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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1987년, 헐크 호건이 230kg의 거인 앙드레 더 자이언트를 바디슬램으로 메치던 그 순간 폰티악 실버돔에 운집한 9만여 관중이 모두 기립했다. 1990년, 레슬매니아 사상 최초로 펼쳐진 선역 대 선역의 대결에서 얼티밋 워리어에게 패배한 호건은 결과에 승복하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골든 에라(Golden Era)’로 표현되는 프로레슬링의 황금기가 한풀 꺾인 1990년대 초중반, 위태로웠던 WWE를 겨우 지탱한 건 브렛 하트와 숀 마이클스라는 두 기둥이었다. 이들은 1996년 펼쳐진 ‘60분 아이언맨 경기’에서 서로의 육체를 내던지며 불후의 명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몇 년 뒤, WWE는 다시 프로레슬링 시장의 권력을 되찾았다. 그 배경에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라이벌로 꼽히는 스티브 오스틴과 더 락이 있었다. 그들은 1999년과 2001년에 걸쳐 레슬매니아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며 프로레슬링 제2의 전성기를 견인했다.

2005년, 가장 드라마틱한 각본의 주인공이었던 바티스타는 트리플 H를 꺾고 사상 첫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이어지는 2006년에도 비슷한 그림이 이어졌다. 트리플 H는 존 시나에게 깔끔하게 패배하며 차세대 주역들을 위한 자양분이 되었다. 새 시대가 열렸다. 이후 CM 펑크, 대니얼 브라이언, 세스 롤린스 같은 젊은 선수들은 경기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 사이 릭 플레어와 숀 마이클스 같은 전설들은 모두 감동적인 은퇴 경기를 치러냈고, 레슬매니아 21연승의 대기록을 쌓아가던 언더테이커는 최초로 패배하며 그도 한 명의 사람이었음을 각인시켰다.

이렇게 레슬매니아는 매년 위대한 전설의 퇴장과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반복하며 역사의 페이지를 충실하게 채워나갔다. 오는 4월 3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캠핑 월드 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서른세 번째 레슬매니아도 마찬가지다. 대중의 기대와 마니아들의 우려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진 속에서 몇몇 경기는 프로레슬링 역사의 중요한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 역대 최대 규모의 무대 세트가 설치되는 레슬매니아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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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매니아 33이 펼쳐지는 경기장은 올랜도의 캠핑 월드 스타디움이다. 다소 생소한 이름처럼 들린다면 이 구장의 과거 이름인 ‘올랜도 시트러스 볼’을 떠올리면 된다. 과거 NFL과 대학미식축구 경기가 열리기도 한 이곳은 지난해까지 MLS의 올랜도 시티 SC와 NWSL 올랜도 프라이드의 홈구장이었다. 또한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다섯 경기를 치러낸 경기장으로, 미식축구의 인기가 압도적인 미국에서 축구의 입지가 더 높은 몇 안 되는 구장이기도 하다.

1939년 8,900명 규모로 완공된 이곳은 시간이 흐르며 증축을 거듭했다. 현재는 65,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규모 경기장으로 변모, 다양한 문화 행사도 열린다. 그리고 프로레슬링과의 인연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트러스 볼로 불리던 지난 2008년 당시 레슬매니아 24의 경기장이었던 이곳은 9년 만에 다시 서른세 번째 프로레슬링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먼저 주목할 점은 무대 세트다. 이번 레슬매니아의 부제는 ‘The Ultimate Thrill-Ride’로 명명됐는데, 역대 최대 규모의 무대를 설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기가 열리는 캠핑 월드 스타디움 현장을 직접 찾은 팬들의 사진이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됐다. 현재 캠핑 월드 스타디움에는 대회 부제를 그대로 옮긴 듯한 롤러코스터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역대 레슬매니아 역사상 가장 큰 무대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에 앞서 출연진 또한 화려하다. 레슬매니아 33의 주제곡은 파티 음악의 대가인 핏불의 ‘Greenlight’. 당연히 이벤트 당일 현장에서 이 곡의 라이브를 위해 핏불이 나선다. 여기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플로 라이더와 런치머니 루이스도 무대에 오른다. 또한 R&B 뮤지션인 티나셰는 레슬매니아의 시작을 알리는 곡 ‘America the Beautiful’을 부른다.

