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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과도 같았던 UFC 199가 종료되었다. 언더카드 전체 중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이번 대회는 구성원 하나하나에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뉴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은 10년의 숙원을 풀었으며, 댄 핸더슨은 역대급 명장면을 만들어냈고, 맥스 할러웨이는 젊은 피의 패기가 뭔지 보여주었다. 반대로 패자들 역시 인상적이었다. 헥터 롬바드는 장렬히 산화했고, 루크 락홀드는 거짓말처럼 주저 앉았다. 작은 김동현 역시 패했지만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를 수상할 정도로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시선 강탈'을 시전한 사람이 있었다. 대회에 참여하기는 커녕 다음 대회의 프로모션 영상에 2초 가량 나왔을 뿐이었지만, 그의 존재감은 캐스터들도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MMA 역사상 최고의 임팩트를 가졌다는 파이터, 브록 레스너가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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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 you see me now?!?!?!?


복귀 선언과 동시에 커뮤니티는 두 가지 이야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나는 브록 레스너의 복귀 자체에 대한 반응이었고, 또 한 가지는 그의 상대가 과연 누가 될 것이냐는 것이었다. UFC의 200번째 대회는 겨우 한 달도 남지 않았을 뿐더러 이 선수가 다른 누구도 아닌 '레스너'인 만큼 그 상대를 고르는 조건 역시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조건이란 다음과 같다.



1. 이름값이 일정 수준 이상 되어야 한다.


레스너는 200 참전이 발표됨과 동시에 무려 타이틀전을 밀어내고 준 메인이벤트로 올라갔다. 아무리 인기가 적은 여성부 경량급이라고는 하나 타이틀전보다 무게를 둘 정도로 레스너를 중요하게 여기는 주최측의 입장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던 킴보 슬라이스조차 실력이 되지 않았기에 제 3 경기 이상의 자리를 주지 않았던 UFC의 방침 상, 레스너의 상대가 이름도 모를 아무개는 아니리라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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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브레임이 재활을 끝내고 오자마자 만난 상대였다


뿐만 아니라 굳이 대진 배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UFC는 레스너에게 절대 쉬운 상대를 붙여준 적이 없다. 아니, 외려 잔인하다 싶을 정도의 강행군을 강요했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데뷔전에는 전 챔프, 한 번 이기자마자 현 챔피언, 장을 뜯어내고 몸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로 만난 건 타 단체 챔피언이었다. 과연 이번이라고 손쉬운 상대를 붙여줄까.



2. 그렇다고 너무 어려워서는 안 된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레스너를 WWE에서 '대여'해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거래 내용은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적어도 WWE측에서 언더테이커의 레슬매니아 무패 22연승 행진을 끊는 선수로 띄워줄 만큼 애지중지하고 있는 레스너를 망가뜨리려 할 리는 없지 않은가. 행여나 이미 파이터로서 뚜렷한 한계를 보인 레스너를 UFC에서 본전을 뽑는답시고 - 그럴 리는 없겠지만 - 바로 타이틀전을 준다던가 대권 도전자 결정전에 넣는다거나 하는 무리수를 둔다면 WWE 측에서는 굉장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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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E는 그에게 거대한 제물을 바쳤다.



그렇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후보군을 압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 헤비급 랭커들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름

국적

나이

통산전적

최근

다음경기(넘버링)

C

스티페 미오치치

미국

33

15-2

3연승

A.오브레임(203)

#1

파브리시오 베우둠

브라질

38

20-6 1

1

B. 로스웰(203)

#2

케인 벨라스케즈

미국

33

12-2

1

T.브라운(200)

#3

알리스타 오브레임

네덜란드

36

44-14 1NC

4연승

S.미오치치(203)

#4

주니어 도스 산토스

브라질

32

18-4

1

미정

#5

벤 로스웰

미국

34

36-10

1

F.베우둠(203)

#6

안드레이 알롭스키

벨라루스

37

25-12 1NC

2연패

J.바넷(UFN92)

#7

트래비스 브라운

미국

33

13-3 1

1

C.벨라스케즈(200)

#8

마크 헌트

뉴질랜드

42

12-10 1

2연승

미정

#9

조쉬 바넷

미국

38

34-8

1

알롭스키(UFN92)

#10

로이 넬슨

미국

39

21-12

1

D.루이스(UFN90)

#11

데릭 루이스

미국

31

15-4 1NC

3연승

R.넬슨(UFN90)

