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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UFC 182에서 존 존스가 다니엘 코미어의 거친 도전을 물리치고 8차방어를 달성했다. 8차 방어는 UFC의 최장 연속방어 역대 기록 3위에 해당한다. 1위는 미들급 앤더슨 실바의 10차 방어기록이고 2위는 웰터급 조르쥬 생피에르의 9차방어다. 앤더슨 실바의 경우 2012년 38세때 10방을 달성했고 생피에르는 33세였던 2013년에 9차 방어의 성공을 신고했다. 존 존스는 87년생으로 이제 겨우 29세다. 앤더슨 실바와 생피에르의 타이틀은 이미 다른 선수들에게 인수인계 되었기 때문에 존스가 둘의 기록을 넘어 UFC 최다 연속방어 기록을 갱신하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코미어는 존스와의 타이틀매치에서 기대만큼 잘 해주었다.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걸었고 첫 3라운드 내내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쳐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존스는 세간의 예상보다 더욱 강력한 모습을 과시하며 경기의 후반부를 지배했다. 존스의 체력과 정신력이 빛났던 내용의 경기였고 레슬링에서 올림픽 경력자에게 밀리지 않았다는 점은 안그래도 최고중의 최고라는 평가를 받던 존스의 견적에 더 높은 수치가 기록되는 계기가 되었다.

NBA 기준으로도 상위 3%안에 드는 신장대비 리치비율이라는 체격적인 이점과 그 이점을 백분 살리도록 특별제작된 잭슨-윙클존 아카데미의 타격시스템, 정석뿐만아니라 변칙의 구사에도 매우 능숙한 예측불가의 운영, 체구에 비해 대단히 강한 힘과 높은 스피드레벨, 거기다 체력과 맷집 그리고 지능까지 갖춘 존스는 너무나 훌륭한 파이터다. 종합적인 경기력의 측면에서 구스타프손전에서 보여주었던 약점, 즉 자신만큼 사이즈가 좋고 신체능력이 우수하며 좋은 기술을 갖춘 상대에게는 고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만 제외 한다면 존스의 약점은 쉽게 찾아내기 힘들다.

존 존스가 구사하는 두가지 어둠의 비기



존스는 그렇지만 논쟁의 화두가 되는 두가지 기법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첫째는 상대의 무릎을 노리는 대각선 하단차기(오블리크 킥, 혹은 부인각)다. 이 기술은 상대의 무릎에 심한 부상을 입힐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여러 입식 격투스포츠에서 금지된 상태다. 종합격투기에서는 이에 대한 금지 규정이 없으므로 반칙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몇몇 전문가와 많은 팬들이 존스의 이 기술을 두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것을 두고 동업자 정신의 부족이라는 비평과 반칙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여론이 대립하고 있는 중이다.

두번째가 바로 오늘의 주제인 눈찌르기다. 존스는 상대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한 방편으로 팔을 뻗어 상대의 전진을 막아내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손가락이 상대의 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 위의 영상을 통해 대표적인 여러 장면들을 확인 할 수 있다.

눈찌르기는 아이 써밍(thumbing eye)이라는 용어로 잘 알려져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길거리 싸움의 기술이다. 그리고 복싱의 경우 글러브에 눈을 찌를 만한 부위가 엄지손가락 말고는 없기 때문에 엄지손가락을 의미하는 단어인 썸, thumb에 ing를 붙여 써밍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아이 가우징(eye gouging)이나 아이 포킹(eye poking)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종합격투기의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엄지보다는 다른 손가락들이다. 손가락이 노출되어 있는 전용 글러브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눈찌르기 문제이며, UFC의 해설자인 조 로건은 경기 중에 이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글러브를 새로 만들던지 해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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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에서 눈찌르기 문제는 굉장히 악명높다. 그렇지만 많은 럭비인들이 그것을 '경기의 일부'로 보는 경향도 있다.

격투가 스포츠로 정착하게 되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사이에 눈찌르기는 반칙으로 지정되었다. 럭비나 미식축구 등 신체접촉이 일어나는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경기 도중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는 행위는 자주 일어나게 된다. 고의적이지 않은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의 고의성을 판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규정을 바로 적용해서 감점을 시킨다는 것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 써밍의 경우 선수가 소명을 해도 심판이 보지 못한 상태라면 경기 속행이 원칙이다.

