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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한국 유도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 리우 올림픽 이후로 대표팀의 새 사령탑을 물색한 대한유도회는 지난 10월 8일 동해시청 배상일 감독을 여자 유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하고 이 같은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배상일 감독은 동해시청 실업팀을 이끌면서 누구보다도 여자 유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도자다. 남자 유도에서 여자 유도 지도자로 넘어가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오랜 시간 연구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았다.

아직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았지만, 그의 지도 철학은 확고하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에게 즐기는 유도, 생각하는 유도를 강조한다.

푸근한 미소로 "유도가 즐겁지 않다면 태릉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자신만의 분명한 지도 이념을 설명한 배상일 감독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 선수촌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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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유도가 배상일의 손
"유도를 하다 보면 선수들이 왼손으로 소매는 잘 잡는데, 오른손은 상대 허벅지로 견제를 많이 받습니다. 제 오른손은 중지와 약지가 모두 비틀어진 상태예요. 그래서 한때는 이 두 손가락을 아예 하나로 테이핑하고 경기에 나선 적도 있죠."

"지금도 오른손 중지와 약지는 다 구부러지지가 않아요. 하지만 유도선수에게는 일종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이 손가락을 볼 때마다 '이렇게 힘든 시절도 있었지, 그만큼 다른 일도 문제없어'라며 의지를 다지게 돼요. 저에겐 솔로몬의 반지와도 같은 손가락입니다." 


■ 한국 여자 유도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여자 유도 지도 경험과 노하우 마음껏 살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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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대표 여자 유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셨습니다. 일단 먼저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988년에 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꼬박 28년 만이네요(웃음). 무엇보다도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에 온다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여자 유도 대표팀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셨잖아요. 이제는 감독이신데, 어떤 느낌이신지요.
무엇보다도 제가 구상하는 지도 방법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코치 때는 감독 고유의 권한이 있기 때문에 제 역할에 한계가 있죠. 하지만 이제는 지금까지 쌓아온 지도 경험과 여자 유도에 대한 노하우를 마음껏 펼쳐 보이고 싶습니다.

이전에도 오랜 시간 동해시청 감독을 역임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셨습니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이라는 직책의 중압감은 아무래도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흔히들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합니다.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고도 하고요(웃음). 물론 영광스럽지만 그만큼 큰 책임감도 뒤따르는 자리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책임감만큼 기대감도 굉장히 큽니다.

기대감이라면 어떤 부분에서의 기대감인지요?
여자 유도의 활성화입니다. 현재 한국 여자 유도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커요. 대표팀 감독에 도전하게 된 목표이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마침 그 목표를 함께 이루어나갈 대표팀 새 코치로 양주시청의 장문경 감독, 독도스포츠단의 김정훈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어떠신지요.
김정훈 코치는 -100kg 급에서 업어치기 손기술이 아주 좋은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중량급 선수이면서도 굉장히 섬세한 스타일이라 여자 선수들을 굉장히 잘 지도해주고 있습니다. 소통도 잘 되고 있고요. 장문경 코치 또한 양주시청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김잔디, 김성민, 김원진 등 다수의 올림픽 선수들을 배출했죠. 큰 대회 노하우도 있으니 함께 정보를 공유하면서 만들어간다면 좋은 팀워크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 리우 올림픽에서는 유도 국가 대표팀 성적을 두고 비판의 여론도 많았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셨는지요.
이 부분은 한국 유도가 약해졌다기보다는 세계 유도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된 것이 더 크다고 봅니다. 특히 유럽권 선수들의 기량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하지만 바뀐 국제 환경에 적응하고 노력해서 잘 준비한다면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로 그동안 한국 여자 유도 금메달이 없었는데, 다가오는 2020년에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웃음).


■ 확연히 다른 남자 유도와 여자 유도···"꾸준한 공부와 경험 통해 극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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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감독님의 목표와 지도 철학을 묻기 전에 선수 시절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습니다. 앞서 선수로 시작해서 28년 만에 국가대표팀 감독이 됐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유도를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부산에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셨는데 그게 잘 안 풀리시면서 집안이 갑자기 어려워졌어요. 그런데 유도부에서 운동을 하면 등록금을 면제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유도복을 입게 됐습니다.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웃음).

