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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에서 개최될 때 해당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파이터가 메인에 서고, 타국에서 열릴 때면 국가를 대표하는 파이터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격투 이벤트에서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다. 세계 최대 격투단체인 UFC 역시 본거지인 라스베이거스 이외의 도시에서 치르거나 미국이 아닌 타국에서 개최할 경우 흥행을 위해 이 같은 대진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UFC는 오는 20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일곱 번째 일본 대회를 진행한다. 아시아 시장 개척을 선언한 2012년 이후를 기준으로 이번이 세 번째다.

일본에서 열리는 UFC 이벤트 역시 장소가 장소인 만큼 일본인 파이터들이 주축이 된다. 이번 'UFN 52'의 대진에는 8명이 이름을 올렸다. 일본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출신 파이터 막시모 블랑코를 더할 경우 무려 9명이 된다.

그러나 일본에서 열리는 UFC 대회의 경우 일본 선수가 주축이 되는 것이 특징의 전부는 아니다.

일본 격투계는 2007년 프라이드의 폐업과 함께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금은 마땅히 내세울 만한 메이저단체가 하나도 없는 실정이지만, 종합격투기의 역사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으며 그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창 왕성할 때 활약하던 현역 선수들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UFC 일본 대회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그런 선수들의 배치다. 국적과 관계없이 과거 일본 대회의 흥행을 주도하며 이름을 알렸던 선수들이 UFC 대회의 주인공이 된다. 프라이드와 K-1 히어로즈를 그리워하는 일본 종합격투팬들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한 대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대진을 꾸렸기에 일본에서 만큼은 보통의 UFN 이상으로 느껴진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일본에서 열린 두 번의 대회와 다가오는 'UFN 52'를 보면 그런 특징을 잘 알 수 있다. 2012년 2월 열린 'UFC 144'는 퀸튼 잭슨, 마크 헌트, 추성훈, 고미 타카노리의 합류로 대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이듬해 3월 열린 'UFC FUEL TV 8'의 경우 프라이드의 상징적 존재 반더레이 실바를 비롯해 마크 헌트, 고미 타카노리가 중심에 있었다.

이번 'UFN 52'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마크 헌트는 외국인 선수 중 유일하게 세 번의 일본 대회에 연속 참가한다. 특히 이번에는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메인이벤트를 책임진다. 일본 선수 중 세 번 연속 출전하는 선수는 프라이드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의 고미 타카노리뿐이다.

긴 공백을 가진 추성훈 역시 이번 대회에서 큰 축을 맡는다. 약 3년 전, 2~3년 뒤 은퇴를 하고 싶다고 밝혔던 만큼 이번 경기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4연패의 부진에 빠져있는 추성훈이 명예로운 은퇴를 하기 위해서는 승리가 절실하다.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가 예정대로 출전했다면 대회의 무게감이 상승하는 한편 과거의 향수가 더 느껴졌을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일본의 신형엔진으로 구분되는 파이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옥타곤에서 2승씩을 올리며 일본팬들에게 기대를 받고 있는 호리구치 쿄지와 쿠니모토 키이치가 나란히 3연승에 도전하며, G컵 파이터로도 유명한 판크라스 여성부 챔피언 출신의 나카이 린은 UFC 타이틀에 도전한 바 있는 미샤 테이트와 맞선다. UFC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뒤 페더급으로 전향한 키쿠노 카츠노리, PXC 밴텀급 챔피언 출신으로 일본 내 동체급 최강의 그래플러라 평가받는 타나카 미치노리도 일본팬들이 기대하는 선수다.

무엇보다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임현규와 강경호의 동반출전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여름 나란히 UFC와 계약한 둘은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었던 마카오 대회에 불참하는 아쉬움을 남기더니 이후 UFC FUEL TV 8, UFC 164, UFN 34에 함께 출전해왔다. 둘은 4경기 연속 동반 출격을 나흘 앞둔 오늘 일본으로 떠났다.

특히 임현규와 강경호는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일본 선수와 격돌한다. 강경호가 올해 초 UFN 34에서 시미즈 슈니치를 꺾으며 UFC 최초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한 바 있으며, UFC의 한 대회에서 두 경기가 한일전으로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현규는 사토 타케노리와, 강경호는 타나카 미치노리와 격돌한다. 지금까지 세 번의 동반 원정 중 결과가 엇갈린 두 선수가 처음으로 함께 승리를 맛볼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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