들어봤다.

취재=오쿠다 히데키(스포츠 라이터)



포심만으로는 메이저에서 통하지 않는다


-메이저에서 공의 무브먼트를 중시하는 피칭을 지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쿠로다 메이저에서 살아 남기 위한 수단을 찾다 보니 그게 몸에 배었다, 이게 가장 크네요. 메이저리그에서는 저같은 정도의 직구 스피드를 가진 투수는 얼마든지 있으니, 포심만으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32살에 바다를 건넜으니, 이 나이에 포심의 포텐셜을 높이는 건 어려웠고요.


-히로시마 시절인 2006년, 슈트를 많이 던져서 땅볼을 양산시켜서 방어율 타이틀을 획득했었습니다.

쿠로다 제가 포심을 계속 고집했다면, 여기(메이저)에 오지 못했다고 생각하고요, 여러가지로 제 안에서 연구하고 생각해 온 결과, 이런 방향으로 발전시켜 온 거죠.


-일본의 투수들도 무브먼트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쿠로다 꼭 그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네요. 작년에 사이영상을 받는 클레이튼 커쇼(다져스)는 거의 포심만 던집니다. 직구에 힘이 있어서 그걸로 헛스윙을 잡을 수 있는 피쳐라면 포심으로 승부할 수 있죠. 단지 그게 언제까지 계속될까죠. 저처럼 30대 중반에서 후반이 되면, 투심 계통쪽이 안전. 애초에 그건 투수 각자가 추구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쪽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죠.


-로이 할러데이(필리스)등은 굉장한 싱킹성 볼을 던집니다.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쿠로다 타자들이 하는 말은, 멀리서부터 꾸-욱 움직이는 게 아니라, 타석 바로 앞에서 샤프하게 움직인다고 하더군요. 타자들은 그런 공이 가장 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쿠로다 투수의 싱커도 마지막 순간에 움직인다고 해서 타자들이 싫어하더군요.

쿠로다 싱커가 좋을 때는, 저 자신은 별로 움직이는 것 같지 않는데, 위험한 코스로 들어가도 배트가 빗맞아서 내야 땅볼이 는다는 걸 실감합니다. 거꾸로 움직임이 클 때는,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도 빨라서 타자에게 간파당하죠.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은 건가요?

쿠로다 미국은 넓기 때문에 서부와 동부는 환경도 기후도 달라서, 어떻게 해도 그 날 그 날 따라 공의 움직임이 달라지죠. 또한, 저 자신의 몸 상태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어려운 구종입니다. 그래서 피칭을 안정시키려고 생각한다면 공의 무브먼트에만 의지하지 말고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건, 그저 공을 움직이게 하기만 하면 좋은 게 아니라는 거죠. 그 부분이 파워 피쳐와의 차이점입니다. 파워 피쳐는 상대방의 쿠세를 생각하지 않아도, 힘으로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으니까요.


-우타자를 막아내기 위해 기본 축으로 삼는 구종을 알려 주세요.

쿠로다 우타자는 무릎 쪽으로 꺾이는 싱커가 머릿 속에 남아 있으면 바깥쪽 공이 더 멀어 보입니다. 그래서 몸쪽 싱커와 바깥쪽 슬라이더가 기본 축이 됩니다. 양 사이드를 활용하고 있는 게 결과적으로 좋게 나오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럼 좌타자일 때 기본 축으로 삼는 구종을 알려 주세요.

쿠로다 커터(커트볼)은 메이저 1년차 때부터 던져 왔습니다. 그 때까지의 의식은 "스피드도 내면서 크게 꺾이게 한다" 식이었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안 치고 그냥 보내 버리고, 타자의 머리 속에도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자의 몸 가까이에서 아주 조금만 움직이는 느낌으로 바꿨습니다. 포심이라고 생각해서 치러 나갔는데 빗맞아서 배트가 부러지거나 하면, 타자 머리속에 오래 남으니까요.


-커터가 유효하게 통하게 된 3년차 시즌 후반은, 좌우타자 구분 없이 강해졌습니다.

