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데뷔전을 치른 고진영(23, 하이트진로)이 데뷔 첫 무대부터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골프팬들에게 다시금 한국 여자골프의 강력함을 보여주었다. 고진영은 18일(현지시간) 애들레이드의 쿠용가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렸던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LPGA) 2번째 대회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갑도적인 드라이브 적중률을 바탕으로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2위인 최혜진을 3타차이로 따돌리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데뷔전 우승은 LPGA 역사에서 1951년 이스턴오픈의 베벌리 핸슨(미국) 이후 사상 두 번째의 대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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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이의 실력은 이미 검증을 받았죠, 브리티시 오픈에서도 준우승 했고,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했죠, 어디를 가도 잘해낼 수 있는 실력을 가졌습니다.”
(딘 허든, 고진영의 캐디)

[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사실 고진영은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미국 진출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다. 선배였던 장하나가 LPGA 무대를 떠나 KLPGA 무대로 돌아오는 등 LPGA에 진출하는 것이 오히려 본인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진영은 이러한 고민을 선배들에게 털어놓았고, 그 중 한마디가 고진영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바로, 고진영의 영원한 롤 모델, 서희경이었다. 서희경은 지난 2009년 KLPGA에서 현재 LPGA 최고의 선수로 등극한 유소연과 함께 국내무대를 주름잡으며 대상을 수상한 선수였고, 2011년 LPGA에서는 신인왕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비록 2015년 은퇴를 선언했지만, 현재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SBS 골프의 해설위원으로서 골프계에 이바지하고 있다.

고진영은 어린시절부터 서희경을 존경했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서희경의 스윙을 무수히 돌려보며 자신의 폼에 이식했을 정도였고, 당시 서희경을 후원하고 있던 하이트진로를 이후 메인스폰서로 택한 것을 본다면 그가 서희경을 얼마나 큰 존재로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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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 하나은행 우승 직후 고진영은 서희경에게 SOS를 청했다. 대선배이자 우상에게 청하는 도움이었다. 서희경 해설위원도 당시를 회상했다. 서 위원은 “진영이가 LPGA 진출을 하는 데 있어 조언을 해달라고 했기에 몇마디 조언을 해줬다. 그러더니 확신이 선 것 같더라.”라며 웃어보였었다.

고진영에게 한 서희경의 조언은 단 두마디었다. 먼저 “후회없는 선택을 해라.”라는 조언이었다. 이어서 “지금 당장이 아닌 10년 후를 바라보는 선택을 해라.”라는 조언이었다.

서희경은 LPGA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당당하게 보이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골프팬들까지 사로잡았었다. 사실상 도전을 택하라는 조언이었다. 고진영은 이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LPGA 마지막 대회였던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통해 도전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미국본토에서의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이 대회에서 고진영은 서포터도 없이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와 9언더파 279타를 기록, 리디아 고(뉴질랜드), 장하나 등과 함께 공동 16위에 오르며 좋은 성적을 거뒀고, 대회 직후 바로 LPGA 진출을 선언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맞이한 2018 시즌, 고진영은 롤 모델이었던 서희경도 이루지 못한, 공식 데뷔전 최초의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아직 스물 셋에 불과하기에 미래도 밝다. 이제 고진영이 향하고 있는 1차적인 목표는 2015년부터 이어진 한국 선수들의 신인왕 타이틀(2015년 김세영, 2016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을 물려받는 것이다.

일단 시즌 스타트는 좋다. 이제 고진영에게 남은 것은 이 기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나가는 것이다. 과연 고진영은 롤 모델 서희경이 이뤄낸 것처럼 세계적인 골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데뷔전을 본다면 이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보인다.

사진=순스포츠 홍순국, 위키피디아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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