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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론다 로우지였다. UFC 전 체급 챔피언 중 가장 확실히 체급을 정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 파이터 외에는 그녀를 막을 자가 없어 보인다.

기사 첫 머리에 원하는 내용을 작성할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 UFC 여성부 밴텀급 챔피언 론다 로우지(28, 미국)의 대항마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도전자로 불린 캣 진가노를 14초 만에 제압하며 실력 차를 증명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로우지-진가노戰은 잔치가 너무 빨리 끝나, 음식구경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 경우라 볼 수 있다. 로우지는 우리에게 화장실을 갈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시작부터 진가노는 거세게 돌진했다. 플라잉 니킥에 이어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는 듯 보였지만 로우지는 로우지였다. 등이 바닥에 닿았으나 곧바로 뒤집는데 성공, 팔을 제압한 채 스트레이트 암바를 성공시켰다.

로우지가 진가노를 꺾은 시간은 단 14초, UFC 타이틀전 역사상 최단시간 승리기록이다.

12개의 베팅 사이트 배당률의 종합데이터를 알 수 있는 베스트파이트오즈(BestFightOdds)는 로우지의 승리 가능성을 86.19%로, 진가노의 승리 가능성을 13.81%로 나타냈다.

뚜껑을 열어보니, 진가노는 로우지의 상대가 더더욱 되지 않았다. 로우지의 주무기가 암바인 걸 알면서도 막지 못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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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지는 '암바장인'이다. 그녀는 7연속 1라운드 암바 승, 아마추어 전적까지 합치면 1라운드 암바로 10연승을 기록한 바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로우지가 11경기 중 1분을 넘긴 경기도 두 차례밖에 없단 것이다. 쉽게 말해, 모두 그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현재 11승 무패로, UFC 타이틀 5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그녀는 유도 기술을 종합격투기에 효율적으로 접목시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인 그녀는 메치기와 곁누르기 등의 기술을 활용해 연전연승을 달리고 있다. 유도를 수련하면서 얻은 힘과 기술을 잘 활용하고 있다.

로우지는 실력뿐 아니라 스타성까지 겸비했다. 실베스타 스텔론의 영화 '익스펜더블3'과 드웨인 '더 락' 존슨의 영화 '패스트 앤 퓨리어스7', '안투라지' 등에 출연한 것도 모자라, ESPN 매거진에서 전신 누드화보를 찍어 섹시아이콘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미국의 남성잡지 맥심이 매년 선정하는 '핫한 여성 100'에 항상 들어가는 로우지는 송가연을 비롯해 많은 여성 파이터들의 롤 모델이기도 하다.

주최측은 무게감 있는 넘버링 이벤트에서 로우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TV중계 시청률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로우지의 6차 방어전 상대로 오늘 'UFC 184' 코메인이벤트에서 승리를 거둔 홀리 홈을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홈은 라켈 페닝턴을 상대로 3라운드 종료 2대 1 판정승을 따냈다.

수많은 단체에서 복싱 챔피언에 올랐고, 킥 능력 또한 뛰어나 타격에서 로우지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오갔지만, 페닝턴戰에서 보여준 모습은 분명 실망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로우지를 대항할 상대는 인빅타FC 페더급 챔피언 크리스티안 '사이보그' 저스티노나, 플라이급 남성 파이터들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웃음).

AFTER FIGHT는 한 대회의 핵심경기를 리뷰하고 각각의 전문기자가 관전평을 제공하는 몬스터짐의 새로운 코너다. 칼럼 스타일의 무게감 있는 기사에 강한 몬스터짐 편집장 이용수, 화제의 코너 '유병학이 간다'의 진행자이자 국내 유일한 20대 격투기 전문기자 유병학, 100전 100승의 실시간 속도기사의 달인 서정필, 취재에 강한 잔뼈 굵은 전문기자 엠파이트 고준일이 참여한다.

[여성부 밴텀급 타이틀매치] 론다 로우지 vs. 캣 진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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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진가노는 멋진 도전자였고 경기 시작과 동시에 과감한 공세를 펼쳤다. 진가노는 달려들면서 니킥을 던지고 그것이 빗나가자 즉각 로우지를 붙잡으며 허리후리기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극강의 챔피언 로우지를 상대로 도전자의 패기를 보여준 멋진 전개였다.