쿠로다 하나의 구종이 늘어난다는 것은 타자들도 머리속에 인풋해야 하는 구종이 하나 늘어난다는 거죠. 이게 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타자의 인상에 남지 않는 공이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커터를 의식하게 만듬으로써, 스플리터나 바깥쪽 싱커도 살아났습니다. 작년의 커터는 제 안에서의 이미지 대로 던질 수 있었죠.


타자가 변화구의 무브먼트에 강한 인상을 받게 함으로써 다양한 배리에이션으로 맞춰 잡는다


-올해는 그 커터가 마음먹은 대로 안 되나요?

쿠로다 그게 투수 모두의 고민이죠. 매해 컨디션도 다르고, 폼도 조금씩 틀어지고는 합니다. 그래서 꾸준하게 계속 결과를 내는 게 어렵죠. 


타자의 머리 속에 남은 공과 정 반대의 사고 방식으로, 타자의 의표를 찌르는 공이 있다. 좌타자의 가슴팍을 찌르는 프론트도어 싱커다. 쿠로다의 손가락에서 볼이 떠난 순간, 타자는 볼이라고 판단해서 몸의 움직임이 멈춘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마치 자석에 딸려가는 것처럼 궤도가 변화해서 홈플레이트를 스쳐 지나간다. 그야말로 기술이 응축된 선명한 1구다.
(프론트도어 : 우타자라면 몸쪽 볼 존에서 몸쪽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가는 변화구. 좌타자라면 투심이 몸쪽 볼 존에서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간다. 일본에서는 '內슬라, 인슬라' 라고도 표현한다. 원주)


쿠로다 프론트도어로 루킹 삼진. 싱커볼 투수 입장에서는 가장 기분좋은 삼진이죠. 움직이는게 너무 빠르면 위험한 공이지만, 컨택트 직전에 변화하면 타자는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던질 때 중요한 건, 프론트도어라고 의식하는 것. 포심을 던져서 지멋대로 역회전해서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공의 궤도를 이미지해서 제대로 던지면 그런 움직임이 됩니다.


-메이저 1년차 때, 그랙 매덕스에게 비디오를 보면서 사용법을 배웠다고 들었습니다만.

쿠로다 그렇습니다. 단지, 2스트라이크 이후에 거기에 던지면 루킹삼진을 잡을 수 있다던가, 그런 건 아닙니다. 카운트에 따라 다르고, 그 직전에 던졌던 공이나 첫 타석때인가 2번째 타석인가 등에 따라 다릅니다.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전 시합의 대결도 관계되죠. 간단하게 그 1구만으로 루킹 삼진을 잡을 수 있는게 아니라, 반드시 복선이 있습니다. 그걸 착각하면 큰일 납니다.


-어떻게 복선을 미리 까는가군요.

쿠로다 몇 번씩 상대를 하다 보면, 타자는 그 구종으로 루킹 삼진을 당한 걸 반드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만큼 데이터가 발달하다 보면, 어느 구종을 던지는가도 타자의 머리속에 들어있게 되죠. 그럼에도 의표를 찌르기 위해서는, 투수 쪽도 그 전에 커터나 높은쪽 공을 보여주는 등 미리미리 셋업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올 시즌은 프론트도어가 볼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쿠로다 커터가 좋을 때는, 타자도 그게 머리 속에 있으니 무심코 몸을 빼고 맙니다. 단지 올 시즌은 작년만큼은 커터가 좋지 않기 때문에, 프론트도어 쪽도 코스를 정확하게 노려야 하는 상태입니다.


-우타자의 바깥쪽 볼 존에서 홈플레이트를 스치는 싱커성 공은 유효하네요.

쿠로다 이걸 백도어 싱커라고 합니다만, 이것도 좌타자에의 프론트도어와 마찬가지로 의표를 찌르는 볼이죠.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가는 공이라서 너무 많이 던지면 타자들이 노리고 들어오니 위험합니다. 확실하게 가라앉아만 주면, 내야 땅볼이 되지만 말이죠.


-좌타자 상대로 슬라이더를 몸쪽 낮게, 볼 판정받을 코스로 던지기도 합니다.

쿠로다 그건 백풋 슬라이더라는 사용법입니다. 지금은 궤도가 잘 안 맞아서 좀처럼 완벽하게 던지질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도 만들어 두지 않으면 앞으로 힘들죠. 올 시즌은 스플리터가 마음처럼 떨어져주질 않아서, 횡적인 움직임에 의존하는 피칭이 많아졌습니다.


