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 인삼공사의 주장 오지영에게는 시련의 라운드였다. KOVO컵 새로운 공격력으로 4강에 오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하자 분위기는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개막 3연패, 개막전에는 미들블로커로 무럭무럭 커가는 정호영까지 십자인대파열이라는 중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되었다. 2018-19 시즌 19연패의 악몽이 떠오르는 시즌 스타트였다.

개인적인 악재도 겹쳤다. 자신의 SNS에서, 그리고 구단 공식 인터뷰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던 반려견 샤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최근 급속도로 좋지 않아진 샤넬이의 건강을 위해 이영택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허락을 받아 집에서 숙소까지 데려와 보살폈지만 애석하게도 하늘로 떠났다. 자식과도 같은 반려견의 죽음, 자식을 잃는 것과도 같은 큰 아픔이었지만 오지영은 일어서야 했다. 그리고 다시 코트에서 몸을 날려야 했다.

GS칼텍스와의 경기를 승리로 이끈 후 오지영은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위해 길었던 머리를 잘랐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베테랑 선수로서 그리고 인삼공사의 주장으로서 그는 새로워진 사과머리와 함께 코트에 다시섰다.

새로이 바뀐 머리를 처음 본 선수들은 놀랐다. 심지어 상대팀 선수들도 놀랐을 정도로 그의 숏컷은 과감한 것이었고, 자신의 결의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였다. 과감해진 머리만큼 플레이도 과감해졌다. 8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그는 최고의 수비로 팀을 든든히 받쳤다.

특히 2세트에서 황민경과 고예림, 루소의 공격을 차례대로 받아올린 것은 백미였다. 오지영을 위시로 한 선수들의 조화로운 플레이 덕분이었을까? 인삼공사는 현대건설에 셧아웃 승리를 거두고 2연승, 4위로 끌어올렸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오지영은 새로운 머리에 어색해 하면서도 상승세인 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인터뷰 내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과머리를 한 이유부터 먼저 물었다. 오지영은 "반려견 샤넬이 떠난 후 어떻게 하면 그를 위해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머리를 잘랐다."라고 설명했다. 숏컷을 한 후 변화에 대해서 "다른 팀 선수들도 나를 5~6살 정도 어려보인다고 이야기했다."라고 웃었고, 앞으로 숏컷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숏컷이 편하다. 머리를 감기 편하기 때문에 당분간 숏컷으로 유지할 것이다."라고 웃음 지었다.



머리만큼이나 변화한 인삼공사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KOVO컵에서 센세이션한 공격력으로 4강까지 올랐지만 막상 개막전 패배 후 3연속 내리 패배하며 선수단 전체에 불안감이 휩싸였던 상황이었다. 오지영은 이에 대해 "선수들이 더욱 더 독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선수들이 워낙 여리고 차분하다보니 멘탈에 너무 쉽게 흔들린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독한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동의하셨다."라고 이야기했다.

10월 28일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완패를 당한 후 다음날 가진 훈련에서 오지영은 선수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을 한명 한명 다독여줄때 선수들이 모두 울더라 다들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오지영은 후배들의 눈물을 보고난 뒤 바로 선수들을 불러모아 이야기를 했다. "오늘까지만 슬퍼하고 내일부터는 프로답게 독한 마음을 갖고 하자."이 한마디가 선수들을 바꾼 터닝 포인트가 되었고, 2연승을 만들어냈다.

오지영은 이에 대해 "선수는 잘 풀리든 풀리지 않든 프로답게 해야된다. 물론 지고 있을 때 하기 싫을 수 있다. 하지만 하기 싫어도 그것을 해내는 것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그 정신을 선수들에게 주고 싶었다."라고 베테랑과 주장에 걸맞는 철학을 이야기했다.

훈련 뿐만 아니라 코트 위에서도 오지영은 솔선수범한다. 불안한 리시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오지영은 "리시브는 자신감이다. 선수들이 미스를 하든 안하든 뭐라하지는 않는데 무조건 잘했다고 하고 커버해줄테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한다. 위치 선정만 해줄 뿐 혼자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리시브 지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제 오지영은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감도 충만하다. 오지영은 "선수들끼리 믿음이 강하다. 충분히 2연승을 했기 때문에 분위기를 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개막전 뼈아픈 패배를 안긴 기업은행에 대해서도 "라자레바를 열심히 잡아보겠다."라고 각오를 드러내보였다.

달라진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더욱 달라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오지영,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샤넬이를 위해, 그리고 같이 함께할 반려견 망치를 위해, 그리고 인삼공사 팀을 위해 그는 언제나 마찬가지로 코트 위에서 공을 향해 몸을 날릴 것이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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