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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아마추어 레슬러와 UFC 헤비급 챔피언의 레슬링 대결이 벌어진다면 승자는 누가 될까.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각)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며 WWE로 복귀한 커트 앵글(49, 미국)이 과거 브록 레스너(39, 미국)와 치른 레슬링 대결에 얽힌 비화를 공개했다.

앵글은 18일 프로레슬러 크리스 제리코(46, 미국)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토크 이즈 제리코(Talk is Jericho)’에 출연해 “WWE 데뷔 초기 시절 아마추어 레슬링으로 레스너를 제압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알려진 대로 앵글과 레스너는 현 WWE 로스터 중에서 아마추어 레슬링을 기반으로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보유한 선수다. 앵글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100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프로레슬러로 전향했다. WWE 외에도 국제 아마추어 레슬링 명예의 전당, 국제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까지 헌액된 그야말로 레슬링 전설이다. 레스너 또한 전미대학레슬링(NCAA) 디비전1을 제패하며 탄탄한 레슬링 커리어를 보유했다. 지난 2007년 종합격투기로 전향을 선언한 뒤 UFC 헤비급 타이틀까지 따내며 막강한 경력을 쌓아 올렸다.

이만큼 실전 스포츠 무대에서도 서로 높은 업적을 쌓아온 두 사람이기에 격투 팬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둘이 겨룬다면 누가 이길까?’라는 가정이 종종 논쟁거리로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앵글의 말에 따르면 적어도 순수 레슬링에서 레스너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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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E 활동 당시 앵글은 레스너와 아마추어 레슬링에 가까운 실전 시합을 벌인 적이 있다. 체격을 비롯한 전반적인 신체 조건은 레스너가 우위에 있었으나, 실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앵글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앵글은 토크 이즈 제리코와의 인터뷰에서 “레스너는 나보다 90파운드나 더 나갔지만, 나는 링 안에서 그를 7~8차례 정도 테이크다운 시켰다. 그럴 때마다 레스너는 번번이 링 사이드 로프를 잡으며 ‘이봐, 우리 지금 라인에서 벗어났어’라며 상황을 벗어나곤 했다. 하지만 난 레스너를 한 번 더 테이크다운 시켰고, 그는 날 넘어뜨리지 못했다”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추어 레슬링으로 레스너를 제압한 앵글은 레스너를 좋은 운동선수로 평가하면서도, 좋은 레슬러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레스너는 좋은 레슬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 정도까지의 좋은 레슬링을 갖추진 않았다. 그는 오로지 더블렉만 사용했고, 테크니컬한 레슬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를 존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단지 내가 더 많은 테크닉을 익혔고, 레스너같은 거대한 선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레슬링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레스너를 상대로 어떻게 각도를 만들고, 얼마나 엉덩이를 낮추고, 앞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모두 알고 있었다. 그 상태를 유지하며 나는 점수를 지켰고, 레스너로부터 득점도 뽑아낼 수 있었다.”

당시 시합 상황을 회고한 앵글은 하지만 “레스너가 올림픽 수준의 레슬링 훈련을 받았다면 그를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며 레스너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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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은 “나 역시 레스너의 엉덩이를 걷어찰 순 없었다. 내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실제 레슬링에 가까운 시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운동선수지만 나만큼 레슬링을 잘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라며 자신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솔직하게 밝혔다.

그러나 뒤이어 “하지만 레스너는 굉장히 훌륭한 운동선수다. 만약 그가 올림픽 레벨의 훈련을 받았다면 아마 그를 이길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손을 대는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능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앵글은 제리코와의 인터뷰에서 종합격투기 무대에 데뷔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실제로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와 두 번에 걸쳐 만나 옥타곤 데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6년과 2010년에 데이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날짜가 문제였다. 그는 내가 4~5주 정도 준비한 뒤 빨리 첫 경기를 치르길 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적어도 최소한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앵글은 “옥타곤에 설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심각한 목 부상 때문이다. 지난 2003년에 목이 부러지기 전부터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그 후에도 2년 반 동안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에서라면 매일 밤이고 멋진 경기들을 선사할 수 있지만, 옥타곤 안에서 정상급 파이터들과 경쟁하라고 한다면? 대답은 ‘아니오’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앵글은 동시에 “만약 목 부상을 입기 전 상태였다면? UFC 챔피언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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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WWE.com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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