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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맨(Pac-Man), 다 먹어치우는 게임 캐릭터(팩맨)의 모습을 딴 닉네임'

'무패 파이터(47전 전승)'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를 가로막을 유일한 선수로 많은 이들은 매니 파퀴아오(36‧필리핀)를 꼽았다.

그는 18개의 체급이 있는 복싱에서 9체급에서 싸웠고, 그중 8체급을 정복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는 복싱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0년, 12살이던 파퀴아오의 부모님이 이혼했다. 그는 살기 위해 좌판을 매고 거리에서 도넛과 담배를 팔았다.

어머니는 파퀴아오가 성직자로 활동하길 원했다. 그는 제네럴 산토스 시티에서 천주교의 사제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던 중 친구를 통해 복싱을 처음으로 접했다. 신세계를 경험한 파퀴아오는 곧바로 흥미를 느꼈고, 재능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가세가 기울고 더 이상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어지자, 그는 복서가 되기 위해 마닐라 행 선편에 몸을 실었다.

파퀴아오에게 복싱은 삶이자 생명, 유일한 탈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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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에서의 생활은 노숙으로 시작됐다. 이후 복싱 체육관에서 숙식을 했고, 식비를 벌기 위해 막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꾸준히 훈련하던 파퀴아오, 그의 데뷔무대에 전 세계가 놀랐다. 1995년, 아마추어에서 60승 4패의 전적을 쌓았던 파퀴아오는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즉각적인 반응을 얻었다. 예상보다 빠르고 강한 펀치에 세계 복싱팬이 놀란 것. 당시 대전료가 2달러에 불과했지만, 파퀴아오는 "그래도 필리핀은 쌀값이 싸서 견딜만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파퀴아오는 태국 원정 타이틀전에서 33승(24KO) 1패의 WBC 플라이급 챔피언 차트차이 사사쿨을 8회 KO로 꺾고 생애 첫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중대한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12세 이후 파퀴아오는 항상 영양실조 상태였다. 세계 챔피언이 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식사를 하게 됐는데, 이것이 그의 체구가 급격히 성장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체중조절에 큰 문제를 겪게 된 것이다.

이후 파퀴아오는 체중조절에 실패, 탈진한 상태로 링에 올라 상대에게 벨트를 내줬다. 이 패배는 파퀴아오게 중대한 두 가지 결단을 내리게 만든 계기였다. 첫째는 체급의 상향이었고, 둘째는 미국무대로의 진출이었다.

한 번에 두 체급을 올려 슈퍼 밴텀급매치를 벌인 그는 이후 6연속 KO승을 거두며 상승궤도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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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실조와 체급의 족쇄에서 풀려난 파퀴아오는 꾸준히 향상된 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그 어떤 체육관도 필리핀의 경량급 복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파퀴아오 일행은 필리핀 복서가 있다는 LA 할리우드의 와일드카드 짐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다.

와일드카드 짐의 헤드 코치는 지금의 파퀴아오를 만든 장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프레디 로치'다. 이 운명적인 만남은 파퀴아오의 복서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2001년, 로치는 선수생활로 인해 입은 파킨슨병과 목근육의 이상 경직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병세가 악화됐지만, 그의 복싱열정은 결코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미 15명의 챔피언을 길러낸 명트레이너였던 로치는 파퀴아오의 훈련모습을 보자마자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파악했다. 그의 미국진출이 시작된 순간이다.

경량급에서 꾸준히 성장한 파퀴아오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꾸준히 체급을 올리며 상위체급 정복에 나선 것. 자칫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이었지만 그는 차근차근 업적을 쌓아나갔다.

WBO-IBF 슈퍼 밴텀급 챔피언 파퀴아오가 3차 방어에 성공하자, 멕시칸 강자 안토니오 바레라가 파퀴아와 맞붙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당시 파퀴아오는 아직 무명이었고, 전문가-팬들은 이미 출중한 기량을 선보인 바레라의 우세를 점쳤다. 파퀴아오 인생 최초의 밀리언 달러 파이트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바레라는 파퀴아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바레라가 로프에 기댄 채 파퀴아오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하자, 그의 코너맨은 경기중단을 요청했다. 바레라의 생애 첫 KO패였다. 파퀴아오는 이날 아시아인 최초로 3체급을 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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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파퀴아오는 자신의 고향에 위치한 창고를 빌려 쌀과 생필품을 가득 채웠다. 동네주민을 전부 불러 모아 일일이 식량을 나눠줬다. 또한 어린 복서들을 위한 기숙시설도 지어줬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파퀴아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필리핀에서 '파퀴아오 신드롬'이 시작됐다. 그가 경기하는 날에는 길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파퀴아오는 2008년 6월 라이트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WBC 챔피언 데이빗 디아즈는 경기 내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가 9라운드에 결국 실신했다. 파퀴아오의 5체급 돌파.

