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짐=조형규 기자] 전 세계 격투업계는 문자 그대로 폭풍과도 같았던 한 주를 보냈다. 바로 UFC의 간판스타이자 종합격투기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코너 맥그리거의 은퇴 발언 및 번복 사태였다. 맥그리거의 트위터 한 줄에 전 세계 종합격투기 시장이 들썩였고,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를 상대로 파워게임까지 벌였다.

그들이 벌이는 팽팽한 힘겨루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엠파이트와 성승헌 캐스터, 이정수 기자가 진행하는 ‘성캐의 MMA 백야드’에서 맥그리거 사태에 대한 내용들을 종합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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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에 혜성처럼 등장한 슈퍼스타 코너 맥그리거

현재 UFC는 전 세계 종합격투기 자체를 상징할 정도의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단체다. 오늘날 UFC를 이 자리까지 올려놓은 것은 바로 데이나 화이트 대표, 그리고 모회사 주파(Zuffa)사의 회장인 로렌조 퍼티타다.

사실 이들 가진 경영능력이나 제반사항은 더 이상 부족할 것이 없을 정도로 최상에 속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이 두 경영인은 독재자 스타일의 굉장히 독선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카지노 재벌이기도 한 퍼티타 회장은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UFC는 그동안 수많은 스타 파이터들을 배출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진이라는 배경 앞에서 그 누구도 반기를 들고 나서지 못했다. 자연히 UFC는 언제나 선수들의 네임밸류가 단체를 넘어서는 것을 항상 경계해왔고, 또 그런 식으로 경영방침을 유지해왔다.

경영은 호조를 보였지만, 아이러닉하게도 PPV(유료방송판매) 시장의 실적은 점점 하락하는 추세였다. 더 이상 북미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PPV라는 수익 모델이 매력을 잃어가고 있을 때쯤, 대반전이 일어났다. 아일랜드 출신의 젊은 피 코너 맥그리거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거두며 UFC에 어마어마한 PPV 수익을 안겨다 주기 시작한 것이다.

■ 맥그리거를 중심으로 UFC의 판이 새롭게 짜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UFC 입장에서 맥그리거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그의 모든 행동거지와 SNS 발언 하나하나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넘버링 대회에 맥그리거가 들어가는 순간 100만 단위의 PPV 수익을 당연하게 여길 정도가 됐다. 화이트 대표는 그 때부터 모든 프로모션 활동의 전략을 맥그리거 중심으로 짜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기만큼, 실력적인 면에서의 상승세도 함께 상향곡선을 그렸다. 2015년 12월 UFC 194에서 조제 알도를 꺾고 페더급 챔피언에 등극한 맥그리거는, 뒤이어 윗체급 도전까지 선언하기에 이른다.

결국 맥그리거는 2체급을 건너뛴 웰터급에서 네이트 디아즈를 상대로 슈퍼파이트까지 성사시킨다. 비록 1차전에서 패배를 하긴 했지만 이 경기는 세간의 수많은 화제를 낳았고, 결국 UFC는 역사적인 200번째 대회에서 ‘맥그리거 vs 디아즈 2차전’이라는 초호화 잔치판을 다시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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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곪았던 고름이 결국 터지다··· 코너 맥그리거 vs UFC

하지만 굳건한 관계로 예상했던 맥그리거와 UFC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UFC가 가장 경계했던, ‘선수의 네임밸류가 UFC를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갑을관계가 뒤바뀐 것이다. 주도권은 맥그리거가 쥐고 있었고, 자연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비록 표면적인 관계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격투 업계에서는 화이트 대표와 맥그리거의 사이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악화된 것이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이트 대표는 UFC 200의 홍보를 위해 우리 돈으로 1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거금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프로모션의 최전방에 맥그리거를 선봉으로 세우길 원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스톡턴, 뉴욕으로 이어지는 기자회견 투어와 함께 홍보 영상 촬영 등의 촘촘한 프로모션 스케쥴을 예고했다.

그런데 결국 사건이 터졌다. 맥그리거는 한국 시간으로 지난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폭탄 발언을 던진 것이다. 그는 “젊을 때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고마웠다”라는 트윗을 남겼는데, 당시 맥그리거의 은퇴 발언 트윗은 전설적인 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은퇴 트윗의 리트윗 숫자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트윗 한 줄에 수많은 언론 매체가 기사를 쏟아내며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맥그리거의 스타파워가 입증된 장면이었다.

이에 화이트 대표는 바로 답변을 내놓았다. ESPN에 출연한 그는 “내 인터뷰를 보고 나서 맥그리거가 전화만 주면 다시 UFC 200을 추진할 수 있다”라고 급히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예정된 프로모션 일정은 모두 참석해야 한다”는 전제조건 또한 덧붙였다. 일단 맥그리거의 도발에 반응은 보였으나, 더 이상 모든 것을 다 퍼주지는 않겠다는 의도였다.

