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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트=편집부] 격투의 화신, '마지막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40, 러시아)가 마침내 돌아온다.

 

표도르는 2000년 프로 종합격투기 무대에 데뷔, 이후 10년 가까이 전 세계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알본의 격투 시장이 붕괴된 후 무수한 북미의 프로모터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이에 황제는 지난 2010년 스트라이크포스를 통해 북미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곧 전 세계 격투계를 접수할 것만 같았던 그는 스트라이크포스에서 만난 파브리시오 베우둠을 시작으로 안토니오 실바, 댄 헨더슨까지 무려 3연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2011년을 끝으로 표도르는 더 이상 북미 무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꼬박 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표도르도 잊혀졌다. 많은 팬들에게는 어느덧 한 물 간 과거의 유산으로 기억 저편에서 사라져가던 지난해 11, 벨라토르의 스캇 코커 대표는 극적으로 표도르와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다시 격투 황제를 북미 시장으로 소환했다. 불혹의 격투 황제에겐 두 번째 도전의 기회였다.

 

그의 앞을 막아선 것은 맷 미트리온(38, 미국). 종합격투기를 꾸준히 봐온 팬이 아니라면 자못 익숙하지 않은 이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트리온은 NFL 출신의 축복받은 육체와 타고난 운동 신경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는 파이터다. UFC 헤비급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고, 브록 레스너가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트라이아웃에서 탈락할 때 NFL 최고의 명문인 뉴욕 자이언츠,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등에서 활약하며 괴물 같은 운동신경을 유감 없이 발휘해왔다. 격투 황제로서는 이름값이 높지 않으면서, 패배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지는 위협적인 적이다.

 

다가오는 19(한국 시간) 과연 표도르는 난적 미트리온을 넘어 다시 성공적인 제2의 북미 시장 진입을 노릴 수 있을까? 표도르와 미트리온의 맞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들을 그동안 그들이 벌였던 경기를 통해 분석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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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따에서 격투 황제와의 대결까지...얼간이 미트리온의 도전


격투 황제의 복귀전 상대로 낙점된 맷 미트리온(38, 미국)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생소한 파이터다. 물론 열광적인 격투 팬들에게는 NFL 출신으로 디 얼티밋 파이터(The Ultimate Fighter, 이하 TUF) 10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파이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주로 주목하는 것은 UFC 내에서의 행보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를 잘 모르는 이들은 '도대체 미트리온이 누군데 표도르의 상대로까지 언급이 되는가'같은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격투 황제의 맞수로 낙점이 된 만큼, NFL 출신의 엘리트 운동 선수인 그의 행적을 분명 재조명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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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FL 디펜시브 라인맨에서 파이터로...인생을 바꾼 7차례의 발목 수술

 

‘NFL 출신의 파이터’라는 이력 외에도 미트리온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굉장히 많다. 그의 숨겨진 캐릭터는 UFC의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TUF 10을 통해서도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친근한 동네 형 같다가도 분노조절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갑자기 화를 내는 괴짜 같은 성격, 어딘가 모자란 바보 형처럼 굴지만 실제로는 팀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 보여주던 자조적인 장면들은 분명 미트리온이라는 파이터를 단편적으로 묘사하기 힘들게 만드는 모습들이다.

 

그가 가진 독특한 성격의 뿌리를 찾으려면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78년 미국 일리노이주 블루밍턴에서 태어난 미트리온은 어려서부터 큰 체격과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모든 스포츠에서 항상 돋보이던 아이였다. 물론 그가 가장 천착한 운동은 미식축구였으나, 그 외에도 수영과 다이빙, 육상 등 다양한 운동에 두각을 보였다.

 

대부분의 격투 팬들은 TUF 10을 통해 ‘미트리온은 격투 베이스가 전혀 없었던 NFL 출신의 파이터’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격투 베이스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트리온은 쇼토칸 가라테를 수련한 적이 있는데, 그 계기가 조금 독특하다. 어린시절의 미트리온은 ‘극단적 과잉행동’이라는 정신적 문제를 겪었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그의 부모님이 선택한 것이 바로 무도였다.

 

물론 이때 그가 수련한 쇼토칸 가라테는 어디까지나 정신 수련의 일환으로, 격투술에 본격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보긴 힘들다. 하지만 미트리온에겐 타고난 운동 능력과 내면에 내재된 불같은 성격이 있었다. 학창시절 미식축구와 육상으로 엘리트 운동 선수의 코스를 밟아가는 듯하면서도, 고교시절에는 뜬금없이 고향인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터프맨 콘테스트(글러브와 헤드기어를 착용한 채 치르는 막싸움에 가까운 아마추어 격투 대회)에 참가하여 2위라는 놀라운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미식축구를 통해 훌륭한 운동능력을 과시한 미트리온은 장학금을 받으며 인디애나 주 퍼듀 대학교에 진학한다. 디펜시브 라인맨으로 활약한 그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5경기에 연속으로 출전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 무렵 당한 발목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미트리온은 NFL에서도 선발되지 못한 언드래프티였다. 그래도 2002년 졸업과 동시에 뉴욕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으며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그의 부상 일지는 NFL에서도 그칠 줄을 몰랐다. 특히 2003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입은 발목 부상이 치명적이었다. 수술대에 오른 미트리온은 아킬레스건 연장 수술을 포함해 총 7차례나 발목에 매스를 댔고, 이후 16개월 동안 목발 신세를 져야 했다.

 

이 발목 부상은 결국 방출로 이어지며 미트리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004년에는 잠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미네소타 바이킹스와 계약하기도 했지만, 1년 만에 또 다시 방출되며 NFL에서 자취를 감췄다. 심지어 그가 방출을 당한 날은 자신의 첫 아이가 태어나기 불과 하루 전이었다. TUF 10에서 미트리온이 보여준 독특한 캐릭터는 이처럼 그의 내면에 담긴 불같은 성격과 NFL에서의 비참한 커리어를 통한 자조적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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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UF 10의 왕따, UFC와의 계약서를 따내기까지

 

이러한 상황에서 하릴없이 세월만 보내던 미트리온이 선택한 두 번째 도전은 바로 격투기였다. 미트리온은 절친이자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메이저리거 제이슨 워스의 도움으로 인디애나폴리스로 거주지를 옮겼고, 이곳에서 크리스 라이틀, 제이크 오브라이언과 함께 격투기를 수련하기 시작했다. 


격투기를 수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트리온은 큰 기회를 잡는다. 본격적인 MMA 수련이 이뤄지지 않았고, 별다른 프로 전적도 없는 그가 TUF의 열 번째 시즌에 합류한 것이다.


2009년 스파이크 TV를 통해 방영된 TUF 10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체급인 헤비급 파이터를 뽑는 시즌이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싸움짱으로 어마어마한 유명세를 치른 故킴보 슬라이스의 참여로 화제가 됐다. 게다가 코치로 선정된 라샤드 에반스와 퀸튼 잭슨은 실제로도 감정의 골이 쌓인 견원지간이었다. 그 덕분에 TUF 10은 매회 평균 200~300만 명의 시청자를 TV 앞으로 불러들이며 화제를 낳았다.


2009년 4월 진행된 트라이아웃을 거쳐 그해 9월 16일 첫 방영된 TUF 10에서 미트리온은 일종의 '관심사병'이었다. 동료의 쥬스를 말도 없이 꺼내 먹거나, 팀메이트였던 존 매드슨이 '따귀를 한 대 때려주마'라는 말에 갑자기 흥분하여 감정 섞인 과격한 스파링을 진행하다 코치인 에반스와 마찰을 일으켰다. 시즌 초반에는 내내 어깨 부상을 호소했고, 16강에서 스콧 정크를 꺾은 뒤에는 "의사가 말하길 뇌가 붓고 있다"는 말을 강조하며 다소 엄살을 부리는(?) 듯한 모습도 꾸준히 보여졌다.


