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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은 패배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 패배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 또한 각자 다르다. 패배를 극복하지 못하고 더욱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패배가 쓴 약이 되어 더욱 강한 동기부여를 낳기도 한다.

국내 여자 유도 -70kg급의 강자 김성연은 지난해 10월 여느 때보다 유독 힘든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다. 꾸준히 정상을 지킬 줄 알았던 그녀는 8강 진출부터 힘겨운 경기를 이어왔고, 결승에서 유지영에게 패배하며 2위를 기록했다. 다행히 국가대표에는 합류했지만, 스스로 충격이었다고 표현했다.

패배 앞에서 그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다행히 그녀는 무너지기보다, 이를 새로운 동기부여의 계기로 삼았다. '내가 이렇게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중에도 다른 선수들은 열심히 운동하고 있구나'라고 되뇌며 다시 한 번 자신을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온 태릉 선수촌에서 그녀는 "제2의 전성기를 위해 스스로와의 싸움을 이어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성연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 선수촌에서 만났다.


#1 - 유도가 김성연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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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은 유도하는 사람 치고 굉장히 예쁜 편이에요. 보통 유도를 하면서 손이 굵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손이 뒤집어지면서까지도 상대를 잡은 손을 놓기 싫은 욕심이 크거든요. 그런데 전 쉽게 놓는 편이라서(웃음)."

"처음 유도를 시작할 때 다들 하는 고민이 '손을 크게 다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들입니다. 그런데 전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죠(웃음). 대신 잡기보다도 기술에 굉장히 치중하는 편이에요."


■ 올림픽, 꿈의 무대지만 그렇다고 마지막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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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습니다. 익숙한 얼굴이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여자 유도 국가대표 -70kg급의 김성연입니다(웃음).

최근에 SNS를 보니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은데···혹시 체급 낮추시려는 건 아니죠(웃음)?
절대 아닙니다. 살이 빠지지도 않았고요. 그저 사진 10장 찍어서 그중 제일 잘 나온 사진 한 장이 살이 빠져 보인 것 같아요(웃음).

다시 태릉에서의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요?
리우를 다 잊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요. 컨디션은 좋고, 지금은 기본적인 부분을 다시 다지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 올림픽 이후로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셨을 것 같아요. 지금은 잘 회복하셨나요?
처음엔 엄청 허무했죠. 하지만 최근에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물론 올림픽이 꿈의 무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마지막은 아니거든요. 올림픽은 제가 그동안 많이 뛰어왔고, 또 앞으로 뛸 수많은 시합 중 하나예요. 예전에는 리우 올림픽 생각만 해도 눈물이 펑펑 났는데, 지금은 웃으면서 열심히 다시 운동하고 있습니다.

조준호 코치로부터 올림픽 당시 귀국하는 날까지 엄청 우셨다고 들었어요.
4분이라는 짧은 경기 시간에 모든 게 끝났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어요. 실감도 안 나고 눈물도 안 나고. 그러다가 한 30분 정도가 지나니 그때부터 펑펑 눈물을 쏟았죠.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새벽마다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올림픽 이전에 아시안게임에서 -70kg급 금메달까지 획득해서 기대감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였잖아요. 아쉽진 않으셨는지요.
그런데 뭐··· 제 스스로가 문제였던 것 같아요. 경험 부족이라고 변명할 수도 없는 게, 그런 부담과 압박, 긴장감을 모두 이겨내는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거잖아요. 저는 하나도 이겨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혹시 부상은 없으셨는지요? 같이 지난 대표팀에서 올림픽에 출전했던 조구함, 박지윤 선수는 당시 부상이 심해서 지금 재활 중이잖아요.
두 선수들은 정말 큰 부상이었죠. 그거에 비하면 제 부상은 부상도 아니에요. 그들 덕분에 저희가 더욱 동기부여받아서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성적이 좋지 않아서 속상했지만요.

그러고 보니 이 인터뷰에 앞서 여자 유도 대표팀에 새로 부임한 배상일 감독님을 만났는데 대표팀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훈련 스타일의 변화도 있을 것 같은데요.
모든 감독님들마다 지도 스타일의 차이가 있긴 하죠. 그런데 지금은 입촌하고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마다 장단점을 파악하는 기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부터 탄탄히 연마하고 있습니다. 너무 탄탄히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웃음).

