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MLB의 가장 '큰 손' 하면 역시 LA 다저스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작은 불안했습니다. 2012년 시즌 중반에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라는 평가를 받은 대형 트레이드를 했습니다. 4명의 선수를 받았는데 1루수 아드리안 곤살레스는 2018년까지 1억54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상태였고 외야수 크로포드도 2017년까지 1억4200만 달러 계약에다가 부상에 시달렸습니다. 기량이 떨어진 투수 조시 베켓도 2014년까지 4700만 달러 이상이 남은 상태였고, 닉 푼토 정도가 저비용 고효율의 유틸리티맨으로 괜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패로 끝난 2012시즌 후 윈터 미팅에서 거물급 구매자가 될 것이라고 여겨지던 다저스는 큰 뉴스 없이 미팅을 끝냈습니다. 그러나 미팅이 끝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잭 그레인키와 6년 1억4700만 달러의 엄청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한국 프로야구의 에이스인 류현진에 6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불펜의 J.P. 하웰과 내야의 유용한 벤치 멤버 스킵 슈마커 등을 영입하며 팀 전력을 끌어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곤살레스와 푼토, 크로포드 등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는 물론 그레인키, 류현진, 하웰과 슈마커 등은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치며 다저스의 2013시즌 NL 서부조 우승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 유리베와의 재계약은 국내 팬들에도 관심거리였습니다. 내년에도 이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게 됐습니다. >

그리고 지난 주 끝난 윈터 미팅에서도 다저스는 이렇다 할 뉴스는 만들지 않은 채 네드 콜레티 단장은 조용히 올란도를 떠났습니다. 대형 FA 계약도 없었고 눈길을 끌었던 외야수 트레이드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맷 켐프가 시애틀로 갈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그의 에이전트가 켐프 트레이드는 트레이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는 발표와 함께 사그라졌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다저스의 올 겨울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지금까지 다저스가 이룬 가장 큰 일은 아마도 3루수 후안 유리베(34)와의 2년 1500만 달러 재계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년 계약을 고집하던 콜레티 단장은 유리베가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에서 2년 개런티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자 '그렇다면 유리베 대신 마이클 영과 계약하겠다.'라는 소문을 흘리기도 했지만 결국은 3년을 요구하던 유리베와 절충해 2년 개런티 계약으로 3루수를 확보했습니다. 유리베는 올해 2할7푼8리에 15홈런 50타점으로 공격에서의 기여도도 좋았지만 NL 3루수 중에 3위권에 늘 드는 기대 이상의 수비력과 함께 클럽하우스의 분위기 메이커로도 좋은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국내 팬들에게도 류현진의 절친이자 선배로서 사랑을 받았던 유리베의 재계약은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리베의 재계약은 다저스 내야의 우선적인 문제점을 해결해 주기도 했습니다.
만약 그를 잡지 못했다면 올해 공격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헨리 라미레스를 3루로 이동시키거나 또 다른 3루수를 찾는 등 주전 내야 자원의 충원이 필수였습니다. 특히 슈마커가 신시내티로, 푼토는 오클랜드로 떠났고 마크 엘리스는 세인트루이스가 계약에 합의했기에 다저스 내야 자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제리 헤어스톤 주니어마저 은퇴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리베의 계약으로 일단은 1루에 곤살레스, 유격수 라미레스, 3루수 유리베의 골격은 잡혔고 2루에는 4년 2700만 달러로 계약한 쿠바 출신 알렉산더 게레로를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원 포지션이 유격수였던 게레로의 타격은 빅리그 수준에 근접했지만 아직 2루 수비는 더 배워야 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현재 윈터리그에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남은 스토브리그에서 유틸리티 내야수의 영입이 필수고 가격이 맞는다면 마이클 영과의 재계약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셀러스와 고든 등도 백업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유틸리티 멤버 영입이 숙제로 남았지만 내야의 골격은 유리베와의 재계약으로 완성됐습니다.





< 윌슨은 마무리를 원했지만 다저스는 마무리급의 연봉을 주고 브라이언 윌슨과 재계약했습니다. >

브라이언 윌슨(32)과의 재계약도 돋보입니다.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온 윌슨은 올 중반 다저스와 1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후 정규 시즌 18경기에서 2승1패 3홀드에 평균자책점 0.66의 좋은 모습을 보이더니 포스트 시즌 6경기에서 1승 2홀드 무실점의 완벽투로 확실한 재기를 과시했습니다. 시즌이 끝난 후 윌슨은 마무리를 맡을 수 있는 팀을 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다저스는 1년 1000만 달러라는 마무리 급의 연봉을 제시하며 윌슨을 잡았습니다. 2015시즌에도 850만 달러의 선수 옵션까지 주면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켈리 젠슨이라는 든든한 마무리가 있지만 강력한 셋업맨에다 유사시에 걱정 없이 뒷문을 맡길 수 있는 윌슨을 잡은 것은 큰 수확입니다.

