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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 파이터들의 경기 전 '이빨'을 어디까지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가끔은 그것이 100% 진심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티토 오티즈와 켄 샴락의 경우, 특히 샴락은 오티즈를 진심으로 혼내주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만남에서 KO패를 당하고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지만, 세 번이나 싸웠고 세 번 다 KO로 졌다는 건 꼭 한번 박살을 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는 증명에 해당할 것이다. 따라서 샴락이 오티즈에 대해 쏟아낸 험담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영혼의 막말일 것이며, 그 정도는 아니라 해도 적어도 심리전을 위한 계산된 플레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맥그리거의 경우는 이 부분에 대해 흥미로운 견해를 가지고 있다. 2016년 초 네이트 디아즈와의 1차전을 앞두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코너 맥그리거 언필터드'라는 제목의 미니 다큐멘터리를 공개 했는데, 거기서 그는 "트래시 토크라는 미국식 표현은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됩니다, 그건 본인을 대중의 눈에 뜨이도록 만드는 하나의 방식이거든요. 경기를 거듭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즉 본인의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방편으로서, 혹은 경기의 흥행을 위해 경기 전에 거친 말을 주고 받는 건 나쁘게 볼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어차피 경기에서는 기절할 때까지 치고 받거나 메다 꽂아서 목을 조르기도 하고 주요 관절을 다양하게 꺾어버리려 할 두 사람인데 말로 이래저래 하는 게 무슨 문제일 것인가. 

오는 11월 5일 뉴욕에서 4년 만에 귀환하는 조르쥬 생피에르를 도전자로 맞이할 UFC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도 세계적인 '이빨 전문가'다. 그는 최근 두 차례의 기자회견에서 연달아 막말을 퍼부었는데, 누가 봐도 자연스러웠다. 아마도 기자회견 전후에 녹화된 것으로 보이는 코난 쇼에서 그는 본인의 트래시 토크가 어떤 용도로 활용되는지를 밝혔다. 그 자체야 식상한 얘기인데, 뒤에 소소한 반전이 흥미로워 소개를 올린다.
 


코난: 이곳으로 모시게 되어 정말 좋군요. 그리고 축하 드립니다. 챔피언이 되셨는데 벨트를 가지고 오셨어요. 제게 선물하려고 가지고 오신 거라 짐작되는데 이제 이건 제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죠?

비스핑: 그걸 제가 코난씨에게 선물한다고요? 그런 축하도 있습니까?

코난: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이걸 처음 허리에 두르셨을 때 어떤 기분이셨어요? 일생을 바쳐 열심히 해 오신걸 저도 알잖습니까. 제가 이러고 있으니 모양이 좀 빠지긴 합니다만. 
 
비스핑: 여기저기 상처가 좀 있다면 어울릴 거예요. 제가 그 친구를 때려눕히는 영상을 보셨죠.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았던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코난: 증오심을 갖는 게 도움이 되는 거군요?

비스핑: 이런! 누굴 증오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런 거 없어도 즐기면서 하고 있거든요. 그렇기는 한데, 그 친구처럼 뭐랄까, (마이크에 대고 귓속말 하듯) 자뻑이 도를 넘은 상대라면 일이 조금 더 쉽다는 거죠.

코난: 혹시나 해서 상기시켜드리는데, 방금 TV 마이크에 대고 속삭이셨네요. (마이크에 가까이 다가가서 큰소리가 나게 ) "뭐랄까, 자뻑이 도를 넘은 상대" 라고요.

평생 훈련을 열심히 해 오셨고 한데, 여기까지 오는데 있어서 일찍부터 시작한 게 아무래도 도움이 되었겠죠?

비스핑: 물론이죠. 저는 8살 때부터 무술을 배우기 시작했고요, 지금 38이니까 38년. 아아, 30년 됐네요. (아마도 38-8=30을 38이라고 말한 실수에 대해 코난이 표정으로 약을 올린듯.)

아무래도 학교에서 시간을 좀더 보냈어야 했죠. 하하하.

코난: 다음달에 생피에르를 상대로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죠? 

비스핑: 으흥~

코난: 그가 경기를 미룬 적이 있죠?

비스핑: 그랬죠.

코난: 그것에 대해서 본인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밝히셨죠?

비스핑: 에... 사실 몸 속에서 스테로이드를 배출하기 위해 그러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진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코난: 생피에르는 눈부상 때문이라고 했죠. 당신은 '내 생각에는 지금 생피에르가 몸에서 스테로이드를 짜내고 있는 중이야. 스테로이드가 몸에서 다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거지'라고 했었고요. 

비스핑: 에... 공개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코난: 조금 전에 그렇게 말씀하셨는데요?

비스핑: 오케이, 그럼 그 발언은 취소할게요. 그는 저랑 싸우기 위해 체급을 올리는 중입니다. 웰터급에서 미들급으로요. 아마도 사이즈를 키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고환의 사이즈를 증대시키려고 노력 중인 것 같아요. (주요부위를 가리키며) 여기를 강화하겠다는 거죠. 

코난: (마이크를 들이대며) 여기에 대고 말씀하세요.

비스핑: 조지, 남자답게 하자고. 컴온!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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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스테로이드를 맞으면 고환이 쪼그라들잖아요.

비스핑: 바로 그렇죠~ 그건 팩트입니다. 

코난: 제가 경험을 해본 적이 있고요. 그럼 그 말 취소하는 건가요? 생피에르가 스테로이드를 짜내고 있는 중이라 생각하신다는?

비스핑: 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코난: 그냥 심리전을 하신 거군요?

비스핑: 언제나 하던걸 한 거죠. 경기 전에 말로 신경 긁는 거. 짜증나게 만드는 건데, 그의 입장에서는 불행하게도 제가 그쪽에 재능이 있거든요.

코난: 이 경기를 하고 은퇴하신다고요?

비스핑: 모르겠네요. 아마 그럴지도요. 꽤 오래 해왔으니깐 영원히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어떻게 되는지 지켜봅시다. 제가 이길 거라는 자신감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지는 훌륭한 선수예요. 훌륭한 파이터고 끝내주는 운동선수죠. 그러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요.

코난: 항상 끝에 가서는 좋게 마무리 하려고 한다니까요. '스테로이드! 고환이 쪼그라들고 있어!' 이러다가 '좋은 사람입니다. 잘되길 바래요...'

비스핑: 그는 좋은 사람이에요. 정말로요. 

생피에르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는 비스핑이지만, 생피에르는 그에게 쉽지 않은 상대다. 생피에르가 복귀전의 상대로 비스핑을 택한 건 어찌 보면 단순하다. 우들리보다 쉽기 때문. 게다가 우들리와 싸우는 것에 비해 비교할 수 없는 수익이 발생할 테니 생피에르는 비스핑과 일단 싸우고, 그 다음에는 트래시 토킹이 너무 심한 것을 견딜 수 없다는 등 적절한 이유를 내세우며 미들급 벨트를 반납하고 웰터급에 적당한 챔피언이 등장할 때까지 또 간을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차엘 소넨의 관측이었다.

과연 생피에르가 4년 만에 복귀하자마자 미들급의 벨트를 차지할 수 있을까. 결론까지 25일 남았다.

[사진] ⓒZuffa, LLC
이용수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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