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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계속>

 

올해 초 굉장히 흥미로운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코너 맥그리거가 UFC와의 협상 과정에서 데이나 화이트를 배제시켰다’, ‘자신이 직접 독립 프로모션을 설립하거나 UFC와 공동주최 대회를 열 계획이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블리처 리포트 MMA 부서의 기자 제레미 포터가 전한 이 소식은 일대 파장을 일으켰으며, 데이브 멜쳐 역시 맥그리거와 수뇌부 간 갈등이 포착된다고 전하며 이에 설득력을 더해준 바 있다. 물론 백사장은 이를 극구 부인했다.

 

그리고 현재. 맥그리거는 데이나 화이트에게 원 펀치를 날렸다.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역사적인 이벤트의 메인이벤트에 원하는 매치업으로 집어넣어줬더니 돌연 은퇴 선언을 해버린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백사장은 기자들을 탓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긴 하다. 여유롭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맥그리거와 달리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자신의 정당성을 설파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우리는 한 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맥그리거가 실제로 독립할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를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하필 지금인가?

 

여기서 또 다시 맥 작가가 등장한다. ‘드라마가 지금 절정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제 위기가 닥쳐 추락과 생존의 기로에 서있고, 시청률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 순간이 지나면 관객들은 떠나기 시작할 것이고, 주인공은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 한편 거사의 시기를 늦춘 덕분에 ‘UFC 200’이라는 블록버스터의 시나리오까지 그는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방송사의 사장은 이 각본을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 이 얼마나 완벽한 타이밍인가. 이미 독립적으로 움직일 힘이 있는 맥 작가지만 방송사 자체와는 엄연히 사이즈 크기가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갑을관계를 일시적으로 뒤집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맥그리거가 정말로 MMA에 회의를 느끼고 은퇴하는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주앙 카르발료 사망 사건을 비롯해 본인과 주변의 상황이 모두 좋지 않기 때문에 심적으로 지쳐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미디어의 활용에 뛰어나며 계산에 밝은 맥그리거가, ‘한 탕제대로 할 수 있는 대회를 마다하고 조용히 사라지길 바랐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은가?

 

한편, 잠시 맥그리거 드라마의 시청자 입장으로 돌아와서 이 드라마의 실패 요인을 찾아본다면, 역시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애초에 이 작가는 드라마 자체가 자신의 목적이 아니었다. 각본은 수단이었을 뿐, 실제로는 그 너머를 보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 드라마의 주가가 떨어질 조짐이 보이자 급매도를 해버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맥 작가는 준비 없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마주할 실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의 실패 요인을 찾고 있던 이 글은 방향성을 잃고 말았다. 실패 이후의 생각이 없는 성공에게 실패 분석이란 필요하지 않다애청자 입장에서 그의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을지 몰라도, 결국 이 인간은 놀라우리만치 똑똑했으며, 필자 역시 그 수를 읽을만큼 현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가 없었다.

 

물론 공식적인 발표가 나기 전까지 이 모든 추측성 시나리오는 결국 필자의 뇌내망상 소설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흥미롭지 않은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각본을 찢고 나와 세상을 휘젓는다.’ ‘그리고 이는 곧 현실이 될 수 있다.’

 

과연 이 각본을 품은 각본의 결말이 어찌 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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