그래도 그 선택이 지금 보면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네요(웃음). 선수 생활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용인대로 진학해서 대학을 졸업한 후 쌍용양회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92년도 바르셀로나 선수권 대회를 시작으로 94년도 히로시마 대회에 대표로 출전했고, 당시 이탈리아 오픈과 불가리아 오픈, 93년 아시아 선수권 대회 등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죠. 이후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현역 선수에서 은퇴했습니다.

그렇다면 선수 은퇴 후 바로 지도자 코스를 밟으신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현역 은퇴 후 처음에는 쌍용양회 동해공장에서 2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어요. 운동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직장 일을 배우려니 참 힘들었죠(웃음). 그렇게 정신없이 업무를 배우다 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가더군요.

그렇군요. 그런데 어떤 연유로 직장을 관두고 다시 도복을 입게 되셨는지요.
이상하게도 일이 어느 정도 손에 익고 나니 한편으로는 '내가 왜 여기 앉아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동네에 있는 유도 체육관에서 저녁 시간에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긴 직장생활이 잠자는 유도가로서의 본능을 다시 일깨운 셈이네요(웃음).
그렇죠(웃음). 지금 우리나라 -60kg급 최광현 선수가 바로 제가 그 당시 가르쳤던 선수였어요. 광현이가 열심히 해준 덕분에 당시 강원도 교육감 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는데, 그 무렵부터 '다시 유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1998년에 다시 유도판으로 돌아왔죠.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하신 곳은 어디였는지요?
선배 교수님들의 권유로 당시 울산 화봉공고에서 첫 창단한 유도팀을 맡게 됐습니다. 남자 고등학교 감독으로 시작했는데, 창단 3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죠. 주변에서는 '도대체 화봉공고가 어떤 팀이냐?"고 물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어요. 그제야 제 자리를 찾은 것 같더라고요. 제 성격에도 잘 맞았습니다.

처음부터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신 건 아니었군요.
네. 그렇게 남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동해시청 여자 유도 실업팀 감독이 됐어요. 그런데 남자 선수들을 가르칠 때와는 서로의 생각부터 받아들이는 기준까지 다른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덕분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죠.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를 지도할 때의 차이점에서 오는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이렇게 해선 안되겠다 싶어서 여자 운동선수에 대한 논문을 찾기 시작했어요. 마침 최관용 선수가 쓴 여자 유도에 대한 논문을 보면서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논문을 보니 남자 선수들과 달리 여자 선수들은 그룹화라는 특징이 있더군요. 가령 여자 선수들은 5명이 있으면 그 안에서 또 2명, 3명 이렇게 나누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소속감이 강하고, 선수들에 대한 관심의 균형을 적절히 잘 맞춰야 합니다.

혹시 그 차이점을 몸소 느끼셨던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나요?
예전에 동해시청의 조수희 선수를 1년 동안 훈련시켜 선발전에서 1위를 만들고 태릉 선수촌으로 보냈었습니다. 그 후 새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제 스타일대로 가르쳤는데,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 선수들에게 집중이 쏠렸죠. 그러다가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직후 다함께 회식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조수희 선수가 웃으면서 "감독님 너무 이선아, 최금매 선수만 예뻐하시는 거 아니냐, 우리도 봐달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죠. 덕분에 그때 느낀 게 많았습니다.

여자 유도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실제 경험이 맞물려 오늘의 여자 유도 대표팀 배상일 감독님을 만든 것 같습니다(웃음).
감사합니다(웃음). 그런 부분을 열심히 공부해서 다행히 올해도 동해시청이 전국 3관왕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전국체전에서도 금메달 2개와 은메달, 동메달을 하나씩 획득하면서 최고 성적을 기록했고, 최근 도쿄 그랜드슬램에서도 박유진 선수가 은메달을 땄죠. 동해시청 감독으로 있으면서 좋은 결과를 냈기에 보람이 컸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여자 유도 대표팀에도 합류하게 됐고요.


