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문제는 스포츠계에서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며, 대한민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국내로 한정하더라도 2020년 도핑에 적발되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제재를 받은 선수는 총 15명이다. 이들 중 대다수의 선수들은 시기 상 2019년 전국체전에서 적발된 건들이 대다수다.

수영 종목에서도 여자고등부의 한 (경영)선수가 전국체전 자유형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도핑테스트 결과 금지약물 성분인 S1.1 Metenolone이 검출되어 2019년 11월 1일부터 2023년 10월 31일까지 총 4년의 자격정지를 부여받았다. 이는 수영 종목에서 역대 가장 긴 자격정지 기간이다.

이 약물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근육 강화제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우즈벡의 남자 역도 동메달리스트와 벨라루스의 여자 투포환 금메달리스트가 메테놀론 양성반응으로 메달이 박탈당한 바 있다. 보통 적발된 약물의 금지 성분으로 인해 징계 기간을 조절하는데, 1년에서 4년의 자격정지 또는 영구 자격정지의 징계가 내려진다.

그런데 문제는 전국체전의 규정 상 해당 종목의 1위가 도핑적발이 되면, 메달을 박탈당하게 되는데 2위 선수가 1위, 3위 선수가 2위, 4위선수가 3위로 정정되는 것이 아니라 1위가 공석이 되어버린다는 것에 있다. 대한체육회 규정을 살펴보면 ‘경기운영내규 제14조(도핑검사 및 도핑방지규정 위반선수 조치 등) 4항 위반선수가 박탈당한 메달, 상장, 점수 등 모든 지위는 다른 선수(팀)나 다른 시·도 선수단에 일체 승계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있다.

물론 도핑 테스트 검사 기간 동안 시·도별 채점이 끝나고 종합순위까지 공식발표가 되기 때문에, 전국체전의 경우 메달 하나에 시·도 전체 종합순위가 변동되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일 수 있다. 그러나 도핑을 해서 경기에 참여한 선수와 함께 경쟁을 한 선수들의 피해보상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일례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는 도핑이 적발된 선수가 추후 메달을 박탈당하고, 순위가 정정 된다. 2014 아시안게임 수영종목에서는 국내 선수가 도핑에 적발되며 개인전은 물론, 단체전 메달까지 박탈당하여 계영400m에서 4위에 머물렀던 홍콩이 동메달을 가져갔고, 계영800m에서는 싱가포르, 혼계영400m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이 각각 동메달을 되찾았다.

도핑에 적발된 선수는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부터가 규정위반이다. 이 선수로 인하여 함께 경쟁을 한 선수는 순위가 하나씩 밀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선 사례로 비춰볼 수 있듯이 도핑은 스포츠 규정의 근간까지 흔드는 행위로 오래전부터 스포츠에서 골칫거리로 여겨지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 도핑에 적발된 선수는 2016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123명에 달한다. 해당 선수들이 징계를 받는 것을 보면서도 왜 도핑 문제는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것일까? 스포츠계 도핑은 근절 가능한 문제일까?

근절을 위해선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선수들이 왜(WHY) 도핑에까지 손을 대는 것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오늘날 스포츠는 점점 산업화가 됨으로써 경쟁화 또한 심해지고 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까지도 스포츠에서 승리의 가치를 가장 우선시 한다. 일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부와 권력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선수들은 승리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승리를 하면 자연스레 뒤따르는 성취감과 부와 명예, 인지도 등을 얻기 위해 말이다. 이러한 욕망 속에선 도핑의 유혹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에서 도핑은 근절되어야 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승리지상주의가 만연한 스포츠계에서 어떻게 도핑을 근절할 수 있을까?



① 건강 문제

선수들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도핑을 금지해야 한다. 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무척 떨어진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도핑에 적발된 선수의 양성 금지약물은 테스타스테론이었다. 이 약물은 중년의 나이가 지난 남성호르몬이 현저히 떨어진 남성이 병원에 가면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약물이다. 따라서 남용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금지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논리이다. 설상가상 건강을 해치더라도 성인선수라면 그 선수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야 한다.

오히려 개인의 자유권을 억제하는 현상이 될 수 있다. 또한 건강상의 문제라면 술과 담배역시 금지해야 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약물의 부작용 보다 술이나 담배에 대한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관성이 결여된다. 즉 선수를 설득할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수들의 승리욕구를 이길 수 없다.



② 공정성 문제

스포츠에서 공정성은 핵심요소이다. 따라서 도핑을 한 선수와 하지 않은 선수의 경기력 차이가 발생하기에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 되기 때문에 도핑을 금지해야 한다. 라는 주장은 중요하지만, 이 또한 모순이 숨어있다. 키가 2m인 농구선수와 170cm인 농구선수가 경쟁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대만의 스키선수와 러시아의 스키선수가 경쟁을 할 때, 과연 공정한 경쟁인걸까? 물론 신체조건이나 환경, 국가의 지리적 특성 등은 자연적이기 때문에 자연성을 띄고 있고, 도핑은 비자연성에 속한다. 하지만 운동선수들이 매일 하는 그 어마어마한 양의 훈련이 과연 자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대 스포츠는 과학이 없이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선수의 심리, 영양, 시설, 장비 등 비자연성을 해야 이길 수 있다.

따라서 이 또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접근이다. 일반사회에서 시험공부나 취업공부를 위해 과도한 커피를 섭취하고, 오디션에 보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긴장을 낮추기 위해 청심환을 섭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애초에 스포츠 경쟁에서 모두가 똑같게 0이라는 출발선상을 맞추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선수가 도핑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스포츠윤리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2000명의 스포츠팬을 대상으로 “스포츠에서 가장 먼저 느끼고(보고)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라고 질문했을 때, 4위가 패자에 대한 배려, 3위가 승리, 2위가 선수들의 땀과 노력, 1위가 공정성이었다.

스포츠팬은 당연히 내가 응원하는 선수, 내가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는 것을 가장 보고 싶어 할 줄 알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이처럼 스포츠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사회에서 쉽게 잘 볼 수 없는 가치인 공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스포츠선수들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스포츠선수를 좋아하고 스포츠에 더욱 열광하는지 모른다.

게다가 어린 학생들에게는 모델링이 되는 존재, 영웅인 존재, 꿈과 희망인 존재가 바로 스포츠 선수이다. 이를 통해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존재도 스포츠 선수뿐이다. 선수가 스스로 이 사실을 인지함으로써 스포츠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미 도핑테스트에 적발된 선수들은 대중들의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아무리 많은 선행을 해도, 국위선양을 해도 과거의 일에 대한 비난은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닌다. 자신의 짧은 부귀영화를 위해 평생을 손가락질 받는 일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깨끗하고 프로페셔널한 선수로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여생을 보낼 것인가.

그것은 선수 개인의 양심에 달려있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글=임다연 (경남체육회 수영선수 겸 DP클럽 코치, dpswim@naver.com)
편집=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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