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호(26·부산팀매드/㈜성안세이브)의 징크스는 가혹하다. 스스로 "어딜 가든 일단 지고 시작한다"는 말을 할 정도로 처음이 늘 불안하다. 일본 데뷔전 무대였던 딥, 첫 메이저 대회였던 센고쿠는 물론 본격적으로 국내 무대에 다시 뛰어든 로드FC에서 그랬다.

UFC에 데뷔할 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는 무효경기로 변경된 상태지만, 데뷔전이 끝났을 때의 결과는 판정패였고 이후 경기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세 번째 경기에서마저 패한다면 지금 아마 UFC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경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진면목을 드러냈다. 특히 로드FC에서는 데뷔전 패배를 딛고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더니 챔피언까지 올랐다. UFC에서도 무효와 판정패를 거쳐 결국 세 번째 경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의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틀 앞으로 다가온 4번째 UFC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란 기대를 하게 만들기도 한다. 강경호는 오는 20일 열리는 'UFN 52'에 출전해 일본 밴텀급의 2~3위로 평가받는 기대주 타나카 미치노리와 맞붙는다.

강경호는 독기가 없다?

강경호의 기본적인 자질은 소속팀은 물론 국내 모든 선수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근력, 탄력, 스피드, 센스 등에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크게 킥복싱, 레슬링, 주짓수로 구분되는 종합격투기의 각 영역에서도 고른 기량을 갖췄다. 그런 그가 다소 의아하게 패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멘탈 문제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누구를 도발하는 것을 보기 어렵고,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각오를 내비치지도 않아 독기마저 없어 보인다.

본인은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독기가 없다는 말을 부인한다.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안 좋아한다. 나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항상 승리가 간절하고 독기도 충분히 있는데 그런 부분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것 같다"는 것이 강경호의 말이다.

그러나 강경호의 얌전한 성향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적어도 케이지에 들어섰을 때는 상대를 죽일 듯한 마음을 갖고 임해야 하는데, 강경호의 경기는 경기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거칠게 펼쳐지는 난전을 보기 어렵고, 깔끔하게 이기거나 무난히 지는 경향이 있다.

소속팀인 팀매드의 양성훈 감독은 "애가 너무 착하다. 정말 영혼부터 착한 게 문제라면 문제다. 조남진 역시 정말 착하지만 경기에만 나가면 미친 기질이 나온다. 그런데 경호는 착한 것이 경기에서도 드러나는 느낌이다. 마치 평화주의자 같다(웃음)"고 말한다.

이에 양 감독은 이번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훈련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엘리트 선수들이 실시하는 이른 바 태릉식 훈련을 도입했다. 메가폰까지 동원해 목소리를 높이며 거친 체력훈련을 유도했다. 팀원 중 한 명이 낙오하면 훈련이 계속 이어지고, 심지어 바닥에 머리까지 박았다. 양 감독이 해병대 조교처럼 보이기도 했다.

강경호가 UFC 첫 승을 올리기 전 부진했던 원인은 크게 체력과 집중력 문제로 판단된다. 데뷔전에서는 우세한 경기를 펼치다 체력이 소진되며 상대에게 흐름이 넘어갔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경기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이전에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준비가 됐느냐고 묻자 강경호는 "그것도 적응기였다고 생각한다. 부담 때문에 체력 안배를 잘 하지 못했고, 집중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이상하게 경기를 잘 풀지 못했다. 세 번째 경기 땐 분명 더 좋아진 모습이었다. 하면 할수록 무대에 몸이 맞춰지는 것 같다. 이제 적응은 끝났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경호가 이번 경기에 독기를 품고 있다면 그것은 패배했을 때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는 것에 있다. "작년 3월 일본에서 데뷔전을 치러 패했을 때 정말 우울했다. 경기 후 호텔에 왔을 때나 응원오신 분과 식사를 하러 갈 때, 지인들을 만날 때 너무 쓸쓸하고 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기분을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며 "또 입대가 가까워지고 있기에 마지막이 될 수 있으며, 부진해서 도망가는 느낌을 주기 싫다"고 힘주어 말했다.

타나카 미치노리는 '무거운 김동현?'

이번에 맞붙는 타나카 미치노리는 스타일이 까다로운 편이다. 많이 움직이며 상대와 거리를 길게 잡다가 타격으로 거리를 좁히며 테이크다운을 노린다. 상대에게 충격을 입히기보다는 넘기거나 클린치를 잡기 위한 타격으로 볼 수 있다. 테이크다운 기술이 변칙적이고 힘이 좋아 상대를 넘기는 데에 재능을 보인다.

타나카가 가장 원하는 영역은 그라운드다. 타나카는 10승 무패를 기록 중인데, 모든 전략의 중심은 '그라운드 앤 파운드'였다. 5번의 서브미션 승리가 있지만 그라운드에서의 안정적인 압박, 소위 '개비기'에 능한 편이다. 상위포지션에 있을 때 머리를 상대 턱까지 낮춰 압박하는 모습, 못 일어나게 목을 끌어않는 모습에서 그런 성향이 잘 나타난다. 하위포지션에 처했을 땐 탈출보다 스윕을 선호하고, 백에서도 유유히 탈출할 정도로 그라운드에 자신이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강경호의 선배이자 국내 최초의 UFC 파이터인 김동현의 이전 스타일과 흡사하다. 상대를 넘어트리고 안정적인 압박을 추구하는 방향이 일치한다.

강경호는 "힘이 센 동현이 형, 묵직한 동현이 형 같은 느낌이다. 다른 점은 동현이 형보다 많이 움직이며 옆으로 도는 편이고 타이밍보다는 힘으로 상대를 넘기는 경향이 있다. 테이크다운 기술도 특이하다"며 "상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넘어트려 개비기를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힘이 좋지만 나도 힘에선 자신 있다"고 했다.

현지 소식에 따르면 강경호의 몸 상태는 매우 좋다. 이전과 달리 일찍 수분을 빼는 감량법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체중이 매우 수월하게 줄었다. 체중을 조금씩 줄이다 어제 몰아쳐 1.5kg을 남겼고, 19일 11시 현재 계체를 통과할 체중을 맞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운동량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은 결과다.

강경호는 "장소는 상대의 홈인 일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명은 이기고 한 명은 진다. 우리 둘 모두 힘들 것이며, 다친다 해도 1개월 안이면 거의 회복이 되는 만큼 후회없이 싸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양성훈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아닌 경호 자신이다.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상대가 어떻게 다가와도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경호는 힘든 상황에 대한 적응을 충분히 했다. 확실한 훈련으로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 UFN 52 - 마크 헌트 vs. 로이 넬슨
2014년 9월 20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오후 1시 30분 수퍼액션 생중계)

-메인카드-
[헤비급매치] 마크 헌트 vs. 로이 넬슨
[라이트급매치] 마일스 쥬리 vs. 고미 타카노리
[웰터급매치] 추성훈 vs. 아미르 사돌라
[여성부 밴텀급매치] 미샤 테이트 vs. 나카이 린
[웰터급매치] 쿠니모토 키이치 vs. 리차드 월시
[플라이급매치] 호리구치 쿄지 vs. 존 델로스 레예스

-언더카드-
[밴텀급매치] 알렉스 카세레스 vs. 카네하라 마사노리
[페더급매치] 키쿠노 카츠노리 vs. 샘 시칠리아
[웰터급매치] 임현규 vs. 사토 타케노리
[밴텀급매치] 타나카 미치노리 vs. 강경호
[라이트급매치] 토쿠도메 카즈키 vs. 조니 케이스
[페더급매치] 막시코 블랑코 vs. 댄 후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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