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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 종합격투기의 파이는 그리 크지 않다. 활동하는 선수들의 숫자도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명이인이 그 좁은 업계에서 동시에 활약한다는 점은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해설자이며 동시에 현역 파이터이기도 한 김대환(37, 김대환복싱&MMA)과 원챔피언십에서 활약하는 김대환(29, 국제체육관)이 있고, UFC에서 활약하는 ‘스턴건’ 김동현(35, 팀매드)과 ‘마에스트로’ 김동현(27, 팀매드)이 있다. 심지어 두 김동현은 모두 같은 팀매드 소속의 선수다.

작년 대한민국에서 열린 UFC 서울 대회를 통해 UFC에 입성하게 된 ‘마에스트로’, 작은 김동현은 현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UFC 199에서 배수의 진을 친 채 폴로 레예스를 상대로 첫승 사냥에 나서는 김동현을 엠파이트와 성승헌 캐스터, 이정수 기자가 진행하는 <성캐의 MMA 백야드>에서 만났다.


■ 급작스런 오퍼···“UFC 파이터가 될 기회는 흔하지 않아”

김동현의 UFC 데뷔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2015년 11월에 열린 서울대회에서 도미니크 스틸(28, 미국)을 상대로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던 임현규(31)가 발목 부상으로 대회에서 이탈한 것. 이에 UFC 측은 대체 선수를 급하게 찾아 나섰고, 당시 탑FC(TOP FC)의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던 김동현이 일사천리로 낙점되었다.

임현규의 예기치 못한 부상이 결국 또 한명의 한국인 UFC 파이터를 낳은 셈이다. 이에 대해 김동현은 “임현규 선수에게 감사하죠. 그런데 꼭 질문이 누군가 다치길 바라는 것처럼 하셔서···”라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동시에 “발목 부상 치료 잘 하시고 다음 경기 기대하겠습니다”라며 임현규 선수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먼저 띄웠다.

당시 UFC의 오퍼를 받기 전, 김동현은 탑FC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른 직후 이상하리만치 운동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 평소에도 주변 지인들에게 UFC 대타 선수 오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그런데 반 농담 삼아 했던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정확히 경기 8일 전에 연락을 받았어요. 아침 10시쯤에 양성훈 감독님이 웃으시면서 ‘됐다’고 전화를 주시더라고요. 보통 UFC가 이런 식의 대타 선수가 필요한 경우, 대회가 열리는 현지의 파이터들과 바로 계약을 맺곤 하잖아요. UFC 파이터가 되는 기회라는 게 언제 올지 모르는 거라 바로 응했죠.”

하지만 김동현의 데뷔전은 누가 봐도 미스매치였다. 당시 상대였던 도미니크 스틸은 미들급에서 웰터급으로 막 체급을 내린 상태였고, 김동현은 라이트급 선수였다. 경기는 웰터급에서 치러졌지만, 평체를 감안했을 때 거의 두 체급 가까이 차이가 나는 싸움이었다. 그렇게 김동현의 데뷔전은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과 함께 뼈아픈 패배로 UFC 전적을 시작했다.

■ 팀매드의 맏형 ‘스턴건’ 김동현의 한마디, “다음 경기는 더 쉬울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팀의 맏형이자 대한민국 1호 UFC 파이터 ‘스턴건’ 김동현은 “잘 싸웠다. 이렇게 큰 흑인 선수랑도 싸워봤으니 이제 다음 선수는 얼마나 쉽겠냐”면서 작은 김동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스턴건’ 김동현의 조언들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도 동현이형이 팀매드의 동생들을 잘 챙겨줘요. 같은 팀 동생들 얼굴도 알리고 싶어 하고, 더 끌어올려 주려고 해요. 최두호 선수와 제가 ‘마이리틀텔레비전’에 같이 출연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죠.”

이처럼 같은 팀에서 활동하는 동명이인의 선배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김동현B'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건 전혀 아무렇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에스트로는 동시에 “저희 팀에 동현이 형이 있으니깐 불만은 없어요. 그런데 만약 다른 팀에 있었으면 아마도 불만이 조금 있지 않았을까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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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경기는 서서 시작···“타격에서부터 압도해야 한다”

현재 김동현은 다가오는 6월에 열릴 UFC 199에 출전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서울대회 이후로 함서희를 제외하면 가장 빨리 경기가 확정된 한국인 파이터다. 상대는 'TUF:라틴 아메리카‘편에 출연했던 폴로 레예스로, 드디어 웰터급이 아닌 자신의 주전장 라이트급에서 첫 승 사냥에 나선다.

