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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트=이용수 기자] 11월 5일 일요일, 유서 깊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세 건의 타이틀 매치를 중심으로 종합격투기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UFC 217이 개최된다. 여성 밴텀급 챔피언 요안나 욘제이첵은 로즈 나마주나스를 상대로 론다 로우지가 보유하고 있는 UFC 여성부 타이틀 매치 6연승의 기록 갱신에 도전한다. 성공한다면 욘제이첵의 MMA 연승행진도 15승으로 연장된다. 메인이벤트에서는 4년 만에 복귀하는 웰터급 전 챔피언 조르주 생피에르가 마이클 비스핑의 미들급 타이틀에 도전한다. 

이 두 경기의 사이에 밴텀급 타이틀전이 있다. 챔피언 코디 가브란트와 전 챔피언 T.J. 딜라쇼는 종합격투기 타격의 발전상을 실감하게 해주는 선수들이다. 딜라쇼의 특징은 자유로운 스위치 스탠스에서 나온다. 다양한 각도에서, 또 거리를 크게 잡아먹으며 높은 템포로 구사되는 딜라쇼의 타격은 도미닉 크루즈의 것과 형태적인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경기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양상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크루즈가 스위치 스탠스와 현란한 기동을 활발한 상체 움직임과 연계해 사용하는 데는 상대의 공격을 확실하게 흘린다는 목적이 있다. 그는 선 방어 후 카운터에 능숙하다. 즉 안 맞고 때리기만 하겠다는 태세인 것이다. 신장의 우위와 크기에 비해 민첩한 움직임이라는 타고난 특성을 잘 살린 시스템이다. 

딜라쇼의 경우도 스위치 스탠스를 매우 자주 구사하고 스텝의 운용이 훌륭하다. 다양한 앵글에서 공격을 퍼붓고 스위치하며 거리를 크게 잡아먹고 공격을 이어가는 테크닉도 훌륭하다. 즉, 딜라쇼의 스위치와 기동은 본인이 유리한 접근전 상황에서 상대의 수비를 교란시키는 작용이 강하고 물러나는 상대를 추격하며 공격하는 쪽으로 특화되어 있다.

정리하면 크루즈의 고속기동 양손 타격 전략은 상대의 공격력을 약화시키는 방어형이고 딜라쇼의 것은 상대의 방어를 어렵게 만드는 공격형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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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란트는 11연승 중에 KO승이 아홉 번에 달하고 그중 첫 라운드에 끝을 본 것만 일곱 번인 파워펀처다. 올림픽 상비군이었던 삼촌에게서 15세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복싱이 그의 주무기다. 아마추어에서 31승 1패를 기록할 정도로 주먹실력이 있었다. 레슬링으로 전향하면서 복싱과 멀어졌다고 하는데 MMA에서는 삼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가브란트의 파워펀칭은 복싱의 가장 근본적인 영역에서 나온다. 밸런스와 공수전환, 셋업과 타이밍이 굉장히 훌륭하다.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로는 수비도 공격도 어렵다. 항상 좋은 벨런스를 유지해야 수비를 할 수 있고, 수비 후에 반격이 가능하다. 챔피언 레벨에서는 아무리 빠르고 기술이 좋아도 그냥 맞아주는 법이 없다. 내 주먹이 상대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내 주먹의 궤적으로 움직이거나 엉뚱한 방향을 커버링 하면서 움직이지 않도록 만들어야 강한 타격을 성공시킬 수 있다. 가브란트는 위의 네 가지 면에서 대단히 우수하다. 

가브란트와 딜라쇼 간의 승부는 스타일과 스타일의 정면충돌 양상이라는 측면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하다. 하지만 거기다가 서로가 공공연하게 적개심을 표출하면서 두 선수 모두 끝장을 볼 태세다. 헤드 트레이너인 드웨인 루드윅이 팀 알파메일의 헤드코치로 초빙되었고 딜라쇼가 루드윅의 가르침을 기회로 삼아 대권을 손에 넣을 때까지는 모두 형제였지만, 루드윅이 본인의 체육관을 차려 독립하던 때 딜라쇼가 그와 동행한 것이 파국의 시작이었다. 

서로 험한 말을 계속 주고받으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과거에 있었던 시시콜콜한 뒷담화까지도 대중들 앞에 공개됐다. 급기야 우리시간으로 금요일 아침에는 가브란트가 훈련도중 펀치로 딜라쇼를 다운시키는 영상을 직접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까지 했다.

경기를 목전에 두고 가브란트는 폭스 TV의 'UFC 투나잇'에 출연해 플로리안, 코미어와 함께 대담을 나누었다. 내용을 그대로 번역해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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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안: UFC 투나잇에 채널 고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디오시티(뮤직홀)가 저기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지금 뉴욕, 뉴욕의 심장부에서 방송을 진행 중입니다. 세상에 이 선수만큼 상대하기 끔찍스러운 사람이 또 있을까요? 아뇨, 핼러윈에 혼자 버려진 다니엘 코미어씨가 아니고요. 당연히 밴텀급의 챔피언이신 코디 가브란트 선수에 대한 얘기인 거죠. 