■ 은퇴는 없다···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맥그리거의 성명문

이렇게 미묘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을 즈음 한국 시간으로 22일 오늘, 맥그리거는 자신의 SNS를 통해 긴 성명문을 남겼다. 성명문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았다.

“그동안 프로모션에 너무 치중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다시 파이터로 돌아가고 싶다. 돈은 싸움으로 버는 것이지, 홍보로 버는 게 아니다. 프로모션 활동? 물론 참석할 수 있다. 하지만 UFC가 프로모션에 쓰는 돈을 나는 트위터 한 줄로 해냈다. 나는 지난 경기에서 패배했고, 다시 디아즈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번 시합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그저 패배 후 복귀인 만큼 프로모션 일정을 조절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다시 그 홍보활동을 하라면 지금 당장에라도 이 짓을 관두겠다. 일단 난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

긴 성명문을 발표하면서 그는 글에 다양한 메시지를 담았다. 그 중 핵심은 바로 프로모션을 위해 선수들을 혹사시키는 UFC의 처사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는 “홍보행사에 아예 참석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뉴욕에서 예정된 기자회견은 간다. 하지만 그 후에는 아일랜드로 돌아와 최대한 경기 준비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이 성명문이 나왔을 때, 기존에 맥그리거에 대해 부정적인 파이터들도 상당수가 놀라는 눈치였다. 실제로 UFC 프로모션 투어는 상당히 살인적인 스케쥴의 강행군을 자랑하고 있는데, 현재 UFC 내의 톱콘텐더 파이터들 사이에서는 이런 홍보행사 일정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팽배해 있다. 하지만 경영진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이 입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UFC라는 하나의 단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정도로 브랜드네임을 키운 맥그리거가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또한 이 성명문은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맥그리거가 남긴 단 두 번의 SNS 포스팅은 천문학적인 비용의 프로모션 행사를 능가할 정도로 강한 홍보효과를 발휘했다. 그리고 더 이상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는 스타가 아니라, 파이터 본연의 초심으로 돌아가 최대한 격투기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는 호소력 있는 메시지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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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발 물러난 맥그리거, 그리고 물러날 생각이 없는 데이나 화이트

그런데 여기서 상황은 한차례 더 꼬이게 된다. 맥그리거의 은퇴 발언에 화이트 대표가 답을 했고, 여기에 다시 맥그리거가 “은퇴는 없다”며 회신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이트 대표의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그 답변이 엉뚱한 곳에서 날아왔다.

한국 시간으로 22일 “맥그리거의 은퇴 번복과 상관 없이 데이나 화이트가 UFC 200 메인이벤트 경기를 취소시킬 것”이라는 한 언론의 예상 보도가 발표됐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보도를 낸 곳이 TMZ라는 사실이다.

TMZ는 미국의 연예/스포츠 전문 매체인데, 유명인사들의 가십성 기사를 많이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이슈와 주목도는 높지만, 공신력은 떨어진다. 아무래도 격투 전문 매체에서는 이런 루머를 섣불리 보도할 경우 비판의 여지가 크다. 하지만 TMZ의 경우는 다르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아니면 말고’ 같은 반응을 보이면 그만이다.

맥그리거는 무리한 스케쥴을 요구하는 UFC 측에게 날을 세우면서도, 동시에 “프로모션 행사에서 빠지겠다는 소리가 아니다. 경기 준비를 위해 이번만 행사 일정을 조정해 달라는 소리다. 뉴욕 일정은 예정대로 참석할 것이다”라며 어느 정도 한 발짝 물러난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그동안 즉각적인 응답을 보여 왔던 UFC가 이번에는 반응이 느리다. 오히려 TMZ라는 매체를 통해 아리송한 루머만을 퍼뜨렸다. 이는 UFC도 더이상 맥그리거에게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강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르게 맥그리거가 한 발 양보를 했고, 반대로 UFC와 화이트 대표는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 맥그리거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22일, 맥그리거는 긴 성명문에 이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또 하나의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돈은 이미 벌 만큼 벌어다줬다. 내가 이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하며 포스팅의 마지막에 ‘#YourMove'라는 해시태그를 첨부했다. 당신의 다음 행동, 즉 맥그리거는 화이트 대표에게 답변을 내놓으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단 현재 화이트 대표의 기자회견은 한국 시간으로 23일 예정되어 있다. 물론 그가 어떠한 답변을 내놓을 지는 섣불리 예상할 수 없는 상황. 현재로서는 내일 예정된 공식 입장 발표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살얼음판을 걷는 힘겨루기 속에서 현 사태는 서서히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이 옥타곤 밖에서 펼치는 맥그리거와 화이트 대표의 싸움은 역대 UFC의 그 어떠한 경기보다도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사진=Zuffa, LLC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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