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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트=조형규 기자] UFC 미들급 파이터 팀 케네디(37, 미국)가 은퇴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UFC 206에서 케네디는 켈빈 가스텔럼(25, 미국)을 맞아 혈투를 치렀다. 뛰어난 그래플링 실력을 가지고 있는 케네디지만, 종합격투기 파이터로서 적지 않은 나이였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고전을 면치 못한 케네디는 가스텔럼에게 통한의 3라운드 TKO 패를 당했다.

패배 후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던 케네디는 지난 17일(이하 한국 시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통해 종합격투기 은퇴를 선언하며 장문의 성명을 남겼다.

그런데 이 성명문에는 단순한 은퇴 소감 이상의 큰 감동과 철학이 있었다. 한명의 파이터로서 호적수들과 자웅을 겨뤄온 인생극장을 시작으로 자신의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 그리고 동종업계 선수들에 대한 존중과 처우개선을 위해 용기 있는 목소리까지 모두 담겨있는 명문이었다.


■ 생각대로 몸이 반응하지 않아···“똑같은 실수 반복하진 않을 것”

케네디는 은퇴 성명문을 통해 가장 먼저 자신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그는 “가스텔럼은 마치 젊은 시절의 나와 같은 파이터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나는 모든 것이 슬로 모션으로 느껴질 만큼 느려진 것을 느꼈고, 여태까지 해온 그 어떠한 경기들보다도 더 지쳐있었어요”라고 회고했다.

물론 항변의 여지는 있었다. 케네디가 가스텔럼전을 치르기 직전 마지막으로 치른 경기는 요엘 로메로(38, 쿠바)와의 경기였다. 비록 로메로에게 패배하긴 했으나, 그전까지 4연승을 거둔 터였다. 톱 10의 이름값 높은 파이터들은 보통 2연패를 하더라도 바로 퇴출당하진 않는다.

게다가 로메로와의 경기는 2014년 9월. 따라서 가스텔럼과의 경기는 2년 3개월 만의 복귀전이었다. 긴 공백에서 오는 감각의 문제를 거론할 법도 했다. 주변의 코칭스태프들도 그러한 점을 부각하며 케네디를 다시 독려했다. 하지만 케네디는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했다. 

“코치와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가스텔럼은 널 이길 수 있는 스킬 세트를 가지고 있었을 뿐이고, 게다가 이건 네 첫 복귀전이잖아’라고요. 그리고 그들은 ‘넌 아직 미들급 톱 10 파이터야’라고 독려했습니다. 물론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나도 아직 스스로가 좋은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죠. 하지만 전 그들이 느끼지 못한 것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벌써 37세라는 것을요.”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몸이 머리가 내리는 생각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동시에 그는 “다른 파이터들이 이 지경이 되어도 멀쩡한 체 활동하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어요. 하지만 저는 그들과 똑같은 선택을 하진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육체가 더 이상 옥타곤의 사자들과 함께 경쟁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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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MAAA를 통해 매달 중대 발표 예정···“경기보다 더 중요한 싸움이 될 것”

케네디는 잰 척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무덤덤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뒤이어 자신의 종합격투기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치열하게 경쟁했던 파이터들과의 경기들을 회고했다. 특히 그는 이 부분에서 루크 락홀드(32, 미국), 호나우도 ‘자카레’ 소우자(36, 브라질), 마이클 비스핑(37, 영국)을 지목하며 “그들과의 싸움이 저를 성장시켜줬습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아내에게도 특별한 감정을 전했다. 당당한 남편이 될 자격이 없다는 말로 입을 연 케네디는 “다 끝났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이제 더 험난한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어요. 그저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라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성명문이 돋보인 것은 바로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처우를 걱정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였다.

알려진 대로 케네디는 지난 12월에 출범한 MMAAA(Mixed Martial Arts Athletes Association, 종합격투기 선수협회)의 발기인에 조르주 생피에르, TJ 딜라쇼, 케인 벨라스케즈, 토널드 세로니와 함께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평소에도 종합격투기 파이터들의 복지와 처우 개선에 대해 확고한 뜻을 가지고 있었던 케네디는 은퇴 선언 직후 미 종합격투기 전문매체인 ‘MMA 파이팅’을 통해 향후 MMAAA에서 파이터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할 뜻을 내비쳤다.

