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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UFC 데뷔전을 치른 국내 파이터는 총 8명이며, 오는 13일 국내에서 아홉 번째로 옥타곤에 들어서는 파이터가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국내 최초의 UFC 여성파이터 함서희(27·팀매드). 그녀는 여성부 스트로급 경기가 처음으로 열리는 UFC의 공식대회에서 데뷔전 승리를 노린다.

지금까지 국내 선수들의 UFC 데뷔전 성적은 5승 2패 1무효. 김동현, 정찬성, 임현규, 남의철, 최두호가 첫 경기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현재 이들이 좋은 행보를 걷고 있다는 것만 봐도 데뷔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함서희는 앞서 데뷔전을 치른 8명의 남성 선수 누구보다 승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함서희는 아톰급 선수지만 한 체급 높은 UFC의 스트로급에 도전장을 내민 경우다. 기본적인 체격과 근력에서 꽤 불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상대는 'TUF 20' 4강 진출자인 조앤 칼더우드. 뛰어난 신체조건은 물론 무에타이를 기반으로 한 타격이 일품이다. 함서희보다 족히 10cm는 크다.

로즈 나마주나스와의 4강전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하며 결승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우승후보로 지목될 정도의 강자다. 'TUF 20'은 말이 TUF지 스트로급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토너먼트였다. 우승자에겐 챔피언 타이틀이 주어진다. 한 체급 위의 세계 4위 내에 드는 강자가 함서희의 데뷔전 상대가 된 셈이다.

모두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필이면 상대 이름을 경기 9일 전에 들어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비교적 늦게 출국하며 시차적응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함서희는 오히려 강한 선수가 데뷔전 상대가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모두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하는 함서희 인터뷰 전문.

- 데뷔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기분이 어떤가?
▲ 경기 당일이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크게 와 닿는 것은 없다. 그래도 마음가짐은 독하게 하고 있다. 감독님이나 주위 분들의 걱정이 많고 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은데, 절대 그렇게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 출국이 늦은 편이었다. 현지 적응에 어려움은 없나?
▲ 미국이 처음이지만, 경기 준비에 매진하느라 미국이란 나라를 느낄 새가 없다. 그런데 시차적응은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다.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는 자신감은 오산이었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잘 때도 계속 깬다. 그래도 경기를 하는 시간에는 깨어 있으려 노력중이다. 원래 내가 잠자리에 좀 예민한 편이다.

- 어떤 시간이 가장 힘든가?
▲ 한국의 저녁시간, 그러니까 이곳 기준으로는 새벽이 된다. 그때 항상 깨어있으며 배도 고프다. 그때 말고는 다 졸리다. 경기를 치르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 슬픈 얘기지만, 음식조절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컨디션 조절에 이득이 될 것 같다.
▲ 감량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너무 좋다. 경기가 끝난 뒤 먹어야 할 음식을 미국에 와서 이미 다 먹었다. 한국에선 살이 안 쪘는데 여기선 찌더라. 체중이 2kg 정도 불었다. 미국 땅을 밟자마자 피자를 먹는 등 햄버거를 비롯해 기름기 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다. 방금 운동한 뒤 52.5kg을 확인했다. 갑자기 헛배가 나왔다(웃음).

- 상대가 늦게 확정됐다. 정확히 경기 9일 전이었다.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 같다.
▲ 스트레스가 없진 않았지만, TUF에 출전한 강자들을 어차피 한번쯤은 다 만난다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피하기 어려운 선수들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 TUF 4강 탈락자와 대결한다는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들었다. 어떤 상대를 가장 원했나?
▲ 4강 탈락자와 붙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시기는 칼더우드와 붙게 됐다는 소식을 듣기 일주일 전이었다. 칼더우드가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 져서 놀랐다. 솔직히 원한 상대는 딱히 없었고 칼더우드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어차피 둘 모두 붙어야 하는 상대들이다. 또 당연히 내가 이길 만한 선수가 아닌 강자라서 다행이다. 약한 상대와 붙으면 이기고도 찝찝할 것 같다.

- 키가 큰 타격가를 어려워한다고 들었다.
▲ 같은 타격가간의 대결에서는 리치가 매우 중요하다. 키가 10cm 정도 작은 만큼 리치에서도 차이가 꽤 날 것 같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때리면 잘 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많이 움직이며 체력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훈련은 계약한 날부터 해왔지만 상대를 대비한 전략적인 운동은 미국에 와서 시작했다. 힘들지만 노력은 하고 있다.

- 상대의 전략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 일단 잘한다. 근거리나 원거리에 다 능하다. 그것은 곧 가깝게 붙어 싸워도 힘들고 거리를 두고 싸워도 어렵다는 말이 된다. 나에겐 정말 까다로운 선수다. 열심히 하는 것밖엔 없다.

- 그래도 목표는 승리일 것이다. 승리할 수 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 자신감과 책임감이다. 그런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두 배는 더 생겼다. 모두가 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반드시 승리해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또 UFC 데뷔전이기도 하고 도와주신 분들이 많기에 꼭 승리로 보답하고 싶다. 이겨야 할 이유가 확실하다.

- 미국에서는 상대의 압승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쪽 사람들은 상대가 강한 것만 알지 나에 대해선 잘 모르지 않겠나. 미국에서 한 경기도 치르지 않았고 체격이 작은 동양인이기에 그렇게 보는 게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뒤집는다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언더독인 상황은 나를 확실히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 구체적인 전략까진 어렵더라도 전반적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
▲ 아무리 힘들어도 최대한 많이 움직일 것이다. 그게 정답인 것 같다. 체격의 불리함을 체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 본인이 앞서는 점 혹은 어떤 부분에서 해볼만하다고 보는가.
▲ 기술적인 부분에서 밀린다는 생각은 안 한다. 내가 칼더우드보다 잘 하는 게 없을 수 있지만, 반대로 걔가 나보다 특별히 앞서는 것도 없는 것 같다.

- 이번 경기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다. 파이터 인생 1막이 끝났으면 이제 2막이 시작된다.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마디 부탁한다.
▲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자신감 잃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열심히 싸우겠다. 그리고 사적으로 형부 되는 양성훈 감독님과 남자친구이자 동료인 창현이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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