아이 써밍의 흑역사

그렇다고 그냥 두면 1995년 나카이 유키가 당했던 것처럼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나카이는 밸리튜도 재팬의 토너먼트 8강전에서 제라드 고르듀와 싸우던 도중에 심한 눈찌르기를 당했다. 하체관절기로 고르듀를 항복시킨 나카이는 오른쪽 눈에 출혈을 동반한 큰 상처를 안고 같은 날 벌어졌던 준결승, 결승 출전을 강행했다. 결승전에서 그는 힉슨 그레이시에게 졌지만 투혼만큼은 칭송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나카이는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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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눈 내눈. 그가 엄지손가락으로 제 눈을 찔렀어요.(경기 직후 나카이 인터뷰 中)


UFC에서도 마이클 비스핑과 앨런 벨쳐의 경기에서 출혈을 보이는 눈찌르기 사태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경기가 종료된 적이 있다. 2013년 4월, UFC 159에서 발생한 상황으로 3라운드 4분 30초경에 벨처의 눈부상이 심각해 경기는 그자리에서 종료되고 그 시간까지의 판정을 통해 비스핑이 테크니컬 판정승을 거두었다. 같은 날 있었던 지안 빌란테-오빈스 생프룩스 전에서도 눈찌르기로 인한 경기중단과 테크니컬 판정이 나왔다. 많은 팬들이 UFC 159를 눈찌르기가 난무했던 밤으로 기억하고 있다. 눈이 찔린 두명의 선수는 모두 판정패했다.

눈찌르기로 인해 승부가 결정난 경우도 있었다. 2008년 7월 UFN 1에 출전한 앤소니 존슨은 3라운드 때, 상대였던 케빈 번즈에게 눈을 심하게 찔렸다. 존슨은 더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없었고 레프리는 존슨의 TKO패를 선언했다. 반칙에 의한 억울한 TKO패를 당하고 각막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존슨은 그렇지만 번즈와의 재전에서 하이킥에 의한 KO승을 거두며 억울함을 달랬다.

UFC 라이트헤비급의 전설 중 한 명인 척 리델 역시 눈찌르기로 악명이 높았다. 그와 싸웠던 많은 선수들이 펀치보다 눈찌르기가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랜디 커투어, 티토 오티즈, 버논 화이트 등은 리델이 주먹을 꽉 쥔 상태가 아닌 중지의 관절을 살짝 편 상태로 상대의 눈을 찌르는 펀칭을 했다고 주장했다.

존스도 위의 영상을 통해 확인되지만 눈찌르기로 상대를 굉장히 불편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그 이유는 존스의 경기력의 핵심적인 부분과 연관이 깊다.

존스의 경기에 써밍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

존 존스의 가장 유력한 무기 중 하나가 바로 레인지다. 그의 팔다리 길이는 UFC에서 가장 길다. 그는 자신의 길이를 활용해 상대의 공격이 닿지 않는 먼거리에서 킥과 롱펀치를 활용해 상대를 갉아나가는 전략의 구사에 능하다. 즉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거리는 상대와 멀리 떨어진 상태라는 것인데, 이 거리의 유지라는 전술목표를 위해 존스는 자신의 팔을 뻗어 상대의 전진을 막아낸다.

이러한 테크닉은 팔이 긴 선수들이 흔히 사용한다. 가장 유사한 경우로는 70년대 태국의 무에타이계를 평정했던 디젤노이라는 선수의 예를 들 수 있다. 신장 188cm에 62kg급에서 활동했던 디젤노이는 존스처럼 신장차, 리치차의 활용에 일가견이 있었고 그 역시 왼팔을 뻗어 상대의 접근을 저지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그렇지만 복싱 글러브에는 눈이 찔릴만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디젤노이가 팔을 뻗어 상대의 접근을 막는 테크닉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 사가트의 모델로 잘 알려진 디젤노이, 그가 왼팔을 방어적으로 상요하는 장면은 존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존스의 경우는 디젤노이와 똑같은 상황에서 상대의 눈이 자꾸 찔리면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존스가 상대의 눈을 찌를 의도로 손을 뻗는 것은 아니라는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문제를 삼기가 힘들지만 의도는 그게 아니었더라고 해도 많은 선수들이 그의 손가락에 눈이 찔리고 있다는 결과의 관점에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

코미어戰의 써밍, 경기에 미친 영향은?

