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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트=조형규 기자] UFC 웰터급에 '물건'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바로 영국에서 온 24세의 젊은 피 대런 틸(24, 영국). 22일(한국 시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 118에서 베테랑 도널드 세로니(34, 미국)를 1라운드 TKO로 꺾은 틸의 승전고는 기존 웰터급 콘텐더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 화려한 무대였다.

두 파이터의 대결 양상은 최근 2연패를 당한 세로니로 하여금 틸의 상승세를 검증하는 모양새였다.

세로니는 오랜 시간 WEC-UFC에서 활약하면서 많은 전적을 쌓아온 파이터다. 상대를 전혀 가리지 않고 몸이 허락하는 한 무조건 많은 경기를 치르는 특유의 호전성 때문이었다.

덕분에 세로니는 '쿨가이'이면서 동시에 베테랑 이미지를 얻게 됐고,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신예들을 직접 검증하는 경기도 종종 치르곤 했다. 지난 2015년 라이트급 활동 당시 떠오르던 신예 마일스 쥬리를 제압하면서 엉덩이에 킥을 날려 손수 '참교육'(?)을 실천했는데, 지금도 격투 팬들에게 회자되는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이번에도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비슷한 분위기였다. 근소 우세의 배당률이였다고는 해도 경기 전 도박사들은 대부분 세로니의 승리를 점쳤다. 다만 최근 연패를 기록하며 웰터급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과, 이제 조금씩 하향세로 접어들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 몇몇 팬들의 반응이 걱정이라면 걱정이었다.

그리고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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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시종일관 틸의 일방적인 분위기로 전개됐다. 두 선수 모두 무에타이를 기반으로 한 타격가지만 세로니는 좀처럼 틸의 사정거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틸은 사우스포에 워낙 뒷손 레프트가 빨랐고, 심지어 체격과 리치도 세로니보다 훨씬 길었다.

세로니는 케이지를 등지고 바깥으로 빙빙 돌며 틸의 거리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틸은 정확도 높은 앞손과 강하고 빠른 레프트를 조합해 교과서적인 원투를 꽂아 넣었다. 틸의 펀치는 크게 힘 들이지도 않고 내는 족족 세로니의 안면에 박혔다.

타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세로니는 두 번의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첫 테이크다운은 무위로 돌아갔다. 두 번째 테이크다운은 성공하는 듯 했으나, 공들인 공격이 무색하리만치 틸은 너무나 쉽게 스탠딩을 회복했다. 언더훅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는 기색 없이 되레 세로니를 케이지로 돌려 세웠다.

결국 승부는 1라운드를 넘기지 않았다. 자신의 거리에서 너무나도 쉽게 잽과 레프트를 넣던 틸은 세로니가 자신의 펀치에 주춤하는 것을 보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틸은 스탠딩 상태에서도 굉장히 빠른 핸드스피드로 세로니를 두드렸다. 세로니는 팔을 바짝 올려 가드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1라운드 4분 20초 만에 TKO가 선언되며 틸의 승리로 돌아갔다.

재미있는 장면은 경기 이후에도 계속됐다. 여유 있게 승자 인터뷰를 하던 틸은 바깥에 있는 마이크 페리를 보자마자 갑자기 '한판 붙자'며 달려들었다. 틸과 페리는 케이지를 사이에 두고 거친 도발과 욕설을 서로 내뱉었고, 경기장의 관객들을 뜨겁게 만들었다.

틸과 페리는 모두 젊은 나이로 웰터급의 떠오르는 신성이라는 비슷한 입장에 있다. 언젠가는 옥타곤 안에서 만나 담판을 짓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한가지 인상적인 점은 이날 경기 안팎에서 틸이 보여준 모습이 흡사 UFC의 슈퍼스타 코너 맥그리거(29, 아일랜드)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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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경기 부분을 조명해보면 꽤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속성이 닮아있다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틸과 맥그리거는 기본적으로 사우스포의 타격가다. 특히 뒷손으로 사용되는 레프트가 상당한 정확도와 파워를 가지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드러나진 않았지만 틸은 몸통을 노려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는 킥 공격도 굉장히 좋다. 최근엔 많이 줄긴 했지만 화려한 뒷차기로 상대의 복부를 찜질하며 꽤 재미를 봤던 맥그리거의 킥 활용과도 흡사하다.

심지어 체력이 좋지 않다는 단점마저 비슷하다. 틸은 초반 타격이 좋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급격히 방전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제신 아야리, 니콜라스 달비와의 경기가 그랬다. 이는 분명 맥그리거의 경기에서도 우리가 종종 봐왔던 문제점들이다.

UFC 내에서 연승을 이어가는 중이고(물론 맥그리거는 웰터급 도전에서 디아즈와 1승 1패를 주고받으며 연승이 끊겼지만), 아직 한창 젊은 20대 파이터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유사점. UFC 활동 초기 맥그리거가 페더급 콘텐더였던 더스틴 포이리에를 꺾으며 단숨에 체급 내 거물로 떠올랐던 것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웰터급 콘텐더인 세로니를 꺾은 틸 또한 곧 웰터급 공식 랭킹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분명 체급의 블루칩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경기가 끝난 후 현장에서 즉석으로 페리를 도발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큰 환호를 이끌어낸 모습은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과거 맥그리거가 경기 후 조제 알도를 도발하는 장면, 케이지를 두고 다른 선수들과 설전을 펼치며 스스로를 프로모션하던 모습은 이날 틸에게서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한편 틸은 이날 세로니를 꺾으면서 자신의 통산 전적을 16승 1무로 만들었다. 아직까지 전적에 패배가 없는 무패 파이터의 영역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는 이제 고작 24세다. 과연 틸이 UFC 웰터급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Zuffa, LLC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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