이해할 수 없는 4차원 적인 행동은 다른 참가자들에게 미움을 샀다. 자연히 미트리온은 TUF 10 시즌 내내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이 모습이 반대급부로 시청자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팀메이트들의 따돌림에도 마치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무신경한 태도, 적응이 힘들어 시즌 내내 울먹거리던 장면이나 스스로 "전 머저리같은 놈이예요"라며 자학하는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의 그의 팬으로 돌아섰다.


아쉽게도 미트리온은 TUF 10에서 일찌감치 하차했다. 16강에서 스콧 정크를 꺾었으나, 이후 8강에서 제임스 맥스위니에게 1라운드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서브미션 패하며 탈락한 것. 하지만 조기강판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이 그를 다시 보길 원했다. 미트리온은 당초 TUF 10의 주인공 자리를 예약했던 킴보 슬라이스를 제치고 가장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하며 스타가 됐고, 결국 UFC는 그에게 TUF 10 피날레 무대에서의 경기가 포함된 선수 계약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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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5연승 뒤 2연패...결국 넘지 못한 '칙선정'의 벽


2009년 12월 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팜스카지노 리조트에서 개최된 TUF 10 피날레는 존 존스가 맷 해밀과의 대결에서 반칙으로 인해 커리어 사상 유일한 1패를 기록한 나름 역사 깊은 대회(?)이기도 하다. TUF 10 8강에서 제임스 맥스위니에게 패하며 조기 탈락한 미트리온은 오히려 본무대에서 맥스위니를 제치고 메인카드 1경기에 배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미트리온의 UFC 데뷔전 상대는 같은 TUF 10 출신의 마커스 존스였다. 미트리온이 16강에서 꺾은 정크가 바로 존스의 절친이었는데, 당시 경기에서 정크가 안구를 크게 다쳐 존스가 이를 갈던 상황이었다. 존스는 TUF 10에서도 내내 "미트리온이 정크의 커리어를 망쳤다. 그를 꼭 두들겨 패고 싶다"며 미트리온과 갈등을 빚었고, UFC는 이 대립을 실제 대결로 성사시켰다.


재미있게도 이 경기는 미트리온의 첫 프로 MMA 경기이기도 했다. 감정이 섞인 이 싸움에서 미트리온은 존스를 2라운드 10초 만에 KO로 요리하며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반전은 2010년 열린 UFC 113에서 일어났다. UFC는 당시 엄청난 흥행괴물로 시청자를 끌어 모으던 킴보 슬라이스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고심했고, 여기에 미트리온을 먹잇감으로 던져주었다. 그러나 그 기대감이 무색하리만치, 미트리온은 UFC 113에서 압도적인 기량차로 슬라이스를 TKO로 제압하고 2연승을 이어갔다. 이후에도 미트리온은 조이 벨트란, 팀 헤이그, 크리스챤 모어크래프트를 연달아 잡아내며 5연승을 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띌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했고, 무서운 상승세는 UFC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UFC는 마침내 헤비급 파이터들의 검증무대이자 최고의 문지기인 칙 콩고 카드를 꺼내게 된다.


하지만 2011년 열린 UFC 137에서 미트리온은 안타깝게도 콩고의 선, 일명 '칙선정'(칙 콩고 선에서 모두 정리된다는 유행어의 준말)을 넘지 못했다. 쾌조의 5연승 뒤 콩고를 만나 첫 패배를 당한 그는 뒤이어 2012년 12월 열린 TUF 16 피날레에서 TUF 동기인 로이 넬슨에게 생애 첫 TKO패까지 당한다.


미트리온은 UFC 온 퓨엘 TV 9에서 필립 드 프라이스에게 1승을 거두며 한숨 돌리는 듯 싶었지만, 이내 UFC 165에서 또다시 TUF 동기인 브랜든 샤웁을 만나 1라운드 서브미션 패했다. 좋은 신체 조건과 타고난 운동 신경에서 나오는 경쾌한 스텝의 복싱 스킬이 좋았지만, 바닥으로만 내려가면 머릿속이 백지 상태가 되는 취약한 그라운드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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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끈한 3연승과 허무한 2연패...그에게 날아든 벨라토르의 러브콜


어느덧 네 경기에서 1승 3패라는 성적을 거둔 미트리온은 옥타곤에서의 입지가 위태로워진 상태에서 2014년을 맞았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반등이 시작됐다. 2014년 3월 TUF 차이나 피날레에서 션 조던을 맞이한 미트리온은 테이크다운 시도를 모두 방어해냈고, 이후 조던을 케이지 구석에 밀어 넣고 무차별 펀치 러시를 가했다. 1라운드 종료 부저와 동시에 승리가 선언됐고, 뒤이어 그해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50에서는 헤비급 신성 데릭 루이스를 또다시 KO로 꺾었다.


두 명의 파이터를 잡아낸 미트리온은 마침내 UFC 온 폭스(UFC on FOX) 10에서 빅네임 파이터인 가브리엘 곤자가와 맞닥뜨린다. 1라운드 초반 곤자가의 펀치에 잠시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이내 전열을 가다듬은 미트리온은 번개같은 카운터 펀치로 곤자가를 쓰러뜨린 뒤 무자비한 파운딩을 퍼부었다. 미트리온의 3연속 1라운드 (T)KO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미트리온은 상승세의 중요한 문턱에서 항상 마지막 능선을 넘질 못했다. 특히 2015년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68에서 벤 로스웰에게 길로틴 초크로 승리를 헌납하던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가 됐다. 느닷없이 어설픈 테이크다운을 시도한 미트리온에게 로스웰은 '이게 왠 떡이냐' 하며 길로틴 초크로 손쉽게 화답했다. 황당하면서도 허무한 마무리였고, 미트리온의 취약한 그라운드 이해도가 또다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항상 패배하는 모습도 범상치 않았던(?) 미트리온은 이후 2016년 1월 트래비스 브라운과의 경기에서도 두 차례의 석연찮은 써밍(눈찌르기)에 괴로워하며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 경기를 끝으로 더이상 그의 모습을 옥타곤에서 볼 수 없었다.


브라운과의 대결이 계약상 마지막 경기였던 미트리온은 이후 UFC와의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서 견해를 좁히지 못했다. 미트리온은 브라운전의 패배 원인이 브라운의 써밍이었음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UFC에게 그는 그저 2연패한 파이터에 불과했다. 자연히 UFC는 재계약 협상에서도 낮은 파이트 머니를 제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당시 UFC의 리복 독점 스폰서십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던 미트리온은 분노했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UFC와의 협상 과정에서 벨라토르가 그를 유혹했다.


결국 미트리온은 지난해 3월 15일 스캇 코커 대표의 러브콜에 화답하며 계약서에 사인했다. 동시에 "벨라토르가 제시한 옵션에 관심이 많다. 더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 있을 필요가 없고, 개인 스폰서십 영업이 가능한 더 좋은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남겼고, 마침내 UFC의 얼간이 미트헤드(미트리온의 별명으로 바보/얼뜨기라는 뜻)가 벨라토르에 상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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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계 파괴'와는 거리가 멀었던 벨라토르에서의 2연승


미트리온은 UFC 헤비급에서 10~15위권으로 평가 받던 파이터였다.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공식 랭킹에 이름을 올렸고, 어정쩡하게 올라오는 파이터들은 모두 정리할 수 있는 위치였다. 따라서 그의 벨라토르 참전은 생태계 파괴를 의미했다. 다행히 결과적으로 미트리온은 벨라토르에서 치른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그 내용을 유심히 보면, 팬들이 예상하던 그림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지난해 6월 열린 벨라토르 157에서 미트리온은 칼 세우마누타파를 상대로 벨라토르 데뷔전을 치렀다. 세우마누타파는 강력한 한방을 자랑하는 KO 머신이지만, 동시에 지속적으로 승-패를 번걸아 기록하며 패배 전적이 상당히 많은 파이터였다.