그렇다면 올림픽 이전과 비교해 현재 선수촌에서의 훈련에서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올림픽을 준비하기 전에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훈련했죠. 그래서인지 시합이 끝나니 더 허탈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선수촌에 들어오면서 마음을 새롭게 다잡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기분 좋게 훈련하며 다음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국가대표 선발전 패배, 김성연에게 새로운 동기부여를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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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올림픽 이후 마음가짐을 새로이 다잡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올림픽이 끝나고 완전히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깐, 그때부터 밀려오는 허무함 때문에 운동에 집중하기 어려웠어요. 훈련도 하는 둥 마는 둥 했거든요. ‘다 끝났어, 나는 이제 끝이야’라고 생각했죠. 그 상태에서 작년 10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는데 2위를 했어요. 충격을 받았죠.

충격이라뇨? 2017 여자 유도 대표팀에도 다시 합류하셨는데도요?
제가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허송세월 보내는 사이에도 다른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계기가 된 게 바로 지난 선발전이었고요.

아, 그렇다면 작년 10월에 있었던 국가대표 선발전 이야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당시 선발전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그때 8강전도 정말 힘겹게 올라왔어요. 그리고 결승에서 유지영 선수에게 패배했죠. 새롭게 떠오른 국내 강자가 아닌가 싶어요. 이런걸 보면 확실히 국내 대회가 국제 대회보다 더 까다로운 편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 까다로움을 느끼시는지요?
국내 선수들끼리는 1년에 4~5번 이상 만날 때도 많고, 서로 매트에서 매일 몸을 맞대고 훈련해왔기 때문에 서로의 장단점과 기술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제가 가진 기술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요즘엔 새삼 황예슬 선수가 대단하다고 느껴요.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부담감이 커질 법도 한데, 항상 한결같았거든요.

황예슬 선수라면 이전에 한국 여자 유도 70kg 급에서 활동하던?
네 맞아요. 사실 저와는 인연이 깊어요. 제가 주로 황예슬 선수를 방어해주고 받아주는 파트너 역할이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절대 내가 이길 수 없겠다'고 느꼈던 선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이 운동을 하면서 배운 것도 많고, 덕분에 국가대표 1진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처음 황예슬 선수의 벽을 넘은 건 언제인가요?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제가 황예슬 선수의 파트너로 참가했었어요. 그리고 올림픽 끝난 뒤 열린 첫 선발전에서 언니를 처음 이겼죠. 그렇게 2012년 말에 처음으로 국가대표 1진이 됐습니다.

만감이 교차하셨을 것 같아요.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드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당시 승부를 제가 한 방에 넘겨서 이긴 게 아니라 연장전 들어가서 깃발로 이겼어요. 주변 사람들도 '네가 확실히 이긴 게 아니다'고 하셔서 저 스스로도 너무 좋아하긴 이르다고 생각했죠. 대신 국가대표 1진에 합류하면서 그만큼 운동도 더욱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2012년도 그렇고 작년도 그렇고 선발전을 통해서 여러모로 느끼신 점이 많으신 것 같네요.
네. 특히 작년 선발전에서 받은 충격 덕분에 오히려 동기부여가 됐어요. 이후 선수촌에 들어와서 같이 운동하다 보니 다른 선수들도 정말 체계적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구나 싶기도 했고요. 요즘은 훈련 자체도 너무 즐겁습니다.


■ 지금도 답을 찾는 중···"자신과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두 번째 전성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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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를 굉장히 어린 나이에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에서 순천으로 전학 가면서 유도를 시작했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어린 시절에는 정말 천방지축이었어요. 제가 항상 뛰어놀다 보니 어머니가 '밖에서 사고 치지 말고 차라리 유도장에 가서 뛰어놀아라'고 하시면서 유도 체육관을 보내주셨죠.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확실히 다른 선수들보다는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시작하셨네요. 그로 인해 얻게 된 장점이 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빨리 시작을 했으니깐 남들보다 최소한 업어치기 100개, 다른 기술도 100개, 뭐 이 정도씩은 더 많이 하지 않았을까요(웃음). 그러다 보니 중학생이 되면서 기술에 대한 반응속도 같은 부분에서는 그런 장점을 조금 느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는 선수들이 거의 비슷해져서 딱히 일찍 시작한 메리트를 느끼진 못한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런데 또 너무 일찍 시작한 만큼 더 빨리 싫증을 내거나 지치진 않으셨는지요?
그런데 그 부분은 또 다행인 게, 전 유도를 시작하면서 구르기만 6개월, 낙법도 수개월 이런 식으로 기본적인 부분을 굉장히 오래 했어요. 부담 없이 재미있게 즐기면서 했거든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전 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진짜 선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역시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중요하네요. 혹시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오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상대가 있나요? 아까 말한 황예슬 선수는 빼고요(웃음).
세계 랭킹 1위인 네덜란드의 폴링 킴 선수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 선수가 비록 올림픽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이 체급에서는 독보적인 선수거든요. 10번을 겨뤘는데 무려 7번을 졌죠.

