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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반재민 기자]SK 와이번스의 투수 전병두가 은퇴를 했다. 그의 나이는 불과 32살, 한창 마운드에서 주무기인 강속구를 뿌려야할 나이에 선언한 은퇴였다.

2003년 두산 베어스의 2차 1순위 지명을 받아 입단한 전병두는 2005년 리오스의 맞상대로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되었고, KIA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2006년 WBC 대표팀에도 선발, 4강 신화의 주역이 되었다. 2008년 SK 와이번스로 다시 트레이드된 전병두는 그해 133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8승 4패 8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12로 맹활약하며 2008년과 2010년 모든 프로야구 선수의 꿈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본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다. 2011년 11월 왼쪽 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을 받은 전병두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재활에 매진했다. 선수들에 좋다는 치료와 재활은 모두 받았다. 하지만, 그의 어깨는 이미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상태까지 와버렸고, 결국 2016년 마지막 재활을 끝으로 은퇴수순을 밟게 되었다.

전병두가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어깨부상이다. 이미 2006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던 전병두는 2008년 SK 와이번스로 이적한 후 당시 SK 와이번스의 감독이었던 김성근 감독에 의해 구원투수였음에도 130이닝에 육박하는 혹사를 당했고, 원래 좋지 않았던 팔꿈치와 더불어 어깨까지 말썽을 일으키고 말았다. 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받는 수술 중 위험성이 가장 큰 수술로 회전근 수술을 받고 재기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전병두는 그 위험한 수술을 스스로 선택했을 정도로 그의 어깨 상태는 심각했다.

고교시절에 당한 혹사라면 혹사의 강도는 더욱 심해진다. 현재 두산 베어스의 투수 성영훈의 경우 2008년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대회에 출전해 호주와의 예선전에서 8과 3분의 1이닝, 대만과의 8강전에서 완투승, 미국와의 결승전에서는 고열로 인해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대한민국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이 여파로 두산에 입단한 2009년부터 현재까지 기나긴 재활의 늪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올 시즌 기나긴 재활을 마치고 퓨처스 리그에 등판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1군 복귀는 요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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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선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혹사 논란은 비단 야구에서만 논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배구나 농구, 축구에서도 혹사가 부상으로 연결되었다는 논란은 끊임없이 있 어왔다. 혹자는 프로라면 비시즌 시기에 시즌을 견뎌야할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부상은 비시즌에 몸을 잘 만들지 못한 선수의 탓이라 생각하고 있다.

과연 부상은 자기관리의 실패로 인해서 오는 것이 맞을까? 당연히 정답은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혹사로 인한 부상을 자기관리의 실패로는 볼 수 없다.

여러 가지 논문과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 프로배구와 프로축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부상 사례를 다각적으로 분석한 결과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는 경우는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인대와 근육의 부상은 자주 사용하는 것에 비례해 부상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대의 사용빈도에 비례해 부상의 위험성이 증가하며, 재활기간도 오래 소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전문의의 의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 LG 트윈스 필드닥터를 맡고있는 올바른서울병원의 공봉영 원장은 "투구동작은 일반인들은 따라할 수 없는 어깨와 팔꿈치의 움직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래부터 몸에 좋은 생리적인 조건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이어서 "미국에서의 연구결과를 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시합을 하는 것보다 토너먼트와 같은 단기간에 투구를 몰아서 한 경우와 '브레이킹 볼'을 자주 구사하는 투수의 경우 팔꿈치와 어깨 손상 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냈다."라고 설명했다.

인대는 관리가 생명이다 손상되면 다시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고교시절의 인대, 근육은 이미 성인의 수준으로 발달이 끝나게 된다. 때문에 고교에서부터 관리가 필요하지만, 성적을 당장 올려야하는 지도자 입장으로서는 에이스 투수들을 계속 등판시키며, 그들의 인대와 근육을 한계점까지 몰아붙인다. 


결론적으로 고교시절부터 관리 받아야 할 선수들이 혹사를 당하며 더욱 큰 선수가 될 기회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공 원장은 "미국의 연구에서도 MLB 선수들 보다는 리틀야구 선수의 혹사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있다. 선수 생명이나 관리의 문제는 사실 꽃이 만개하고 난 다음의 문제가 아닌 필려고 할 무렵부터 해야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건물도 피로가 쌓이면 무너지게 되듯 사람의 근육과 인대에 피로가 쌓이게 되면 퇴화가 시작된다. 더욱이 어린 시절부터 필요 이상의 과부화가 인체의 근육과 인대에 가해지게 된다면 퇴화속도는 한층 더 빨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선수에게 필요이상의 혹사가 이뤄질 경우에 부상을 당할 확률은 2배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다.

물론 혹사만이 모든 부상을 야기한다고 말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선수의 근육과 인대는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최대한의 한계점을 각각 가지고 있다. 만약 그 한계점을 넘는다면, 근육과 인대의 손상 속도는 더욱 심해진다. 다시 말하지만 근육과 인대는 손상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불꽃처럼 화려하게 타오르다 짧은 선수생활을 마감할 것인가 아니면 오래오래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로 남을 것인가, 선택은 그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들의 몫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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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올바른서울병원 공봉영 원장

사진=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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