미트리온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경기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하드펀처인 세우마누타파의 펀치는 UFC 출신의 파이터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라운드 초반 미트리온은 세우마누타파의 오버핸드 라이트를 허용하며 바닥에 쓰러졌고 큰 위기에 봉착했다. 가까스로 파운딩을 버틴 미트리온이 상위 포지션에서 초강력 파운딩 한 방으로 세우마누타파를 실신시키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으나, 일방적인 '생태계 파괴'를 예상했던 격투 팬들에게는 다소 어리둥절한 내용이었다. 승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큰 우려만 낳은 셈이었다.


그렇지만 미트리온은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듯 훌훌 털어내고 곧바로 두 번째 벨라토르 경기를 뛰었다. 그는 괴물같은 회복력으로 데뷔전에 이어 바로 다음 이벤트인 벨라토르 158에 출전했다. 상대는 당시 5연승을 달리던 올리 톰슨이었고, 미트리온의 경기 텀은 고작 3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트리온은 항상 모두의 예상을 기분 좋게 비켜갔다. 벨라토르 데뷔전의 우려와는 달리, 이번에는 톰슨을 2라운드 TKO로 잡아내며 새로운 무대에서 2연승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마침 비탈리 미나코프가 이탈한 벨라토르의 헤비급 챔피언은 공석이었고, 미트리온은 단번에 벨라토르의 가장 유력한 차세대 헤비급 왕자로 떠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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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간이 미트헤드의 도전사, 격투 황제를 넘어 벨라토르의 왕좌를 넘보다 


2연승을 거두며 벨라토르에 안착한 미트리온은 지난해 11월 의문의 계약서에 사인했다. 분명 경기 계약서이긴 한데, 상대가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특이한 계약서였다.


지난 벨라토르 165에 모습을 드러낸 미트리온은 생방송 중에도 "나는 현재 상대와 날짜, 장소가 전혀 명시되지 않은 계약서에 사인을 완료한 상태다"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벨라토르 165 생방송 중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 하던 미트리온의 뒤로 나타난 것은 퀸튼 잭슨도, 셰인 카윈도 아니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미트리온의 상대로 화면에 얼굴을 비춘 파이터는 바로 '격투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였다.


벨라토르 165 생중계 중 발표된 깜짝 소식에 많은 관계자 및 격투 팬들이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벨라토르의 스캇 코커 대표가 표도르의 영입과 매치업까지 관련된 모든 진행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인 미트리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실제로 벨라토르 165 생중계가 끝난 뒤 'MMA 아워'와의 인터뷰에서도 "방송에서 상대가 발표된다는 것만 전해 들은 상태였다. 표도르가 등장하기 전까지도 나는 상대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던 상태"라는 말을 전했다.


경기가 성사된 직후 미트리온은 표도르와의 대결을 두고 "끝내준다. 최고의 기회다"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2연승을 거두며 벨라토르 헤비급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미트리온으로서는 자신의 가치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경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공석인 벨라토르의 헤비급 타이틀에 근접한 파이터로는 3연승을 달리고 있는 UFC 출신의 칙 콩고, 전 WWE 스타이자 현 TNA 소속의 프로레슬러로 MMA 8연승을 달리고 있는 바비 래쉴리 정도로 굳어지는 상황. 이러한 가운데 격투 황제 표도르가 다경기 계약으로 벨라토르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를 3연승의 제물로 삼아 승리와 명예까지 쟁취하려는 미트리온의 야심은 벨라토르 헤비급의 지형도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매번 상승세의 문턱에서 중요한 능선을 넘지 못했던 미트리온이 이번에는 그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TUF의 왕따에서 벨라토르의 왕자가 되기 위해 허물을 벗는 얼간이 미트헤드의 도전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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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만큼 짙은 그림자,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종합격투기의 최초이자 최고무대는 UFC. 하지만, 세기말에서 신세기의 초엽 MMA 세계의 패권은 잠시 일본으로 이동했다. 당시 프라이드는 호드리고 노게이라와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반다레이 실바등의 스타 파이터들을 앞세워 막강한 흥행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 마치 싸움 그 자체처럼 보이던 새로운 스포츠에 열광한 대중은 지구에서 가장 강한 싸움꾼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프라이드의 헤비급을 주목했다.

 

천의 기술을 가진 남자 호드리고 노게이라, 스트라이커의 대표 크로갑과 함께 이룬 3각구도를 2005년 평정하고 ‘60억분의 1의 사나이가 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는 그 당시 10대 후반에서 40대 까지 남성인구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2007년 프라이드가 소멸하고나서도 UFC의 외부에서 슈퍼파이트를 이어가던 그는 2010년 베우둠에게 패한 이후 곧장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의 퇴조는 허망하다 할 만큼 황급히 이루어졌고, UFC로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비겁의 증명처럼 회자되면서 그는 전설과 함게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자신의 고국에서 잊을만 하면 한번씩 경기를 가지던 그는 지난해 라이진 FF를 통해 오랜만에 국제무대로 돌아왔고 파비오 말도나도와 혈전을 치르더니 지난 1월 벨라토르에 합류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으며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온 표도르의 벨라토르 데뷔전을 앞두고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다시한번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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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린 얼음주먹

 

링에 오르기만 하면 야수로 변신했던 표도르의 취미는 아이러니하게도 독서와 음악 듣기, 그림 그리기다. 특히 그는 그림 그리기에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가 그린 그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정교하고 섬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격투 그림을 그릴 것만 같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만화 캐릭터와 귀여운 풍경, 인물사진을 통해 감수성도 풍부한 자신만의 그림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그만큼 그는 링 안에서 무작정 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닌 그림을 그리듯 자신만의 파이팅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1976년에 태어난 표도르는 2000년까지 유도와 삼보 선수로 활약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금전의 압박은 표도르를 매트가 아닌 사각의 링으로 내몰았고, 그는 2000년 일본의 격투단체 Rings 토너먼트를 통해 본격적인 MMA 무대에 데뷔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초반부터 제왕의 자리에 오를 만큼 압도적인 실력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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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의 격투기 인생 터닝포인트 : Rings

 

2000년 데뷔전 승리 이후 3연승을 내달린 표도르는 200012월 펼쳐진 Rings 킹 오브 킹스토너먼트에 참가하게 되는데, 1차전에서 맞붙은 상대는 히카르도 아로나였다. 이미 평균체중에서 표도르는 아로나에게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다른 전개가 진행되고 있었다. ‘브라질리안 타이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아로나는 테이크다운 능력이 우수한 주짓수 파이터였고 표도르를 연신 넘긴 후 찍어눌렀다. 하지만, Rings에서는 파운딩이 금지되었고, 이것을 이용한 표도르는 아로나의 공격을 버텨내며 연장까지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끝에 승부는 표도르의 판정승으로 끝나게 되었다. 승리는 했지만, 개운치 않은 승리였다.

 

하지만, 표도르에게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2차전에서 만난 코사카 츠요시에게 패배를 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패배도 표도르에게는 석연치 않는 패배였는데, 코사카가 공격을 하는 과정에서 팔꿈치로 표도르의 안면을 가격했고, 닥터스톱으로 경기가 끝난 것이었다. 당시 팔꿈치 공격을 금지하고 있던 대회 규정상 코사카의 공격은 명백한 반칙이었기 때문에 표도르는 승리한 경기와 패배한 경기 모두 논란의 중심에 서는 웃지못할 상황을 맞닥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표도르에게 이 두 경기는 큰 약이 되었다. 이듬해 무차별급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표도르는 2002년 앱솔루트 클래스 토너먼트 결승에서 크리스 헤즈만을 KO로 꺾으며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Rings가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해체되면서 표도르는 마지막 황제라는 별칭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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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그리고 라이벌과의 만남 1. 호드리고 노게이라

 

20026PRIDE 21에서 그가 만난 상대는 판크라스의 강자 네덜란드 출신의 세미 슐트였다. 피지컬적인 부문에서 표도르는 슐트에 압도적인 열세였다. 211cm, 116kg로 엄청난 체격을 자랑했던 슐트에 반해 182cm, 105kg의 표도르는 상대가 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표도르는 3라운드 내내 슐트를 압도하며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표도르 전성기의 서막을 열게 되었다.