코미어: 코디, 환영합니다, 환영해요. 이번 이벤트에서 본인이 팀 알파메일을 대표해서 싸운다는 것에 어느 정도의 자부심을 느낍니까? 최근에 경기하는 상대를 보면 팀 내에서 보복을 담당하게 된 것 같습니다만. T.J(딜라쇼)에게는 커리어를 마무리시켜 주겠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가브란트: 현재의 전개는 모두 팀메이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죠. 도미닉 크루즈와의 경기에서도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유라이어에게는 크루즈와 그의 팀 얼라이언스에 마음의 빚이 있었죠. 크루즈에게 패한 팀 알파메일 선수들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험한 말이 오고 갔어요. 압박감이 상승하고 있었습니다만, 저는 그 상황이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덕분에 제 목적의식이 뚜렷해지고 집중력이 강해졌으니까요. 저는 그런 경기를 원하거든요. 강력한 적개심을 느끼게 해주는 상대를 통해 저의 베스트를 끌어내고 싶은 겁니다. 도미닉이나 이번 주 토요일에 싸울 TJ 같은 선수들이 그런 상대입니다. 

플로리안: 코디. 두 사람이 함께 훈련했던 것은 유리한 겁니까, 아니면 불리할까요?

가브란트: 그게 유불리의 문제는 아닌 것 습니다. TJ는 그게 본인에게 유리한 점이라고 생각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입장에서 그는 대단한 자신감을 갖게 해준 선수거든요. 제가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부분에서요. 그가 절정의 경기력을 보이며 챔피언이 되었을 때 저는 1전짜리 신인이었습니다. TJ와 함께 훈련하면서 잡생각 없이 집중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코미어: 이 경기는 성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드디어 그와 만나게 됐는데 기분이 얼마나 좋으십니까? 그리고 딜라쇼가 본인이 함께 훈련하던 당시와 달라진 게 없이 나올까요? 아니면 최근의 경기에서 어떤 변화된 점을 발견하셨습니까?

가브란트: 복귀전을 가진다는 것이 굉장히 흥분되죠, 재활하느라 11개월 동안이나 은둔생활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동안 이 벨트를 끌어안고 소파에서 뒹굴거린 건 아닙니다. 제 경기력을 재구성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전보다 발전한 파이터이고 운동선수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훈련했던 게 꽤 오래전이기 때문에, TJ도 그사이에 발전했죠. 그러나 보폭의 측면에서 저만큼은 아니에요. 저는 그 점을 지난 경기, 그리고 UFC와 계약한 이후의 경기들을 통해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미어: 드미트리우스 존슨은 현재 천하에 적수가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가브란트 선수 본인은 그와의 대전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 경기가 성사된다면 챔피언 대 챔피언의 구도가 되는데 계체는 플라이급 기준으로 해야 할까요, 아니면 밴텀과 플라이 사이로 하는 게 맞는 걸까요? 혹은 밴텀급? 

가브란트: DC, 이번 주말에 당장 플라이급까지 맞출 수 있습니다. 그건 제가 가지고 있는 목표 중 하나인데요. 사실 부상을 당하기 전에는 딜라쇼와 7월에 싸워서 이기고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리는 이번 이벤트에는 존슨과 싸웠으면 좋겠다고 화이트와 셸비에게 문자를 보낸 적도 있습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이곳에서 싸울 수 있게 되었고 상대도 딜라쇼입니다. 일단은 그에게 집중해야 하지만 그를 돌봐주고 나면 크루즈와 딜라쇼가 이 체급의 가장 유력한 실력자들이니까, 둘 모두를 이긴 다음엔 잠시 그들을 내버려 두고 플라이급에서 마이티 마우스와 대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 겁니다. 아직은 젊으니까 감량을 견뎌낼 수 있거든요. 뭔가 그런 기대감이 생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플로리안: 두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훈련에 복귀했을 때 등의 상태는 어떠셨나요? 그리고 이번에 만약 딜라쇼를 KO로 꺾는다면 P4P 랭킹에서 본인의 위치가 어느 정도 되어야 마땅하다고 보십니까?

가브란트: 그 리스트에는 훌륭한 챔피언들이 올라있습니다. 저도 거기의 상위 랭커 중 한 명이라는 것이 영광이고요. 제가 딜라쇼를 KO 시킨 다음에, 100% 그렇게 될 거고요. 그렇게 되면 좀 올라가야겠죠. 마이티 마우스가 현재 P4P 킹이잖아요. 그래서 그와 해보고 싶은 겁니다. 비즈니스를 위한 선택이죠. 그는 훌륭한 챔피언이고 인간적으로도, 아버지로서도 대단히 훌륭한 사람입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체급 챔피언이 되는 것, 그걸 해내고 싶기 때문에, 하지만 일단은 딜라쇼를 상대로 한 승리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코미어: 코디, 요즘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죠? 본인과 아기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고마워요. UFC 투나잇에서 드리는 선물이에요.

가브란트: 고맙습니다. 심장박동이 약간 빨라지려고 하네요. 여기 오기 직전에 아내와 UFC 미디어 오블리게이션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기가 막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막 발차기를 하는데, 아마 아빠가 토요일에 출전한다는 걸 아는 것 같습니다. 

코미어: 한 20년쯤 후에 가브란트 vs 딜라쇼 2를 본인이 아닌 두 사람이 벌이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가브란트: 네. 그때는 우리 둘이 코너맨으로 대결하게 될 겁니다. 아마 그때까지도 경쟁심이 그대로일 것 같아요.

대담중 가브란트가 딜라쇼를 꺾은 이후에 대해 고민하고 기도하는 대목이 있다.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그만큼 자신감이 강한 것으로 보면 좋은 징조일 수 있지만, 그것이 만용이나 오만일 경우라면 대가가 따를 수 있다. 부상 재활 후 첫 경기라는 점, 그리고 최근 득남한 사실도 심적인 부담감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과연 두 선수의 대전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든 것은 오는 일요일에 결정된다.

[사진] ⓒZuffa, LLC 
이용수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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