복싱팬들을 가장 놀라게 만든 경기는 2008년 12월 진행된 오스카 델라 호야戰. 11cm의 신장 차, 15cm의 리치차, 중량급의 파워를 가진 호야와 싸우기에는 파퀴아오가 너무 작아보였다. 전문가들은 미스매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퀴아오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1라운드부터 8라운드까지 파퀴아오는 쉬지 않고 호야를 두들겼다. 8라운드가 끝난 후 호야의 코너에서 경기중단을 선언했다. 이것으로 파퀴아오가 웰터급에서도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파퀴아오는 1995년 주니어 플라이급에서 데뷔해 2008년에는 라이트급과 웰터급에서 싸웠다. 주니어 플라이급의 한계체중은 49kg, 웰터급은 67kg이다.

2009년 5월 파퀴아오는 주니어 웰터급 타이틀에 도전했다. 상대는 링, IBO 챔피언 리키 해튼. 그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를 만나기 전까지 43연승을 달리고 있던 강자였다. 파퀴아오와 싸울 당시 해튼의 전적은 45승 1패 32KO였다.

하지만 경기는 불과 2라운드 만에 종료됐다. 첫 라운드부터 파퀴아오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했다. 실력 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파퀴아오는 호야와 함께 6체급 정복자가 됐다.

2009년 11월 미겔 코토를 상대로 파퀴아오는 7체급 정벌에 도전했다. 코토 역시 파퀴아오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파퀴아오가 경량급의 스피드와 중량급의 파워를 가진 선수라는 점을 증명했다. 이 승리로 파퀴아오는 복싱 역사상 최초로 7체급에서 챔피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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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는 신념과 믿음을 주는 전설적 파이터 반열에 올랐다. 그는 필리핀의 범죄율을 0%로 떨어뜨리고 반군과 정부군이 암묵적인 휴전에 돌입하도록 할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메이웨더와의 대전 설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2010년 11월, 파퀴아오는 8번째 체급의 타이틀에 도전했다. 그는 마가리토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자신의 강함을 증명했다. 파퀴아오는 8체급 정복이라는 유일무이한 금자탑을 쌓았다.

파퀴아오는 좌우 움직임, 밸런스를 유지하는 동작을 잘 구사하는 스타일이다. 다양한 스텝을 활용하며 상대의 등 뒤로 돌아 묵직한 펀치를 퍼붓는 데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선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수차례 펀치를 허용하고 만다.

파퀴아오는 잽-레프트-라이트 버티컬잽 연계동작이 매우 뛰어나다. 쉬지 않고 펀치를 내지르는 그는 12라운드 동안 1231번의 펀치를 쏟아낸 바 있다. 그렇다고 펀치력이 약한 것도 아니다.

파퀴아오는 57승 중 무려 38승을 KO로 따냈다.

메이웨더와의 대전이 계속 결렬되면서 파퀴아오의 시선은 국희의사당으로 향했다. 파퀴아오는 필리핀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약하며 필리핀 국민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농구단 감독 겸 선수로도 활동 중이다.

브래들리에게 판정패(판정논란), 마르케즈에게 실신 KO패한 파퀴아오에게 거는 시선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파퀴아오-메이웨더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파퀴아오의 동기부여는 다시 타올랐다. 우연히 농구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그날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이튿날 새벽 메이웨더가 파퀴아오의 숙소를 찾아 대결을 제의, 파퀴아오가 수락하며 경기가 극적으로 성사됐다.

오랫동안 염원했던 '세기의 대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메이웨더는 특유의 아웃복싱-수비 전략을 들고 나와 파퀴아오를 괴롭혔다. 경기 내내 지능적으로 클린치 싸움을 걸어 심리전을 펼쳤다.

파퀴아오는 지속적으로 근접전을 펼치기 원했으나, 메이웨더의 스피드를 잡는 데 실패했다. 경기결과는 파퀴아오의 12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패.

비록 메이웨더의 벽을 넘진 못했으나, 그의 신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진출처 :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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