그래도 3대 7이네요(웃음).
네. 그나마 이제 겨우 작년, 재작년부터 한 번씩 이기기 시작했습니다(웃음). 그런데 사실 국제 대회에서는 이런 독보적인 강자 외에는 결국 상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국내에서는 지난 선발전에서 1위를 기록한 유지영 선수가 강자가 아닌가 싶은데... 일단 지난 선발전에서는 2위를 했으니 3차 선발전에서는 1위를 목표로 열심히 운동해야죠.

지난 선발전에서 2위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신 게 여러모로 기폭제가 된 것 같네요. 앞서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잡고 다시 시작한다고 말씀하신 것도 그렇고, 유도선수 김성연으로서의 2막이 시작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것 같긴 한데, 아직은 제 자신과의 싸움을 해 나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요즘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생각인지요?
예전에는 유도를 하면서 가장 큰 걱정이 기술적인 부분이었어요. 이 기술이 잘 안되고, 저 기술은 뭐가 문제고... 그런데 지금은 마인드적인 측면 같아요. 잘 안 풀릴 때마다 '그냥 여기서 그만둘까' 싶기도 하고, 주변에서도 '후배들 길 막지 말고 그만 은퇴하는 게 낫지 않겠냐'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스스로 만든 벽과 주변의 시선들을 넘어야 인생 2막이 시작된다고 봐요.

심적으로 복잡하시겠어요. 
요즘도 항상 저녁마다 생각이 열 번씩 바뀌곤 해요(웃음). 하지만 제가 생각을 바로잡고 열심히 해야죠. 지금도 제 자신과의 싸움 중입니다. 제2의 전성기가 오려면 스스로와의 싸움을 극복해야겠죠. 그래야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역시 눈앞에 놓인 대회가 중요하겠네요(웃음). 출전 예정인 대회 일정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굵직한 대회라면 2017 타이베이 하계 유니버시아드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다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리고 모든 선수가 그렇겠지만 역시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무조건 출전할 거예요. 남은 3년 동안 제 자신과 싸우는 그 과정이 막막하기도 하지만 이겨내야죠. 일단은 바로 코앞에 놓인 선발전부터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해치워 나가야겠지만(웃음).

꼭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시길 기원할게요. 마지막으로 조금 추상적인 질문인데, 김성연 선수에게 '유도'란 무엇일까요?
음··· 글쎄요. 사실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 답을 찾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네요(웃음).


#2 - 유도가 김성연이 꼽은 세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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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정보경 선수랑 굉장히 친한데, 둘이서 자주 낚시를 가곤 해요. 지금은 겨울이라 잘 가는 편은 아닌데 배낚시나 좌대 낚시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하는 편이죠. 항상 움직이면서 몸을 쓰다 보니 낚시처럼 정적인 취미가 있으면 뭔가 힐링을 하게 되는 느낌이에요."

#커피
"전 커피 홀릭이에요. 더치커피를 사놓고 거의 매일 타 먹습니다. 훈련이 없는 주말에도 커피숍에 자주 가곤 해요. 하루에 거의 2~3잔 이상은 마시는 것 같네요."

#록리
"'록리'라고 나루토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가 있어요. 사실 전 그게 어떤 만화고 어떤 캐릭터인지 전혀 몰랐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저랑 닮았다고 하시면서 사진을 올려주시더라고요. 그 캐릭터를 통해 절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다니 저에겐 좋은 일이죠. 다행히 캐릭터 자체는 굉장히 착한 캐릭터라고 하네요(웃음)."

▶릴레이 인터뷰 ④ 김성연 편

[사진] 최웅재 작가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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