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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복귀전에 나선 임현규(29·코리안탑팀)의 전략은 '선방어 후공격'이었다. 상대인 사토 타케노리가 그래플러인 만큼 타격가인 자신에게 분명 태클을 시도해올 것이 뻔히 예상됐다. 이에 임현규는 방어를 잘 해내면 상대가 당황할 것이고, 그때부터 조금씩 타격으로 압박하겠다고 다짐한 채 옥타곤에 들어섰다.

경기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스탠딩에서 밀리는 사토는 조금씩 전진스텝을 밟는 임현규의 빈틈을 노렸다. 태클이 여의치 않자 드러눕기도 했지만 임현규는 그라운드 전략을 받아주지 않았다. 경기가 스탠딩에서 재개됐고, 사토는 임현규가 펀치를 뻗는 타이밍에 재빨리 오른 쪽 다리를 잡아냈다.

이에 임현규는 방어 동작을 취하면서 오른손으로는 해머 파운딩을 시도했고, 자신을 케이지로 몰자 그때부터 팔꿈치로 사토의 머리를 가격했다. 선수들이 흔히 취하는 방어 동작이었다. 그런데 두 방의 팔꿈치 공격이 들어가고 세 번째 공격을 가하는 타임에 사토가 충격을 입고 '털썩' 주저앉았다. 기회를 잡은 임현규가 추가로 팔꿈치 공격을 적중시키자 심판은 경기를 끝내버렸다.

경기가 이렇게 끝날 줄은 임현규 본인도 예상 못했다. "태클이 들어왔을 때 끝낼 목적으로 파운딩이나 엘보를 시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 포지션이 팔꿈치를 사용하기 딱 좋았고 부담 정도만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날렸다. 물론 정확히 들어가긴 했지만 거기에서 승부가 갈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경기장에 들어가기 직전 (김)장용이가 이렇게 태클이 들어올 수 있으니 이렇게 대응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상황이 딱 연출됐다.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지 못했지만 빨리 끝난 아쉬움은 없다. 경기는 기회가 왔을 때 끝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기중지에 사토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사토의 상태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임현규다. "주저앉을 때 이미 끝났다는 느낌이 왔다. 정신이 있으면 어떻게든 움직일 텐데 전혀 저항하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사실 더 빨리 끝내주기를 바랐다"며 사토가 무능화 상태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모두의 예상대로, 아니 그 이상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그러나 임현규는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지난 경기에서 패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당연히 이길 것으로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에 더 부담이 됐다는 것. 승리 후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머리를 스쳤던 이유다.

끝으로 임현규는 "많이 준비했음에도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 움직임이 다소 뻣뻣하고 동작도 컸다. 몸이 제대로 풀리기도 전에 끝난 게 아쉽다. 또 스타일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기 어렵다. 많이 연습하고 경험이 쌓이다 보면 유연하고 부드러워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빨리 톱10에 들기보다는 경험을 많이 쌓으며 차차 성장하고 싶고, 그렇게 하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은 오로지 즐기며 쉬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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