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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트=조형규 기자]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옥타곤으로 돌아온 BJ 펜(38, 미국)의 도전이 결국 실패로 끝을 맺었다.

펜은 지난 16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토킹스틱 리조트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03 메인이벤트에서 페더급 10위의 야이르 로드리게스(24, 멕시코)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펜은 마치 로드리게스의 전용 샌드백이 된 것 마냥 1라운드 내내 온몸으로 킥을 두들겨 맞았다. 잠시 숨 고를 틈도 없이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프론트킥 한 방에 고꾸라졌고, 뒤이은 파운딩을 버티지 못한 채 2라운드 24초 만에 TKO 패를 당했다. 옛 천재의 야심찬 복귀전은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이번 패배는 펜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도 체급을 페더급까지 내려가며 새롭게 도전을 이어갔지만, 전혀 체격적인 이점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 컸다.

격투가로서의 펜은 피지컬보다도 천재적인 소프트웨어가 빛나는 파이터였다. 과거 K-1 히어로즈에서 료토 마치다를 상대로 86kg까지 증량해가며 헤비급 경기를 치렀지만, 체급의 격차마저도 깨뜨린 채 비등한 양상을 가져갈 정도로 천재성을 자랑했다. 그랬던 펜이 페더급까지 내려갔지만, 로드리게스의 일방적인 타격전 끝에 패배했다. 이것은 그의 기량의 핵인 소프트웨어가 더 이상 경쟁력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일까. 이번 패배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그의 타격 코치인 제이슨 파릴로다. 그는 "펜은 이제 끝났다. 물론 그는 다시 싸우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다시 경기에 나서도록 격려할 의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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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참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펜은 파릴로가 덧붙인 말대로 펜은 아직 선수 생활을 이어갈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6일 경기 후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로드리게스를 축하한다. 나는 좋은 캠프를 꾸렸고, 체중감량을 잘 이뤄냈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고만 언급했을 뿐, 자신의 커리어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당초 펜은 2014년 프랭키 에드가와의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복귀를 천명했고, 이 과정에서 그렉 잭슨이라는 명장을 택했다. 이전까지 자신의 고향인 하와이에서 대부분의 훈련을 소화했던 과거와는 달리, 잭슨-윙크 아카데미에 둥지를 틀고 체계적인 훈련을 소화했다.

나이와 명성이 있었던 펜으로서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파이터로서 배수의 진을 친 마지막 도전이자 강한 동기부여가 있었던 셈이다. 이후로도 펜은 잭슨에게 "만약 파이터로서 내가 더 이상 도전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그때는 내게 꼽혀있는 전원 플러그를 제거해도 좋다. 그렇게 말해준다면 나는 언제라도 하와이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고 말할 정도로 훈련에 필사적이었다.

비록 그 훈련의 결실은 달콤한 열매가 되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 2014년 에드가전에서 상체를 바짝 세우고 까치발을 드는 괴이한 스텝을 보여주는 촌극은 없었으나, 대신 펜은 로드리게스의 공세에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수많은 팬들이 SNS를 통해 은퇴를 종용하는 글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늦은 나이에 다시 옥타곤 복귀를 선언한 펜의 노력까지 폄하될 수는 없다. 비록 그가 말했던 세 체급 챔피언 도전은 무리수를 둔 발언이 되었지만, 여전히 케이지의 젊은 사자들과 경쟁을 하고자 했던 펜의 도전 자체는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자세다.

펜은 파이터들의 파이터다. 현시대 MMA 선수들이 종합격투기 수련을 시작할 때 이미 선수로서 정상을 찍은 전설이다. 이미 많은 현직 파이터들은 그의 기량이나 은퇴 여부와는 상관없이, 펜의 지난 경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또 안타까워했다. 윌 브룩스는 "오늘 경기의 승리자는 시간의 지배자다"라며 소감을 남겼고, 벨랄 무하마드는 "코미어와 헨더슨의 대결보다 더 우울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

케빈 리 또한 "BJ 펜과 생 피에르의 대결 때문에 격투기를 시작했다. 펜을 존경하지만 더 이상 보기가 힘들다"라며 아픈 마음을 드러냈고, 더스틴 포이리에와 패트릭 코테는 입을 모아 "BJ 펜을 여전히 존중한다. 그는 전설이었다"며 레전드의 투혼에 감사를 표했다.

함께 경기를 치른 로드리게스 또한 여기에 힘을 보탰다. 그는 "펜이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그의 삶이고 커리어다. 나는 여전히 펜이 강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모든 것은 그가 하고자 하는 것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말을 남겼다.

아마 펜은 이후로도 다시 훈련에 돌입하고 또 한 차례 경기를 가질지도 모른다. 물론 이제는 정상권에서 경쟁할 수 없는 레벨의 선수가 되었지만, 펜의 도전 자체를 누군가가 굳이 나서서 막을 이유도 없다. '손뼉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지만, 그 손벽 칠 시점도 결국 도전이라는 동기부여가 된 당사자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BJ 펜의 경기를 본 파이터들의 SNS 반응]

컵 스완슨
"즐길 수 없었던 경기였어."

윌 브룩스
"오늘의 승자는 시간의 지배자군."

필립 노버
"전설이 이렇게 박살나는 것을 지켜보려니 가슴이 너무 아프구나."

셰넌 냅(인빅타FC 대표)
"전설이 이렇게 심한 대접을 받는 걸 보기가 힘들어."

앨런 조우반
"더이상 이 경기를 즐기면서 볼 수가 없어."

앨리아스 테오도로
"펜이 로드리게스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는구나."

케빈 리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은 내가 BJ 펜과 조르주 생피에르의 대결 때문에 격투기를 시작한 것을 알고 있을 거야. 난 펜을 너무나 존경하지만 이건 더이상 보기가 힘들어."

벨랄 무하마드
"코미어 대 헨더슨 경기보다 더 우울하구먼..."

랜디 브라운
"망할, 보고 있기가 정말 힘들구만."

더스틴 포이리에
"아무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BJ 펜을 존경해. 그는 전설이고 많은 것들을 일구어냈지. 파이터들이 곱게 늙기란 어려운 것 같아."

브라이언 오르테가
"BJ 펜은 건강해보이지도 않았고, 누군가와 싸우려는 의지도 없는 것처럼 보였어."

패트릭 코테
"펜은 전설이고 앞으로도 언제나 그럴 거야. 고마워 BJ!"

[사진] ⓒZuffa, LLC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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