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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NBC는 휴고 센테노 주니어와 마시에 술레키의 WBO 미들급 매치를 중계했습니다. 결과는 술레키의 10라운드 KO승으로 이로서 무패 23연승 행진을 이어나가게 됐네요. 그런데 여기서 이 승리만큼이나 이슈가 된 장면이 있습니다. 심판이 봉변을 당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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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리는 7라운드 2분 30초 경 경기를 잠시 멈췄는데요, 고개를 들고 있어 이를 포착한 술레키와 달리 심판이 들어오는 줄 몰랐던 센테노는 라이트 훅을 휘둘렀고 이게 그대로 심판의 얼굴에 적중해버렸습니다. 다행히도 레프리의 턱이 튼튼했는지(!) 이 심판은 라운드종료 후 코너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몇 번 쓱쓱 닦은 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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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사실 심판들이 이런 봉변을 당하는 일은 어제 오늘 하는 일이 아니죠. 그런 바 이 기회에 소소한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이른바 '수난이대'! 유형별로 대표 케이스들을 살짝 첨부해봤습니다.


1. 그냥 실수인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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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연히 심판들이 얻어맞는 경우는 임팩트가 약해서(...) 사실 두고 두고 회자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니엘 코미어 대 존 존스 1차전(UFC 182)의 허브 딘이 그 대표적인 사례죠. 5라운드 종료 직전 존스의 세레머니 페이크에 이은 원투로 열 뻗친 코미어가 양훅을 냅다 휘둘렀으나, 이 직전에 부저가 울려버리면서 허브딘이 부랴부랴 끼어들었는데 거기에 걸려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MMA 선수가 링에 있을 경우 심판이 욕보는 일은 이렇게 타격 궤적에 얻어걸리는 경우보다 이런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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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실신한 선수가 그라운드 게임을 걸어버리는 것이지요. 위의 움짤은 존 피치 대 핸드릭스 전(UFC 141)에서 실신한 존 피치가 스티브 마가자티 심판에게 압박을 시도하는 장면입니다. MMA 선수들의 경우 위기 상황에서의 그라운드 모션을 머리가 아닌 근육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허다한 편이죠. 국내에서는 데니스 강 선수가 카오클라이에게 KO 펀치를 맞은 직후 태클을 시도한 장면으로 선수들의 이런 습성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만으로도 레프리들은 충분히 난감합니다만, 이제 나올 사례들을 본다면 지금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2. 오심에 빡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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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 2014년 10월 20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유럽 청소년 복싱 챔피언십에서 일어난 대형 사고입니다. 이 대회에서 크로아티아의 비도 론카(Vidor Lonca) 선수는 리투아니아의 알기르다스 바니얼리스(Algirdas Baniulis) 선수와 맞붙었는데요, 폴란드인인 마제야 드지어고타(Mageja Dziurgota) 심판은 비도 선수가 싸울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일방적이다는 이유로 KO를 선언하고는 경기를 중단시켜버렸습니다.

이후 심판이 승자를 선언하기 위해 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데, 여기서 판정에 열 받은 비도 선수가 심판을 때려 눕히고 마제야 선수는 링 밖으로 도망쳐버리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 사건 때문에 이후 비도 선수는 크로아티아 복싱 연맹에서 자격 정지와 영구 제명이라는 최고형을 받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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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A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역대 최악의 오심 중 하나로 꼽히는 필 바로니 대 에반 터너 1차전(UFC 45)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사례를 찾아놓고 보니 겨우 두 달 전에 스X티비 이교덕 기자님이 너무 상세히 다뤄놓으신지라 심히 뻘쭘하긴 합니다만;;) 그라운드에서의 한계가 뚜렷한 화력 머신 바로니는 레슬러 천국 팀 퀘스트의 에반 터너를 일찌감치 끝내버리려고 초반부터 맹렬하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래리 린들래스 심판은 그로기에 몰린 터너에게 상처 지혈을 이유로 1분에 가까운 휴식시간을 줘버렸고, 심지어 전세가 역전된 후 바로니의 의사를 잘못 파악해 경기를 바로 말려버리는 거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꼭지가 돌아버린 바로니는 누운 상태에서 심판에게 주먹을 날렸고, 일어나서까지 린들래스를 공격하려 하자 존 맥카시, 댄 핸더슨 등이 올라와 그를 뜯어말렸습니다.

