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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세월, 표도르는 잠들어 있었나

오늘 아침 낯익은 이름이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에 올라왔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예멜리야넨코 표도르. 한때 '황제'라고 불렸던 그 남자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이름을 클릭했을 때 마주한 소식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프라이드 붕괴 이후 UFC와 '10년의 밀당'을 하고 있는 입장인 만큼 압도적으로 이겨야 본전인 그가, UFC 라이트헤비급에서 퇴출된 반쪽 복서에게 1라운드를 10-8까지 내주며 간신히 승리했다라.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좋은 그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 영상을 보았을 때의 그 뜨악함이란 안타까움을 떠나 황당함에 가까웠다. '세상에, 표도르는 10년 동안 박제라도 되어 있었단 말인가?' 표도르가 황제'였'던 그 시절의 움직임에서 벗어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못했던 것일까? 주구장창 양훅을 던지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필자는 글 하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2009년이었을 것이다. 당시 이용수 칼럼니스트는 예멜리야넨코 표도르 대 브렛 로저스와의 경기를 평하면서 ‘표도르 막주먹’설을 내세운 바 있다. 이 분석은 당연히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 물론 굉장히 안 좋은 쪽으로. “어딜 감히 표도르의 펀칭 스킬을 ‘천(賤)하다’ 평가하느냐”가 그 골자였다. 그리고 2016년 지금. 과연 비웃음을 사야 하는 쪽이 과연 누구였는가 한 번쯤 재고해봐야 된다는 생각이 드는 게 과연 나뿐인가 싶다.

그 문제의 글을 일부 다시 꺼내보도록 하자. 셋업 없이 오버핸드 라이트를 던지며 들어가는 스타일에 대한 길고 긴 지적도 있지만 지면 상 가장 대표적인 사례만 한 가지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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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에서 시작되는 풍차돌리기를 다시 시전한다. 이번에는 무려 16연타. 좌우가 기계적으로 반복되고 있고, 템포의 변환도 없고, 타격지점도 일정했다. 연속기라고 할 만 한 포인트가 없는 허접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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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은 이번 파비오 말도나도 전의 러쉬 장면다. 무엇이 보이는가? 위의 인용문에서 연타 숫자만 바꾸면 오늘 경기에 대한 리뷰라 해도 믿을 수 있지 않을까?

이스케이프를 할 때 백을 완전히 내주면서 몸을 돌리고 일어난다던가, 상대를 코너로 몰아놓고는 케이지에서의 압박과 클린치를 쓰지 못해 번번이 도망가게 내버려둔다던가 하는 등 과거와 비교했을 때 여전한 약점들은 사실 지적하자면 끝도 없다. 하지만 굳이 일일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100% 같은 그림이라면 차라리 다른 점을 찾는 것이 빠를테니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앞선 사례에 연장선을 그어 확인해보도록 하자. 이 ‘풍차돌리기’에 대해 이용수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표도르의 연타는 너무 빠르기는 한데, 그리고 위력도 꽤 있지만, 맞추는데 있어서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얘기. 즉 방어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카운터를 노릴 포인트가 상당히 나온다는 점도 문제다. 복부공격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어퍼컷 정도는 간혹 섞어주는 것이 인간적이지 않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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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이다.

물론 앤소니 존슨-표도르/호제리오 노게이라-말도나도로 1:1 대응을 시키기는 어렵지만 각자의 장단을 떠나 이 장면 하나에만 집중을 해보도록 하자. 종합적인 테크니션이라기보다 특화된 몇 가지 기술들의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앤서니 존슨도, 자신은 주먹이 무지막지하게 강하고 상대는 아무리 이미 반쯤 박살이 났으며 가드도 무너지고 있다 한들 저 정도는 해준다. 하지만 표도르는 어찌 했는가. 대놓고 가드를 단단히 굳히고 정신도 말짱한 말도나도를 두고, 그나마도 전보다 떨어진 스피드와 파워의 주먹을 가지고 그는 무엇을 했는가.

한때 MMA의 발전을 10년을 앞당겼다고 칭송 받던 선구자가 이젠 10년은 뒤쳐진 모습을 보인다는 것. 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 (中)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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