-양키스에 이적해서 처음 대결하는 타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비디오를 볼 때, 체크하는 포인트는?

쿠로다 타자의 분위기, 변화구에 대한 반응, 스윙의 궤적 등을 봅니다. 단, 타자의 정보를 머리속에 넣어도, 비디오는 제가 던지는 공이 아니니 100% 신용하면 안 됩니다. 비디오를 그대로 외우는 건 위험합니다. 참고로 삼는 정도죠.



살아 남기 위해 다양한 스타일을 찾는다


-일반적으로는 처음 대결할 때는 투수가 유리하다고들 합니다.

쿠로다 파워 피쳐라면, 자신의 공을 믿고 어그레시브하게 펑펑 공격적으로 가면 됩니다. 저는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가 아니라, 배트를 맞추게 해서 아웃을 잡는 타입. 대결해 본 적이 없는 타자는 기분이 나빠요.


-또, 투수는 늘 같은 포수 상대로 던지고 싶어한다고들 하는데요.

쿠로다 메이저에서 살아남겠다고 생각한다면, 다양한 피칭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편이 더 좋습니다. 포수는 각자 다른 사고방식이 있으니, 다양한 상대와의 조합을 가지는 편이 플러스가 되죠. 솔직히, 별 생각이 없는 포수도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잘 막아내기만 한다면 생각이 깊은 걸로 보이니까요.


-5월 27일 어슬레스틱스전에서는, 처음으로 크리스 스튜어트 포수와 배터리를 이뤄서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습니다.

쿠로다 굉장히 좋은 리드를 해 줬고, 그 날은 크리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좌타자의 몸쪽은 커터가 아니라, 포심으로 높은 쪽을 찌르고, 바깥쪽 백도어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벌었습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피칭이 가능했습니다. 


"메이저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을 찾는 중에 몸에 밴 것이 지금의 스타일"


-마지막으로, 공의 움직임을 늘리는 게 일본인 투수의 가능성을 넓혀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쿠로다 각자 타입이 있죠. 다르빗슈는 파워 피쳐 식으로 정면 승부를 해도 통할 수 있으니, 스타일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일본에서 파워 피쳐들만 건너오는 것도 아니고, 기교파만 오는 것도 아닙니다. 저같이 일본에서는 파워 피쳐라고 불렸어도, 여기서는 파워 피쳐가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전환기가 분명히 찾아 옵니다. 그런 점을 일본인들도 알 수 있게 된다면 좋겠네요. 일본에서도 장래에 할러데이 같은 엄청난 싱킹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나올지도 모르죠. 투수에게 있어서 각자 다른 방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하고 바랍니다.



쿠로다 히로키의 주요 구종 체크!

커터
마리아노 리베라(양키스)도 말했었습니다만, 포심과 똑같은 의식으로 던지는 게 중요합니다. 차이점은 마지막에 밀어서 채 주는 것 뿐. 릴리스 포인트 때, 타자에게 포심과 똑같이 보이게 해야 합니다.

싱커
꺾이게 하려고 뒤틀면 볼이 빨리 움직이기 시작해 버리므로, 팔을 무리하게 뒤틀지 않아야 합니다. 가능한 한 패스트볼에 가깝게 팔을 휘두르는 걸 염두에 두고, 거기서 어떻게 변화를 주느냐가 포인트.

스플리터(SFF)
그립 자체는 일본 시절과 똑같습니다. 모든 구종이 그렇습니다만, 스플리터도 싱커도, 최대한 패스트볼과 똑같은 팔을 휘둘러서 얼만큼 변화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저같은 경우 완급조절용 볼은 별로 없습니다.

슬라이더
테이크백 때부터 패스트볼과 거의 똑같은 팔 움직임으로 던져야 합니다. 릴리스 때만, 슬라이더 식으로 뿌리는 걸 의식하죠. 빠른 것과 느린 것 2종류가 있습니다만, 팔 스윙으로 차이를 줍니다. 변화 정도도 상대 타자를 봐 가면서 자신의 감각으로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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