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을 하면 진다' 축구계의 오랜 명언이다. 적절한 흥분은 투지를 일깨우지만 과도한 흥분은 경기 자체를 그르치기도 한다.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29라운드 FC 서울과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시즌 세번쨰 슈퍼매치가 바로 이 축구계의 명언을 확인할 수 있던 경기였다.

서울의 안익수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가장 경계하는 요소에 대해 '변수'를 꼽았다. 골이 아닌 다른 요소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안익수 감독의 우려점이었고 그 우려는 불행히도 들어맞고 말았다.

전반 초반부터 수원은 적극적인 플레이로 서울의 패스 플레이를 사전 차단하는데 집중했다. 실수를 유발해 서울의 공격력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작전이었다. 

선수들은 이를 충실히 실행했다. 특히 이날 센터백으로 선발 출장한 박동진에게 오현규는 적극적인 플레이로 신경을 건드렸다. 경기 초반부터 둘이 맞부딪히는 장면이 여럿 나왔을 정도로 오현규는 박동진의 평정심을 잃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

전반 27분 수원의 선제골이 오현규의 발끝에서 나왔다. 오현규는 골을 넣고 팔굽혀펴기 셀레브레이션을 펼쳤다. 4월 슈퍼매치에서 나상호가 추가골을 성공시키고 펼친 그 셀레브레이션이었다. 박동진은 여기에서 평정심을 잃어버렸다. 셀레브레이션을 펼치는 오현규에게 다가가 항의했다. 선제 실점후 박동진은 좀처럼 제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고 서울은 전반 31분 안병준에게 추가골까지 허용했다.

결국 서울의 안익수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박동진을 빼는 결단을 내렸다. 대신 기성용을 센터백으로 내리는 기성용 시프트를 가동했다. 초반에는 통하는 듯 했다. 케이지로와 일류첸코가 연이어 슈팅을 때리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10분 나상호의 흥분은 슈퍼매치의 승부를 결정지은 순간이 되었다. 수원의 역습 상황에서 오현규의 돌파를 나상호가 저지했다. 정동식 주심은 나상호에게 바로 경고카드를 내밀었고 전반전 이미 경고를 받은 나상호는 씁쓸하게 경기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상호의 퇴장과 함께 서울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후반 18분 오현규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0대3이 되었고 이날 경기장을 찾은 16,333명의 팬들은 참담한 서울의 패배를 그대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평정심을 유지하며 상대의 도발에 잘 대응한 수원은 올 시즌 가장 중요했던 슈퍼매치에서 완승을 따내며 강등권 탈출과 함께 파이널 A 진출 희망을 살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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