■ 굳히기 비중 소홀히 하지 않을 것···"유도가 재미없다면 태릉에 있을 필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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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선수 시절과 비교해 현재 지도자로서 유도를 대하는 관점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선수 때는 시키는 것만 실행에 옮겼습니다. 하지만 지도자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관찰해야 합니다. 선수와 함께 호흡하는 시간도 많아야 하고요. 그게 바로 지도자의 덕목 아닐까요? 생각부터 계획, 실천, 확인까지 모든 과정에서 생각해야 하죠. 하다못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더라도 '이 기술을 우리 선수들에게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합니다.

쉴 새 없이 생각하고 연구하는 학구파 스타일이시군요.
사실 그 부분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배운 점이기도 합니다(웃음).

어떤 점이 도움이 됐는지요?
단순한 서류 업무를 보더라도 서론-본론-결론이라는 기본적인 틀이라는 게 있잖아요. 항상 원인과 과정, 결과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어요. 1급 경기지도자부터 국제심판 자격증, 국제경기임원 자격증 등을 모두 땄고 박사 학위도 취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수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오늘 선수들 훈련 모습을 보니 굳히기에도 비중을 많이 두시는 것 같아요. 사실 지난 리우 올림픽 때 굳히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아무래도 그 부분에 대한 감독님의 고민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사실 이번에 한국 여자 유도가 굳히기에 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상체 근력이 좋은 유럽 선수나, 어릴 때부터 굳히기를 많이 해서 이해도와 숙련도가 높은 일본 선수에 비해 우리 선수들이 약점인 부분이기도 한데요. 선수층도 얇고 단기간에 선수를 육성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메치기에 비해 굳히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굳히기의 기본을 선수들에게 지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룰이야 매번 바뀌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하단기 금지, 굳히기 비중 증가 등이 최근 세계 유도의 흐름인 것 같은데요. 감독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아무래도 레슬링과의 차이점을 두기 위해 잡기에 제한을 많이 두는 것 같습니다. 하단기 금지가 바로 그런 차원에서 개정된 룰 같고요. 그러다보니 자연히 기술의 다양성이 부족해지는 부분을 커버하기 위해 굳히기와 선기술의 비중을 맞추다 보니 심판법이 바뀐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번 리우 올림픽 때도 우리 선수 중 무려 다섯 명이 굳히기로 졌죠.

앞으로도 세계 유도에서 굳히기의 비중이 지금처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까요?
내년 잡기 규정에서는 또 완화될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굳히기의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굳히기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굳히기로 패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죠. 아니, 오히려 굳히기로 승리를 거두는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웃음).

그렇다면 이 부분을 지도하는데 있어서 특별히 염두에 두고 계신 점이 있나요?
무엇보다도 먼저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우선입니다. 단순히 '운동장 10바퀴 뛰고 와라' 같은 훈련 지시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진짜 지도는 훈련보다 이해가 우선입니다. 지금은 굳히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알려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그 후에 반복을 통해 몸이 받아들이도록 해야죠.