아쉬운 점은 샤킬 오닐의 불참이다. WWE는 레슬매니아 때마다 종종 다른 종목의 스포츠 스타나 영화배우 같은 유명인들을 섭외해 특별 경기를 준비한다. 올해는 그 주인공으로 NBA 역사상 최고의 센터로 평가받는 샤킬 오닐의 출연이 추진됐다. 2월까지만 하더라도 그와 빅쇼의 특별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지난 3월 막판에 경기가 취소되어 한 가지 볼거리가 줄었다. 결국, 상대를 잃은 빅쇼는 킥오프 경기로 열리는 앙드레 더 자이언트 메모리얼 배틀로얄에 출전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 '챔피언' 골드버그 vs '도전자' 브록 레스너···WWE 유니버설 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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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한국 시각) 미국 현지에서 방영된 WWE 스맥다운을 끝으로 레슬매니아 33의 모든 대진표가 결정됐다. 총 13경기가 준비되어 있는데 이 중 세 경기는 비방송용 킥오프 쇼로 열린다. 레슬매니아 본 무대에서는 10경기가 열리며, 타이틀이 걸린 챔피언십 경기는 총 7경기다.

흥미로운 점은 팬들의 반응이다. 이번 레슬매니아의 대진카드에 대한 일반 대중과 마니아 간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 주요 대진의 차지하고 있는 선수들의 이름값은 상당히 큰 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기 내용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결과 또한 예상이 쉽게 흘러가는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레슬매니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경기는 단연 골드버그와 브록 레스너의 WWE 유니버설 챔피언십이다. 지난해 12년 만에 WWE로 복귀한 골드버그는 애초 서바이버 시리즈에서 레스너와 단 한 번의 경기만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복귀 직후의 활동에 만족한 골드버그는 WWE와 계약을 연장했다. 지난 1월 열린 로얄럼블에서는 30인 제거경기에 참가했고, 지난 6일 개최된 러(RAW)의 단독 스페셜 이벤트인 패스트레인에서는 WWE 유니버설 챔피언인 케빈 오웬스를 꺾고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번 레슬매니아에서 골드버그는 챔피언의 자격으로 레스너를 맞아 방어전에 나서게 된다.

골드버그와 레스너의 맞대결, 그것도 최고의 타이틀이 걸린 경기라는 점은 레슬매니아의 무게감을 한껏 드높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경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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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복귀한 골드버그의 몸은 50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있는 편이다. 또한 레스너나 오웬스 같은 중량급 선수들을 잭 해머로 충분히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의 근력 또한 여전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체격과 경기를 장시간 운용할 수 있는 체력의 문제는 다르다. 골드버그는 공백기에도 무에타이와 복싱을 꾸준히 수련하며 몸을 관리해왔지만, WWE 복귀 직후 미국 스포츠 매체인 ESPN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그동안 해온 MMA 수련과 프로레슬링은 완전히 다르다. 12년이나 쉬었고, 적응하기 위해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실제로도 골드버그는 복귀 후 스쿼시매치(한쪽의 우세가 일방적으로 펼쳐지며 단시간 안에 끝나는 경기)만 치렀는데, 세 경기 시간을 모두 합쳐도 채 10분이 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레스너에겐 골드버그의 문제점을 상쇄시켜줄 경기 리드 능력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초창기 레스너는 만능형 프로레슬러였다. 힘과 운동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파워리프팅에 능했고, 관절기와 공중기까지 사용하며 테크니션의 면모까지 보였다. 하지만 지난 2012년 WWE 복귀 후 경기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경기의 스토리텔링이나 셋업을 위한 타격기 외에는 오로지 저먼 수플렉스와 마무리 기술인 F5만 사용하면서, 현재는 수플렉스만을 구사하는 브롤러 타입의 프로레슬러가 됐다. 물론 레스너의 과격한 기술을 접수할 능력이 있는 상대와 만난다면 현실적인 몰입감을 선사할 정도로 좋은 경기를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체력이 부족하고 과격한 접수가 어려운 골드버그와는 상성이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경기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끝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이번 레슬매니아는 골드버그의 계약상 마지막 경기다. 경기의 내용과 상관없이 골드버그가 레스너에게 타이틀을 헌납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WWE 측에서 팬들의 예상이 너무 쉬워진 것을 오히려 역이용해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게다가 WWE는 '골드버그의 의사만 있다면 재계약은 무조건 환영'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 따라서 경기만 설득력 있게 구성만 된다면 좋은 평가가 일어나는 반전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 레슬매니아의 전설과 세대교체라는 명분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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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우려는 다른 경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언더테이커와 로만 레인즈의 싱글 매치다. 