 

이후 200212월 히스 헤링을 상대로 무자비한 파운딩을 내리쳐 1라운드 닥터스톱 TKO승을 거둔 표도르는 2003316,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와 헤비급 타이틀 매치를 갖게 되었다.

 

당시 노게이라는 콜먼, 헤링, 밥 샙을 무너뜨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게이라도 표도르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경기가 시작하자 표도르는 선제 타격과 테이크다운으로 우위를 점했고 한박자 빠른 얼음 파운딩으로 노게이라의 장기인 서브미션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경기 후 세 명의 심판들이 만장일치로 표도르의 판정승을 선언하며, 표도르는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석달 뒤 20036월에는 IWGP 헤비급 챔피언 출신 후지타 카즈유키를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항복시킨 표도르는 20038월 개리 굿리지와 경기에서 TKO승을 거두었지만 손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하고 한동안 경기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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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완치 후 2003년 이노키 봄바예를 거쳐 2004년 다시 PRIDE로 돌아온 표도르는 헤비급 GP 개막전에 출전하여 PRIDE 2000 무차별급 그랑프리 우승자이자 UFC 전 헤비급 챔피언 출신인 마크 콜먼과 맞붙어, 가드에서 암바를 성공시키며 211초만에 승리를 거뒀다. 뒤이어 20046월 펼쳐진 GP 2라운드에서는 역시 전 UFC 헤비급 챔피언인 케빈 랜들맨과 경기를 가졌다. 랜들맨은 효도르를 상대로 환상적인 이즈나 드롭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표도르는 유도와 삼보에서 익힌 낙법 동작으로 데미지를 완벽하게 최소화했고, 곧바로 스윕하며 파운딩에 이은 암락으로 승리를 따냈다.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는 평정심은 놀라운 것이었다.

 

20048월에는 GP 결승전에서 오가와 나오야를 가볍게 암바로 제압, 결승에서 다시 한 번 노게이라와 격돌했다. 하지만 돌발상황의 버팅으로 인해 심한 컷이 생기며 2차전은 무효처리가 되고 12월 노게이라와 표도르의 3차전이자 무제한급 그랑프리의 결승전이 펼져졌다.

 

이 경기에서 표도르는 타격으로 흔들고 테이크다운으로 연결한후 그라운드로 돌입하지 않는 전략을 선보인다. 주짓수 매지션이라 불리는 노게이라를 상대로 그라운드 게임을 받아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표도르는 스피드와 파워에 전략적인 운영까지 선보이며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었다. 60억 분의 1의 사나이는 이 그랑프리의 부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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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그리고 라이벌과의 만남 2. 미르코 크로캅

 

시계를 다시 굿리지 전으로 돌려보자. 굿리지 전에서 부상을 당한 그는 2004년까지 부상 재활에 힘을 쓰게 된다. 그 시기, 그의 두 번째 라이벌이 출현하게 된다. 바로 크로아티아의 미르코 크로캅이었다.

 

당시 크로캅은 K-1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왼쪽 미들킥과 스트레이트에 상대의 온 신경을 집중시킨 후 벼락같은 하이킥으로 마침표를 찍던 그는 마크 헌트, 레미 본야스키 등 강자들을 하나하나 잡아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프라이드로 무대를 옮긴 이후 표도르와 크로캅의 대결 성사 여부는 격투팬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굿리지와의 경기가 끝난 이후 매치업이 거의 확실시 되었으나, 표도르의 부상으로 프라이드 측에서는 잠정 타이틀을 걸고 크로캅과 노게이라의 대결로 타이틀전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05828, 종합격투기 최초의 메가파이트가 성사되었다. 표도르와 크로캅의 헤비급 타이틀전이 확정 발표되자 격투팬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환호했다.

 

경기 당일, 표도르가 장기인 그라운드 위주의 플레이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타격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며 크로캅을 당황케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크로캅은 1라운드에서 라이트 잽 연타를 적중시켜 효도르의 안면에 부상을 입혔다.

 

이후 표도르는 크로캅의 타격을 회피하며 그라운드로 유도하였고 체력이 약한 크로캅을 체력을 천천히 소모시키며, 경기를 지배해 나갔다. 결국 심판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둔 표도르는 두명의 라이벌을 차례대로 꺾음과 동시에 프라이드를 넘어 지구상 최강의 파이터라는 것은 전세계 격투팬들에게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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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전성기의 절정 8연속 피니쉬

 

이후 2005년 남제에서 줄루징요를 26초만에 제압한, 표도르는 200610월의 미국 대회에서 다시 만난 마크 콜먼에 승리를 거두며, 최고의 자리를 지켜냈고 2006년 남제에서는 마크 헌트를 상대로 방어전을 치렀다. 이때 표도르는 발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으며 헌트에게 키 락을 두차례나 당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표도르는 헌트의 락을 풀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 뒤 역으로 기무라 락을 헌트에게 걸며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하지만, 이 승리는 표도르의 약점이 그라운드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힘을 실어주는 승리밖에 되지 못했다.

 

프라이드가 파산하기 직전 새로운 단체를 모색한 표도르는 20073월 러시아의 격투단체인 불독에서 맷 린들랜드와 경기를 벌여 리버스 암바를 통해 승리를 따내며 3연속 피니쉬 승리를 따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200712월에는 야렌노카에서 초청선수격으로 참가하여 최홍만과 이벤트성 매치를 벌였다. 국내팬에게도 많이 알려진 매치업으로 초반 클린치 싸움에서 두 번이나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고, 상위에서 파운딩을 날리는 최홍만에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리버스 암바를 통해 승리를 거뒀다.

 

이후 어플릭션으로 자리를 옮긴 표도르는 20087월 팀 실비아와의 경기에서 34초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승리를 거두며 미국 팬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며 어플릭션 초대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으며, 20091월에는 전 UFC 챔피언인 안드레이 알롭스키를 맞아 또다시 1라운드 KO 승을 거두었다. 초반에는 알롭스키의 정교하고 위력적인 타격에 밀렸지만, 플라잉 니킥을 시도한 알롭스키의 턱에 카운터를 적중시키며 승리, 상위 랭커들을 모두 잡아내는 최강자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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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락의 시작 : 베우둠-실바-핸더슨

 

200911월 스트라이크포스에서 경기를 가진 표도르는 역시 알롭스키를 초살로 끝낸 브렛 로저스와의 경기를 가졌다. 1라운드 시작하자마자 레프트 잽에 코가 찢겨 출혈을 보였으나, 곧바로 우세를 잡았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 라이트 훅을 적중시키며 KO승을 거두며, 전성기는 계속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여기서 멈추고 말았다. 그의 전성기를 빼앗아간 상대는 바로 파브리시오 베우둠이었다.

