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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2016 리우 올림픽의 수많은 주역 중 유독 유도 대표팀은 영광의 순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금메달 획득이 기대되는 기대주들이 대거 출전했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서 고배를 마셨다. 자연히 선수들도 여론의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선수들 하나하나에는 많은 사연이 담겨있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유도는 출전 티켓이 국가별이 아닌 개인별로 부여됐고, 박지윤, 조구함 같은 선수들은 십자인대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미 주어진 출전 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출전을 강행했다.

사실 박지윤도 이 올림픽 준비과정을 통해 귀국 후 수술을 하면 은퇴를 할 예정이었다고. 하지만 수술 후 재활 기간에 몰래 선발전 시합을 다녀오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이라는 다음 목표를 세웠고, 자연히 은퇴 계획도 훗날로 미뤄졌다.

조준호 코치는 “매번 올림픽 기간에만 우리 선수들이 언급되는 게 안타깝다. 비록 올림픽은 끝났지만, 평소에도 한국 유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몬스터짐은 앞으로 매달 1~2회씩 조준호 코치가 주목하는 유도 선수들을 찾아 정기적으로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첫 번째 순서로 지난 리우 올림픽 여자 -63kg급 유도 국가대표 박지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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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유도가 박지윤의 손

“손 부상을 많이 당했어요. 그래서 지금 오른손 넷째 손가락은 인대가 없어요. 반지는 남자 사이즈도 잘 안 들어가죠. 하지만 창피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결국 이 모든 흔적이 제 경험의 산물이거든요. 전 그래서 제 손이 못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예쁘게 보이려고 손톱도 했어요(웃음).”

■ 후회는 없지만 아쉬운 점 많았던 2016 리우 올림픽

항상 올림픽 기간에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이지만, 그 기간이 끝난 후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용인에 위치한 한 재활센터를 찾았다. 마침 박지윤은 올림픽 직후 바로 수술에 들어간 뒤 지금은 그 무릎을 복구하는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2년 전 내측 인대가 파열됐었어요. 그런데 이번 올림픽 출전권을 따려고 출전했던 시합에서 전방 십자인대까지 완전히 파열됐죠. 하지만 올해 올림픽에선 출전 티켓이 선수별로 부여됐어요. 제가 출전하지 않으면 그냥 기회 하나가 사라지는 거잖아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을 덧붙인 그녀는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출전을 강행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옆에서 지켜본 산증인이 바로 조준호 코치다. “박지윤은 위험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전 의지 하나만으로 올림픽 무대에 섰다”며 누구보다 아쉬워했고, 또 자랑스러워했다.

그렇게 출전한 첫 올림픽에서 그녀가 받아든 성적표는 32강 탈락. 하지만 부상의 아픔을 묵묵히 참아내고 출전한 만큼 후회는 전혀 없다며 그녀는 무덤덤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대신 아쉬운 점은 있다고.

“32강에서 만난 앨리스 슐레진저에게 진 건 아쉬웠죠. 이미 과거에 한 번 이겼던 상대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정말 누구보다도 운동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조금 남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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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언니의 꿈을 이어받아 태극마크를 달다

박지윤은 운동이 일상인 환경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모두 운동을 하셨고, 유도에 소질을 보인 친언니가 먼저 도복을 입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박지윤이 운동 아닌 다른 길을 걷길 내심 원했다고 한다.

“전 어려서부터 예능 쪽을 좋아했어요. 피아노도 꽤 쳤고요. 대신 운동은 젬병이었죠. 몸도 자주 아프고 하다 보니 부모님께서 처음엔 반대하셨어요. 그래도 운동을 잘 하는 언니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래서 자주 따라 하곤 했어요. 결국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유도를 시작하게 됐죠.”

그렇게 박지윤은 도복을 입었다. 자매가 나란히 유도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먼저 소질을 보였던 친언니가 세 번의 무릎 수술을 거친 끝에 결국 도복을 먼저 벗고 체육교사가 됐다. 그 꿈은 대신 박지윤에게 이어졌다. 