#12

프랭크 미어

미국

37

18-11

2연패

약물적발 출장정지

#13

스테판 스트루브

미국

28

27-8

1

미정

#14

루슬란 마고메도프

러시아

29

14-1

3연승

미정

#15

알렉세이 올리닉

러시아

38

50-9 1

2연승

다니엘O.(UFN91)


현재 챔피언과 톱 15 중 경기가 잡히지 않는 선수들은 랭킹 4위 주니어 도스 산토스, 8위 마크 헌트, 12위 프랭크 미어, 13위 스테판 스트루브, 14위 마고메도프이다. 그러나 이 중 프랭크 미어는 약물 복용 사실이 확인사살을 당하며 장기간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사실상 랭커 중 후보군은 산토스, 헌트, 스트루브와 마고메도프인 셈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실력과 랭킹에 비해 인기가 현저히 떨어지는 스트루브와 마고메도프는 주최측 입장에서 레스너 카드를 쓰기에는 아까울 수 밖에 없다. 예멜리야넨코 표도르와 안토니오 실바 같이 랭킹에는 없으나 화제성은 충분한 선수들도 있으나, 표도르는 북미 무대 진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며 실바는 겨우 한 달 전에 실신 패를 당해 서스펜션 기간에 걸릴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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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최적의 상대가 될 수 있었던 안토니오 실바


결국 남은 것은 마크 헌트와 주니어 도스 산토스 뿐. 그리고 앞선 조건들을 생각한다면, UFC는 어쩔 수 없이 헌트를 고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떡밥'은 이미 뿌려져 있었다


또한,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접근하자면 이에 관련된 몇 가지 '떡밥' 역시 존재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데이나 화이트는 이미 헌트에게 UFC 200에 출전할 수도 있으니 준비해 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하더라도 팬들의 반응은 '케인의 부상에 대비하고 있다'였다. 잦은 부상 이탈로 악명 높은 케인 벨라스케즈가 또 다시 부상을 당해 이 거대한 잔치에 재를 뿌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헌트는 실제로 '땜빵' 출전으로 좋은 경기를 보여준 바 있다는 점에서 당시 이 의견은 상당한 힘을 얻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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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트는 진작 빨리 경기를 뛰고 싶어 했다


둘째, 이 시기를 전후하여 백사장은 '공개되지 않은 슈퍼파이트가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


맥그리거와의 혈전을 벌이고 있던 백사장은 맥그리거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UFC 200에 숨겨진 슈퍼 카드가 있다는 힌트를 흘렸다. 당시 맥그리거 - 디아즈 2차전은 확실하게 아웃된 반면 이미 굵직한 대진들은 대부분 발표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팬들은 현재 UFC에 없는 빅네임이 옥타곤에 서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때 언급된 이름으로 조르주 생 피에르, 예멜리야넨코 표도르, 브록 레스너 등이 있었고, 매치업으로는 생 피에르 대 네이트 디아즈, 표도르 대 헤비급 랭커 등이 거론되었다.


셋째, 헌트가 힌트를 흘리기 시작했다.


한편 헌트는 이 시기에 뜬금 없이 WWE 영상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그리고 얼마 뒤, 레스너의 복귀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오직 한 번의 기회, 거대한 상대


이렇게 고르고 고른 상대지만 레스너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격 대응에 있어 뚜렷한 한계를 보였던 레스너가, MMA 헤비급 최고의 타격 테크니션 중 하나로 꼽히는 마크 헌트를 만났다? 또한, 스테판 스트루브 같은 그래플러나 벤 로스웰 정도의 레슬러는 진작에 굴려버릴 수 있는 레벨이 된 마크 헌트의 그라운드 능력을 1654일 만에 옥타곤에 다시 돌아오는 레스너가 과연 공략할 수 있을까?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희망적이기만 한 것도 아닌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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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E에서 레스너는 얼마나 몸을 회복했을까?


물론 MMA로 복귀하는 레스너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그는 이 대회만을 위해 13개월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 사이 게실염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육체도 많이 회복했을 것이며, 이런 저런 이유로 커리어 동안 제대로 가다듬지 못했던 타격을 날카롭게 벼릴 시간도 가졌을 것이다. '단발성 계약'이라는 조건도 사실 레스너 입장에서는 '마지막 기회'라고 읽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느 곳이든 자신이 최고가 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레스너의 성향 상 이번 경기는 그의 향후 행보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 분명하다. 레스너의 팬임을 자부하는 필자의 사심을 살짝 드러내자면, 개인적으로 본인은 기왕 돌아오는 것, 전 MMA 넘버원 레스너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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