 

2010626일 스트라이크포스, 베우둠은 표도르의 초반 펀치러쉬에 고전하고 있었다. 이때, 베우둠이 갑자기 그라운드에 누워버렸다. 표도르는 성급하게 파운딩을 난사하며 마무리를 지으려다가 베우둠의 트라이앵글 초크에 잡히고, 암바까지 내주며 탭아웃을 했다. 1라운드 17. 충격적인 패배였다. 코사카 츠요시에게 당했던 반칙성 패배를 제외하면 8년 넘게 패배가 없었던 표도르였기에, 그리고 1라운드만에 당한 충격적인 패배였기에 더욱 패배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후로 효도르는 몰락하고 베우둠은 상승세를 타게 된다. 베우둠이 '케인 벨라스케즈를 이긴 것보다 효도르를 이긴 게 내 커리어에 더 도움이 됐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이 패배는 베우둠의 교병계와 효도르의 부주의, 베우둠의 마스터클라스 주짓수가 순차적으로 작동해 만들어진 패배였다고 볼 수 있는데, 훗날 베우돔은 인터뷰에서 누웠던 행동이 효도르를 그라운드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전이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효도르가 성급하게 베우둠을 누르려 했고, 오히려 역습을 당해 패배를 당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표도르의 시련은 이에 끝나지 않았다. 2011년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토너먼트에 참전, 213일 개최된 토너먼트 1차전에서 안토니오 실바와 경기를 가졌다. 1라운드는 타격전으로 진행되었는데 오히려 실바의 스트레이트에 크게 휘청거리며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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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2라운드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실바에게 테이크다운을 당한 뒤 풀마운트까지 내주며, 파운딩, 암트라이앵글 초크가 어우러진 일방적인 공격을 당했다. 라운드 막판 실바가 니바를 시도함과 동시에 표도르는 실바의 다리를 비틀면서 하체 관절기를 시도했지만, 실바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가락을 흔들며 표도르에게 굴욕감을 안겼다. 결국 2라운드 종료 이후 표도르는 눈이 부어오르며 닥터스톱을 선언하게 되었고, 표도르는 MMA 데뷔 이후 첫 연패를 아주 충격적으로 당하게 되었다.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표도르는 경기 후 은퇴를 선언했다 3일 후 번복하게 된다.

 

20117월 댄 헨더슨을 상대로 복귀전을 가졌지만, 표도르는 예전의 표도르가 아니었다. 1라운드 공방전에서 헨더슨은 자신의 주 특기인 더티 복싱을 통해 효도르를 케이지에 몰아붙이며, 유리하게 게임을 풀어나갔다. 1라운드 막판, 더티 복싱을 푼 헨더슨이 타격전을 시도할 때, 효도르가 밀어 붙이면서 날렸던 펀치에 걸려 넘어지며 하프가드 상태가 되었으나 그 상황에서 헨더슨이 스윕, 옆으로 빠져나오면서 효도르의 겨드랑이 사이로 펀치를 집어넣었는데 이것이 적중, 효도르가 무릎이 풀리면서 엎드린 상태로 쓰러졌다. 헨더슨은 계속 효도르의 머리를 향해 해머링 등 추가 타격을 시도했고 레프리는 헨더슨을 막으며 효도르의 TKO패로 시합을 종료시켰다. 치명적인 3연패였다.

 

핸더슨전 패배는 패배 그 이상으로 표도르에게 타격을 준 패배였다. MMA의 발전에 비해 표도르의 경우 기술 수준 등이 정체되어 있었다. 단적인 예로 다운을 빼앗은 뒤 파운딩을 하는 부분에서 불안정한 자세에서 시도하던 도중 간단하게 스윕을 당했다. 하지만, 핸더슨이 보여준 하프가드 스윕은 딱히 고난이도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MMA에 주로 나오는 스윕 중 하나였고, 파훼법이 충분히 나왔던 상태였다. 결국 표도르는 스트라이크포스에서만 어이없게 3연패를 당하고 말았고, 201185, 스트라이크 포스에서 퇴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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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향한 부활의 몸부림

 

이후 러시아의 M-1 글로벌에서 뛰게 된 표도르는 201111월 제프 몬슨을 러시아로 불러들여 3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이 경기에서 몬슨과의 그래플링을 경계하며 스탠딩 위주의 경기를 펼쳤고, 효과적으로 상대의 전략에 대응할 수 있었다. 몬슨은 이노키알리 포지션으로 그라운드 게임을 유도했으나, 표도르는 베우둠전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에 말려들지 않고, 스탠딩에서 압도하며 만장일치로 판정승했다. 약점으로 평가받던 레슬링에서도 몬슨의 태클을 모두 방어해내는 좋은 모습을 보이며, 승리를 거뒀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시합내용은 아니었으며, 연패를 끊었다는 의의만 얻은 경기였다.

 

12월에는 Dream의 연말 이벤트인 겡끼데스까 오미소카에서 유도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인 이시이 사토시에게 KO로 승리했고, 20126월에는 페드로 히조와의 대결에서 초반 펀치공격으로 다운을 뺏은 후 파운딩으로 KO승을 거두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2번째 은퇴 선언을 하며 효도르는 링을 또 한번 떠나게 되었다.

 

201510월 다시 링으로 돌아온 표도르는 라이진 파이팅 페더레이션으로 복귀, 12K-1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자이딥 싱을 압도하며 1라운드 TKO승을 거둔다. 애초에 커리어로는 비교조차 안되는 떡밥이었고 유일한 변수가 있었다면 3년여의 공백과 39세의 나이였으나 결과적으로 봤을 때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하지만, 격투기 황제로 불린 표도르가 복귀전에서 MMA 전적이 2경기에 불과한 선수와 매치를 벌인 것을 두고 겁쟁이 같은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 또한 있었다.

 

가장 최근의 시합이었던 2016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EFN 50에서 EFN 50 메인이벤트로 파비오 말도나도와 경기를 가지게 되었다. 초반 1라운드 특유의 훅으로 말도나도를 케이지로 밀어붙였지만, 안면이 열리자마자 들어온 카운터에 다운당한 후 파운딩 세례를 당했다. KO직전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표도르는 2라운드부터는 양쪽 다 체력이 소진된 틈을 타 포인트를 쌓았고, 판정까지 간 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그리고 2017년 그는 오랜만에 미국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2011년 이후 6년만이다. 표도르는 최근 모두가 내가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까지 난 이기고 있고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라며 이야기했다. 복귀전의 상대도 적절하다. 맷 미트리온은 UFC에서도 수준급에 들 정도로 강력한 파이터로 표도르에게 있어 만만한 상대는 절대로 아니다. 만약 표도르가 이 경기를 이기게 된다면, 늦은 나이지만 더 큰 무대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이번 경기는 그의 격투기 인생에 있어 세 번째 터닝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표도르의 봄날은 다시올까? 그를 추억하는 격투팬들은 그의 부활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렇게 두 선수의 스토리를 모두 알아보았다. 과연 표도르와 미트리온의 경기에 있어서 키포인트가 되는 요소는 어떤 점들이 있을까? 과거의 경기를 보면 현재와 미래가 나오듯 과거의 경기 분석을 통해 여섯가지의 핵심 키포인트를 도출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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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전포인트: 1. 스피드와 사이즈

 

두 선수 모두 스피드가 스탠딩에서 가장 중요한 공격자원이다. 표도르의 속도에 대해서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고 미트리온의 운동능력 역시 뉴욕 자이언츠라는 NFL 명문팀이 일단 영입을 하고 봤다는 점에서 운동 괴물의 기준을 넉넉히 상회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표도르처럼 작고 빠르며 주먹에 무게가 있는 헤비급 파이터는 잭 뎀시, 조 루이스, 록키 마르시아노, 플로이드 페터슨, 조 프레이저, 마이크 타이슨처럼 본인보다 훨씬 큰 선수를 스피드의 차이를 활용해 손쉽게 처치하면서 자이언트 킬러의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큰 선수의 입장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며 접근하는, 예를 들면 타이슨 같은 상대를 가격하기 힘들다. 그들의 기술은 타이슨보다 느리고 큰 선수들과 싸우면서 만들어진 것이라 최대한 컴팩트하게 공격을 해도 타이슨의 회피 후 카운터 리듬을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표도르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크고 스피드 차이가 있는 경우, 그리고 그래플링이 강하지 않다면 표도르에게는 쉬운 상대였다.

 

그런데 댄 헨더슨에게 표도르는 상대할 수 없을 만큼 빠르지는 않았다. 반대로 표도르는 헨더슨처럼 빠른 선수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헨더슨에게는 체급대의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강펀치가 있었기 때문에 그 경기에서는 표도르 본인이 자이언트가 되었던 것이다.