이번 UFC 182의 코미어전에서도 존스의 눈찌르기가 나왔다. 3라운드 1분 30초 경에 존스는 밀고 들어오던 코미어의 안면으로 왼손을 뻗었고 코미어의 눈이 찔리면서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다. 코미어는 금새 회복하고 경기는 곧 재개되었다. 재개되자마자 존스는 왼발 미들킥을 강하게 클린히트 시켰다. 이것을 두고 일부 팬들은 존스가 눈찌르기로 경기의 흐름을 끊고 재개된 상황에서 흐름을 탈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존스의 눈찌르기가 문제가 되는 상황은 주로 오른손잡이와의 대전에서 오른손잡이 스탠스로 싸울때다. 이 구도에서 존스는 왼팔을 멀리 뻗어 상대를 견재하는데 쇼군, 퀸튼 잭슨, 라샤드 에반스, 글로버 테세이라 등이 이러한 저지술에 당했고 눈도 많이 찔렸다.

스위치 스탠스를 자주 구사하는 존스가 왼손 자세로 서면 왼손의 눈찌르기 문제가 덜한 편이다. 앞손이 오른손이 되고 왼손잡이 상태의 존스는 앞손인 오른팔을 펴서 상대의 접근을 방해하기보다는 상대의 왼손 자체를 툭툭 건드리며 견제하는데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코미어와의 경기에서 존스는 주로 왼손잡이 스탠스로 싸웠다. 그래서인지 눈찌르기 문제는 다른 경기들에 비해 그렇게 두드러진 수준은 아니다. 코미어가 눈찌르기에 당한 것은 한번으로, 역시 존스가 오른손잡이 스탠스였을때 나왔다.

존스가 왼손을 뻗어 코미어의 눈을 찌르고 경기의 중단을 유도한 후 재개된 상황에서 득점을 가져간 전개를 과연 고의적인 행위로 볼수 있을까. 아마도 그런 관점은 성립하기 힘들 것이다. 존스의 이번 눈찌르기에는 고의성을 증명할 근거가 너무 부족하다. 당시까지만 해도 경기내용이 접전이었기 때문에 반칙 감점을 받을 수 있는 행위를 고의적으로 할 가능성은 적다. 그리고 재개된 상황에서 좋은 선공을 성공시킨 것 역시 고의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단지 존스가 경기 재개 직후 좋은 타이밍을 잡은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코미어가 받은 눈의 데미지도 적고, 또 코미어가 압도하고 있던 전개가 눈찌르기에 의해 뒤집혔다고도 보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재개 했을때 존스가 좋은 공격을 성공시킨것 만을 가지고 눈찌르기가 경기에 대단히 큰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하기는 힘든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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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어전에서 존스의 눈찌르기 문제는 오히려 전보다 나아졌다. 왼손을 뻗어 방어하는 자세를 이번에는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코미어와의 승부에서 존스의 눈찌르기가 끼친 영향력은 평소보다는 적었다. 존스도 아마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코미어도 단신이었기 때문에 존스가 거리견제를 사용하기 좋은 상대였지만 경기에서 존스는 평소보다 더 눈찌르기를 조심하면서 싸운 것으로 보인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경기 전에 존스의 눈찌르기 문제가 이번에 크게 불거질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존 존스의 눈찌르기는 여전히 문제이지만 그래도 지난 경기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눈찌르기 문제에 UFC의 대응은?

눈찌르기는 단지 존 존스의 문제만이 아니다. UFC를 비롯, 오픈핑거 글러브를 사용하는 모든 종합격투기 단체가 진지하게 고민 해봐야 할 사안이다. 이것은 선수들의 눈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의 입장에서도 보기에 많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해결은 글러브의 교체로 가능할 수 있다. UFC 해설자 조 로건은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 반오픈글러브를 사용하자는 의견을 경기의 해설 도중 내 놓은 적이 있다. 일본에서 이런 글러브가 사용된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글러브의 교체는 단체의 입장에서 부담가는 대작업이다. 실제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할 것이고 경기의 속성을 바꿔놓을 수 있는 선택이 되므로 UFC가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내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두번째는 규칙의 개정과 감점의 적극적인 도입이라는 심판의 경기운영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번에 존스의 눈찌르기가 발생했을 때, 허브 딘의 진행은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딘은 존스에게 손가락이 하늘을 보도록 들라고 주의를 주었다. 팔을 펴서 상대의 접근을 저지할 때 하더라도 손가락 만큼은 하늘을 보는 동작을 취하라고 한 것인데, 이러한 규칙의 도입과 그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의 감점을 적극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당장 UFC와 미국 각주의 체육위원회가 우선적으로 실시해야할 눈찌르기 방지책일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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