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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스타는 결코 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면 위로 고고하게 유영하는 백조도 물 아래에서는 짧은 발을 쉴 새 없이 움직여가며 헤엄을 치듯, 빛나는 스타 뒤에는 그를 지원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노력이 있다.

대한민국 1호 UFC 파이터인 김동현부터 떠오르는 페더급 신인 최두호, 라이트급 첫 승 사냥에 도전하는 작동 김동현B, UFC 최초의 한국인 여성 파이터 함서희, 현재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강경호까지.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UFC의 자랑스러운 코리안 파이터이자, 부산의 명문 체육관인 팀매드 소속의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마치 악당이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지하벙커에 숨어서 무시무시한 비밀병기를 만들 듯, 이렇게 빛나는 스타들은 과연 어떤 길을 거쳐 우리 앞에 나타났을까. 투박한 원석을 꾸준히 조련하고 세공하여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키워낸 팀매드의 수장이자, 국내 최고의 종합격투기 지도자인 양성훈(36) 감독을 엠파이트와 성승헌 캐스터, 이정수 기자가 진행하는 <성캐의 MMA 백야드>에서 만나봤다.


■ 바쁜 와중에도 선수 지도와 개인의 수련까지 모두 병행하는 타고난 지도자

근황을 묻는 질문에 양성훈 감독은 “다가오는 3월 19일에 호주에서 함서희 선수의 경기가 잡혀있습니다”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만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함서희 선수는 양성훈 감독의 처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기 이야기를 꺼내는 양성훈 감독의 대답이 심상치 않았다.

“지금 함서희 선수의 상대방인 벡 롤링스의 경기 영상을 못 찾겠어요. 영상을 누가 다 삭제했는지, 아니면 제가 잘 못 찾는 건지···”라며 말 끝을 흐린 양성훈 감독은 대신 함서희 선수의 특기를 조금 더 가다듬는 쪽으로 경기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아무래도 중요한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는 선수도 선수지만,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야 하는 감독의 입장에서 더욱 스트레스를 받을 터.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양성훈 감독은 개인의 수련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최근 양성훈 감독은 주짓수 블랙벨트로 승급했다. 주짓수의 경우, 다른 무술에 비해 블랙벨트의 승급이 굉장히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성훈 감독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제가 주짓수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오랫동안 수련하다 보니 제 스승님이신 박준영 관장님께서 사사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재밌게 주짓수를 수련해야죠”

■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하루에 한 번씩 매일 확장 계획 중"

하지만 국내 최고의 종합격투기 명문이라는 명성을 듣고 실제로 팀매드를 방문해보면 아마 체육관 입구만 보고 열에 다섯은 발길을 돌릴지도 모른다. 무려 50명의 선수들, 그리고 지속적으로 팀매드의 문을 두드리는 일반인들의 문의에도 불구하고 부산 팀매드 본점은 고작 24평에 불과한 조그마한 체육관이기 때문이다.

“50명이 넘는 선수가 24평의 좁은 공간에서 동시에 운동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운동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서든 프로그램을 겨우 짜서 훈련하고 있긴 합니다”라며 고충을 먼저 토로한 양성훈 감독은 지금도 확장 계획을 하루에 한 번씩 한다고. “근처에 더 넓은 자리가 생길 때마다 매일 방문해서 물어보며 계속 고민 중입니다”라고 밝힌 그는 팀매드의 확장이 가장 시급함을 밝혔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양성훈 감독은 해외 유수의 명문 체육관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해외의 어느 체육관이 인상 깊었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전 세계의 많은 체육관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특히 미국 쪽 체육관들은 시스템도 훌륭한데 시설이 제일 부러워요.”라고 대답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익스트림 커투어 짐>이 제일 인상 깊었는데, 7개의 존이 설치되어있어 복싱, 주짓수, 크로스핏 등 서로 다른 수업을 한 타임에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고.