 

스탠딩에서 미트리온을 쳐서 쓰러뜨리고 KO 승을 거둔 유일한 선수가 로이 넬슨이었다. 스피드는 비슷했다. 미트리온은 거리와 왼손잡이 특성을 살리지 못했고 넬슨이 공방의 리듬을 어퍼컷으로 깨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트래비스 브라운전에서는 반대로 브라운의 거리를 전혀 돌파하지 못한 채 다소 무리한 공격을 계속 시도했다.

 

벨라토르에서는 연속해서 작은 선수와 싸웠는데, 세우마뉴타파전에서는 상대의 라이트가 엄청난 타격음과 함께 미트리온의 안면에 적중되면서 경기가 그대로 끝날 뻔 했다. 대미지의 수습에 성공한 미트리온이 누워있는 상대의 안면에 격파를 연상시키는 끝내기 파운딩을 적중시키면서 벨라토르 데뷔전에서 멋쩍은 승리를 거두었다.

 

벨라토르에서의 두 번째 경기에서 미트리온은 올리 톰슨을 맞아 난타전 끝에 KO 승을 거두었는데, 이적 후 움직임의 방향성이 다양해지고 기습적인 펀치가 나오는 등 타격면에서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거리를 활용한다던지, 왼손잡이 스탠스의 장점이 경기력으로 환산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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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전포인트: 2. 황제의 나쁜 습관

 

파비오 말도나도전에서 표도르는 체면을 크게 구겼다. 내용면에서 이 경기는 핸더슨전과 같은 그림이었다. 상대를 흔들어 놓은 뒤 열고 들어가다가 카운터 치명타를 허용한 것, 그것이 왼손이냐 오른손이냐, 롱 펀치냐 쇼트 펀치냐의 디테일에는 차이가 있지만 상처 입은 상대라 할지라도 성급하게 숨통을 끊으려 하다가는 본인이 위험해진다는 중량급의 철칙을 두 번씩이나 주지시켜준 셈이다.

 

헨더슨도 분명 그랬지만, 말도나도의 경우는 표도르에게 매우 어려운 상대였다. 표도르의 실력이 UFC 라이트헤비급에서도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던 말도나도와 호선이라는 주장이 아니다, 상대성의 오묘함은 가끔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말도나도는 라이트 헤비급의 스피드에 익숙하다. 이 시대의 헤비급 선수들은 10여 년 전, 프라이드의 미들급(UFC기준 라이트 헤비)선수들 만큼 빠르며 훨씬 크고 전반적인 테크닉 레벨 면에서도 크게 발전했다. 라이트 헤비급은 그보다 더 빠르고, 어떻게 저런 덩치로 계체를 통과하는지 경이감이 느껴질 만큼 크다. 선수들의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라이트 헤비급은 중량급이 맞나 싶을 정도로 MMA의 트렌드를 이끄는 경향도 보인다.

 

기준치 미달의 사회성으로 설명되는 존 존스는 어느덧 사고뭉치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투신의 축복을 받은 신체를 바탕으로 한 스킬 트리와 공포 그 자체인 운영은 특별했다. 현 챔프 코미어는 올림픽 레벨 레슬링에 감각적이고 지능적인 타격을 구사한다.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훌륭한 복싱을 가지고 있으며 맞춤형 전략전술을 흥미롭게 활용하는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같은 선수, 그 구스타프손에게 생애 첫 KO 맛을 보여주었고, 도대체 예전에 웰터급에서 활동한 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오는 핵 실험의 달인 앤소니 존슨, 주먹 기술자 글로버 테세이라와 라이언 베이더의 파워플레이까지. UFC의 라이트 헤비급은 존스의 탈선에 이어 최근 포커스가 페더-라이트에 집중되며 팬들의 관심권을 벗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경쟁의 수준은 여전히 끔찍하게 높다.

 

말도나도는 그런 UFC 라이트 헤비급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조용히 사리진 선수다. 그러나 그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본 사람들은 타격으로 말도나도를 잠재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큰 것을 먹고 수세에 몰리더라도 방어 모드로 전환하는데 능숙해 연속기나 치명타를 좀처럼 허용하는 일이 없으며 방어 간에 리듬을 타면서 독침 같은 쇼트 카운터를 계속 시도한다는 것을 간파했다.

 

혹시 하나를 고의로 내주고 수세를 가장해 상대의 방심과 마무리 시도를 유도하고 그 국면에서 치명적인 카운터를 노리는 것이 전략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도나도는 자주 초반 위기를 겪는다. 그런데 이어지는 파상공세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계속 기회를 노린다. 따라서 주먹 대결 이외의 영역에서 싸우는 것이 전략이 핵심이 될 것이고, 그 경우 승부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이 선수를 위한 옵션은 테이크다운 이후의 것으로 준비하는 게 상식이다. 표도르는 그러나 언제나처럼 펀치로 공격을 개시했고 말도나도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그리고 표도르의 가장 나쁜 버릇이 다시 전면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베우둠, 헨더슨전의 주요 패인이자 운영상의 취약점인 피니시 모드의 성급한 전개와 안면을 열고 머리부터 밀고 들어가는 펀치 러시라는 테크닉의 문제는 표도르 경기의 역동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의 이러한 특성이 걸리거나 몰리기 시작한 상대에게 당혹감을 주고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지만 맞은 게 아니라 맞은 척을 했던 낚시의 달인 베우둠이라던지 체격의 상한을 훌쩍 넘겨버리는 미친 턱을 가진 헨더슨 등에게는 오히려 패전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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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전포인트: 3. 모션이 없어 아픈 카운터여

 

별것 없어 보이는 말도나도였지만 표도르가 가진 양날검을 본인의 어드벤티지로 활용할 수 있기 위한 두세 가지 요소는 놀랍게도 아주 적절하게 가지고 있었다. 첫째, 표도르에게 손맛을 느끼게 해주고도 버틸 맷집, 둘째, 열고 들어올 때 카운터를 적중시킬 만큼의 실력. 그리고 셋재, 확실한 것은 아닌데, 맞은 것 이상의 대미지를 연기하는 헐리우드식 교병계(상대를 교만하게 만드는 병법)를 사용하는 것 같다.

 

효도르가 말도나도에게 걸리던 장면을 복기해 보면 알도가 맥그레거의 레프트를 받고 산화하던 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알도의 고속기동에 밀리면서 맥그레거는 스탠스가 찌그러진 상태로 레프트를 컴팩트하게 찔러 넣었는데, 펀치력도 펀치력이지만 전방으로 과격하게 쏠렸던 알도의 체중이 스스로를 실신에 빠지게 만들었던 것처럼 표도르 역시 말도나도의 라이트 쇼트를 향해 달려들며 얼굴로 들이받은 그림이었고 이런 것을 먹으면 경기가 끝나는 게 일반적이다.