레인즈는 최근 몇 년 동안 WWE에서 차세대 간판으로 내세우기 위해 꾸준히 푸시(선수를 띄워주기 위해 각본에서 강함을 어필하거나 연승을 하게 만드는 작업)를 받아온 선수다. 프로레슬러로서 최고의 조건에 가까운 체격과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메인이벤터 반열에 오르기에는 프로레슬러로서의 경기력이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다. 슈퍼맨 펀치와 스피어 남발로 대표되는 단편적인 경기 운용, 부실한 기술과 기본기 등 경기 내적인 부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다수 내포하고 있다. 어린이와 여성 팬들에게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만, 프로레슬링 팬덤의 중심에 포진한 남성들에게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반면 상대편에 선 언더테이커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위대한 선수다. 무엇보다도 이 레슬매니아라는 무대가 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비록 지난 2014년 레스너에게 패배하긴 했으나, 언더테이커는 그 전까지 레슬매니아에서 21연승을 이어온 무패의 기록이 있다. 그리고 레스너에게 거둔 유일한 패배 후에는 다시 승리 기록만을 쌓아왔다. 언더테이커에게 있어서 레슬매니아는 그를 상징하는 정체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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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훌륭한 경기력을 갖춘 언더테이커지만, 이제는 그가 경기를 적극적으로 리드하기 어려울 만큼 체력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아직 레인즈에게는 경기를 이끌고 갈만한 운영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 또한 특별한 콘셉트가 없는 일반 싱글 매치이기 때문에 자칫 경기가 지루하게 흘러갈 공산도 있다.

무엇보다도 팬들은 레슬매니아 그 자체이자 승리의 아이콘인 언더테이커가 비판의 중심에 있는 레인즈에게 패배라도 할까 내심 걱정하는 눈치다. 그리고 이번 레슬매니아를 끝으로 대대적인 고관절 수술과 함께 언더테이커가 은퇴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루머는 팬들의 걱정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마침 이 경기는 WWE가 야심 차게 세대교체를 위한 명목으로 만든 카드다. 이미 언더테이커의 무패 신화가 깨진 만큼, 두 번째 패배가 일어나도 크게 충격적일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레인즈의 경기력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북미 프로레슬링 전문 매체인 '레슬링 옵저버 뉴스레터'의 데이브 멜처 기자 또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속단은 금물이다. 경기의 결과와는 별개로 좋은 내용을 기대해봐도 나쁠 것은 없다.


■ 명경기의 씨앗이 곳곳에서 보이는 충실한 대진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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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곳곳에 포진된 경기들을 보면 올해 레슬매니아 대진은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마니아 팬들의 우려가 조금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로 많은 가능성 또한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회장 빈스 맥마흔의 '금수저' 아들 셰인 맥마흔과 21세기 최고의 프로레슬러로 평가받는 AJ 스타일스의 싱글매치다. 

