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짐]

"벨트와 랭킹, 돈, 그런 것들이 뭔가 기계적인 구조를 이룬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그런 것들에 시선을 빼앗기면서 격투기가 가진 순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벨트나 랭킹 같은 것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격투를 시작한 이유는 언젠가 손주가 생기면 '할아버지가 옛날에는 완전 터프했거든~'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그런 원초적인 게 목표였어요."
(컵 스완슨 -‘로빈 블랙의 온 더 무브’ 1편 中)

어둡고 굴곡진 과거를 청산하고 종합격투기로 인해 삶의 새로운 빛을 찾았다는 이야기처럼 상투적인 프레임도 없다. 하지만 스완슨이 걸어온 길은 정말 그랬다. 아니, 오히려 이처럼 단순한 표현을 넘어 파이터로서 그가 격투를 대하는 철학과 신념, 인생관까지. 로빈 블랙의 '온 더 무브' 1편에서 만난 파이터 스완슨은 우리가 몇 줄의 풍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진솔하고 진중한 무인(武人)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전 세계에는 이름도 모를 수 많은 파이터들이 지금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 중에서 최고의 무대인 UFC에 진출하는 파이터는 극소수이며, 다시 그 극소수의 정상급 파이터들이 구름 위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아마 이들 사이에서 실력이란 그저 종이 한 장 차이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척박한 투쟁을 통해 최후의 능선을 넘는 자만이 오로지 단 하나의 태양이 된다.

하지만 스완슨은 이 단 하나의 목표에만 목을 매다 보면 격투의 순수성을 잃을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챔피언, 돈, 명예보다도 파이터로서 격투기의 본질을 찾길 원했다. 그에게는 번쩍번쩍 빛나는 금빛 벨트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최고 레벨에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격투 테크닉을 완전무결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즉 신의 일격을 찾고 싶다는 것이 바로 스완슨의 진의(眞意)다.

그래서였을까? 스완슨의 행보는 체급 내 다른 톱 콘텐더들과 다소 달랐다. 모두가 타이틀샷을 원한다며 SNS로 마치 MSG가 담긴 듯한 자극적인 영업을 펼칠 때도, 그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자신에게 도전하는 젊은 강자들과의 싸움 자체를 즐겼다. 지난해 12월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와 가진 금세기 종합격투기 최고의 혈전도 바로 그랬다. 그는 이런 대결을 통해 자신이 지금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며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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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의 본질을 찾기 위해 여전히 옥타곤을 떠나지 못하는 스완슨은 이번에도 실리라곤 전혀 없는 부담스런 경기를 제의 받았다. 상위 랭커와의 대진이나 타이틀샷을 가리기 위한 콘텐더 결정전이 아닌, 당돌한 신성 아담 로보브와의 경기다. 그렇지 않아도 현 종합격투기 업계 최고의 스타인 코너 맥그리거의 팀 동료이기도 한 그를 이겼을 때 스완슨이 얻는 전리품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진다면 잃을 것이 많은 싸움이다.

막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싸움이지지만 스완슨은 이번에도 기꺼이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는 로보브의 입장을 결코 도전자로 상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그런 말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아요. '누구를 상대해도 과소평가는 금물', 이것은 제가 격투를 하면서 배운 여러가지 중 하나예요. 그는 생애 최고의 상태로 나타날 겁니다. 전 타이틀전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려고요 "라고 대답했다.

"발전하지 않을 거라면 옥타곤에 있을 필요가 없겠죠"라며 묵묵히 미트를 치던 스완슨은 이번 싸움에서도 스스로가 얻을 또 다른 발전을 기대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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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황채원/정민수 PD
[사진] 몬스터짐
[번역] 이용수 기자 (press@monstergroups.com)
[기사] 조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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