■ 기술보다는 시스템…양성훈 감독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뭉친 팀

지도자로서의 철학을 논할 때 양성훈 감독은 그 무엇보다도 ‘시스템’의 힘을 가장 크게 절감한다고. “팀을 운영하다 보니 처음에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시스템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히딩크가 처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왔을 때도 ‘기술보다 시스템’이라고 했잖아요”라고 말을 꺼낸 그는 지금까지도 팀매드가 가장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많은 고민과 시간을 할애한다고 했다.

그래서 팀매드에는 특별한 에이스가 없다. 물론 각기 활약하는 단체도, 체급도 모두 다르지만 일단 좁은 체육관에 너무 많은 선수가 뛰고 있어서 누구 하나를 띄울 수가 없다. 양성훈 감독은 “물론 체급이나 분류별로 리드하는 선수들이 있고 피라미드처럼 구성은 되어있죠. 하지만 특별히 에이스를 꼽기는 힘들어요. 뭐랄까, 팀매드는 저를 중심으로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뭉쳐져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들 중에선 배명호 선수가 붙임성도 가장 좋고 성격도 활달하다 보니 주장 같은 역할을 도맡아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시스템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그것을 잘 구축해놓은 덕분일까. 긴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와해된 적이 없는 것 또한 팀매드의 또 다른 자랑거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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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훈 감독이 차세대 UFC 파이터로 꼽는 양승호 선수]

■ 차세대 UFC 파이터 5명 있다…“챔피언을 만드는 것이 나의 일”

아무것도 없는 24평의 좁은 지하 체육관에서 시작한 팀매드는 어느새 UFC 파이터를 다섯 명이나 보유한 종합격투기 명문 팀으로 우뚝 섰다. 혹시 현재 팀매드 선수들 중에서 차세대 UFC 파이터를 꼽아줄 수 있냐는 질문에 양성훈 감독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섯 명입니다. 물론 현재 UFC에서 활동하는 다섯 명과 국내외 단체에서 챔피언을 지냈던 누구나 알만한 파이터들을 제외하고 다섯 명이 더 있다는 소립니다”라며 힘을 주어 대답했다.

그중에서도 양성훈 감독은 양승호(토미 양,Tommy Yang) 선수를 꼽았다.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선수는 아니에요. 지금 7승 1패의 전적을 거두고 있는데, 원챔피언쉽(One Championship)에서도 뛰었어요. 요즘 이 선수를 키우고 있습니다”고 대답한 양성훈 감독은 뒤이어 “승호 말고도 네 명 정도가 더 있습니다. 다들 너무 잘 하는 친구들인데 어떻게 보여드릴 수가 없네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팀매드의 목표는 그저 UFC 파이터를 배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더 이상 UFC에 선수를 보내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UFC 챔피언을 만드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양성훈 감독의 목소리에는 하나의 사명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뒤이어 그는 “최두호 선수는 중간에 크게 삐걱거리지 않고 이대로만 나아가면 충분히 챔피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던졌다.

■ 팀매드의 입구에서 망설이고 있을 격투 팬들에게


종합격투기 명감독으로 알려진 그이지만, 비단 체육관 운영을 엘리트 선수 육성에만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 “요즘 와이프랑 진지하게 스파링을 하는데 제가 안 되더라고요. 나중에 와이프를 론다 로우지와 붙여보고 싶어요. 강한 여잡니다”라며 사람 좋은 미소로 농담을 던진 양성훈 감독은 팀매드 입구에서 망설이는 격투 팬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사실 저도 체육관에 들어오면 아직까지 적응이 안 돼요. 청소하는 분도 없고 냄새도 조금 나고(웃음). 하지만 일단 팀매드 패밀리가 되면 같이 운동하고, 밥도 먹고, 경기도 보러 다니고 정말 즐거울 겁니다”

[구성] 조형규, 반재민 기자
[기사] 조형규 기자
[영상] 박제영, 황채원, PD
[사진] 몬스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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