좋은 말씀입니다. 혹시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지도함에 있어서 특별히 추구하는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제가 이외수 씨의 '절대강자'를 읽으면서 굉장히 좋아하던 문구가 있는데요. 바로 '실력은 노력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은 즐김을 이기지 못한다'는 구절입니다. 제가 항상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첫 번째가 '국가대표의 자긍심을 가져라', 두 번째가 '유도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태릉에 있을 필요가 없다' 입니다. 재미있는 유도, 즐기는 유도가 먼저 선행이 돼야죠. 유도를 하면서 행복해야 그 과정에서 기술도 유연하게 습득할 수 있고, 또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앞서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을 꾸준히 강조하셨는데, 선수들에게도 해당하는 부분이군요.
그렇습니다. 생각이 다치면 발전도 없습니다. 비단 유도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계획해라, 그리고 일지를 쓰라는 점을 꼭 강조하곤 해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호흡이 척척 맞는 단계가 되고, 그렇게 경기력도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 2020 도쿄 올림픽에서 20년간 없었던 한국 여자 유도 금메달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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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지도자 생활을 하시면서 많은 제자를 키워내셨습니다. 물론 모든 제자가 소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자를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첫 메달을 딴 선수로 배은혜 선수가 기억에 남습니다. 울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동해시청 팀으로 와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땄죠. 원래 육상 선수였고 유도는 늦게 시작했어요. 하지만 워낙 밝고 성실한데다가 지도자의 조언을 잘 듣는 선수였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성격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무도 경관 특채로 합격해서 경찰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말씀해주셔도 됩니다(웃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70kg급에 출전했던 박가연 선수가 있어요. 근력과 유도 기량이 참 좋은 선수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올림픽 첫 경기부터 일본의 강자 우에노 마사에를 만나서 1회전에서 패배해서 많이 안타까웠죠.

아무래도 오랜 시간 선수들을 지도하셨던 동해시청팀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그렇죠. 지금은 퇴사한 선수들 중에서는 배은혜, 박가연 두 선수가 굉장히 큰 활약을 펼쳤습니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굉장히 많은데 아직도 현역이니깐, 그들이 은퇴하게 되면 그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웃음).

그렇다면 현재와 미래로 가볼까요? 지금 여자 국가대표팀에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주목해야 할 선수로는 누가 있을까요.
지난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던 정보경, 김잔디, 김성연 같은 선수들이 아직 대표팀을 지키고 있어요. 이 탄탄한 선배들이 이제는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며 이끌어줘야죠. 현재 자라나는 선수들 중에서는 박유진과 권유정,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온 한희주 등의 장래가 기대됩니다.

이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여자 유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앞으로 감독으로서 이루고 싶은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국가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가장 큰 목표가 될 텐데요. 일단 가깝게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열리는 다음 올림픽은 마침 우리와 시차도 없는 도쿄인지라 준비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입니다. 도쿄에서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로 20년간 배출해내지 못한 여자 유도 금메달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20년의 기다림이 꼭 이루어지길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감독을 떠나서 순수한 유도 지도자로서 배상일 감독님의 청사진이 있다면 들어볼 수 있을까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등록금 면제 때문에 유도를 시작한 제가 어느덧 선수와 지도자를 거쳐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일단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완수한다면, 그 후에는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서 꿈나무들을 육성하고 싶어요.

동해로 다시 돌아가시는 건가요(웃음)?
그렇습니다(웃음). 제가 있는 강원도 동해에 작은 유도관을 차려 동네 어린이들에게 유도를 가르치고픈 꿈이 있어요. 유도를 즐겁게 배우면서 동시에 예의와 기술도 가르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유도와 친해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 가운데 훌륭한 재목이 있다면 좋은 지도자들에게 보내서 한국 유도를 빛낼 수 있다면 더 좋겠죠. 그렇게 제가 가진 작은 재능을 기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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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유도가 배상일이 꼽은 세 가지 키워드

#긍정의 힘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한없이 비관적인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힘든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그 마음이 세상을 더 밝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더라도 미래에 대한 긍정의 메시지를 던진다면 지금 현재가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Enjoy
"제가 생각하는 '즐긴다'의 정의는 자신의 현재 하는 일이나 행동에 모두 몰입하고 일치해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저 또한 매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해요. 즐기지 못한다면 인생에서 그 어떠한 행복도 느낄 수 없을 테니까요."

#생각-계획-행동-확인
선수에서 은퇴하고 2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입니다. 생각과 고민이 없다면 발전도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가진 생각을 도표화시켜서 계획서를 만들고, 그 계획에 따라 행동합니다. 계획대로 잘 됐는지 확인도 하고요. 변화는 그렇게 일어납니다. 이 사이클이 반복된다면 삶이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지 않을까요? 제 나름의 인생 룰입니다. 선수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이야기죠(웃음)."

[사진] 최웅재 작가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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