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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반재민 기자] 올 시즌 초반 V리그에서 떠오른 화두는 가스파리니의 채식이었다.

시즌 개막전 월드리그에서부터 육류 섭취를 하지 않기 시작한 가스파리니는 시즌에 돌입하면서 언론에 육류 섭취를 중단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많은 배구팬들과 관계자들을 가스파리니의 식단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 많은 열량과 힘이 필요한 운동선수 특성상 많은 열량과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육류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시즌 초반 가스파리니의 부진까지 겹치며 가스파리니의 채식이 경기력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느냐는 회의적인 시각 또한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스파리니는 그러한 걱정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팀의 주포로 대한항공을 이끌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는 개인 시즌 3호 트리플크라운을 작성시키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렇게 식단 하나에 성적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하나가 운동선수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과연 가스파리니가 하고 있는 채식식단은 무엇일까? 그리고 채식이 운동 퍼포먼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V-포커스를 통해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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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의 기준, ‘완전 채식’과 ‘준 채식’

채식주의라는 뜻은 ‘인간이 동물성 음식을 먹는 것을 피하고, 식물성 음식만을 먹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성 음식은 보통 동물로 만든 음식과, 우유, 치즈와 같이 동물로부터 나온 유제품, 동물의 알, 동물 성분을 물에 넣고 끓인 국물과 어류까지도 포함하는 음식을 전부 먹지 않는 것인데 이를 비건(vegan)이라 부른다.

비건 운동선수의 대표적인 예로는 테니스의 여왕,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를 들 수 있다. 윌리엄스 자매는 2011년 언니인 비너스 윌리엄스가 만성피로질환인 쇼그렌 증후군 판정을 받았고, 동생인 세레나 역시 폐색전증으로 인해 모두 선수생명을 끝낼 수도 있었던 위기의 상황이었다. 이때 의사에 조언에 따라 윌리엄스 자매는 완전 채식에 들어갔고, 현재까지 실천하고 있다.

채식을 하는 동안 세레나 윌리엄스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 2016년 윔블던 테니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그랜드슬램 통산 우승을 23회, 단식 부분 트리플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가 되며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비건과 달리 엄격하지 않은 채식의 경우에는 동물의 고기를 제외한 일부의 동물성 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다. 이를 준채식(Semi-vegetarian)이라고 부르는데, 가스파리니는 그 중에서도 우유, 달걀, 생선까지 먹는 채식주의자인 페스코 베지테리안(Pesco-vegetarian, Pescetarianism)에 해당한다. 인터뷰에서도 가스파리니는 “육류만 먹지 않을 뿐 유제품과 생선과 해물류는 잘 먹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비건보다는 영양소를 더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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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은 운동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고기를 섭취하지 않는 선수들에게 보여지는 큰 관심사는 과연 채식이 운동 퍼포먼스에 지장을 주지 않는지 여부다.

실제로 미국 등 세계 여러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채식주의와 운동 퍼포먼스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채식주의 식단을 실천하고 있는 운동선수들도 이따금 나오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영양사협회(ADA), 캐나다영양사협회 등 전문가들은 "운동으로부터 신체능력, 퍼포먼스 및 회복은 적절한 영양에 의해 영향 받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최적의 식품 및 수분의 선택, 이들의 적절한 섭취 타이밍 그리고 필요에 따른 식이보충제 섭취를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고기를 먹지 않아도 충분한 열량과 영양소가 몸 안에 있다면 퍼포먼스 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 그렇다면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음식들은?

채식에서 비타민, 탄수화물, 지방 3가지 에너지 영양소 중 가장 섭취하기 힘든 것은 바로 단백질이다. 물론 다른 대체 식품도 있지만, 육류에 함유되어 있는 단백질에는 미치지 못 한다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때문에 최근 콩(콩고기), 아마, 대마(Hemp), 견과류, 곡류(보리, 귀리 등), 해조류(김 등) 등으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부족한 단백질 부분을 탄수화물의 양을 늘리며 보완하는 방식도 있다.

가스파리니 역시 이러한 의견에 동의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육류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영양소가 결핍되거나 그러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고기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다른 음식들을 통해서 채워가기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아도 전혀 경기력에는 영향이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타민과 미네랄은 이미 채식식단에서도 충분히 보충될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가스파리니 역시 특별한 보충제는 먹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엄격한 식단관리가 계속 이어질 경우 향후 철분, 칼슘의 결핍 위험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보충제 섭취는 필요하다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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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을 하는 여성 선수들에게 있어 주의해야할 점은?

육류를 먹지 않는 운동선수들에게 있어 가장 까다로운 요소는 철분이다. 기존의 식단으로는 철분을 보충하기 힘든 편이다.

그나마 철분을 보충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말린 푸른이나 건포도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말리면서 중량에 비해 영양소의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에다. 렌틸콩과 같은 콩류도 좋다. 콩을 비롯한 견과류들은 마그네슘, 아연의 함량이 높아 철분 부족을 일정량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 운동 선수들의 경우, 철분 결핍은 퍼포먼스를 방해하는 3대 증상 중의 하나로 여겨질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대체식품도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논문에서도 여성 운동 선수들은 철분을 충분히 섭취하더라도 퍼포먼스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서 철분 보충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육류를 먹지 않아도, 육류에 들어있는 모든 영양소들은 모두 대체식품을 통해 보충이 가능하다는 공통된 견해가 있었다. 따라서 체계적으로 식단을 조절할 수 있다면, 채식을 하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에 대한 걱정 없이 충분히 퍼포먼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식단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채식을 시도했다가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스포츠 영양사나 의학 전문가들의 진단과 분석을 통해 시도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채식주의와 퍼포먼스의 사이에서 선수들은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바꿔나가고 있는 중이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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