항상 탄탄대로만 이어지진 않았다. 고등학생 시절만 하더라도 박지윤은 체급의 이점을 보기 위해 57kg급 선수로 뛰었다. 하지만 큰 폭의 체중 감량은 리스크로 이어졌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전날 계체가 아닌 당일 계체 시스템이었고, 리바운딩(계체 직후 음식물을 보충해 영양을 회복하고 체중을 급격히 늘리는 과정) 시간이 부족했다. 이는 컨디션 난조로 이어졌고, 출전하는 시합마다 패배하는 일이 잦아졌다. 유도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던 시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대학교 때 지도자 선생님을 잘 만났어요. 그 후에 63kg급으로 체급을 올렸는데 그게 신의 한수였죠. 본래 체중에 더 가까운 체급으로 가니 컨디션도 좋고, 시합도 더 가벼운 느낌으로 잘 뛸 수 있었어요.”

다행히 박지윤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연성이 좋은 편이다. 상위 체급으로 올라갔을 때 수반될 수밖에 없는 약점인 힘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부족한 힘으로 상대에게 쉽게 뽑히곤 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중심을 더 낮추고, 힘에서 밀려도 유연성을 기반으로 쉽게 넘어지지 않는 테크닉을 터득했다.

노력의 산물은 곧 결과로 나타났다. 박지윤은 2013년 11월 꿈에 그리던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너무 좋았죠”라며 환하게 웃어 보인 박지윤은 지난해 마지막 선발전에서의 드라마틱한 기억도 잊지 않았다. 

“작년 연말 선발전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아요. 마지막 기회였는데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 시합을 하거든요. 승자 결승전에서 후배에게 졌어요. 그래서 다시 패자 대결에서 결승까지 올라가야 했거든요. 그렇게 패자 결승으로 올라가도 제가 두 번을 이겨야 1위를 할 수가 있어요. 아마 그때 제가 두 번 다 졌더라면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는 달지 못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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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호 코치 같은 지도자가 꿈이지만···“선수로서의 목표도 아직 더 남았다”

사실 박지윤의 꿈은 ‘유도 선수’보다 ‘유도 지도자’에 더 가깝다. 은퇴 이후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이미 중학생 시절부터 지도자를 꿈꿨다고 했다.

“조준호 선생님이 선수촌에 처음 오셨을 때 제 담당이셨거든요. 그래서 정말 많은 기억이 있어요. 이번 올림픽에서 다들 성적이 좋지 않았거든요. 항상 경기 끝나고 나면 선생님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어죠. 하지만 그만큼 좋은 추억도 많았죠.”

“올림픽 후에 선수촌에서 나오기 전에도 조준호 선생님이 ‘나중에 뭐 할래?’라고 물어보시곤 했어요. 그러면 전 항상 선생님 같은 지도자가 될 거라고 얘기했거든요. 제 롤모델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돈도 못 버는데 왜 그걸 굳이 하려고 하냐고 물어보곤 해요. 하지만 전 그렇게 믿고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박지윤은 벌써부터 선수로서의 꿈을 접은 건 아니라고 했다.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가 하나 더 남아있다고.

“수술을 하면 공백이 길어지기 때문에 은퇴를 계획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재활 기간 중 체전 선발 시합장에 한번 다녀왔는데, 그 모습을 보니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다시 생기더라고요. 일단 다음 목표는 아시안게임 개인전 출전으로 잡았습니다. 제가 인천 아시안게임 때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요. 덕분에 은퇴 계획도 잠시 미뤄둘까 해요.”

그렇게 스스로 선수 생명을 연장시킨 박지윤은 “유도란 나에게 이루지 못한 꿈같은 존재”라며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도 무수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 여기까지 온 만큼, 노력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며 마지막 메시지를 덧붙였다.

“유도를 하는 그 어떤 분께 물어봐도 저는 정말 보잘 것 없는 선수예요. 그랬던 저도 뒤늦게 시작했지만 결국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습니다. 유도 뿐 아니라 노력하면 누구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하고 있는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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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유도가 박지윤이 꼽은 세 가지 키워드

#까망이
“별명이에요. 제 피부가 까맣다 보니(웃음).”

#박지윤
“박지윤 하면 누구나가 가수 박지윤을 떠올리잖아요. 유도에도 박지윤이 있다는 점에서 제 이름을 키워드로 뽑아봤어요.”

#피글렛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가 바로 피글렛이에요. 그래서 손목에 타투로도 새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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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호의 선택-릴레이 인터뷰 2편 조구함 선수 편은 12월에 출고됩니다.

[사진] 최웅재 작가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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