“저는 죽을 때까지 무도가로 남을 거예요. 물론 슈퍼파이트로 표도르와 그래플링 시합을 할 수도 있고, 호저 그레이시와 기 주짓수로 재경기를 벌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선택하고자 하는 이건 훨씬 의미가 큰 중요한 싸움입니다.”

“MMA 선수들은 굉장히 외롭습니다. 제가 싸워서 이기고자 하는 이유는 타이틀샷이나 파이트머니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저는 제 업적에 관심이 없어요. 앞으로 MMAAA를 통해 중요한 발표가 매달 이어질 겁니다. 더 치열하게 싸울 거예요. 당신이 만약 케이지에서 싸우는 제 모습을 보아왔다면, 이 싸움이 제가 그동안 보여준 경기들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겠죠.”

그의 은퇴사는 무덤덤하지만 솔직했고,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종합격투기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옥타곤에서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지만, 케이지 바깥에서 파이터들의 올바른 권리를 위해 또 다른 장외 투쟁을 이어갈 케네디의 싸움은 이제 막 1라운드 공이 울린 셈이다.

다음은 케네디가 남긴 은퇴 성명 중 동료 파이터 및 아내에 대한 코멘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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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케네디 은퇴 성명 中···동료 파이터들 및 아내에게 남기는 글]

“나와 싸운 모든 상대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강철은 갈고닦을수록 더욱 날카로운 강철로 만들어지곤 하죠. 그리고 위대한 승리와 처절한 패배의 이면에는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케이지 건너에 있는 나를 대면하고자 하는 용기가 있었습니다. 이 사내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루크 락홀드와 자카레 소우자, 그들과 가진 두 번의 치열한 접전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되묻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나를 더 나은 파이터로 만들어줬죠. 나 역시 그들에게도 같은 존재였기를 바랍니다. 나와 함께 스트라이크 포스를 거쳐 온 이 둘이 다시 정상에 오르기를 기원하며.”

“로비 라울러, 그 누구보다도 나를 강하게 두들겨 팼죠. 정말 아팠습니다. 진짜로요.”

“호저 그레이시, 당신과의 경기를 위해 훈련했던 나날들은 내가 기 주짓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줬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너무나도 고마워요.”

“하파엘 나탈, UFC 파이트 나이트 31*에서 나와 맞서기 위해선 엄청난 배짱이 필요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수락한 그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그의 모든 경기를 응원하겠습니다.”
(*UFN 31 은 Fight for the Troops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군부대 위문 경기다. 현직 군인 신분인 팀 케네디에게는 절대적인 환호가 쏟아지는 홈이자, 당시 그와 맞붙는 모든 파이터는 적이 될 수밖에 없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마이클 비스핑, 당신을 꺾는 것을 진정으로 원했습니다. 그 어떠한 이를 꺾더라도 이보다 더 간절히 원하진 않았죠. 그리고 그건 나에게 크나큰 동기부여가 됐어요. 앞으로 당신이 나아가는 길에 최고의 행운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챔프!”

“마지막으로 나의 아내에게 바칩니다. 나는 당신의 남편이 될 자격이 없어요. “진짜 이제 다 끝났어요”라며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 우리는 이제 더 험난한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그저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저는 이 업계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여전히 싸움을 좋아하고, 늘 전사의 마음을 견지할 거예요. 앞으로 이 스포츠를 성장시키며 그 일원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만약 내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선택의 여지 없이 은퇴를 할 수 없었다면 굉장히 슬펐을 거예요. 언젠가 미래에 켈빈 가스텔럼, 야이르 로드리게즈, 페이지 밴잰트가 응급실에 앉아 '이제 다 끝났어'라며 이야기하는 날이 올 때, 그들에게 '걱정하지 마, 너희들의 미래는 안전하니깐'이라는 말을 건넬 수 있음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준 모든 분께 고맙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사진] ⓒZuffa, LLC/팀 케네디 페이스북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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