일반적으로 팬들에게 셰인 맥마흔은 '스페셜 이벤트에서 엄청난 스턴트 액션을 보여주는 좋은 선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셰인은 정식 프로레슬러가 아니다.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실제 경기 운영 능력 자체는 결코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없다. 입이 벌어지는 장면을 만들어낼 순 있어도, 입이 벌어지는 경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반대편에 AJ 스타일스가 서 있다는 점은 호재다. AJ는 힘, 테크닉, 화려함, 체력, 접수능력, 센스까지 모든 부분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한 올라운드 플레이어고, 누구를 만나건 능수능란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셰인의 스턴트를 받쳐주는 것에도 큰 문제는 없다. 따라서 다양한 테크닉으로 경기를 리드할 수 있는 AJ 스타일스의 운용 능력과 셰인의 스턴트가 만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WWE 유니버설 챔피언십과 함께 또 하나의 메인이벤트가 될 브레이 와이어트 대 랜디 오턴의 WWE 월드 챔피언십도 주목할만하다. 비록 무게감은 조금 부족하지만, 이 경기를 위해 그동안 진행되어온 대립과 빌드업이 촘촘하게 잘 짜인 덕분에 기대감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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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대감은 당일 경기력 부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와이어트 경기력의 핵심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탁월한 운동 능력으로 경기의 액션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드라마틱한 설계를 통해 경기 내적으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맞서는 오턴 또한 경기의 스토리텔링 부분에서 수준 높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경기에서 폭발적인 운동능력 측면의 부재는 기습 RKO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 게다가 와이어트와 오턴 모두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가 전혀 점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왕의 귀환도 준비되어있다. 그동안 WWE의 인사담당 부사장으로 경영진의 의무를 다해온 트리플 H는 모처럼 레슬매니아를 통해 다시 '영리한 암살자'로 돌아온다. 그에게 저항하는 언더독 세스 롤린스는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 기술과 화려한 공중기가 동시에 가능한 멋진 재능의 소유자다. 트리플 H 는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전형적인 악역 스타일의 경기를 운용하는데, 마침 세스 롤린스는 올해 초 실제 다리 부상이 있었다. 경기의 드라마틱함과 설득력을 끌어내기 위한 판은 이미 준비가 된 셈. 두 선수는 이렇게 잘 깔아둔 판에서 열심히 작두를 타면 된다.

위의 경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묻히는 느낌의 카드지만, 크리스 제리코와 케빈 오웬스의 US 챔피언십 또한 눈여겨볼만하다. 제리코와 오웬스는 각각 메이저 단체와 인디 단체에서 경기력으로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던 선수들이다. 친구에서 적으로 갈라서는 대립 과정 또한 설득력 있게 잘 진행이 됐다. 큰 실수만 없다면 명경기를 기대해봐도 좋은 매치업이다.


■ 레슬매니아행 롤러코스터까지 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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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레슬매니아를 앞두고 국내 프로레슬링 전문가들 또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FX 채널의 'WWE 애프터번' 해설을 맡고 있는 김종효 해설위원은 가장 기대되는 경기로 AJ 스타일스와 셰인 맥마흔의 싱글 매치를 꼽았다. 김종효 해설위원은 "AJ 스타일스는 TNA에서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고, 셰인은 애티튜드 시절부터 레슬매니아 같은 거대한 무대에서 인상적인 스턴트 액션을 꾸준히 남기곤 했다. WWE도 AJ 스타일스의 경기력과 셰인의 스턴트를 기대하고 이 시합을 올렸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뒤이어 "과거 애티튜드 시절 가장 얄미운 악역을 도맡아 해온 크리스 제리코, 그리고 최근 가장 얄미운 악역을 잘 수행한 케빈 오웬스의 케미 또한 기대된다. 링 위에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만큼은 최고의 베테랑들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골드버그와 브록 레스너의 메인이벤트에 대해서는 "골드버그의 패배, 그리고 경기가 10분 안에 끝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개연성 있게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어차피 과거 헐크 호건이나 얼티밋 워리어의 경기들도 대부분 길지 않았다. 사실 경기를 오래 끌고 갈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그 경기들은 지금 봐도 재미있다. 그런 면을 봤을 때 얼마나 스토리텔링을 해줄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WWA(한국 프로레슬링 연맹) 소속의 프로레슬러 조경호 선수는 "마니아들의 입장에서는 신구 세대교체 분위기가 잘 나지 않겠지만, 대진을 보면 유니버설 챔피언십 외에는 생각보다 젊은 프로레슬러들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있다. 어쨌든 WWE의 가장 큰 행사고 스포츠 이벤트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대회인 만큼, 일반 라이트 팬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대진이 많다. 마니아 입장에서는 불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꽤 기대가 되는 레슬매니아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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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어린 시절 골드버그를 보며 자랐다는 기억을 밝힌 조경호는 "골드버그의 팬이다 보니 유니버설 챔피언십이 가장 기대가 된다. 마치 '록키 발보아' 같은 느낌이랄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마무리가 어떻게 지어질지를 지켜보는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뒤이어 AJ 스타일스와 셰인 맥마흔의 경기에 대해서는 "셰인은 정식 프로레슬러가 아니다. 하지만 화려한 스턴트로 마니아층이 있다. 그런데 기믹 매치도 아니고 일반 싱글 매치로 AJ 스타일스를 상대한다. 훌륭한 레슬러는 빗자루와 시합을 해도 명경기를 만든다고 하지 않나. AJ는 이미 좋은 기량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모두 입증이 된 상태인데, 과연 그런 AJ가 셰인과도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프로레슬링 전문 웹진 '레슬매니아닷넷(http://wmania.net/)'의 한호극 대표는 골드버그의 승리를 예상했다. 한호극 대표는 "데뷔 이래로 꾸준히 강자의 모습을 지켜온 골드버그가 과연 해피엔딩으로 자신의 프로레슬링 경력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지가 가장 궁금하다. 대부분의 팬이 브록 레스너의 승리를 점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골드버그의 해피 엔딩을 점쳐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경기인 WWE 챔피언십에 대해서는 "랜디 오턴과 브레이 와이어트의 대결은 메인이벤트로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로얄럼블 우승자가 레슬매니아 WWE 챔피언 등극이라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랜디 오턴이 승리해 ‘로얄럼블 우승자’ 전통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호극 대표는 "대체로 그동안의 레슬매니아 결과들은 선역이 승리하고 악역이 패배하거나 혹은 예상이 가능한, 다소 보수적인 선택이 많았다. 이번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대중의 기대감과 마니아들의 우려가 뒤섞이며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서른세 번째 레슬매니아가 어느덧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분명 모든 이가 만족할 순 없다. 하지만 WWE 1년 농사의 수확이자 기나긴 레이스의 종착지인 레슬매니아는 결국 어떤 식으로 끝나건 프로레슬링의 중요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프로레슬링의 가장 큰 축제를 기다리는 지금 이 순간 만큼이라도 충분히 즐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레슬매니아행 롤러코스터에 일단 탑승하고 나서 볼 일이다.

