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는 최근 작고한 제리 콜맨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따뜻하게 열렸습니다.
지난 주 초 자택에서 넘어진 후 회복하지 못하고 생을 달리해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콜맨이지만 그는 89년 한 평생을 열정적으로 야구와 함께 지낸, 행복한 야구 인생을 보낸 인물입니다. 수많은 현지 매체에서 그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하나 같이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고 자랑스러워할 행복하고 용감한 인생을 살았다'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





< 양키스 선수를 거쳐 샌디에이고 중계 해설자까지 70년 넘게 야구와 함께 했던 제리 콜맨 >

한 매체의 표현을 빌면 그는 '두 차례의 전쟁 참전 영웅이자 조 디마지오의 동료였으며 미키 맨틀의 방장이었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4번 일궜고 감독을 지냈으며, 그리고 가장 찬란한 샌디에이고 파드리드의 중계 진행자로 무려 42년간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그가 팬들에게 얼마나 사랑과 존경을 받았는지는 '토니 그윈이 구단 사상 최고의 선수였다면 제리 콜맨은 구단 사상 가장 존경받는 아이콘이었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습니다. 콜맨의 위대한 야구 생애를 간락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1924년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에서 태어난 콜맨은 로웰 고교 졸업 후 1942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합니다. 마이너에서 6년을 보낸 후 1949년에 빅리그에 데뷔했는데 루키 시즌에 2할7푼5리를 치며 2루수 중에 최고의 수비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그물 수비를 자랑했습니다. 기자단 투표에서는 신인왕 3위였지만 AP 통신은 콜맨을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2년차인 1950년에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고 특히 월드시리즈에서 눈부신 호수비를 계속 펼치면서 수비 플레이로 MVP에 선정되는 기록도 남겼습니다.

동료와 팬들은 그를 '콜맨 중령(Lieutenant Colonel)'이라는 애칭의 준말인 '콜로넬'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가 중령으로 불린 이유는 바로 해병대 비행단의 파일럿으로 복무하며 두 차례의 전쟁에 출전했고, 실세로 중령까지 진급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1943년부터 3년간 전투기 조종사로 2차 대전에 참전해 57번 출격했습니다. 전투기를 몰면서 유럽 전선을 누빈 때문에 메이저리그 데뷔가 늦어졌습니다. 그리고 제대 후 마이너를 거쳐 1949년 빅리그에 데뷔해서 3년간 좋은 활약을 펼치던 콜맨은 1952년 다시 해병전투여단의 조종사로 한국전에 참전해 63번을 출격했습니다. 빅리그 선수 중에 두 번의 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출격했던 사람은 콜맨이 유일합니다. 테드 윌리엄스 역시 파일럿으로 2차 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했지만 한국전쟁에서만 출격했습니다. 콜맨은 미 공군 수훈십자훈장을 비롯해 수많은 상과 훈장을 받았습니다. 미국해병대는 그를 해병대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당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전에서 복귀한 콜맨은 부상으로 한동안 고생하다가 1954년부터 다시 양키스의 주전 2루수로 활약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출전 시간은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1957년 10월 9일 벌어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4타수 2안타에 눈부신 수비를 선보인 것을 마지막이었습니다. 두 달 후에 양키스가 자신을 방출하자 그는 은퇴를 선택한 것입니다.
마지막 월드시리즈에서 3할6푼4리의 맹활약에 여전히 뛰어난 수비로 이름을 날렸지만 밀워키 브레이브스에 패하면서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전쟁 참전 등으로 총 9년의 짧은 야구 생애였지만(그나마 2년은 거의 뛰지 못함) 그는 6번 월드시리즈에 출전해 4번 우승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1950년대 양키스 전성기 시절에 2루를 굳건히 지켰던 선수가 바로 제리 콜맨이었습니다.





< 한국전을 포함해 두 번의 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콜맨은 야구 중계자로 명예의 전당에 헌당됐습니다. >

32세에 은퇴하긴 했지만 그의 야구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양키스 스카우트로 잠시 일하던 그는 1960년부터 야구장 인터뷰 등을 하다가 1963년 CBS의 양키스 중계 팀에 합류해 7년간 본격적으로 방송 일을 익혔습니다. 1967년에는 자신과 한 방을 썼던 미키 맨틀의 500호 홈런 경기를 직접 중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의 중계 팀으로 옮겨 2년간 중계하다가 1972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라디오 중계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4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콜맨은 '파드리스의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콜맨의 중계는 화려하거나 현란한 테크닉으로 치장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때로는 실수도 있었고, 약간 우직하다는 평도 들었지만 그의 솔직담백하고 직설적인 중계와 해설은 팬들에게 늘 감동과 뛰어난 현장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수많은 올드팬들이 작은 트랜지스터라디오를 통해 그의 목소리로 야구 중계를 듣던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그는 '오, 닥터!'를 비롯한 '콜맨 특유의 문장'으로도 유명했습니다. 특히 1984년 만년 하위권이던 파드리스가 예상을 뒤엎고 시카고 커브스를 꺾고 구단 사상 첫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순간 그의 들려준 중계는 샌디에이고 스포츠 역사상 최고였다는 평을 여전히 듣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야구 관련한 일이라면 강한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2005년 금지약물 파동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하자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결정자라면 첫 위반은 50경기 출전 정지, 두 번째는 100경기, 그리고 세 번 어기면 영구 제명시킬 것이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다음 해 거의 같은 내용의 규제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1980년 1년간 파드리스의 감독을 맡아 마이크를 놓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콜맨은 쉼 없이 야구 경기를 중계했습니다. 2010년부터는 중계 횟수를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완전히 은퇴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에는 방송인으로 명예의 전당 멤버로 선정됐고, 2008년에는 자서전이 출간됐으며 2012년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는 토니 그윈에 이어 두 번째로 제리 콜맨의 동상이 운동장 밖에 세워졌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기계와 장비가 발달하면서 야구 중계의 패턴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콜맨이 중계를 시작했을 무렵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미국인들은 TV보다는 라디오를 통해 야구 중계를 들었습니다. 그들의 기억 속에 담겨있는 콜맨의 열정적인 목소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습니다. 다저스의 목소리이자 미국 최고의 야구 브로드캐스터로 명성을 떨치는 빈 스컬리는 "팬들이 제리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목소리를 들으면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대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삶을 살다 간 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70년 넘게 야구에 몸을 담았던 이 노장은 이제 마이크를 내려놓고 녹색 그라운드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많은 야구팬들이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벌써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참 행복하고 당당한 삶은 살았던 야구인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팬들은 입을 모읍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뿐 아니라 미국 야구계 전체가 제리 콜맨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espn.com, MLB.com, Wikipedia, NBCsports.com, minkiza.com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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