 

잠시 테크닉의 측면에서 한마디 부연을 할 필요가 있는데, 말도나도의 그 라이트는 보기 드물게 엄청난 기술이다. 오른손이 커버링 포지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표도르의 머리가 사정권 안으로 들어온 순간 바로 앞으로 나간다. 카메다 고키의 일본어 중계를 참고하면 일본에서는 이런 기술을 총칭해 노모션 펀치라고 부르는 것 같다, 힘을 모으기 위한 상하체 간의 꼬임(코일링 coiling)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이 나간다는 측면에서 coiless(정신나간, 약 맞은 이라는 뜻도 있다)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펀치로 미트나 백을 때리면 시원한 소리가 나거나 묵직한 타격감이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장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노 모션으로 가능한 한 가장 시원한 타격음을 내고 샌드백에도 충분히 깊이 박히도록 스킬의 레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머리부터 밀고 들어오는 습성을 가졌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만약 테크닉 레벨이 경지에 도달했다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본인도 모르게 나간 노 모션 카운터로 승부를 뒤집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김수철 처럼 강한 압력을 구사해 상대를 찌그러뜨리며 근접 상황을 만든 후 머리가 맞닿은 거리에서 필승의 루트를 개척하는 타입의 경우 쇼트 펀치의 구사에 능숙해야 하며, 그중에서도 이런 노모션 카운터 샷을 손에 넣을 때 기량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그런 타입의 경우 레슬링 능력의 강화가 기량 향상의 가장 중대한 부분이다. 근접전에서 상대보다 레슬링이 약한 선수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보다 레슬링이 약한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 넣었다면 쇼트 펀치와 무반동 카운터는 사용자의 피니쉬율과 인기에 폭등세를 가져다줄 최고의 옵션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웬만한 장소에서라면 이 직후 어느 순간 표도르의 TKO 패가 선언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홈그라운드의 레프리는 표도르에게 회복할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그대로 깊은 잠에 빠질 위기를 안긴 것이기도 하다. 1라운드의 절반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표도르는 그라운드를 탈출했다. 그러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고 그런 상태의 230초는 영원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다. 정신력이라는 것, 타격이 허용되는 스포츠에서 그것이 발휘된다는 건 보통 강한 뇌진탕을 당한 상태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우는 장면이 연출된다는 얘기다.

 

북미권의 미식축구, 복싱계에는 반복적인 뇌진탕을 겪으며 뇌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CTE(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 만성 외상성 뇌 병변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구단이나 프로모터들이 피해 보상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흔히 펀치 드렁크라고 하며 한때 극동의 복싱 왕국으로 기라성 같은 챔피언들이 명멸했던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증상을 가진 많은 전직 복서들이 있다. 파이터 본인과 가족, 동료와 지인들에게 최악의 공포를 안겨주는 것이 CTE. 어느 정도의 충격을, 얼마나 자주 입느냐에 따라, 그리고 신체적 특성에 따라, 그 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개입해 어느 정도면 얼마나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머리를 많이 맞는 경기를 하고 나면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두개골 안에서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째깍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어느 정도 선에서 본인이 스스로 항복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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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전포인트: 4. 표도르에게는 아직 히든카드가 있다.

 

표도르에게 그날 그런 옵션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라운드의 남은 시간에 어느 정도 회복을 하다가 마지막 50여 초를 남기고 또다시 위기에 몰렸지만 결국 라운드가 종료될 때까지 표도르는 살아남았다.

 

벨라토르에서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경기는 종료되었을 것이기에 1라운드 내용이 그렇게 많은 참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2라운드 초반, 표도르의 공격 루틴을 보면 1라운드에 그렇게 당하고도 여전히 너무나 정직하고 기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왼손 다음에 오른손, 오른손 다음에 왼손, 표도르의 스탠딩 옵션의 주요 포션을 좌우 펀치의 기계적 반복이 차지하고 있다.

 

말도나도가 강한 MMA 선수가 아니라 할지라도 복싱에 익숙하기 때문에 좌우의 연타를 반복해 사용하는 건 최악의 선택이다. 맞지도 않을 뿐더러 1라운드와 같은 꼴을 다시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표도르가 레프트 훅 다음에 라이트 오버핸드 페인트를 주고 다시 레프트 훅으로 연결하는 레프트 더블만 사용했다면, 즉 좌우 연타와 좌-우 페인트-좌를 조금만 섞어서 사용해줬다면 1라운드에 말도나도가 그런 카운터를 적중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표도르는 그러나 그 흔한 레프트 더블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비슷한 효과를 일으키는 몇 가지 바리에이션을 구사하기 시작한 부분. 2라운드부터 펀치 타이밍에 플라잉 니킥과 레그킥을 섞어 주면서 펀치의 적중률이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2라운드 2분경에는 레프트 하이킥, , 라이트 로우킥을 던지는 등 타점을 점점 확산시켰고 슈퍼맨 펀치와 라이트 리드 등을 동원해 말도나도의 타이밍을 교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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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라운드 후반, 말도나도를 케이지 구석으로 몰아넣고 난 이후 다시 좌우 반복으로 머리를 노리는 연타를 계속 시도하면서 괜한 체력 소모를 하다가 라운드 막판에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노골적인 하이 가드 상태로 리듬에 맞춰 좌우로 롤링 하며 자신의 펀치를 받아내는 상대에겐 더블업과 상하단, 어퍼컷을 섞어줘야 한다. 즉 레프트 훅-라이트 페인트-레프트바디라던지, -라이트바디-레프트 훅이라던지, -라이트 어퍼-레프트 바디 같은 연계가 바람직하며, 그게 아니더라도 라운드 초반처럼 차라리 니킥이나 킥으로 타이밍에 변화라도 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텐데, 몰라서 그런 건 아닐 텐데 어째서인지 표도르는 지독하다 싶을 만큼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꼭 본인의 트레이드마크로 결정을 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일지, 보는 사람은 속 터진다.

 

3라운드 초반 서로 하나씩 주고받던 그림도 마찬가지다. 구석에 몰린 말도나도는 표도르의 좌우 연타를 숄더롤로 방어하다가 라이트 방어 후 라이트 카운터 레프트 방어 후 레프트 카운터로 표도르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라운드 중반경에 표도르가 레트트 바디를 건드리는 그림이 나온다. 힘이 없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흐름이었다. 어퍼컷 시도도 나오기 시작했고 펀치에서 빰클린치 니킥으로의 연계도 보여주었다. 3라운드는 비교적 잔잔하게 마무리되었다.

 

특별히 누가 이겼다고 하기도 애매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판정은 어찌 되었건 관심이 없다. 표도르에 대해 3라운드 중반경부터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역시 표도르가 몰라서 안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펀치 연계의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연습이 되어 있는 건 보이는데, 케이지에 몰린 상대에게는 습관적으로 좌우의 기계적 반복으로 집요하게 헤드샷만을 노리는 습성, 이것이 표도르가 가진 능력치의 상단부를 제약하고 있다.

 

그것을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표도르는 쇼츠 안에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는 히든카드를 두세 장 숨기고 있는 셈이다. 상대에게 충격을 입히고 케이지 구석으로 몰아넣었을 때, 혹은 어떤 경우던 연속기를 퍼부을 찬스가 주어졌을 때, 펀치 위주로 갈 경우라면 에전에는 닉 디아즈를 예로 들었지만 요즘은 토머스 알메이다라는 좋은 교과서가 나왔다. 디아즈의 경우는 다소 뻣뻣한 동작과 낮은 회전속도가 아쉬웠기 때문.-물론 근거리 펀치 컴비네이션을 있는 힘껏 최대 속도로 돌리는 건 답이 아닌 경우가 많다, 표도르의 케이스를 봐도 알지만 최고 속도를 내려면 타점이 한쪽으로 몰리게 된다. 그리고 체력 소모도 심하고 카운터 맞았을 때 답이 없다. 알메이다표 컴비네이션에는 어퍼도 섞이지만 일정 이하로 내려가면 니킥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펀치 연계만이라면 사울 알바레즈의 컴비네이션이 좋은 참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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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기본형은 좌우와 상하와 뻗어치고 휘어치고 올려치고 찍어치는 궤적을 조합해 상대가 방어하기 힘들게 구성하는 것이다. 1-2-31-2-7, 1-2-3-6, 1-2-5-4. 한도 끝도 없다. 거기에 페인트를 조합하면 굉장히 무서워진다. 좌우 페인트, 상하 페인트, 인사이드(커버링 사이로 들어가는 주먹, , 스트레이트 어퍼) 아웃사이드 페인트(커버링 바깥쪽으로 들어가는 주먹, , 오버핸드), 어퍼(올려치는 궤적), 쵸퍼(내려찍는궤적)페인트, 타이밍 페인트의 조합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제일 힘든 것 중 하나인 잽-라이트 페인트-레프트훅 컴비네이션은 좌우 트릭과 인아웃 트릭의 조합이다. 원투가 잘 통하는 날 이것을 세트로 사용하면 효과가 좋다. 잽 다음의 라이트 페인트에 상대가 반응해 반시계 방향으로 몸을 틀며 (롤링)방어를 시도할 때 레프트 훅이 제대로 들어갈 길이 열리는 셈이다. , 상대가 스트레이트의 길을 막게 만들어 훅의 길을 여는 것인데, 기본 컴비네이션에 여러 가지 형태의 트릭 컴비네이션이 조합될 수 있다. 알바레즈의 경우는 페인트가 2~3개씩 섞인 4~5 이상의 컴비네이션도 자주 보여주는데 오른손 페인트를 즐겨 사용한다. 오른손은 상대가 경계를 하기 때문에 컴비네이션의 구성에서만큼은 실제로 그것을 휘두르기보다는 페인트로 쓸 때의 효율이 좋다.

