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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TOP FC는 지난 5월 22일 열린 11번 째 대회부터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TOP FC는 IB스포츠 채널을 통해 꾸준히 방영됐지만, 상대적으로 채널 접근성이 낮았다. 그만큼 많은 격투 팬들이 생방송으로 경기를 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 대회부터 스포TV를 통해 생중계를 시작했고, 대형 포털 사이트를 통해 송출을 시작하면서 모바일 접근성도 좋아졌다.

이렇게 새로이 거듭난 환경에서 열린 TOP FC 첫 대회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은 바로 현 밴텀급 챔피언 곽관호(27, 코리안탑팀)였다. 메인이벤트에서 알프테킨 오즈킬리치(30, 터키)를 상대로 동물적인 탄력과 감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종합격투기 입문 2년 반 만에 9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가장 유력한 차기 UFC 파이터로 떠오르고 있는 곽관호를 엠파이트와 성승헌 캐스터, 이정수 기자가 진행하는 ‘성캐의 MMA 백야드’에서 만났다.


■ 9연승의 커리어 중 가장 힘들었던 상대, 알프테킨 오즈킬리치

화상전화 인터뷰로 연결한 곽관호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얼굴에 여기저기 생긴 상처와 멍이었다. 상당히 생경한 모습이기도 했다. 다름이 아니라 챔피언 곽관호의 별명은 바로 다름아닌 ‘핸섬’인데, 이는 그의 잘생긴 외모를 뜻하는 것 외에도 격렬한 경기를 끝마친 후의 얼굴이 매번 상처 하나 없이 깔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이번 경기처럼 안면에 타격을 많이 허용한 적이 없었어요. 유효타를 많이 맞기도 해서 저도 정신이 없었는데, 경기 직후 오즈킬리치가 이겼다며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솔직히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는 웃고 있었어요. 제가 봐도 판정은 이겼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거둔 승리라고 생각해서 자중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막상 판정 결과가 나왔을 때도 타격을 많이 허용한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처럼 곽관호는 자신이 거둔 9연승 무패의 커리어 중 이번 시합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오즈킬리치는 과거 UFC에서 1승 3패를 거두며 퇴출된 바 있지만, 사실 그는 대단한 기량을 자랑하는 파이터다. 실제로 오즈킬리치가 당한 세 번의 패배는 현재 UFC에서도 이름이 쟁쟁한 정상권 파이터인 존 리네커, 루이스 스몰카와의 경기였다. 특히 리네커와는 상당히 터프한 시합을 펼치기도 했다.

곽관호는 이어 오즈킬리치에 대해 “맷집이 정말 좋은 선수였어요. 하드웨어도 단단하고 펀치도 세게 휘두르는 통에 저도 정타를 많이 맞았거든요”라고 말하며 화면 너머로 자신의 퉁퉁 부은 왼쪽 허벅지를 보여줬다.

“제가 로우킥을 많이 차기도 했지만 맞기도 많이 맞아서 다리가 엉망이에요. 경기에서 확실히 피니시를 시켰어야 했는데, 그만큼 확실하게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오즈킬리치도 경기 직후 그런 항의의 제스처를 취한 것 같습니다”

■ 팬들의 쓴소리까지 지나치지 않는 진짜 챔피언의 자질

혹시 그렇다면 곽관호는 경기가 끝난 후 오즈킬리치와 이야기를 나누어 봤을까.

이러한 질문에 그는 “경기 후 인터뷰랑 사진촬영을 끝내고 대기실로 바로 갔는데 이미 떠났더라고요. 아마 5라운드 때 제 타격에 코가 휘어서 병원에 빨리 간 것 같아요. 끝나고 경기 영상을 다시 봤는데, 3라운드에 흥분을 해서 사커킥을 할 뻔 했는데 그 때 미안하다는 제스쳐도 취하지 않아서 사과도 하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운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곧 SNS를 찾아서라도 연락을 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겠다며 곽관호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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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경기는 TOP FC 대회 최초로 스포TV와 대형 포털을 통해 생중계가 됐다. 그만큼 단체의 챔피언인 곽관호를 알리기에도 좋은 대회였다. 과연 챔피언은 이러한 미디어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을까.

“직접적으로 체감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많은 분들이 보신 것 같아요. 사실 제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는데, 그래도 경기를 보시고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무엇보다도 SNS와 각종 메시지로 응원과 축하를 보내주신 팬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곽관호는 팬들의 축하뿐 아니라 쓴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댓글에서도 많은 분들이 해주신 이야기들을 빼놓지 않고 봤어요. 상체 움직임이 많이 적고, 공격을 허용할 때 발이 멈춰있거나 움직임이 멍할 때도 있다는 의견들이 있더라고요. 앞으로도 제가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코칭스태프뿐 아니라 팬들의 비판적인 이야기까지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진짜 챔피언의 자질을 느낄 수 있었다.

■ TOP FC와 PXC의 더블 챔피언···“하지만 마음을 급하게 먹지는 않는다”

격렬한 경기를 치른 만큼, 현재 곽관호는 남양주에 있는 본가에서 휴식 중이라고 밝혔다. 챔피언이지만 동시에 아직 27세의 젊은 파이터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마음껏 먹고 있다며 현재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사실 다가오는 7월 8일에 PXC 밴텀급 타이틀 1차 방어전도 예정되어 있었어요. 트레빈 존스와의 2차전이었는데, 이번 TOP FC 경기가 먼저 잡혀있었고 현재 부상도 있어서 PXC 경기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오즈킬리치와의 경기 전에도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움직이기가 힘들었는데, 다행히 후원 관계에 있는 예스병원에서 치료해줘서 지금은 나아졌어요. 이제 시합이 끝났으니 더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어쨌든 곽관호는 이번 경기로 종합격투기에 입문한 지 만 3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무패 9연승의 놀라운 전적을 만들어냈다. 20대의 젊은 나이도 그렇지만 군필자로 병역문제까지 모두 해결한 터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지는 기대주다. 하지만 그는 UFC 진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앞서나가지 않고 말을 아꼈다.

“사실 지난번에 PXC 밴텀급 타이틀까지 따냈을 때 기대를 살짝 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만큼 기대를 많이 가질수록 실망도 큰 법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 위치에서 꾸준히 기다려야겠죠.”

앞서나가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훈련하며 조용히 기다릴 것을 밝힌 곽관호는 “저는 지금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 드릴 겁니다. TOP FC도 사랑해주시고,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영상] 박제영, 황채원 PD
[사진] 최웅제
[기사] 조형규 (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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