그러나 로우지는 넘어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몸을 뒤집어 제비를 돌았고 이 제비돌기 동작에 의해 징가노가 하위포지션으로 냐려가게 되었다. 너무나 무서운 그래플링 센스라고 밖에 할 말이 없던 어마어마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몸을 틀어 도망가려 하던 징가노에게 백포지션을 잡아내던 대목에서도 놀라운 숙련도를 보여주었다. 결정기 였던 스트레이트 암바는 다소 특이한 포지션에서 특이한 각도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탭을 받아내기에 충분한 위력이었고 로우지는 5차 방어를 달성했다.

징가노는 로우지가 지금껏 상대해본 선수중 가장 어려운 상대 평가가 많았다. 경기 결과는 그러나 불과 14초만에 로우지의 서브미션승이었다. 로우지에게는 이제 사이보그 말고는 적이 없다.

고준일: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론다 로우지는 10년 전의 예멜리야넨코 표도르나 다름없는 존재다. 모두가 '이길 줄은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 꺾을 줄이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직전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 방송을 보는 순간, 심판이 경기를 중지시키는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리플레이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이것은 정말 최고의 기술을 넘어선 예술 수준이었다. 메치기 카운터부터 암바로 연결되는 기술 흐름에 할 말을 잃었다. 로우지는 도전자의 씨를 말렸다. 오늘 경기를 치른 홀리 홈이 대항마로 거론되지만, 그녀 역시 로우지의 상대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안 사이보그가 옥타곤으로 들어서지 않는 이상 앞으로의 방어전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날 로우지는 '그래 봤자 여자지'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갈겼다.

유병학: 화장실매치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화장실을 잠깐 다녀오신 분들은 TV에서 환호소리만 들으셨을 것이다. '어라? 끝났나? 로우지가 왜 좋아하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하셨으리라 생각된다(웃음). 정말 로우지는 차원이 다른 여제라고 본다.

진가노의 돌진(플라잉 니킥에 이은 테이크다운)에 로우지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오~ 진가노의 기세가 매섭구나'라고 생각하던 찰나, 상황을 뒤집어버리고 자신의 장기인 암바를 성공시키다니. 입이 '쩍'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동체급에서 로우지의 대항마는 전세계에 사실상 없다고 생각한다. 사이보그가 밴텀급매치를 벌인다 해도, 큰 폭의 무리한 감량을 진행했기에 페더급에서의 기량을 보일지 미지수다. 그야말로 로우지는 여성부 밴텀급의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UFC 플라이급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과 스파링하는 영상이라도 보고 싶다(웃음). 로우지가 자신보다 체중이 적게 나가는 남성 파이터를 압도할 수 있을까? 성대결을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로우지의 실력은 굉장하다. 칭찬, 또 칭찬해도 부족하다.

몬스터짐 L.A 현지팀에 따르면, 로우지는 친절하기까지 하다.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여성!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서정필: ‘번개작전’, 진가노가 도박을 걸었다. 진가노는 시작하자마자 로우지의 턱을 노렸다. 로우지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이 것 뿐이라는 계산이 나온 것 같다. 실제 킥이 상당히 날카롭게 구사되었고 제대로 꽂혔다면 분명 로우지에게도 큰 데미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우지의 운동신경은 역시 대단했다. 들어오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며 되치기에 성공한 로우지는 상대의 오른쪽 어깨가 열린 것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스트레이트 암바를 시도해 탭을 받았다.

진가노가 만약 기습을 감행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경기력으로 볼 때) 경기양상은 재작년 12월 로우지와 미샤 테이트의 경기와 같은 흐름이 되었을 것이다. 진가노에게는 로우지의 공격을 방어하며 장기전으로 끌고 갈 능력은 있다. 하지만 경기 소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 게임플랜을 들고 나왔다고 해도 승자가 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듯하다.

로우지를 과연 누가 멈출 수 있을 것인가? 후보군을 꼽기가 더욱 더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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