그래도 이 날은 문제의 심판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상황도 어느 정도 정상 참작되어 다행히도(?) 큰 문제는 없이 넘어갔습니다. 이후 바로니는 2014년까지 커리어를 이어나갔고, 이교덕 기자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속죄하듯이' 프로에 데뷔, 3경기를 치러냈습니다.

3. 그냥 빡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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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이 분야에서 레전드가 누구냐고 한다면 사실 답이 정해져 있죠. 심판을 KO 시킨 길버트 아이블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통산 피니쉬율 100%(32 KO, 6 SUB)라는 경이로운 기록과 함께 DQ 패 4번으로 MMA 사상 최다 반칙패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 역사적인 네 번째 패배가 아테 백맨 전(Fight Festival 12)에서 심판을 KO 시킨 경기입니다.

이 경기에서 페테르 마우누 심판은 링 끝자락에서 그라운드 상황이 벌어지자 링 중앙으로 옮겨서 다시 진행할 것을 지시했으나, 아이블은 이를 계속 거부하다가 끝내 사고를 치고 맙니다. 위의 짤방에서 보이듯 KO 펀치에 모자라 에이 짜증나 킥까지(...) 차며 확인 사살을 했지요. 이후에 주체육위에서 어떤 징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달리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만, 법적으로는 완전히 문제가 됐는지 아이블이 경찰서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네덜란드 신문의 1면에 실리는 등 홍역을 제대로 치렀다고 하네요. 하지만 음지에서는 아이블도 저리가라 할 선수들도 가끔 있는 모양입니다.


일부만 짤로 만들기는 아까운 영상

한 때 엄청난 - 물론 안 좋은 쪽으로 - 화제가 되었던 영상입니다. 16년 6월 21일 오늘을 기준으로 유튜브 조회수 100만까지 찍었네요. 더군다나 저기서 도발하다 KO 된 선수가 한국인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더 이슈가 됐죠. 사실 부연 설명을 붙이기는 참 거시기하고(...) 심판들이 이런 꼴까지 볼 수 있다는 예시 정도로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 그들의 반격

하지만 심판들이라고 당하고만 있을까요. 심판의 적지 않은 수가 선수 출신인데다 기본적으로 덩치가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실 당연하게도 이 분들이 싸움을 못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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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영화 촬영으로 보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한때 많이 돌아다니던 짤방입니다. 카메라가 저렇게 가까이 있는 것으로 봐서 영화 촬영일 것이다라는 의견이 많은데 놀랍게도 저것과 똑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더군요(...) 공수도에서는 심판이 말을 듣지 않는 선수를 때려 눕히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MMA에서는 심판이 경기를 멈추지 않는 선수를 직접 초크로 제압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2014년 4월 26일 ‘UK: Last Man Standing’라는 영국 아마추어 격투기 대회에서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지요. 나티아스 프레데릭과 아마드 애즈와드의 라이트급 매치에서 흥분한 프레데릭이 제지를 무시하고 파운딩을 계속하자, 심판 레온 로버츠가 백에서 다리를 감고 초크를 잡아버린 겁니다. 이후 프레데릭이 정신을 차렸다 싶자 로버츠는 그를 놓아주고 바로 애즈와드의 안위를 살피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극찬을 받았지요.


(용량 제한으로 이건 영상으로 대체합니다)

이렇게 선수들을 직접 제압할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짬'이 생기면 경험 상 어떤 때에 위험이 닥치는지 느낄 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홀리필드의 주먹도 피하는 심판이 나온 걸 보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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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회피가 보이십니까

마지막은 이런 사건 사고 모음 영상으로 마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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