“경기가 발표되기 전부터 언질은 받았어요. 5~6월쯤 경기를 뛸 것 같다고요. 레예스가 전적이 알려진 건 많지 않지만 실제로 알려진 게 전부가 아닙니다. UFC에 만만한 선수가 어디 있겠어요. 마이너 단체에서 경기를 많이 뛰었는데, 과거 사진을 보면 챔피언 벨트를 들고 있는 사진도 있더라고요. ‘TUF:라틴 아메리카’에서 치른 경기도 모두 찾아봤는데, 킥복싱 스타일의 타격이 상당히 좋은 선수예요.”

“타격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래 제 스타일상 그라운드 가서 파운딩이나 서브미션으로 괴롭히곤 하는데, 지금은 타격에서 디테일을 가다듬으며 전체적인 경기 스케치를 하고 있어요. 레예스의 패턴을 분석해서 그에 맞는 컴비네이션이나 카운터도 준비했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역시 타격에서부터 압도해야 합니다. 어차피 모든 경기는 결국 서서 시작하니까요.”

이처럼 인터뷰에서 김동현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답변은 바로 상대인 레예스에 대한 디테일한 분석과 자신의 훈련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만큼 이번 경기를 준비하는 김동현의 자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필사적이었다.

“이미 1패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경기를 열심히 준비해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UFC 특성상 2연패부터 바로 퇴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담도 있죠. 하지만 절대 그런 일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불태울 각오로 경기에 임할 겁니다.”

■ 벌써 10년차 팀매드 선수···“팀매드는 아시아 최고의 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가 속한 체육관 ‘팀매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동현은 프라이드에서 펼쳐진 세기의 대결,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9, 러시아)와 미르코 크로캅(41, 크로아티아)의 경기가 격투기를 좋아하던 평범한 고교 2학년생을 팀매드로 이끌었다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학창시절에는 격투기에 조금 관심이 있던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그 경기를 보고 나니 종합격투기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마침 그 때 제가 다니던 학교 근처에 팀매드 체육관이 있어서 친구들 따라서 같이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팀매드에 찾아온 김동현을 본 양성훈 감독의 첫인상은 ‘사이보그’같았다고 했다. 무뚝뚝하고 말수도 거의 없는데다가, 힘든 일이 있어도 겉으로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고. 그 때부터 양성훈 감독의 휴대폰에 김동현은 ‘사이보그’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저장되어 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김동현은 뒤이어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 왔을 때보다 말도 많이 하고 표정도 다양해졌거든요”라며 스크린 너머로 밝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팀매드는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격투기 팀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팀매드에 다섯 명의 UFC 파이터가 있잖아요. 그 숫자가 앞으로 더 많아질 거고, 서서히 체급별로 챔피언도 나올 겁니다.

■ 나는 UFC 신입사원···“이제는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드디어 라이트급에서 경기를 치르는 그에게 혹시 싸우고 싶은 상대가 있느냐고 물었다. 물론 라이트급 톱10 안에서 뽑아달라는 다소 무리한 답변을 요청했는데, 이에 김동현은 체급 내 최강자로 꼽히는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31, 브라질)와 하빕 누르마고메도프(27, 러시아)를 언급했다.

“하빕과 제가 같은 나이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한 명은 이미 라이트급 최강자고, 저는 어떻게 보면 UFC의 신입사원이고··· 그렇다고 해서 싸우고 싶은 상대를 묻는 질문에 ‘질 것 같아요’ 이렇게 대답할 순 없잖아요. 파이터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아닐까요.”

한차례 웃음꽃을 피운 뒤, 이번에는 다른 방향의 질문을 던졌다. 탑FC 챔피언 출신으로, 혹시 가장 UFC에 근접한 국내 파이터가 있는지를 물었다.

“곽관호 선수가 잘 하는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곽관호 선수가 현재 탑FC에 이어 PXC 밴텀급까지 석권한 더블 챔피언이잖아요. 게다가 전적도 화려하고요. 곧 UFC 무대를 밟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예정된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아쉽지만 으레 그렇듯, 마지막 인사를 부탁한 가운데 김동현은 그 어느 때보다 패기 넘치는 출사표를 던졌다.

“첫 경기는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을 겁니다. 제 스스로도 실망스런 경기였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그 모습이 결코 제가 가진 전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번에는 지더라도 그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각오가 되어있어요. 준비를 정말 많이 했으니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사진] 몬스터짐/김동현 선수 인스타그램
[영상] 박제영, 황채원 PD
[기사] 조형규 (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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