[WWE Wrestlemania 33]
일시: 2017년 4월 3일 08시(한국 시각)
장소: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캠핑 월드 스타디움

[WWE 유니버설 챔피언십] 골드버그 vs 브록 레스너
[WWE 챔피언십] 브레이 와이어트 vs 랜디 오턴
[WWE RAW 우먼스 챔피언십] 베일리 vs 사샤 뱅크스 vs 샬롯 플레어 vs 나이아 잭스(4자간 제거 경기 방식)
[WWE US 챔피언십] 크리스 제리코 vs. 케빈 오웬스
[WWE 인터콘티넨탈 챔피언십] 딘 앰브로스 vs 배런 코빈
[WWE RAW 태그팀 챔피언십] 루크 갤로우스&칼 앤더슨 vs 엔조 아모레&빅 캐스 vs 세자로&셰이머스(3자간 사다리 경기 방식)
[싱글 매치] 언더테이커 vs 로만 레인즈
[싱글 매치] 트리플 H vs 세스 롤린스
[싱글 매치] AJ 스타일스 vs 셰인 맥마흔
[혼성 태그팀 매치] 존 시나&니키 벨라 vs 더 미즈&마리즈
[WWE 크루저웨이트 챔피언십] 네빌 vs 오스틴 에리스(비방송용 킥오프 경기)
[WWE Smack Down 우먼스 챔피언십] 알렉사 블리스 vs 베키 린치 vs 미키 제임스 vs 나탈리아 vs 카멜라 vs 나오미(6자간 경기 방식)
[앙드레 더 자이언트 메모리얼 배틀로얄] 브라운 스트로맨, 새미 제인, 빅쇼, 돌프 지글러, 아폴로 크루즈, 제이 우소, 지미 우소, 채드 게이블, 제이슨 조던, 마크 헨리, 타이터스 오닐, 골더스트, 알-트루쓰, 커티스 액슬, 프리모, 에피코, 보 댈러스, 진더 마할, 라이노, 히스 슬레이터, 모조 라울리, 커트 호킨스, 타일러 브리즈, 판당고, 사이먼 고치, 에이든 잉글리쉬, 칼리스토, 빅터, 코너, 신 카라 (총 30명, 비방송용 킥오프 경기)

[사진] ⓒWWE
조형규 기자 (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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