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16366219203816.jpg

[몬스터짐=반재민 기자] 2016년의 마지막, 전세계 격투팬들의 이목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로 모였다. 바로 2015년 11월까지 UFC 여성부 무대를 호령했던 ‘격투여제’ 론다 로우지가 1년 만에 옥타곤으로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1년 사이 그녀를 꺾고 챔피언에 오른 홀리 홈은 로우지가 꺾은 적이 있었던 미샤 테이트에게 무너졌고, 그 미샤 테이트는 다시 아만다 누네즈에게 무너지며, 여성 밴텀급은 춘추전국시대를 열고 있었다. 그 와중에 격투여제라 불리며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론다 로우지의 복귀는 밴텀급의 양상을 또 한번 뒤바꿔 놓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UFC도 이에 동의했다. 그녀에게 다시 챔피언 벨트를 가질 수 있게 타이틀매치를 복귀전으로 선택했다. 이제 로우지는 자신의 실력으로 다시 격투여제의 자리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하지만, 격투팬, 격투 전문가, UFC 뿐만 아니라 로우지 자신마저 예상을 빗나간 결과가 벌어졌다. 1라운드 48초 레프리 스탑 TKO 패배, 13개월 전에 홈에게 당했던, 아니 그보다도 더 크나큰 충격적인 패배로 그녀의 복귀전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이 경기에서 로우지는 앞으로의 과거의 영광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완전히 잃어버렸다. 로우지는 경기가 끝난 후 "내 복귀는 단지 싸우기 위함이 아니라 승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것을 쏟아붓고 준비한 것들이 계획했던 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도 있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로우지의 패배는 이미 홈과의 경기에서부터 예견되어 있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지점에서 로우지는 2연패를 당했을까 48초밖에 되지 않는 경기 시간이지만, 심층 분석을 통해 로우지가 패한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MTQ0MDE3NzkzMjQ5OTc4MjQ2.jpg


■ 경기 전엔 ‘야수’ 맞으면 ‘순한 양’

이미 경기 전부터 로우지는 승리에 대한 대단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미디어 접촉을 피한 채 오로지 훈련에 몰두했다. 특히 계체에서 보여준 근육질의 몸매는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져, 로우지가 진화했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그녀가 경기 전 보여준 퍼포먼스는 엄청났다.

하지만, 또 다시 옥타곤에 들어서자 고질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바로 초반 싸움이었다. 이미 누네즈는 로우지의 약점을 알고 있었고, 초반부터 과감한 세 번의 펀치로 로우지를 공략했다. 당황한 로우지는 그 순간 순한 양으로 변해버렸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과감한 플레이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나마 로우지가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려 하면 누네즈는 곧바로 강력한 펀치로 거리두기와 동시에 데미지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데미지는 1라운드 초반에 이미 한도가 초과돼 버렸다. 제대로 된 가드를 하지 않은 탓이었다. 홀리 홈과의 경기에서도 로우지는 전혀 가드를 올리지 않으며, 홈에게 연타를 허용했고, 2라운드에 헤드킥을 맞고 쓰러졌다. 그나마 홈이 거리를 두며 공격했기 때문에 펀치의 강도는 세지 않아 1라운드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누네즈는 홈과 달리 근거리에서 홈보다 강한 펀치를 가드가 없는 로우지의 안면에 사정없이 날렸다. 결국 로우지는 1분도 버티지 못하고 그로기를 선언했다. 완벽한 작전적인 패배였다.

특히 누네즈의 펀치가 로우지의 얼굴을 수놓을 때 로우지는 이에 대한 대응을 전혀하지 못했다. 홀리 홈과의 경기에서 가졌던 타격 트라우마가 로우지를 감싸고 있던 듯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스탭만을 가져간 로우지의 모습은 이전과는 다른 충격이었다.

152508746_1.jpg


■ 그녀의 무기 ‘암바’가 놓은 덫

‘암바’ 로우지가 MMA 전적 12승을 기록할 당시 9번의 서브미션 승이었는데 모두 암바로 결정지었을 정도로 로우지에게 있어 암바는 절대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로우지는 암바의 맛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로우지가 암바를 쓸 수 있었던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자 격투계의 폴이 너무 좁았다. 게다가 로우지는 엘리트 체육인 출신의 압도적인 근력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리즈 카무치의 백 초크를 힘으로 풀어냈을 정도로 피지컬 적인 면에서도 당시 로우지가 다른 선수들에게 보여준 기량은 매우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최근 UFC의 동향을 보더라도 서브미션으로 승리를 거두는 선수는 많지 않으며,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거의 리어 네이키드 초크와 같은 초크 기술로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많다. 암바와 같은 기술은 상대가 일부러 걸려주지 않는 이상 걸기 쉬운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자부도 다르지 않다. 서브미션으로 승리하는 비율보다 타격으로 승부를 보는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 캣 진가노와 요안나 예드제칙과 같은 여성부 선수들이 서브미션 기술보다 타격기술을 꾸준히 연마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로우지는 이를 간과했다. 또 한번 암바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기술을 너무 맹신한 댓가는 너무나도 참혹했다. 암바는 그녀에게 영광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하나 밖에 쓸 줄 모르는 원베이스 챔피언이었다는 세간의 인식만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로우지가 이번 경기를 통해 가장 크게 잃은 것이었다.


MTQ0MDE3NzkzMjQ5OTc4MjQ2.jpg


■ 로우지, 타베르디안을 떠나라

로우지의 복싱코치는 에드몬드 타베르디안이다. MMA 선수 출신인 그는 론다 로우지를 발굴해낸 것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트래비스 브라운, 제이크 엘런버거가 소속된 현재의 타베르디안 사단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론다 로우지를 발견해낸 것‘이며, 그가 로우지를 강하게 키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미 로우지의 기본 격투 베이스는 로우지의 어머니인 앤마리아 드 마스로부터 배운 것이며, 타격부분에서는 오히려 날이 갈수록 퇴보한 모습을 보여주며, 타베르디안의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달려있었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인 앤마리아도 타베르디안에 대해 “전혀 실력이 없는 코치가 우리 딸을 망치려 한다.”라고 비난을 퍼부었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로우지가 UFC에 데뷔한 이후 연승행진을 보여주며 타베르디안의 문제점은 묻혀있었지만, 홀리 홈전 패배를 계기로 그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점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누네즈 전에서 폭발해버렸다.

이 경기에서 타베르디안은 이미 그로기 상태에 몰린 로우지를 향해 클린치를 외치는 처절함을 보인 끝에 어이없게 그의 제자가 패배하는 모습을 황망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로우지 특유의 성격과 타베르디안의 지도력, 정치가 합작한 참극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로우지는 예전부터 자기 자신에게 충언을 하는 코치들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현재도 로우지의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을 띄워주고 끌어올려주는 것을 좋아하며, 그녀에 대한 비난이 오면 불같이 화를 내며 흥분한다. 타베르디안은 로우지에게는 그녀를 띄워주며, 한없이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승과 제자 이상의 관계가 있다는 의심이 들 정도로 둘에 대한 신뢰 관계는 어머니와 로우지의 관계보다 깊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타베르디안의 지도력은 엄청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의 사단에 속해있는 트래비스 브라운의 타격 실력이 날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로우지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과감하게 타베르디안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성격으로 비춰보았을 때 타베르디안을 떠나는 것은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우지 자신이 세계의 격투기 추세에 맞춰 진화하기 위해서는 타베르디안을 떠나 다른 코치에게로 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로우지는 아직 자신의 격투인생이 끝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로우지는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펼 수 있을까?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ZUFFA LLC / 몬스터짐DB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제품 랭킹 TOP 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