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in1.jpg

[몬스터짐] 지난해 12월 11일, 토론토에서 개최된 UFC 206에서 최두호와 만난 컵 스완슨은 그날 경기를 지켜본 한국의 격투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파이터 중 한 명이 되었다. 타격기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며 풀 라운드를 소화한 두 선수가 남긴 장엄한 격투는 현장을 찾은 관중들과 화면을 통해 지켜본 세계 격투 팬들에게 쉽게 접하기 힘든 경험을 선물했다. 

MMA의 태초부터 활동했으며 현재는 방송을 통해 업계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전 UFC 헤비급 챔피언 바스 루튼에게 동료인 케니 라이스가 “오늘의 경기, 아니 올해의 경기 감 아니었습니까?”라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자 “평생에 이렇게 미친 건 처음 봅니다. 옆에서 경기를 보던 아내가 벌떡 일어날 정도였죠. 아내도 태어나서 처음 그래본 거래요 하하하! 아내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선수시절 아쉬움을 남긴 딱 하나가, 저는 저런 경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거지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어진 대화내용을 참고하면 루튼의 아내는 끝까지 최두호의 승리를 기원했다고 한다.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경기 직후 “무슨 소리! 이건 파이트 오브 나이트가 아니라 파이트 오브 더 이어다!”라며 트위터를 통해 일갈했고, 이후 인터뷰에서 “최두호가 논의 중이던 UFC 한국 대회의 진행여부를 결론지었다”라며 중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대회의 3일 후 한 파티에 참여했다가 귀가하던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한 기자의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파티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에 심드렁한 태도로 그다지 웃기지 않는 농담을 던지며 대응하던 그는 기자가 “참, 그 경기 보셨죠? 컵! 그리고 그 상대방, 이름이… 두 챠오? 정말 용감했잖아요. 저 이제부터 사생팬 하려고요”라고 호들갑을 떨며 던진 질문에 반응했다. 최두호와 록키 발보아의 오버랩 때문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한동안 말이 없던 그는 “믿을 수 없었지. 그런 건 영원히 간직해야해. 아카이브(기록 보관소)에 보존해야 하는데…” 라고 말한 후 차를 몰고 자리를 떠났다. 

전 세계의 팬들이 예상했던 대로 스완슨과 최두호의 혈투는 월드 MMA 어워드에서 올해의 경기로 선정됐다. 

분석가 로빈 블랙을 영입하고 그와 함께 진행할 기획의 시발점에 대한 논의는 컵라면 하나가 준비되는 시간보다 빨리 끝났다. 컵 스완슨의 이름이 첫 안건으로 제시되자 더 이상의 아이디어는 필요하지 않음을 모두가 직감했다. 

뉴멕시코주의 해발 1200m 고산지대에 위치한 앨버커키에서 스완슨을 만나 최두호와의 싸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 아직 우리 모두의 기억에 생생한 그날을 되짚어 보면서 쇼비즈니스의 표면을 뚫고 격투의 본질을 향해 한발 다가서는 것. 기획의 첫걸음부터 그만한 의미를 담아낼 가능성을 가졌다는 건 큰 행운이다.


로빈 블랙이 가장 좋아하는 파이터가 컵 스완슨이었다는 건 기분 좋은 우연이었다. 블랙이 본인의 방송에서 언급했던 스완슨의 인품을 느낄 수 있던 인터뷰였고, 2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은 스완슨이 경기에 대비하는 이모저모에 관한 것이다. 두 사람의 질답에 우리 업계의 구성원들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무언가가 함의되어 있기를 희망해 본다.

[영상] 황채원/정민수 PD
[사진] 몬스터짐
[글/번역] 이용수 기자 (press@monstergroups.com)
[편집] 조형규 기자
[㈜몬스터그룹 몬스터짐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품 랭킹 TOP 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