 

표도르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의 오른손 오버핸드를 상대가 경계하기 때문에 근접전에서 퍼부을 때 그것을 페인트로 쓸 경우 전술의 성공률은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물론 연기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습을 해야 한다. 사실은 표도르에게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 선수들 중에도 당장 다음 경기에 써먹을 수 있는 매직카드를 구석구석에 숨긴 선수들이 있다. 임현규가 오버핸드 페인트에 레프트 버티컬 잽을 쓰게 되면 오버핸드의 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 구석에 몰린 선수는 임현규의 오른쪽 무릎을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니킥 페인트에 레프트 바디 명치공격, 이런 식으로 섞어주면 앞으로 두 경기 정도는 거의 이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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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전포인트: 5. 미트리온의 독특한 스타일

 

미트리온은 크지만 느린 것과는 거리가 있다. 놀라울 정도로 기민한 움직임을 가졌고 스탠딩에서 치켜든 턱과 늘어드린 가드는 상대를 유혹하는 미끼인 것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하게 만드는데, 그 정도로 반사신경과 기동력은 우수하다. 그라운드를 싫어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태클보다는 타격을 선택하게 만드는 프리미엄 치고는 너무 위험해 보이지만, 미트리온이 그 두 가지 습관을 몰라서 못 고치는 건 아닌 것이며, ADHD가 심하게 유병된 미트리온의 정신세계가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만약 본인이 의도적으로 그런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 이유는 당연히 미끼를 던져 선공을 유도하고 왼손 카운터로 받아주겠다는 포석이 될 것이다. 왼손잡이인 것, 한방이 있는 것, 가끔씩 신들린 것 같은 움직임이 나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교환가치를 인정할 수도 있다.

 

문제는 상대의 스피드 레벨이 높을 경우와 들어오지 않는 경우다. 로이 넬슨전에서 미트리온은 넬슨과 정면에서 펀치 교환을 하다가 본인의 주포인 레프트의 아래로 침투한 넬슨의 라이트 어퍼를 클린히트로 받고 쓰러졌다. 이 당시 그는 넬슨에 비해 우세한 자신의 레인지를 살리지 못했고, 스피드 레벨은 비슷한 상태에서 치고받는 양상이 되자 결국 스킬 레벨이 승부를 가르게 된 결과다. 미트리온의 루트는 너무나 단순했고 넬슨의 공격은 비교적 다양한 타이밍에 내려찍기와 올려치기가 섞여들어갔다는 것. 세우마뉴타파전에서의 빅샷 허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브랜든 샤웁전에서도 상대의 스피드 레벨이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미트리온의 타격이 먹히지 않았고 그라운드로 끌려내려가 다스초크에 잠이 들고 말았으며 트래비스 브라운이 멀리서 거리를 활용한 운영을 하자 본인이 어쩔 수 없이 선공을 취했는데, 발은 그 자리 두고 손부터 나가는 초보적인 실수를 반복했다. 특히 2라운드 20초경에 나온 장면은 이 선수가 레인지 파이터를 상대하는 연습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된다. 앞으로 나가면서 러시를 걸어도 브라운이 계속 움직여 빠져나가니까 아예 제자리에서 제자리멀리뛰기를 하듯 펀치를 내는데, 그건 정답의 전 반대편이라 할 시도였다. 답은 발만 움직이고 팔은 페인트를 주는 허허 스텝으로 상대가 움직이거나 방어 동작을 취하게 유도하고 다음 상대의 이동 방향이나 방어 상의 방침을 확인하고 그에 적절한 펀치가 함께 나가는 실실 스텝을 운용하는 것이다. 케인 벨레스케즈가 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참고하면 간단한 얘기다. 머리 흔들며 접근 먼저, 펀치는 나중에. 타이슨, 조 프레이저 모두 같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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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전포인트: 6. 전 라운드가 화약고, 예측불가의 매치업

 

두 선수의 전반적인 스타일을 보면, 스탠딩 매치업은 불씨만 떨어지면 바로 폭발할 화약고와 같다. 서로가 치고받기 좋은 타입이기 때문이다. 표도르는 상대에게 접근해 선공을 잡는데 문제가 없고, 거리의 개념이 무척 희박한 미트리온은 물러나는 상대보다는 다가오는 상대와 더 잘 싸운다. 따라서 효도르가 들어가고 미트리온이 받는 그림으로 시작이 될 것이며, 크기에 비해 가끔 깜짝 놀라게 되는 미트리온의 스피드와 운동능력은 표도르에게 불의의 일격을 안길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낮은 방어력이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다분하다.

 

표도르가 시작부터 맞는 경우는 드물다. 아직 스피드가 완전히 죽지는 않았던 것 같고, 말도나도전에서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면 경기 초반에는 정말 빠르고 기민하기 때문에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반을 조심할 필요는 두 선수 모두에게 해당된다. 미트리온이 표도르에게 초장에 기세를 빼앗기면 순식간에 말려들어갈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잃게 되면 표도르가 의외로 손십게 이길 수도 있다. 미트리온이 초반부터 표도르에게 사련을 안길 가능성도 당연히 충분하다. 그러나 표도르는 실신시키지 않는 한 쉽게 이길 수 없다.

 

미트리온이 가진 최강의 무기는 역시 신체능력이다. 가끔씩 나오는 엄청난 장면들을 보면 이 선수는 천하의 표도르라 해도 한방에 잠재울 수 있을 만큼의 신체능력의 우수성을 자랑한다. 문제는 그게 언제 어떻게 나올지 본인도 모르는 것 같다는 점. 또 한 가지, 미트리온의 경우 당일의 심리 컨디션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어떤 수치로 표현할 수 없지만, 좋은 상태로 나올 경우와 반대의 경우가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표도르의 입장에서 전략을 짜본다면, 개인적으로는 미트리온 같은 선수를 굳이 스탠딩에서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냥은 웬만해서 못 넘길 테니 타격의 성공에 이어 태클을 연결하고 파운딩을 치다가 관절기나 조르기로 마무리하는 게 베스트 일 듯하다.

 

미트리온의 트레이너라면 오로지 멘탈 관리,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오를 수 있도록 좋은 얘기와 긍정적인 전망을 심어주는데 주력할 것으로 짐작된다. 몇 년째 선수생활을 하면서도 매우 기본적인 부분에서의 실패를 계속 반복하는걸 보면 테크니컬한 부분의 대비는 시간낭비일 수도 있다.

 

이제 결전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이 보여줄 파이팅 스타일은 위에서 보여준 것과 똑같을 수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질 수 있다. 격투기팬들이 할 일은 그저 마지막 황제의 부활을 볼 수 있을지 아니면 미트리온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하며 보는 것이다.


MONSTERZYM PRESS

사진= 벨라토르, ZUFFA LLC, EFN, 표도르 SNS, 미트리온 SNS, 엠파이트 DB

글= 이용수, 조형규, 반재민 (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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