반면 하웰(30)과의 재계약 난항은 아쉬움입니다. 올해 67경기에 나서 4승1패 11홀드에 2.03의 좋은 활약으로 좌완 불펜 요원의 역할을 충실히 한 하웰은 꼭 필요한 투수인데 3년 계약 요구에 다저스는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이나 기량으로 봐서 연봉 400~500만 달러 선에 3년 계약이라면 다저스로서는 손해 볼 투자는 아닙니다. 현재 콜로라도와 협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같은 조 라이벌에게 빼앗긴다면 충격은 배가됩니다. 루키 좌완 파코 로드리게스가 좋은 활약을 했지만 시즌 막판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좌완 불펜 요원은 필수입니다. 카를로스 마몰과 에드윈 볼케스를 떠나보낸 다저스는 롱맨 역할의 우완 불펜 투수를 노린다는 소식인데, 그보다는 하웰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우완 선발 투수 댄 하렌(34)의 영입은 보험용으로는 조금 비싸다는 말도 있습니다.
올해 워싱턴에서 30경기 선발로 나서 10승14패 4.67을 기록한 하렌에게 내년 연봉 1000만 달러와 180이닝 이상을 던지면 2015시즌 1000만 달러 역시 옵션으로 개런티를 했습니다. 지난 2년간 22승27패에 4점대 중반의 ERA를 보인 투수라는 점에서 비싼 몸값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리키 놀라스코는 미네소타로 떠났고 테드 릴리는 은퇴, 카푸아노는 FA로 떠난 가운데 부상과 수술에서 회복 중인 빌링슬리와 버켓의 복귀 시기 등이 불투명하므로 싱커볼러로 160이닝 이상을 맡길 수 있는 하렌의 영입은 4,5선발로는 조금 비싸지만 괜찮은 투자로 보입니다.

일단은 커셔-그레인키-류현진-하렌으로 이어지는 좌-우-좌-우의 다양한 특성의 선발 투수진이 구성이 됐으니 투수진의 큰 그림은 그려진 셈입니다.
베켓이나 빌링슬리가 좋은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됩니다. 그리고 다저스는 여전히 포스팅만 된다면 타나카 마사히로에게도 관심이 있습니다. 탬파베이의 데이빗 프라이스 트레이드에서는 일단 손을 뗀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다저스의 투자 의지와 방향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저스의 유망주 비축이 많지 않아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프라이스 트레이드 전쟁은 쉽지 않겠지만, 만약 타나카 쟁탈전이 벌어진다면 다저스를 제외할 수는 없습니다.





< 25세에 이미 전설의 투수가 될 기대를 모르는 커셔와 다저스가 겨울 동안 연장 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이상 사진=다저스 SNS >

다저스는 여전히 외야수 중에 하나는 트레이드할 수도 있습니다.
그 대상은 맷 켐프나 안드레 이디어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푸이그는 수퍼스타의 잠재력을 보인 영스타이고 크로포드는 남은 장기 계약이나 부상 위험이 큽니다. 시애틀에서는 계속 켐프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다저스는 내심 이디어를 트레이드를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트레이드는 추신수의 거취에도 영향을 끼치므로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그러나 다저스의 남은 겨울 가장 큰 과제, 혹은 목표는 클레이턴 커셔와 헨리 라미레스의 연장 계약입니다.
만 25세의 커셔는 이미 두 번의 사이영상을 수상한, 당대 최고는 물론 역사상 손에 꼽을 좌완 투수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데 사상 최초로 3000만 달러 연봉 선수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카노가 10년 2억40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가운데 5일에 한 번 등판하는 선발 투수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커셔의 가치는 하늘을 찌를 것이 분명합니다. 과연 다저스가 장기 계약으로 커셔를 묶을 수 있을지, 아니면 커셔 진영이 내년 시즌 후의 FA 시장을 노크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MLB 팀이 언뜻 보기엔 비상식적인 엄청난 계약을 맺는 이유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면 그 투자를 모두 뽑을 수 있기 때문인데, 커셔라면 투자 위험성이 떨어지는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미레스는 올해 86경기만 뛰면서 3할4푼5리에 20홈런 57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시즌이 끝나고 라미레스는 다저스에서 야구 생애를 끝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라미레스의 내년 연봉은 1400만 달러이고 계약이 끝나는 해입니다. 만 30세 생일을 며칠 앞둔 라미레스는 격이 다른 공격력을 보여주는 선수이고 한동안 다저스의 중심 타선을 이끌 수 있습니다. LA 생활을 만끽하는 그에게 장기계약이 게으름을 안겨줄 수 있는 다소간의 위험성은 분명히 있지만 나이나 능력이나 되살아난 야구 열정 등을 보면 5,6년 연장 계약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크로포드-푸이그-곤살레스-라미레스-켐프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당분간 꾸준히 구축하고 건강의 행운이 따른다면 가공할 타선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커셔와 그레인키가 이끄는 선발진에 윌슨과 젠센이 이끄는 불펜이 조화를 이루면 당연히 어떤 조에 갖다 놓아도 우승 후보입니다.
물론 시즌은 주전 선수들로만 끌어갈 수는 없습니다. 현재의 모습으로는 유틸리티 선수들과 불펜의 빈자리를 메울 투수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다저스는 강세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팀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다저스의 겨울'은 절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 기사는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Wikipedia, baseballprospectus.com, Bleacher Report, minkiza.com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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